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AIST와 포스텍, 2010년에 ‘영재기업인 교육원’ 오픈
⊙ 2020년까지 현상파괴적 기술혁신을 주도할 기업가 배출, 2030년까지 한국판 빌 게이츠
탄생시키는 것이 목표
李仁植
⊙ 1945년 광주 출생.
⊙ 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
⊙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 역임, KAIST 겸임교수.
미래의 기술혁명은 다양한 분야의 융합에 의해 주도될 전망이다. 이른바 융합기술(convergent technology)은 경제와 산업의 성장 패러다임을 혁신적으로 바꿔 놓을 것이다. ⊙ 2020년까지 현상파괴적 기술혁신을 주도할 기업가 배출, 2030년까지 한국판 빌 게이츠
탄생시키는 것이 목표
李仁植
⊙ 1945년 광주 출생.
⊙ 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
⊙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 역임, KAIST 겸임교수.
정부는 융합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해 이를 국가 성장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2008년 11월 범부처 차원의 ‘국가 융합기술 발전 기본계획’(2009~2013)이 수립되고, 2009년 12월 융합기술 지도가 완성됐다.
융합기술의 중요성을 결정적으로 일깨워 준 것은 2001년 12월 미국 과학재단과 상무부가 함께 작성한 정책문서다. ‘인간 능력의 향상을 위한 기술의 융합(Converging Technologies for Improving Human Performance)’이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4대 핵심기술, 곧 나노기술(N), 생명공학기술(B), 정보기술(I), 인지과학(C)이 상호의존적으로 결합되는 것(NBIC)을 융합기술이라 정의했다. 또 2020년 전후로 융합기술이 인류사회에 새로운 르네상스 시대를 열어 줄 것으로 전망했다.
2020년까지 인간 활동의 향상을 위해 특별히 중요한 융합기술 분야로는 다음 네 가지가 선정됐다.
① 제조·건설·교통·의학·과학기술에서 사용되는 완전히 새로운 범주의 물질·장치·시스템: 이를 위해서는 나노기술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정보기술 역시 역할이 막중하다. 미래의 산업은 생물학적 과정을 활용해 신소재를 생산한다. 따라서 재료과학 연구가 수학·물리학·화학·생물학에서 핵심이 된다.
② 나노 규모에서 동작하는 부품과 공정의 시스템을 가진 물질 중에서 가장 복잡한 것으로 알려진 생물세포: 나노기술, 생명공학기술, 정보기술의 융합연구가 중요하다.
③ 유비쿼터스 및 글로벌 네트워크로 다양한 요소를 통합하는 컴퓨터 및 통신 시스템의 기본 원리: 나노기술이 컴퓨터 하드웨어의 신속한 향상을 위해 필요하다. 인지과학은 인간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정보를 제시하는 방법을 제공한다.
④ 사람 뇌의 구조와 기능: 생명공학기술, 나노기술, 정보기술, 인지과학이 뇌 연구에 새로운 기법을 제공한다.
융합기술은 전통산업과 첨단산업, 첨단기술과 첨단기술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신기술과 신제품을 쏟아낸다. 기술 융합을 선도하는 분야는 정보기술이다. 먼저 정보기술은 자동차·조선·중공업 등 제조업과 융합하여 경쟁력 향상에 일조한다.
텔레매틱스
정보기술을 이른바 굴뚝산업에 접목시키는 대표적인 융합기술은 자동차 텔레매틱스(telematics)다. 텔레매틱스는 자동차·항공기·선박 등 운송수단과 외부의 정보센터를 연결하여 각종 정보와 서비스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이렇게 되면 자동차의 공간은 사무실, 자료실 또는 회의실로 바뀌게 된다.
정보기술을 기존 전력망에 접목하는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는 전기의 생산과 소비 과정에서 효율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전력망에 정보기술이 융합됨에 따라 전력회사와 소비자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게 되어 소비자는 전기 요금이 싼 시간대에 전기를 쓸 수 있고, 전력 생산자는 전력 사용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때문에 전력공급량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첨단기술 사이의 융합은 더욱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가령 정보기술과 생명공학기술은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융합학문인 생물정보학(bioinformatics)을 탄생시켰다. 생물정보학은 컴퓨터를 이용하여 생물학적 문제의 해결을 도모하므로 계산생물학(computational biology)이라고도 한다. 생물정보학의 발전에 따라 단백질체학(proteomics)과 시스템생물학(systems biology)이 급성장하게 됐다.
생명공학기술은 나노기술과 융합하여 나노바이오 기술을 출현시켰다. 대표적인 사례는 바이오칩(biochip) 기술이다. DNA칩, 단백질칩, 랩온어칩(lab-on-a-chip)이 여기에 해당된다.
DNA칩으로는 유전자를, 단백질칩으로는 단백질을 분석한다. ‘손바닥 위의 실험실’로 불리는 랩온어칩은 질병 검사에 필요한 여러 분석 장비를 하나의 칩 안에 집어넣은 생물학적 전자칩이다. 혈관 속에서 바이러스를 격퇴하는 나노로봇 역시 나노바이오기술이 꿈꾸는 환상의 기계다.
녹색성장은 2030년까지 27개 녹색기술을, 신성장동력은 2020년까지 조기 상용화 대상인 62개 스타 브랜드를, 과학기술 기본계획은 50개 중점육성기술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모두 139개 과제인 셈이다. 이 중에서 2020년까지 육성할 융합기술 과제로 38개가 선정됐다. 이는 ▲바이오·의료 분야 9개 ▲에너지·환경 분야 14개 ▲정보통신 분야 15개다. 38개 과제를 시장성과 성공 가능성 측면에서 분석하여 다음과 같이 15대 융합기술 중점과제를 확정했다.
▲바이오·의료 분야 5대 중점 융합과제: ① 바이오 의약품 ② 바이오 자원·신소재·장기개발 ③ 메디컬-바이오 진단 시스템 ④ 고령친화 의료기기 ⑤ 기능성 식품 등.
▲에너지·환경 분야 5대 중점 융합과제: ① 스마트 상수도 및 대체 수자원 확보 ② 바이오에너지 ③ 고효율 저공해 차량 ④ 이산화탄소 포집·저장·처리 ⑤ 나노기반 융합 핵심소재 등.
▲정보통신 분야 5대 중점 융합과제: ① 가상현실 ② 융합 LED ③ 지능형 그린자동차 ④ 월페어 융합 플랫폼 ⑤ 라이프로봇 등. 15대 중점 융합과제는 세계 최고 선진국 기술의 62% 수준으로, 평균 격차는 4년으로 분석됐다.
2008년부터 李明博(이명박) 정부가 추진 중인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World Class University) 프로젝트를 계기로 융합학문과 더불어 융합기술이 산업계와 문화예술 분야 등 사회 전반에 확산되기 시작했다. 2008년 3월 국내 최초의 융합기술 전문 교육기관인 서울대 차세대 융합기술연구원(AICT)이 문을 연 뒤 2009년 3월에는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이 개원했다. 같은 해 3월 융합기술 중심 대학인 울산과학기술대가 설립됐다. 카이스트(KAIST)는 2010년부터 ‘지식융합’ 과목을 신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미래융합기술연구소를 비롯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융합기술생산센터, 한국생산기술연구원(KITEC)의 융복합기술연구본부 등 정부출연 연구기관에도 융합기술 전문조직이 구성됐다.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카이스트의 문화기술(CT) 대학원을 비롯해 포스텍,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울예술대, 연세대의 미디어아트연구소 등이 예술과 기술의 융합에 대한 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한국판 빌 게이츠’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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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지식재산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빌 게이츠(사진), 스티브 잡스, 세르게이 브린과 같은 영재기업인들이 배출되어야 한다. |
지식재산 사회에서는 지식재산이 기업의 시장 가치를 좌우하는 ‘창조경제’가 핵심이 된다. 창조경제는 창의적인 기업가를 필요로 한다. 이를테면 지식재산 기업을 창업한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애플 컴퓨터의 스티브 잡스,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과 같은 영재 기업인이 배출되지 않으면 세계 지식재산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으며, 국가 경제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창의력이 남다른 발명 영재들이다.
또 MIT는 융합기술로 새로운 시장을 일구어내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컴퓨터과학·인공지능 연구소(CSAIL)’와 ‘집단지능센터(CCI)’를 운영한다. 융합기술을 활용하여 혼자 힘으로 산업 하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이른바 지식 융합형 두뇌(brainware)를 길러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특허청이 주도하여 지식 융합형 두뇌를 가진 영재 기업인 육성 체제(www.ip-gifted.org)를 구축했다. 청소년 중에서 소수정예의 발명 영재를 조기에 발굴해 지식융합과 기업가 정신 등 기본 자질을 함양하여 창조경제의 주역으로 양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10년에 카이스트와 포스텍에서 똑같이 ‘영재기업인 교육원’이 문을 연다. 카이스트에서는 미래기술, 지식융합, 기업가정신, 지식재산권, 미래인문학을 강의한다. 포스텍은 현상파괴적 기술(disruptive technology) 혁신을 주도할 영재기업인에게 필요한 가치창조(미래기술을 볼 수 있는 선견 및 통찰력), 가치획득(미래기술 개발 능력), 가치전달(미래혁신기술의 사업화 능력) 역량을 계발할 기회를 제공한다.
특허청, 카이스트, 포스텍의 지식재산(IP) 기반 영재기업인 교육 목표는 2020년까지 현상파괴적 기술 혁신을 주도할 기업가를 배출하고, 2030년까지 한국판 빌 게이츠를 탄생시키는 데 있다. 지식융합형 두뇌를 가진 영재기업인이 카이스트와 포스텍에서 쏟아져 나온다면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앞당길 수 있을 것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