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 번영의 요체는 제도와 지식 훌륭한 제도와 지식의 핵심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자유주의 정신
⊙ 잠재적 생산성이 높은 곳을 찾아내 자원을 집중적으로 배분하는 일은 정부가 아닌 시장이 할
일이다
崔洸 한국외국어대 경제학부 교수
⊙ 1947년 경남 남해 출생.
⊙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美메릴랜드대 경제학 박사.
⊙ 美와이오밍대 조교수,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한국외대 경제학과 교수, 한국조세연구원장,
보건복지부 장관, 국회예산정책처장 역임. 現 한국외대 교수.
2003년까지만 해도 경제규모 세계 11위를 자랑하며 10대 경제강국 진입을 눈앞에 뒀던 한국경제가 5년 새 4단계나 하락, 2008년에는 15위를 기록했다. IMF(국제통화기금)는 한국경제가 2010년에는 16위까지 밀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제규모로 볼 때 한국은 세계 15위권이지만 1인당 GDP는 2만 달러로 세계 200여 나라 중 50위 안팎에 불과하다. 한국경제는 왜 추락했고 어떻게 하면 다시 일어날 수 있는가? ⊙ 잠재적 생산성이 높은 곳을 찾아내 자원을 집중적으로 배분하는 일은 정부가 아닌 시장이 할
일이다
崔洸 한국외국어대 경제학부 교수
⊙ 1947년 경남 남해 출생.
⊙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美메릴랜드대 경제학 박사.
⊙ 美와이오밍대 조교수,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한국외대 경제학과 교수, 한국조세연구원장,
보건복지부 장관, 국회예산정책처장 역임. 現 한국외대 교수.
한국경제는 각종 개혁을 빌미로 불확실성을 증대시키고 예산을 낭비하는 정부, 심화되는 국제경쟁 속에 자신감을 잃고 있는 기업, 그리고 고용불안에 떨고 있는 家計(가계)로 구성돼 있다.
작금의 상황을 면밀히 관찰해 보면 정부는 문제의 해결사이기는커녕 문제의 원인 제공자다. 오늘날 경제·사회·정치 등 모든 분야가 전문가의 눈에도 너무 복잡해졌고 그 움직이는 속도 역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빨라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신의 이익과 논리를 앞세우는 관료와 정치가가 주체인 느림보 정부가 4차원의 공간 개념으로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민간부문을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도 정부가 계속 설치니 경제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역사를 살펴보면 한 나라의 장기적 번영을 결정하는 것은 그 나라의 천연자원도 아니고, 문화적 자산도 아니다. 번영의 요체는 바로 ‘제도와 지식’이다. 훌륭한 제도와 지식의 핵심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자유주의 정신이다. 우리의 경우 反(반)자본주의적·반시장적 정책이 홍수를 이루고 있으며 반자유주의 정신이 풍미하고 있다.
“정부는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가”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경영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점으로 ‘효과성과 효율성의 혼동’을 지적한다. 효과성은 ‘올바른 일을 하는 것’(doing the right thing)을, 효율성은 ‘일을 제대로 하는 것’(doing things right)을 뜻한다.
여기서 네 가지 조합이 가능하다. 물론 최선의 경우는 가장 유효한 일을 가장 효율적으로 하는 것이며, 최악의 경우는 유효하지 못한 일을 가장 효율적으로 하는 것이다.
드러커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국가경영에 대입해 볼 때, 우리는 정부가 해서는 안될 일을 참으로 일사불란하게 해치우는 경우를 많이 본다. 납세자의 세금으로 편성된 예산사업 중 애초에 시도하지 않았어야 할 사업을 감행함으로써 얼마나 많은 예산낭비가 있었는가.
애덤 스미스는 불후의 명저 <國富論>(국부론)에서 “국가가 빈곤과 절망의 상태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는 길은 단 하나밖에 없다. 그것은 바로 안정적인 정부, 예측 가능한 법률, 부당한 과세가 존재하지 않는 것 세 가지만 지키면 된다”고 말했다. 어떻게 230년 전에 국가 번영의 요체를 이렇게 간결하고 명확하게 지적할 수 있었을까?
통상적으로 우리는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하느냐”를 중심으로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세상의 모든 일은 정부가 하는 것이 좋다”는 결론으로 귀결될 수 있다. 그보다는 “정부는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가”를 살피고 이를 제대로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민간 또는 시장이 잘할 수 있는 일들에 정부는 개입하지 말아야 하며, 국민세금을 투입해 낭비를 초래해서는 안된다.
잠재적 생산성이 높은 곳을 찾아내 자원을 집중적으로 배분하는 일은 시장이 할 일이지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교육·문화·예술·산업 등 거의 모든 분야에 이런저런 이유로 예산이 지원되고 있다. 정부가 마련한 기준에 따라 예산지원을 받기 위한 경쟁을 장려하는 것은 시장논리를 잘못 적용하는 것이다. 정부의 지원으로 우리가 손에 쥐는 것은 품질이 높거나 가격이 저렴한 재화나 서비스가 아니라, 충성이나 허위보고의 경쟁뿐이다. 이 과정에서 낭비되는 것은 자원뿐이 아니다. 가장 소중한 자원인 창의력도 함께 소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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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수요예측으로 텅 빈 양양국제공항. 성과평가제도를 도입, 재정운용의 효과성을 검토해 예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집행해야 4만 달러의 꿈이 이루어 질 수 있다. |
예산 성과 평가해야
재정질서는 국가가 기능하는 과정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 헌법의 많은 조항은 9차에 걸친 改憲(개헌) 과정에서 크고 작은 변화를 겪었다. 하지만 재정관련 조항들은 1948년 제정헌법 이후 큰 변화 없이 그대로 유지되어 왔다. 재정과 관련된 현행 헌법 규정들은 절차적인 면에서나 내용적인 면에서 미흡한 점이 많다. 또 국가재정법 등 법률과의 통합성이 결여되어 있다.
따라서 정부의 민간부문 개입 최소화, 국민부담의 최소화 및 명확화, 행정부와 입법부 간의 견제와 균형의 공고화, 재정운영의 투명성 제고 등을 위해서는 헌법개정 시 재정에 관한 독자적 章(장)을 설치하고, 재정 실체의 규정 명문화, 헌법과 기본법의 역할 분담, 통합예산의 명시와 기금에 대한 헌법적 근거 규정의 마련, 세출법률주의, 세입법률주의, 재정·조세 전문 법원의 설치, 감사원의 지위와 기능 재편, 총량적 재정규율제도의 도입 등을 규정해야 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나라에서 재정이 당면하는 가장 큰 문제는 재정 규모의 지속적 확대와 적자 예산의 편성에 따른 국가 채무의 지속적 증대이다. 이는 재정 자체의 지속가능성은 물론 경제 전체의 활력 유지와 연결된다.
재정을 규율하는 방법으로는 세출 규율, 재정적자 규율, 국가채무 규율, 차입 규율 등이 있다. 재정지출 확대와 재정적자 증대를 막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제도나 법을 통해 재정운용에 특별한 제한 또는 제재를 가하는 것이다.
나랏빚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채무를 축소하고 흑자예산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세출증가를 억제하는 것이 최선이다. 세입확대를 통해 균형재정을 달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성공한 사례가 없다. 균형재정의 달성에 성공한 나라들의 경험에서 볼 때 세출억제가 재정적자 해소의 최선의 방법이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재정건전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재정지출과 국가채무를 줄여나가는 총량적·거시적인 접근법뿐만 아니라, 공공부문의 자원배분 및 성과의 개선을 염두에 둔 예산과정의 개혁이라는 ‘미시적’인 접근법도 함께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바마 美(미)대통령은 재정지출 확대정책을 추진하면서 취임 초기 대통령 직속으로 성과평가관(Chief Performance Officer)을 신설했다. 경제위기 극복을 명목으로 방대하게 이루어지는 지출에 대해 낭비가 없는지, 우선순위 책정이 제대로 됐는지, 그리고 부정부패의 여지가 없는지를 감찰하는 것이 성과평가관의 책무다.
우리나라에서도 감사원은 통상적 지출에 대해 감사를 하게 하되, 경제위기와 관련된 각종 지출에 대해 한시적으로 성과평가관 제도의 도입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위기 상황을 맞아 지금과 같이 예산이 크게 팽창할 때는 물론이고 평상시에도 예산집행에는 엄격한 감독이 수반되어야 한다. 일반 국민들은 정보가 없고 자신의 일에 바빠서 예산의 내용을 잘 모른다. 예산과 관련한 부정·비리·낭비·비효율을 감시하기 위해서는 내부고발자에게 획기적인 보상을 하는 방안도 적극 모색해야 한다. 특히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관련하여 정치인과 이익집단의 횡행을 경계해야 한다.
공기업 개혁
국가재정법 등에 따라 예산·재정·조세 관련 위원회가 여러 개 설치·운용되고 있다. 국회예산결산위원회 산하에 초당적인 장기재정정책위원회 설치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위원회는 재정지출의 대폭 팽창에 따른 단기적 재정수요와 재원 조달, 재정의 장기적 건전성과 지속가능성을 검토하도록 한다. 이 위원회에는 여야 국회의원과 경제·재정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여 재정과 관련된 과제들을 조사·연구·심의하도록 한다. 필요시에는 국회예산정책처의 전문적 도움을 받도록 한다.
공공부문 개혁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경쟁촉진제도 확립과 유인체계의 도입이 절실히 필요하다. 공기업 개혁을 제대로 하려면 민영화를 통한 구조개혁이 핵심이 되어야 한다. 단순히 공기업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노력은 본질적인 구조개혁으로 보기 어렵다. 공기업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공기업의 존치 여부를 시장의 관점에서 판단하고 민영화를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 시장을 통해 재화나 서비스가 공급되고 경쟁할 수 있는 분야에서 활동하는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것이 경제를 살리고 경제 전체적으로 고용을 늘리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