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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년 1월호

4만 달러 달성을 위한 지방행정 사례

지방공무원들의 창의력과 추진력 이끌어 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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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평군의 연간 지방세 수입은 70억원, ‘2008 세계나비·곤충엑스포’에서 93억원 수입,
    전체 생산유발 효과는 2886억원
⊙ 지방공무원들의 아이디어로 세계 유례없는 축제 개발하여 성공 거둬

李錫炯 함평군수
⊙ 1958년 전남 함평 출생.
⊙ 함평농고, 전남대 농학과 졸업. 同 대학원 행정학 석사·농업정책대학원 석사.
⊙ 광주·전남 PD연합회장, 민선 2·3기 함평군수,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지역개발전문위원회 위원,
    대통령직속 농어업특별대책위원회 자문위원 역임. 現 전국청년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장.
함평세계나비·곤충 엑스포는 지방공무원들의 창의력이 만들어 낸 기적이다.
  요즘 인기를 끄는 <나비의 꿈(샘앤파커스 발행)>이란 책 서두에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나비가 함평에서 나온다”고 얘기하는 일화가 소개되어 있다. 함평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사람도 ‘함평’하면 ‘나비’를 떠올린다.
 
  10년 전만 해도 함평의 연간 관광객은 19만8000명이 고작이었다. 이제 함평은 500만명 관광객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함평 사람들 중 함평이 전국적인 유명 관광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 이는 많지 않았다.
 
  2008년에는 세계 최초로 나비와 곤충을 주제로 한 국제 행사인 ‘2008 함평 세계나비·곤충엑스포’를 개최했다. 123만명이 다녀갔고, 입장료 수입만 93억원을 벌었다. 참고로 함평군의 연간 지방세 수입은 70억원 내외다. 지역 전체적으로 생산유발 효과는 2886억원으로 집계됐다.
 
  2008년 12월에는 호주 지방정부 연찬회에 초청되어 나비축제 사례를 직접 발표했다. 2009년 11월 8일에는 중국 관료들을 대상으로 강의도 했다. 대학이나 연구원에서 지역축제와 관광분야에서 가장 많은 논문과 연구의 대상이 되는 것도 함평 나비축제다.
 
  이처럼 국내외적으로 함평이 주목을 받는 것은 표면적인 성과 때문만이 아니다. 여기에는 발상과 동기의 참신성과 창조성, 한국 농촌에 새롭게 제시한 또 하나의 새로운 방향, 지방행정과 공무원의 역할, 지역 주민의 참여와 동기유발, 생태와 환경, 지역문화와 지역 브랜드 등 실험적 요소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특히 나비축제라는 단순한 이벤트성 행사를 넘어, 함평=나비, 나비=함평의 브랜드 가치창출을 통해 지역의 환경과 생태를 보전하면서 점진적인 개발을 촉진하는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공무원들의 아이디어로 만든 나비축제
 
  함평나비축제가 성공적 모델로 평가받는 밑바탕에는 함평군민의 뛰어난 자치의식과 親(친)환경농업의 실천, 생태환경 보전 노력과 같은 주민들의 의식이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공무원들의 창의적 아이디어와 노력이 郡民(군민)들의 신뢰와 맞물려 상승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이다.
 
  매주 수요일 부서별로 아이디어 회의를 개최하여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했다. 이전에 부서장 위주의 지시일변도 회의와는 사뭇 달랐다.
 
  그 결과 민둥산에 40×50m의 대형 철쭉꽃 나비동산을 조성하고, 들판 1단지 전체에 자운영과 유채꽃을 이용해 초대형 나비문양 들판을 만들었다. 또 곤충연구소를 설립해 다양한 나비와 곤충의 생태를 연구했고, 필요할 때 언제든 나비와 곤충을 공급할 수 있는 배양 기술력을 습득했다.
 
  나비생태관에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거의 모든 꽃과 나무를 심었다. 미꾸라지 잡기 체험장, 양서·파충류 전시관, 친환경농업관, 가축몰이 체험장 등 부서별로 아이디어를 낸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고 또 운영했다.
 
  새벽 3시부터 꽃에 물을 주고, 비바람과 눈보라가 칠 때도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나비동산 현장에서 따가운 봄볕에 검게 그을리고, 하얀 이가 유독 돋보이는 이들은 모두 공무원으로 보면 틀림없다.
 
  지방의 힘은 그 지역 공무원들이 핵심이다. 이들은 급료와 승진에는 한계가 있지만, 지역에 대한 애정과 일에 대한 책임감은 어떤 조직보다 강하다. 농촌지역이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을 위해서는, 먼저 지방공무원들의 창의력과 추진력을 이끌어 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제도적인 장치에 앞서 무엇보다 단체장의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고, 작은 말에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신념, 성실성을 겸비한 리더십이 필수적이다.
 
  그 다음, 지방공무원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존중하는 조직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다. 기획력이 풍부한 직원이 있는가 하면, 서류작업은 약해도 현장에서 획기적인 장면을 연출하는 직원도 있다.
 
  지방 공무원은 승진과 급료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저마다 소질과 적성을 간파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일의 보람을 스스로 찾도록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부서장의 전결권을 확대해야 한다. 단체장보다는 부서장의 책임하에 직원의 능력을 살리고 부서 전체의 힘이 표출되도록 해야 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공무원들의 피해의식을 줄여나가는 것이다. 공무원이 새로운 일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일한 만큼 손해라는 피해의식 때문이다. 일이 많을수록 보수를 더 받는 것도 아니고, 감사받을 일만 늘어나기 때문에, 그만큼 벌받을 일도 많다. 공무원들이 새로운 일을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히 일할 수 있도록 감사 정책에도 정상적인 고려가 제도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함평군의 인구는 3만7000명이다. 그중 30%가 65세 이상 노인이다. 393㎢의 면적도 전남 군 단위 자치단체 중 가장 작다. 벼농사가 전체 경지면적의 80%다. 가구당 평균 1.8ha를 경작하는 것이다.
 
  친환경농업과 나비 브랜드 덕분에 나비쌀은 일반 쌀보다 40kg당 1만원을 더 받고 있지만, 특화작목 위주의 농업구조 개선 없이는 획기적인 소득증대 방안을 마련하기 어렵다.
 
  실례로 대표적 지역 특산품인 ‘함평 천지한우’는 지난해와 비교해 5000두 이상 판매가 급증하여 전체 3만 두를 넘어섰다. 함평의 가장 경쟁력 있는 농축산물이 된 셈이다.
 
  함평의 農家(농가)가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연간 1억원 이상 소득을 올려야 한다. 耕種(경종) 농가는 10ha 이상의 농사를 지어야 하고, 축산농가는 소 100마리 이상 사육해야 가능하다. 단순 산술적으로 계산해서 가구당 10ha를 경작하기 위해서는 현재보다 인구는 5배 이상 줄어야 하고, 소는 6배 이상 더 사육해야 한다.
 
  현재, 한국 농촌의 인구는 지난 몇십 년간 급격하게 감소했지만, 농가소득은 그에 비례해 증가하지 않았다. 이는 인구 감소가 농가소득 증대와 직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다. 땅은 한정되어 있고, 가축은 사육 적정선이 있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소득 증대 위한 노력들
 
  농촌지역도 하나의 산업사회이고, 복잡한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농축산물의 대량생산만으로 농업생산성 향상과 농가소득 증대에는 한계가 있다.
 
  농산물의 생산-가공-유통-판매의 과정이 상호 유기적으로 연계되고, 여기에서 파생되는 부가가치들이 늘어나면서 교육-문화-예술-관광 등의 문화적 가치들과 결합할 때 비로소 우리 농촌도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농촌 소득증대의 해답은 원론적인 부분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농축산물의 고품질화와 친환경화, 그리고 지역의 개성과 문화가 스며들도록 하는 것이다.
 
  사실 어떤 작물과 가축을 재배하고 사육하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쌀 생산 위주의 농업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강제로 특용작물의 재배로 전환하게 하는 것은 기존의 영세하고 노령화한 농가를 농촌에서 몰아내는 격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책적이고 인위적인 품목전환보다는 그 지역에 맞는 농산물의 산업적 고도화를 도모해야 한다.
 
  함평군의 경우 친환경적인 고품질 쌀을 생산하기 위해 녹비작물인 자운영 재배면적을 늘리면서, 동시에 자운영 꽃을 관광자원과 벌꿀 밀원으로 활용했다. 또 주기적으로 농지의 성분 분석과 토양관리로 地力(지력)을 높였다. 3개의 곡물종합처리장(RPC)을 단일 경영체제로 통합하여 생산비와 경영비용을 절감하고, 품질관리의 통일성을 기해 16개의 브랜드를 나비쌀로 단일화했다. 판매에서도 판매량 사전 예고제 등 소비자 신뢰도를 높이는 마케팅으로 판매단가를 높였으며, 이렇게 해서 함평 나비쌀은 전국 고품질 쌀 베스트 12에 선정되는 성과를 이루었다.
 
  지방행정은 주민이 마음껏 뛰고 날 수 있도록 굳건한 구름판의 역할을 해야 한다. 官(관)은 民(민)이 믿음을 가지고 쉴 수 있는 그늘이 되어야 한다.
 
  지방행정은 주민들이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하고, 부가적인 소득을 많이 올릴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와 장소를 마련해 주고 그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그 지역을 가장 잘 이해하고 기획력과 실행력을 갖춘 지방 공무원의 역량을 이끌어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균형과 감각 있는 단체장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공무원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도록 자율성과 창의성을 존중하는 조직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주민의 신뢰를 얻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지난 십수 년간의 지방자치 경험이 말해 주고 있다.
 
  필자는 나비가 함평의 지역 브랜드 향상, 지역개발 촉진, 관광산업 활성화, 농특산물 판매증진, 주민의 경영마인드 향상 등으로 이어지는 것을 목격했다.
 
  이처럼 각 지자체도 시책을 펼칠 때 파급 효과를 서로 연계하고, 그 폭을 넓혀 나가는 창의적인 응용 노력을 지속할 때 우리 농촌도 4만 달러 시대를 열어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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