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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년 1월호

4만 달러 시대와 선진 신용사회

財테크보다 信테크가 앞서는 사회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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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 달성의 걸림돌 중 하나는 신용사회 확립의 문제
⊙ 2008년 9월 말 현재 한 가구당 빚은 4213만원, 국민 한 사람이 갚아야 할 빚은 1500만원에 육박

洪星杓 신용회복위원장
⊙ 1953년 충북 청원군 출생.
⊙ 성균관대 법학과, 同 경영대학원 세무관리 석사, 대전대 법학박사.
⊙ 서울보증보험 서울지역본부장·상무·전무, SG신용정보㈜ 대표, 국회 입법조사처 자문위원 역임.
개인회생과 개인파산 및 면책은 본인은 면책받지만, 보증인은 변제의무가 유지돼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할 위험성도 있다. 사진은 신용회복위원회의 상담 모습.
  30가구 남짓 오순도순 모여 사는 어느 시골 마을에서 무려 25가구가 파산했다. 이 영향으로 읍내의 금융기관이 문을 닫았다. 어느 먼 나라로부터 들려온 해외토픽이 아니다. 바로 경남 남해군에서 실제로 있었던 사건이다.
 
  몇 년 전부터 이 지역에서 변호사와 법무사들이 농사를 지으면서 농협에서 대출을 받은 주민들에게 “빚을 안 갚게 해주겠다”며 개인파산 신청을 부추긴 결과다.
 
  ‘아직도 빚을 갚으십니까’라는 도발적인 내용의 광고와 현수막을 버스나 길 한복판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것이 국민소득 2만 달러 문턱에 있는 대한민국 신용문화의 현주소다.
 
  2010년 11월 G20 頂上(정상)회의가 서울에서 열린다. G8을 넘어 명실상부하게 세계 경제를 이끌어 갈 글로벌 거버넌스 체제인 G20 정상회의를 우리가 아시아 최초로 개최, 한국경제가 변방에서 세계의 중심으로 도약하는 국운상승의 기회를 맞게 된 것이다.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향하는 길에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신용사회 확립이다. ‘신용’이라고 하면 신용카드 거래 같은 금융거래 등이 먼저 떠오르지만 간단하게 말하면 ‘빌린 돈을 잘 갚는 것’, ‘약속을 잘 지키는 것’, ‘말한 대로 행동하는 것’ 등이다.
 
 
  부채·파산공화국 오명 벗어야
 
  신용은 경제와 금융을 넘어 사회 전반의 질서를 바로잡아 개인과 사회가 함께 발전할 수 있게 만드는 기초 원칙이자 행동강령이다. 예를 들어 교통법규 준수도 규칙을 지켜 다른 운전자나 보행인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겠다는 사회적 약속이니 신용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이자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인 신용사회 확립의 걸림돌인 ‘부채공화국, 파산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치유하는 것이 추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금융회사로부터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인구가 600만명이나 되고, 금융채무 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 수는 2008년 2분기 현재 210만명 수준이다. 심각한 것은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개인회생과 개인파산 신청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손쉽게 신청할 수 있다는 점과 전문 브로커들의 회유가 그 원인 중 하나다.
 
  무분별한 개인회생 및 파산으로 인해 금융회사들이 입는 손실만 지금까지 25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이로 인해 서민을 대상으로 하는 금융권과 성실한 금융거래자들이 피해를 보고, 그 결과 신용등급이 낮은 금융소외계층은 점차 돈을 빌리기 힘들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개인회생과 개인파산 및 면책은 본인은 면책받지만, 보증인은 변제의무가 유지, 추심이 가능해져 또 다른 파산자가 발생하는 등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할 위험성이 있다.
 
  개인소비자의 과채무 문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주요 선진국에도 공통된 현상이다. 미국은 파산법이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높아져 2005년 개인파산 신청을 엄격하게 규정하는 방향으로 연방도산법을 개정했다. 이듬해인 2006년에 미국의 파산 신청건수는 전년도의 20% 수준으로 감소했다.
 
  도산법 개정의 핵심 내용 중 하나는 개인파산 신청자는 사전에 비영리 신용상담기구의 상담을 받도록 의무화했으며, 면책을 받기 위해서는 일정 시간의 신용 및 재무관리 교육을 이수하도록 한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 사전 상담을 넘어 파산신청 전에 행정위원회의 사전 채무조정을 의무화한 것이 특징이다. 선진국들이 신용사회를 이룩한 것은 모두 시민들의 권리와 그에 따른 책임을 분명히 지우는 제도를 통해 가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의 경우 법무부가 2008년 7월 개인회생 채무변제 기간을 5년에서 3년으로 줄여주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상태다.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도덕적 해이 발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은행들 역시 개인회생이나 파산제도 남용 방지를 위해 개인파산 신청 전에 의무적으로 중재기관의 사전 채무조정을 받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채무는 스스로 책임져야
 
  과다채무로 인한 금융채무 불이행자가 증가하고, 개인회생 및 파산신청 건수가 급증하는 것은 부채와 신용에 대한 안이한 인식 때문이다.
 
  한국의 가계채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 한국경제 회복에 큰 장애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8년 9월 말 현재 가계신용잔액은 712조8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를 전체 가구수로 나누면 한 가구당 빚은 4213만원이며, 국민 한 사람이 갚아야 할 빚이 1500만원에 육박한다.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 빚이다. 집은 물론이고 자동차, 가전제품 등의 신용카드 할부 등 평생 빚에 허덕이며 사는 이웃들이 부지기수다. 88만원 세대, 청년 백수 등 자조 섞인 용어로 미래가 걱정스러운 젊은이들도 명품을 선호하고 젊은층이 많이 모이는 유흥가는 경기가 어렵다는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항상 붐비고 있다.
 
  신용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자기 채무에 대해서는 스스로 책임지는 문화가 먼저 형성돼야 한다. 건강은 건강할 때 챙겨야 하는 것처럼 어릴 때부터 신용관리 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財(재)테크보다 信(신)테크가 앞선 사회가 선진 신용사회다. 초등학교 때부터 체계적인 신용관리 교육을 받아야 하고, 대학생들도 스펙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자금 대출 변제계획을 세우고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기 전에 신용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실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가차원에서 사회 전반의 신용을 관리하고 교육하는 기구 설립을 고려해야 한다.
 
  현대 사회에서 신용 없이 살아간다는 것만큼 어려운 일은 없다. 모든 금융행위가 신용을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빈번히 일어나고 있으며 가장 기초적인 형태의 금융행위가 知人(지인)들에게 돈을 빌리는 것이다. 이것도 신용이 없다면 힘들다는 사실이 이를 잘 증명한다.
 
 
  신용은 훌륭한 국가 경쟁력
 
  언젠가부터 우리는 ‘독일인이 만들면 믿을 만하다’ ‘일본인은 약속을 잘 지킨다’ 식으로 계량적으로 측정할 수는 없지만 우리 의식 속에 자리 잡은 관념을 가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독일인과 일본인은 정직한 사람,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관념이 상거래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해 두 나라가 戰後(전후)의 폐허 속에서 다시 선진국으로 빠른 시일 안에 합류한 원동력이 됐다는 점이다. 개인과 사회의 신용이 국가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한 사례다.
 
  영국의 옛 증권거래소 빌딩의 벽에는 ‘Dictum Meum Pactum’이라는 라틴어 세 단어가 새겨져 있다. ‘나의 말은 나의 문서’라는 뜻이다. 신용을 강조하는 이 말이 세계 최고 수준인 영국 금융산업과 영국인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정신이다.
 
  우리 역사 속에도 계승 발전시켜야 할 신용중시 문화와 전통이 있다. IMF 금융위기 등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많은 사람이 떠올리는 것이 신용을 최고의 商道(상도)로 삼았던 개성상인이다. 개성상인의 신용은 국내 상인은 물론 일본 상인들도 은행 이상으로 믿을 정도였다.
 
  그것은 이탈리아의 베니스 상인, 일본의 오사카 상인에 견줄 만한 우리의 자랑스런 전통 商人像(상인상)이자 정직하게 부를 쌓고자 하는 사람들이 본받고자 하는 부자像(상)이었다.
 
  개성상인의 상도는 일부 우리 기업인들에게 남아 있지만 舊韓末(구한말), 일제 식민지, 남북분단을 거치면서 점차 사라져갔다는 점을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선진 신용사회 구축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4만 달러 선진국 진입을 위해서는 피해갈 수 없는 시급한 과제다. 우리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경제성장을 달성한 경험이 있다.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에서도 가장 빠른 속도로 회복해 세계를 놀라게 한 저력도 있다. 선진 신용문화 구축도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신용사회 구축은 사회를 선진화시키고 경제의 체질을 튼튼하게 만들어 국민소득 4만 달러 목표 달성으로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한 열쇠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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