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별책부록
  1. 2010년 1월호

여성과 가족, 다문화 가정의 가능성

여성인력, 多文化가 국가경쟁력 높이는 동력원

咸仁姬   

  • 기사목록
  • 프린트
⊙ 일·가정의 조화를 도모하는 기업, 출산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가족, 多文化 가정의 다양성을
    흔쾌히 인정해 줘야
⊙ 한국의 여성권한척도(GEM) 68(2008)위, 61(2009)위에 불과

咸仁姬
⊙ 1959년 출생.
⊙ 무학여고, 이화여대 사회학과, 同 대학원 사회학 석사, 미국 에모리대 대학원 사회학 박사.
⊙ 이화여대 교수, 중앙인사위원회 비상임위원 역임.
⊙ 現 이화여대 이화리더십개발원장, 한국대통령평가위원.
한국이 아시아권의 허브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국내 이주자들의 인종적, 언어적,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 사진은 2009년 10월 다문화 어린이들을 위한 ‘호프키즈 서울’ 발대식 모습.
  2001년 매킨지 컨설팅社(사)가 발표한 ‘우먼 코리아 리포트’의 결론은 명쾌했다.
 
  “앞으로 대한민국은 소득 4만 달러 수준의 선진국으로 도약해 갈 것이다. 이를 위해선 글로벌 무대에서 1등 하는 기업이 3개 정도 필요할 것이다. 여기서 가장 확실한 성장동력은 여성 전문인력이다.”
 
  매킨지의 주장인즉 보다 선진화된 대한민국의 경제구조하에서는 고학력 고숙련 전문인력 충원이 요구되는데, 일차로 남성 및 외국인 브레인으로 채우고도 노동력 부족이 발생할 것이기때문에, 과도하게 死藏(사장)되고 있는 고학력 여성 전문인력 활용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 상황이 그리 호락호락한 것은 아니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세계 109개국을 대상으로 조사·발표하는 ‘여성권한척도(GEM)’에 따르면 한국은 2008년에 68위, 2009년에 7계단 상승하여 61위를 기록했다. 이는 OECD의 일원으로서 매우 불만스러운 지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2008년 연구에 따르면 여성 중간 관리자들이 조직 내 성공을 위해 필요로 하는 요건으로, 첫째 일·가정 양립(Work·Life Balance)을 위한 정책의 현실화, 둘째 여성을 위한 경력개발 및 리더십 교육의 체계화, 셋째 네트워킹과 멘토링의 활성화로 나타났다.
 
  일·가정 양립이 처음 이슈화되던 시기 정책의 주요 타깃은 ‘일하는 엄마’였다. 일하는 엄마들이 낮엔 직장 일, 저녁엔 가사와 양육을 전담하면서 역할부담의 과중함을 이기지 못해 직장을 포기하거나 자신의 커리어와 자녀 출산을 ‘빅딜’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실제로 한국 여성의 연령별 취업률 곡선은 뚜렷한 M자형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취업률이 하강 곡선을 그리는 시점은 여성이 출산과 양육에 몰입하는 20대 후반부터 30대를 아우르는 시기다. 이때 커리어를 포기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진 여성들은 저학력・저소득층이라기보단 고학력 전문 인력이다.
 
 
  일 우선의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야
 
  일·가정 양립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저출산’ 상황에도 가속이 붙었다. 여성의 학력과 임금 수준이 높을수록 출산율이 저하된다는 통계청의 보고는, 커리어냐 자녀냐 둘 중 하나의 선택을 강요당해 온 일하는 엄마들의 고충을 반영하고 있다.
 
  맞벌이가 규범화되고 저출산이 국가 의제로 부각되면서 일하는 엄마들의 경력 단절을 예방하고, 동시에 저출산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일·가정 양립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여성친화 정책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출산 휴가, 육아 휴직, 직장 탁아, 유연시간 근무제는 기본이고, 퇴근 후 가사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한 케이터링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가족과 일의 조화를 중시하는 태도는 남성에게도 필수가 되어야 한다. 만일 여성에게 보다 철저한 직업의식이 요구된다면, 남성에게는 진지한 가족의식이 보강되어야 한다.
 
  일찍이 아빠를 위한 가족친화 정책을 도입했던 서구에서도 초기엔 저항이 만만치 않았지만, 분위기가 곧 반전되어 아빠를 위한 출산 휴가, 자녀 病暇(병가), 육아 휴직제를 선택하는 남성들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남성들도 ‘일 우선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날 때 ‘산업시간’(industrial time)에 밀린 ‘가족시간’(family time)의 희생을 복구하는 동시에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가족 내 소외를 극복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노동시장에 재진입하여 경력 단절을 만회하고 제2의 기회를 찾고자 하는 고학력 전업엄마들의 욕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간파한 미국 내 비즈니스 스쿨에서는, 이들을 대상으로 정교하고 수준 높은 프로그램을 개설하여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고학력 경력 단절 엄마들을 위한 조언은, 첫째 진정 제2의 기회를 원하는지 자신의 솔직한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 둘째 자신감을 회복할 것. 셋째 실질적으로 선택 가능한 대안들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판단할 것. 넷째 자신의 전문성 및 숙련도를 업그레이드할 것. 다섯째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의 네트워크를 충분히 활용하여 재진입 기회를 적극적으로 찾을 것. 여섯째 가까운 가족 및 친지로부터 물심양면 지원을 받을 것. 마지막으론 제2의 기회를 마음껏 즐기라는 것이다.
 
  미국 엄마들의 움직임에 눈길이 가는 이유는, 유능한 여성들이 출산과 더불어 노동시장을 떠나고 있는 현실, 이후 자녀의 성공을 통해 성취감을 맛보려는 ‘과잉 모성’의 유혹으로부터 빠져나오기 어려운 상황, 출산과 양육에 우호적인 사회 환경을 만들지 않고는 저출산의 위험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사실 때문이다.
 
  저출산 극복과 여성 노동력의 적극 활용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 못지않게 중요한 또 하나의 화두는 多文化(다문화) 가정의 도전에 현명하게 응전하는 일이다. 초창기 세계화의 핵심이 超(초)국각적 자본의 이동이었다면 오늘날 세계화의 주역은 사람의 이동, 곧 이주(migration)다. 한국사회에도 이미 외국계 주민의 숫자가 100만명을 넘어섰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제 대학 강의실에서 우즈베키스탄이나 부탄에서 유학 온 여학생을 가르치는 일이 낯설지 않게 됐고, 지하철이나 대형 마트에서 이주 노동자와 마주치는 일도 일상적 풍경이 됐다. 대도시 근교나 농촌 지역으로 가면 100쌍 중 25쌍 이상이 결혼이민자 가정이요, 이들 1세대의 자녀가 벌써 중학생이 됐다.
 
 
  多文化 사회의 경쟁력
 
  1902년 12월 30일 인천항을 떠나 1903년 1월 1일 하와이에 도착한 103명으로 시작된 한국 이민史(사)에서 우린 명백히 이민 送出國(송출국) 자리에 있었다. 아주 근래 들어서야 이민 수입국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 우리는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하고’, 한국계 이민자들이 외국 땅에서 감내해야 했던 고난과 피눈물의 세월을 잊은 채, 우리 땅에 허드렛일 하러 온 외국인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조선족 아줌마들을 핍박하며,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차별하는 걸 보면 부끄럽기 그지없다.
 
  일찍이 이민정책을 통해 사회적 성장동력을 확보해 온 미국의 경험은 후발 이주국가들에도 타산지석이 되어 줄 것이다. 아메리칸 드림을 앞세워 용광로(melting pot) 이미지를 전파하면서 대규모 이민을 받아들였던 미국은 지금 용광로란 허구적 비유 대신, 각 이민족의 역사와 전통과 뿌리를 인정하면서 미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공유하는 이른바 ‘샐러드 바’ 이미지를 채택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탄생한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등장은 다문화 사회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의미심장한 선례로 기억될 것이다.
 
  글로벌 기업의 대명사라 할 GE, IBM 등에서도 사회적 소수집단을 주류 조직문화 속에 포용하는 다양성 매니지먼트에 주력하고 있다. 이들 글로벌 기업에선 여성들이 표방하는 가치관, 유색인종들이 바라보는 세계관, 신세대의 새로운 정서가 주류 문화와 소통 교류하면서, 이전에는 감추어져 있던 새로운 문제들을 발굴해 내고 기존의 방식으론 해결 불능한 문제에 대해 기발한 해답을 찾아 내고 있다. 중국의 부상 이후 중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구사하는 동남아 화교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다는 사실, 한국계 중국계 인도계 미국인 등 ‘다중 정체성’을 지닌 이들이 문학 영화 패션 등 예술 분야에서 단연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 등은 우리에게도 시사 하는 바가 크다.
 
  이제 다문화에 대한 이해와 포용은 더 이상 우리네 삶의 선택지가 아니라 필수 요건이 됐다. 일례로 인류학자의 보고에 따르면 동남아 가족은 母系(모계) 지향성이 강한 특징에 더해 배우자와 가족을 구분하는 독특한 정서가 있다고 한다. 곧 혈연을 나눈 사람만 가족에 포함시키고 남편 혹은 부인은 단순히 파트너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들 동남아 가족의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지 않고서 어찌 건강하고 안정된 ‘다문화가정’을 바랄 수 있겠는가.
 
  진정 다문화 사회로 가는 첫걸음은 그들과 우리의 ‘다름’을 ‘인정’한 후에, 우리와 다른 그들의 역사와 전통,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고 포용하고자 노력하는 일이다. 나와 다른 피부색깔과 그들 문화의 진정성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기 위한 대전제는 자신감과 자긍심에 기초한 우리네 정체성을 공고히 하는 일이 될 것이다. 근거 없는 차별과 편견은 부당한 열등감과 허세로부터 파생되는 것이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