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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년 1월호

IT 강국을 위한 창조전략

전통산업과 IT 결합하면 新산업이 된다

田夏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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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아직도 하드웨어 중심, 산업사회 패러다임에 젖어 인터넷 강국에서 모바일 후진국으로
    전락
⊙ IT와 다른 산업의 결합 이끄는 ‘비즈엘리트’ 적극 육성하는 인프라 구축해야

田夏鎭
⊙ 1958년 서울 출생.
⊙ 서라벌고, 인하대 산업공학과 졸업. 연세대 경영대학원 마케팅 석사, 美 스탠퍼드大 SEIT과정
    수료.
⊙ 한글과컴퓨터 대표이사, 네띠앙 대표이사, 한민족글로벌벤처네트워크(INKE) 의장,
    벤처기업협회 부회장 등 역임.
⊙ 現 (주)픽셀플러스 사외이사, 인하대 겸임교수.
  1998년, 우리나라에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가 시작됐다. 이제 10여 년 남짓 흘렀는데, 그때와 비교하면 우리 일상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변해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인터넷과 휴대전화에서 나타났다.
 
  2008년 전 세계 인터넷 인구가 10억명을 넘어섰다. 1년간 경제규모가 600조원에 달하고 은행업무의 80%, 증권거래의 90%가 인터넷에 의존하고 있다. 세계 최대 통신회사였던 AT&T 자리를 대신해 구글이 나타났다. 두 번째 통신회사였던 월드콤이 사라지고 ‘이베이(eBay)’란 전자상거래 회사가 등장했다.
 
  이제 인터넷은 무선통신망과 연결돼 모바일 인터넷시대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 한국은 미국 등 IT 기술의 종주국들과 함께 이 흐름을 주도하며 ‘IT 强國(강국)’의 위상을 전 세계에 펼쳐 왔다.
 
  하지만 최근 그 발달의 속도가 더뎌지고 있다. 달콤했던 ‘IT 허니문’은 더 이상 한국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인터넷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스마트폰의 경우 2009년 말까지 약 2억8000만명이 사용할 것으로 예측되며, 2012년엔 기존 휴대전화 수를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안타까운 것은 미국은 휴대전화 사용자의 약 20%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 데 비해 우리는 고작 1% 정도만이 아주 제한적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9년 3분기에 출시된 스마트폰의 수는 무려 4000만 대에 이른다. 삼성과 LG의 휴대전화시장 점유율은 이미 30%를 넘어섰지만 스마트폰은 아직 4%에 미치지 못한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3G 서비스(3세대 이동통신기술 규격)를 시작했지만 계속 뒷걸음질치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소프트웨어 분야의 후퇴는 과연 우리가 지식국가로 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다.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애플社(사)의 아이폰(iPhone)은 사용자 편의성(User Interface)이 타 제품에 비해 월등히 앞서 있다. 그들은 각종 게임이나 응용프로그램을 다운받을 수 있는 앱스토어(appstore.com)를 완전 개방, 전 세계 누구든 이곳에서 아이폰 관련 콘텐츠를 사고팔 수 있게 했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10만 개가 넘는 콘텐츠가 사용자를 기다리고 있고, 10억명의 사용자가 다운로드를 했다. 하드웨어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사용자의 편의성과 다양한 소프트웨어임을 입증해 준 성공사례다.
 
  안타깝게도 한국은 독점적 지위를 가진 통신업자들이 폐쇄적으로 망을 운영하기 때문에 그들에 의해 선택된 극히 제한된 소프트웨어만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또 과거 저렴한 통신료 정책을 채택해 인터넷 강국이 됐지만, 현재는 비싼 통신료 탓에 모바일 후진국이 돼 가고 있는 현실은 실로 아이러니다.
 
  우리가 진정 4만 달러 선진국이 되겠다고 꿈꾸고 있다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전 세계를 압도할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비전과 ‘스마트’한 소프트웨어가 용솟음칠 수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인프라의 구축이다. 그렇게 얻어진 창조적 가치가 각종 산업에 접목돼 기존 산업의 경쟁력을 극대화시킬 때 우리는 진정한 4만 달러 시대에 안착할 수 있다.
 
 
  IT와 대리운전의 결합
 
  도로를 넓히기 전에 스마트 신호체계를 도입해 차량 흐름을 개선시키는 데 예산을 활용하면 어떨까. 그 기술은 전국의 차량 흐름을 개선시키는 데 활용될 수 있으며 전 세계의 교통 흐름을 개선하는 솔루션으로 비싼 값에 팔려나갈 수도 있다.
 
  산업사회의 성공이 땀 흘려 열심히 몸을 움직여 이룬 것이라면, 지식사회의 성공은 머리를 쥐어짜 내 얻어내는 성공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머리 없는 몸은 이제 고통받을 수밖에 없다.
 
  10년 전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인터넷쇼핑은 이미 백화점 매출을 뛰어넘었다. IMF 시절보다 더 힘들다는 요즘에도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덕분에 물류회사들의 성장도 가히 폭발적이다. 이제는 오전에 책을 주문해 오후에 받아보는 시대가 됐다. 서점보다 저렴한 가격은 기본이다. 시간과 교통비 등까지 포함하면 그 절약의 폭은 더 커진다.
 
  다른 나라에서는 아직 꿈도 꾸지 못하는 새로운 일자리가 한국엔 이미 약 20만 개 정도 있다. 바로 대리운전이다. 불과 5~6년 전만 해도 대리운전은 제한된 지역에서의 영업이었다. 그런데 이들이 모바일 기기를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하나의 거대한 네트워크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이제는 전국에 20만명의 대리기사가 마치 나를 위해 대기하는 시스템처럼 운영되고 있다.
 
  최근 DMB방송 광고의 대부분은 대리운전 광고다. 그만큼 시장 규모가 커졌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스마트’해진 대리운전 시스템은 이제 내가 누구인지, 우리 집이 어디인지 알려주지 않아도 집 앞까지 모셔다 준다.
 
  얼마 전 독일의 다임러社(사)는 올룸市(시)에서 ‘카투고(Car2go.com)’라는 新(신)개념의 차량대여 서비스를 시작했다. 회원은 아무 곳에나 주차되어 있는 카투고 차량을 찾아 회원카드를 대고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분당 400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고 차를 빌릴 수 있다. 그리고 목적지에 가서 아무 곳에나 주차해 두면 된다. 프랑스의 자전거 서비스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이런 서비스가 가능한 것은 IT기반의 시스템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대리운전 시스템은 향후 전 세계 도시에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PC방이라는 독특한 문화가 전 세계에 수출됐듯이 말이다.
 
 
  비즈엘리트 적극 육성해야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는 이미 상당한 IT기술의 혜택을 받고 있다. 이러한 IT 기술 기반 위에 새로운 일자리와 새로운 비즈니스가 지속적으로 창조되고 있음을 간과해선 안된다.
 
  ‘안된다’고 아우성치는 산업은 IT가 접목되지 않은 산업사회의 분야들이 대부분이다. 새로운 세상의 물결을 타고 있는 산업은 기하급수적으로 매출 증대가 이뤄지고 있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기에 앞서 자신이 과연 새로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인식하고 그에 대비하는 것이 더 현명한 전략 아닐까.
 
  개인과 기업뿐 아니라 국가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대비책을 가진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의 미래는 극명하게 대비될 것이다.
 
  안타깝게도 IT 기술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세련된 스마트 기술보다는 투박하지만 군중심리를 활용할 수 있는 쇼맨십을 더 필요로 하는 정치가들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IT를 통해 세상이 변해 가는 것에 대해 큰 관심이 없다.
 
  하지만 진정으로 대한민국이 지식 창조국가가 되길 기원하는 지도자들이라면 겉치레 정치를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국민들의 의식전환을 위해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남들은 총으로 전쟁을 하는데 아직도 활쏘기를 가르치면서 “열심히만 하면 된다”고 선동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산업혁명을 거치며 자연의 동력에서 기계의 동력으로 인류가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발명품을 갖게 되었듯이, 정보화 혁명은 인류가 단 한 번도 가져 보지 못한 다수와 다수 간의 시공을 초월한 소통방법을 선물할 것이다.
 
  필자는 스스로의 꿈과 희망을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면서 달인으로 성장하는 자들을 ‘비즈엘리트’라고 부른다. 비즈엘리트들은 주변을 배려하며 소통하고, 자신만의 경쟁력을 그들과 공유하며 집단지성을 이끄는 리더들이다. 우리 주변에 많지는 않지만 소리 없이 늘어나는 엘리트들이다.
 
  이러한 비즈엘리트들을 적극 육성하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또 이를 통해 IT 기반의 기술 위에 창조적인 부가가치를 양산, 기존 산업의 경쟁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위해선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무대가 필요하다. 창조력은 자발적인 행위이기 때문에 믿을 수 있는 무대, 동기부여가 확실한 무대, 자신의 열정을 쏟아낼 수 있는 무대를 찾기 마련이다. 또 아주 민감하기 때문에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결코 쏟아낼 수 없는 가치이기도 하다.
 
  그저 하드웨어만 덜렁 만들어 놓는다고 창조력이 용솟음칠 것이라 생각한다면, 산업사회를 못 벗어난 스스로의 고리타분함부터 질책해야 한다. 따라서 실패를 자산화하고, 또 신뢰할 수 있는 확실한 동기부여 정책 등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것이 지식국가의 가장 중요한 지식인프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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