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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년 1월호

4만 달러 시대의 문화예술 전략

예술이 사회통합과 발전을 이끌어야

朴一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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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양, 오락과 예술에 관한 소비 지출 액수 1970년대 19달러에서 2005년에는 852달러로 상승
⊙ 소극적인 소비나 취미 단계를 넘어, 문화예술을 통해 여가를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활용하는
    시대가 될 것

朴一浩
⊙ 1959년 충남 부여 출생.
⊙ 서울대 미학과, 同 대학원 문학 석사, 철학 박사.
⊙ 충남대 조소과 교수, 제2대 대전시립미술관장, 제5회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 전시총감독,
    현대미술학회 회장 역임.
국민소득이 늘면 문화예술 영역에 대한 수요와 소비가 급증한다. 사진은 2012년 개관예정인 강북시립미술관 조감도.
  2007년 6월에서 9월까지 3개월 동안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전시된 <모네전>(입장료 1만원)에 40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같은 시기에 서울시립미술관 옆에 있는 덕수궁미술관에서 전시된 <비엔나미술사전>(입장료 1만2000원)에도 27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그 후 이어진 서울시립미술관의 <고흐전>(입장료 1만2000원)에는 70만명의 관람객이 들었다. 이쯤 되면 영화나 뮤지컬 공연에서만 말하던 블록버스터급의 예술행사라는 말이 미술전시에서도 통하게 됐다. 우리 대중의 문화예술 享受(향수) 수요가 증가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이렇듯 많은 사람이 예술행사에 참여하고 관심을 보이게 된 것을 설명할 때면 으레 “경제 발전의 영향”이란 말을 한다. 우리의 경우 1970년대 본격적인 경제개발이 시작된 이래 양적 질적 성장을 거듭했고, 1990년대가 되면서 개인들의 삶의 질이나 여가에 대한 관심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문화예술 영역에 대한 수요와 소비도 급진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이것은 1993년에 1인당 GDP(국내총생산) 1만 달러에 진입했고, 2005년에는 2만 달러대에 이르게 되었다는 점과도 깊은 관련을 갖는다. 교양, 오락과 예술에 관한 소비에 지출한 액수가 1970년대 19달러에서 2005년에는 852달러로 상승한 것을 그 예로 제시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말하면 한 나라의 경제 수준이 그 나라의 문화수준을 가늠한다고 한다. 그 수준을 판단하는 근거로는 몇 가지 사례가 제시된다. 우선 경제가 발전하고 1인당 GDP가 높아지면, 문화예술에 대한 생산과 수요(소비)에 있어 양적 질적인 측면의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또 국민의 생활시간에서 노동시간 대비 사회·문화적 생활시간의 비율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일반인들이 문화예술을 즐기는 유형이나 형태에도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고 한다.
 
  끝으로 정부가 펼치는 문화 및 문화 인프라에 대한 지원이나 투자의 성격과 양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15년 후의 문화예술계 모습
 
  그렇다면 우리가 1인당 GDP 4만 달러를 이루게 될 때 문화예술에는 어떤 변화가 나타나게 될까? 4만 달러의 의미는?
 
  막연하게 말하면 지금 우리 소득의 두 배가 된다는 것이고, 조금 구체적으로 말하려면 미국이나 일본 등 다른 나라의 수준과 비교해 봐야 할 것이다.
 
  1인당 GDP 4만 달러대의 문화예술은 2020~2025년 사이의 우리 문화예술 수준을 가늠해 보는 일이 될 것이다. 1인당 GDP 4만 달러 시대, 대략 15년 후 우리 문화예술에 대해서는 세 가지 측면의 상상이 가능하다.
 
  첫째, 예술창작의 측면이다. 어떤 미술작품들이 主流(주류) 미술로 등장할 것이며, 미술작품의 창작에 대한 여건들은 어떻게 변할까? 컴퓨터나 비디오 TV를 이용한 미술작품을 미디어아트라 하는데, 그 분야는 여전히 유행할 것이다. 아니 가상현실이나 (감상자가 작품에 참여하는) 상호작용성이란 점에서 지금보다 더 첨단의 효과를 수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컴퓨터나 첨단 기계가 더욱 발달할 것이고, 또 그것을 통해 달성되는 효과들이 더욱더 다양하고 다채로워질 것이다. 그런 환경 속에서 예술가들이 그 효과들을 다루고 예술작품으로 응용하는 기술도 발전할 것이다.
 
  문화예술의 다양성이란 측면에서 아시아 미술에 대한 세계의 주목이 바탕이 되면서 중국, 인도를 비롯한 한국 미술시장까지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20세기 중반까지 서구 중심적인 관점에서 평가되고 진행되어 온 문화예술 현상들에 대한 반발들이 지금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그렇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서울미디어아트비엔날레나 광주비엔날레와 같은 전시회도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 서구 미술의 수동적인 수용이라는 점에서보다는 그 비엔날레들이 담고 있는 한국적인 관점과 아시아적 관점이라는 점에서 볼 때 그렇다. 따라서 각 나라나 지역의 특수성이 바탕이 된 세계화 국제화 및 소통이라는 방식이 미술창작의 주된 과제가 될 것이다.
 
 
  예술작품 직접 제작 경향 생겨날 것
 
  두 번째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문화예술을 대하는 관객(소비자)들의 태도 변화다. 소극적인 소비나 취미의 단계를 넘어, 문화예술을 통해서 여가를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활용하고 싶다는 욕구가 더욱 강해질 것이다.
 
  단순히 감상이라는 차원을 넘어 아마추어적인 단계일지라도 체험하고 예술작품을 직접 제작해보려는 경향들이 생겨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수요를 충족시켜 주기 위한 시설이나 프로그램들도 문화기관들에 의해 많이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문화와 예술이 가진 감성적인 측면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수단으로 주목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는 합리적이고 계산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非(비)인간적인 측면들에 대한 반발에 의한 것이기도 하다. 예술이 펼치는 상상력을 통한 세계와 유연한 접근 태도가 개인적·사회적 문제해결을 위한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점이기도 하다.
 
  최근 들어 지능지수보다는 감성지수에 주목하고, 명확하게 구분 짓고 획일적으로 설명하는 방식보다, 통합적인 사유방식을 강조한다는 점과도 관련을 갖는다.
 
  머지않아 개인적 차원에서의 예술작품 실습과 창조적 표현을 강조하면서, 나아가 사회적·국가적으로도 문화와 예술을 통한 사회통합을 강조하고 사회발전을 이루고자 하는 정책들이 나타날 것이다.
 
  세 번째로 생각해 봐야 할 점은 문화예술에 대한 국가의 역할이다. 문화와 예술에 대한 지원 수준에서부터 지원 유형, 그리고 관리에 이르기까지보다 체계적인 수준으로의 도약이 예상된다. 우선 국민의 문화예술 창조나 향수 기회 확대를 위한 문화 인프라의 확충이다.
 
  2002년에서 2007년에 걸쳐 5년간 나타난 우리나라 미술관 및 문화기관 변화 통계에 의하면, 공공미술관은 9개에서 25개로, 사설미술관은 52개에서 87개로, 문예회관은 113개에서 161개로, 소규모 문화의 집은 123개에서 225개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15년 후, 양적 측면에서 본다면 문화예술기관의 수는 적어도 지금의 두 배 정도에 이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할 때, 市(시), 郡(군), 區(구) 단위에서도 규모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미술관, 문예회관, 문화의 집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것이며, 그 공간에서 주민들의 문화체험과 창작 및 감상의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또 2012년 개관을 목표로 하는 국군기무사 터에 신축될 국립현대미술관 신관, 인천 대구 등 대도시에서 공사 중인 미술관들이 완공되어 제 구실을 하게 될 것이고, 우리나라 또는 그 지역의 문화적 랜드마크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갈등 치유 위한 문화 프로그램 개발해야
 
  양적 증대에 못지않게 질적 측면에서의 변화도 중요하다. 대다수 국민이 즐길 수 있는 문화유형에서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 그중 하나가 多文化(다문화)사회 현실을 반영하는 다양한 문화의 공급, 갈등을 치유할 수 있는 문화의 역할에 대해 주목하고 관련 프로그램의 개발이 있어야 한다.
 
  또 자본주의가 발달할수록 소득격차가 더욱 커진다는 점에서 문화 소외계층이 생겨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정보화 사회가 진전됨에 따라 인터넷이나 온라인상에서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 체험을 제공하기 위한 통신망의 구축도 필요하다.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국공립 미술관과 각 지역의 학교 컴퓨터를 연결하는 문화예술 전산망의 구축으로 학생들의 감성적 체험 교육을 위한 기반으로 삼는 것도 필요하다.
 
  앞으로 15년 이내에 통일이 이루어진다면, 다양한 문화공급을 위한 정부의 역할은 또 다른 국면으로 향해야 할지도 모른다.
 
  예술과 문화가 우리 국민의 통합을 넘어 70~80여 년 다른 길을 걸어온 남북한의 정치 경제 문화적 차이점과 갈등을 치유할 수 있는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 그때 필요한 문화의 새로운 통합력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도 지금부터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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