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영국은 금융강국, 캐나다·호주는 자원강국, 일본·독일은 제조업 강국, 프랑스·이탈리아는
서비스업 강국
⊙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힘은 企業家 정신에서 나온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새로운 미래 사업에
대한 끊임없는 탐색과 도전정신이 필요
金峻漢 포스코경영연구소장(대표이사)
⊙ 1952년 경북 안동 출생.
⊙ 경북고·서울대 무역학과 졸업. 미국 밴더빌트대 경제학 석·박사.
⊙ 국제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駐사우디아라비아 한국대사관 경제조사관, 산업연구원 총괄조정위원,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원장 역임.
서비스업 강국
⊙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힘은 企業家 정신에서 나온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새로운 미래 사업에
대한 끊임없는 탐색과 도전정신이 필요
金峻漢 포스코경영연구소장(대표이사)
⊙ 1952년 경북 안동 출생.
⊙ 경북고·서울대 무역학과 졸업. 미국 밴더빌트대 경제학 석·박사.
⊙ 국제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駐사우디아라비아 한국대사관 경제조사관, 산업연구원 총괄조정위원,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원장 역임.
- 한국이 4만 달러 시대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서비스업의 강화와 함께 新제조업 육성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한 고로(용광로)에서 쇳물이 쏟아져나오고 있는 장면.
전 세계에는 250여 개의 크고 작은 국가가 있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2만 달러 소득을 넘는 국가는 대략 30개 정도, 비율로 따지면 12%다. 인당 소득이 4만 달러를 넘는 국가는 17개 국가에 불과해 상위 7% 내에 드는 정도다. 수능성적으로 따지면 1~2등급 수준이다.
국민소득 4만 달러에 진입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명실상부한 선진국이 되는 것으로, 단순히 소득수준 상승을 넘어 문화·의식·제도·노사관계 등 정치·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성숙한 사회가 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따라서 4만 달러 진입을 위해서는 사회전반의 발전과 개선이 필요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소득 4만 달러 시대 진입의 핵심은 경제성장이고, 우리 경제를 이루는 주축산업의 도약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4만 달러 시대 진입을 위한 키포인트는 뭘까. 우선 OECD국가 중 4만 달러 달성 국가들을 살펴보면 몇 가지 특징을 추릴 수 있다. 미국과 캐나다를 제외한 14개 국가가 유럽 국가이다. 룩셈부르크, 노르웨이, 스위스, 아일랜드, 덴마크, 아이슬란드, 네덜란드, 스웨덴, 핀란드, 오스트리아, 벨기에, 프랑스, 독일, 영국이 그들 국가이다.
또 대부분 국가가 小國(소국)경제(small economy)다. 인구 1000만명을 상회하는 국가는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뿐이다. 나머지 12개 국가는 인구가 적게는 30만명부터 많아 봐야 900만명에 불과하다.
한편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기간, 즉 2만 달러에서 4만 달러가 되는 데 걸린 기간은 평균적으로 13년이었다. 제일 빨리 달성한 룩셈부르크는 7년이 걸렸고, 가장 늦게 달성한 핀란드가 18년이 소요됐다. 이를 기계적으로 적용하면 우리가 2007년에 2만 달러 시대에 진입했다고 볼 때, 2020년에 4만 달러 시대에 진입할 수 있다고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세계경제 여건과 우리의 발전전략이 잘 맞아떨어진다는 전제가 있다면 말이다.
4만 달러 국가들의 산업구조를 보면, 3차 산업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2차 산업 비중이 평균 28%인 데 비해 3차산업 비중은 70%에 달한다. 2만 달러에서 4만 달러가 될 때 3차산업 비중이 64%에서 70%로 상승했다.
새로운 제조업 전략에서 열쇠 찾아야
3차산업의 비중이 높고 서비스업 경쟁력이 우위에 있는 국가들이 국민소득 4만 달러 국가들이다. 3차산업 비중이 57% 수준인 우리의 경우, 4만 달러 달성을 위해서는 3차 산업의 비중을 크게 높여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교육, 의료, 금융 등 서비스업 육성을 대안으로 내놓고 있고, 정부도 서비스업 육성을 국가 성장전략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다.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한 3차산업 육성만이 해결책일까? 우선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 전략을 수립하기에 앞서 다른 나라의 경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4만 달러 국가 중 노르웨이나 핀란드, 스위스 등은 3차 산업 비중이 60%를 약간 상회하는 정도로 현재 우리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와 경제규모가 비슷하고 국민소득이 4만 달러에 근접한 국가까지 포함해 보면, 우리가 참고할 만한 국가들로 미국, 영국, 일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호주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이 중 미국·영국은 금융강국, 캐나다·호주는 자원강국, 일본·독일은 제조업 강국, 프랑스·이탈리아는 서비스업 강국으로 분류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국가별 펀더멘털과 경제규모에 따라 4만 달러 국민소득 달성 경로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나라가 처한 지정학적 위치, 산업기반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가장 유리한 산업구조를 가져가는 것이 보다 빠른 길이다. 참고로 국내 지역별 생산통계에서 인당소득이 4만 달러를 넘는 대표적 지역은 울산, 거제, 포항 등 산업기반이 강한 도시들이다.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을 위해 우리는 어떤 경로로 갈 것인가를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을 위한 추진력을 얻기 위해 우리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 필자는 이 성장동력을 우리의 기존 강점에서 최대로 활용할 수 있고, 미래 트렌드를 주도할 수 있는 미래형 산업의 선점에서 찾아야 한다고 본다.
우선 ‘新(신)제조업’을 육성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이 세계 15위권의 경제대국과 2만 달러 소득을 달성할 수 있었던 기반은 제조업이었다. 우리나라 제조업은 규모나 경쟁력 면에서 세계적인 수준에 진입하고 있다. 특히 최근의 글로벌 위기 이후 그 성과가 두드러지고 있다.
조선업은 일찍이 일본과 중국을 제치고 1990년대 중반 이후 세계 1위를 지속하고 있으며, 반도체 1위, LCD TV 1위, 자동차 5위, 철강 5위 등 세계 강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제조업 강국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가진 강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業의 전환
그러나 다음 4만 달러 시대를 이끌기에는 기존의 제조업, 과거의 성공방식으로는 어렵다. 量的(양적)인 성장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質的(질적)인 점프 업(jump-up)이 동반돼야 한다. 첨단기술, 새로운 아이디어가 덧붙여서 기존 제조업에 미래를 입히는 신제조업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자동차산업은 과거의 내연기관 중심에서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로 業(업)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조선산업도 선박 건조뿐만 아니라 深海(심해) 유전·가스 개발, 해상 풍력, 심해저 자원채굴 관련, 해양(off-shore) 플랜트 건설과 해양 공간을 이용한 레저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철강산업도 환경규제의 강화, 고객 요구의 급변, 에너지와 원료의 제약 등 제반 환경이 변화되면서 친환경기술, 에너지 저감기술, 복합소재기술 등 산업간 융·복합기술의 빠른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이렇게 급변하는 새로운 제조업의 트렌드를 먼저 읽고 앞서서 대응해야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고 궁극적인 승자가 될 수 있다. 미래 가치 혁신을 통해 주력산업의 주도적인 위치를 세계 속에서 확고하게 다져 나가야 한다.
다음은 10~20년 후 먹고살 미래산업, 즉 새로운 성장동력 산업을 찾아 육성해야 한다. 미래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과거 중화학공업 중심에서 바이오산업, 에너지산업, 그린산업, 신소재산업, 나노산업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미래기술과 산업이 떠오르고 있다.
듀폰, GE, 인텔의 변신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경쟁적으로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미래기술 확보에 혼신의 노력을 하고 있다. 미래산업의 기술표준과 사업 선점을 노리기 때문이다.
녹색산업을 선점하기 위한 국가 간 경쟁도 치열하다. 미국은 향후 10년간 1500억 달러를 투입해 5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일본도 녹색산업 시장을 100조 엔 규모로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우리가 가진 한정된 자원과 역량으로 이 모든 미래기술이나 산업을 다 할 수는 없다. 4만 달러 시대를 열기까지 우리가 가진 강점과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경쟁국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는 기술과 산업을 선정, 집중적으로 육성해 나가는 산업정책이 그래서 필요하다.
IT기반이 강하다면 IT를 활용하는 미래사업, 조선산업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면 오션사업, 철강이 강하다면 소재산업을 집중 육성대상으로 할 수도 있다. 우리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핵심 역량과 미래의 성장 잠재력을 보고 차세대 주력산업을 선정하여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
기업들의 사업구조 변신도 많은 참고가 될 수 있다. 즉, 우리가 알고 있는 성공 기업들은 기술과 산업환경 변화에 따라 사업구조를 탄력적으로 조정해 지속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다.
듀폰은 1970년대 1차 석유파동의 발생 여파로 석유화학 제품에 대한 수요가 둔화됨에 따라 새로운 화학제품 분야와 생명공학 분야로 핵심사업을 확장했다. 이후 변화를 거듭해 오늘날의 듀폰은 화학신소재, 전자소재, 생명공학제품 등의 산업분야에서 과학에 기반한 新(신)물질 솔루션을 제공하는 ‘과학회사(a science company)’를 지향하고 있다.
GE는 1980년대 초반 낮은 진입장벽과 외국 기업들이 몰려오는 상황에서 부엌용품, 헤어드라이어, 다리미 등 수익이 저조한 사업에서 철수하고 하이테크, 금융, 서비스 사업 등으로 사업구조를 전환했다.
인텔은 1980년대 초반 일본 전자회사들의 대거 진입에 대응해, 반도체 메모리 사업을 포기하고 마이크로프로세서 사업에 모든 노력을 집중했다. 대부분의 반도체 회사들이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모든 것을 다 하려 한 반면, 인텔은 모든 투자를 미래사업인 마이크로프로세서 사업에 집중했다.

글로벌 톱 기업 지금보다 3배 이상 되어야
경영학의 大家(대가)인 피터 드러커는 “내일은 오늘과 다르다. 오늘 최강의 기업이라 하더라도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하지 않으면 곤경에 빠진다”고 했고, GE의 전 회장 잭 웰치는 “미래를 제대로 예측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기업에는 시장변화에 빨리 적응하고 선도할 수 있는 사람과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기업의 미래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민소득 4만 달러의 선진국이 되려면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미래 주력산업을 이끄는 실질적인 경제주체는 기업이다.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 주역 역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企業家(기업가)다. 우리가 4만 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세계 1위 제품을 많이 생산하는 글로벌 톱 기업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2009년 기준으로 보면, <포천>지의 글로벌 500대 기업에 우리나라는 삼성전자, LG, SK, 현대자동차가 100위 내에 랭크돼 있다. 또 포스코, GS, 한국전력, 한화, 삼성생명, 한국가스공사, S-oil, 두산, 삼성물산이 500위 내에 진입했다.
우리나라는 총 14개 기업이 포함돼 국가 순위로는 미국, 일본, 프랑스, 독일, 중국, 영국, 스위스에 이어 8위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이 최근 경기불황으로 많이 힘들다고는 하지만 글로벌 500대 기업에 140개가 포함돼 여전히 강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세컨드 티어’(second tier)인 일본, 프랑스, 독일 수준에 이르려면 우리나라는 지금보다 3배 이상 많은 50개 내외의 글로벌 톱 기업을 양성해야 한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새로운 미래 사업에 대한 끊임없는 탐색과 도전정신, 즉 기업가 정신이 필요한 대목이다.
기업가 정신과 함께 글로벌 톱 기업의 열쇠는 창조적인 인재 확보와 첨단기술 개발에 있다. 기업은 기업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미래 기술과 제품에 대한 R&D 투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산업현장에서 궁극적인 勝者(승자)는 결국 ‘와해성 기술’(Disruptive Technology·기존 기술이나 제품의 개념을 뛰어넘는 새로운 기능을 지닌 기술이나 제품)을 가진 기업이 될 것이다.
중국의 도전을 뿌리치고 일본을 극복할 수 있는 기술과 경쟁력이 있어야 4만 달러 시대를 넘볼 수 있다. 이제 우리는 과거의 ‘패스플로어’(Path Follower·추종자)가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패스파인더’(Path Finder·개척자)가 돼야 한다. 4만 달러 진입의 요체는 정치·경제·사회, 그리고 국민 모두가 우리가 가진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새로운 산업을 선점하는 일에 힘을 합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