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출 2000억 달러에서 3000억 달러에 도달하는 데 미국·독일 등이 6년, 일본이 12년 걸렸던 것을
우리는 불과 2년 만에 달성
⊙ 수출에서 30%에 불과한 중소기업의 비중 5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吳永鎬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 1952년 서울 출생.
⊙ 서울대 화학공학과 졸업, 美 버지니아주립대 경제학 석사, 경희대 경제학 박사.
⊙ 산업자원부 산업기술국장·차관보·자원정책실장, 대통령 산업정책비서관, 산업자원부 제1차관 역임.
2008년 이맘때 세계경제는 마치 지옥문을 마주한 듯 위태로웠다. 미국發(발) 금융위기가 거대한 불황의 쓰나미가 되어 全(전) 세계를 덮치면서 선·후진국을 가리지 않고 不況(불황)의 제단에 먹잇감으로 바쳐지는 신세가 됐다. 그로부터 1년여의 시간이 흘렀다.우리는 불과 2년 만에 달성
⊙ 수출에서 30%에 불과한 중소기업의 비중 5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吳永鎬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 1952년 서울 출생.
⊙ 서울대 화학공학과 졸업, 美 버지니아주립대 경제학 석사, 경희대 경제학 박사.
⊙ 산업자원부 산업기술국장·차관보·자원정책실장, 대통령 산업정책비서관, 산업자원부 제1차관 역임.
그 사이 무슨 일이 일어났던가? 미국은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망가진 경제가 회복되길 희망했지만 지지부진한 그의 지지율만큼이나 거대한 몸집을 일으키는 데 뜸을 들이고 있다.
노쇠한 유럽은 말할 것도 없고, 반 세기 이상 계속되어 온 자민당 1당 지배체제에 종언을 고한 일본 국민들은 10년 불황의 그늘을 떨쳐버리기는커녕 새로 집권한 민주당 정권으로부터 ‘디플레 공식 선언’이란 저주의 축문을 들어야 했다.
서광은 다른 곳으로부터 비쳐 들기 시작했다. 브릭스(BRIC’s) 국가를 대표하는 중국과 인도는 진흙 속에서 연꽃을 피우듯 각각 8.5%와 5.4%의 높은 성장률을 내다보고 있으며, 2010년부터는 성장률의 수위를 더욱 높여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브라질은 2009년 성적표는 별로지만 2014년 월드컵과 2016년 올림픽 개최를 통해 최소 7년간 삼바 춤을 출 태세다. 러시아는 푸틴 총리가 2012년 大選(대선) 출마를 고려할 만큼 경기가 바닥을 찍은 것으로 판단된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세계경제 지형을 크게 뒤흔들면서 국가간 서열도 급속도로 재편되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세상을 나눠 가질 만큼 커졌고, 음지의 거대국 인도와 인도네시아도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남태평양의 대륙국 호주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출구전략을 쓸 정도로 경기회복이 빠르게 진행 중이며, 남미의 강자 브라질은 본격적인 글로벌 플레이어로 나서기 위해 워밍업에 돌입했다.
‘소득 4만 달러’를 향한 출발점은 수출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쯤 서 있는가? 미래를 향한 우리의 시계는 확보되어 있는가?
연초 -2% 안팎이던 한국경제의 2009년 성장률 전망치는 최근 0%대를 넘어 소폭의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고, 2010년은 4%대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2009년 세계 수출순위가 역사상 처음으로 9위에 오르고, 세계 수출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로 커질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2007년 1인당 국민소득이 처음으로 2만 달러 대에 진입했지만 곧바로 다시 1만 달러대로 내려앉았다. 2009년에도 1만7100달러에 머물 전망이다. 지난 1995년 1만1432달러로 1만 달러 대에 들어선 이래 14년째 중진국 함정에 빠져 있는 것이다.
2만 달러는커녕 1만 달러 트랩에 갇힌 한국경제가 ‘4만 달러 소득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분명한 것은 ‘소득 4만 달러’가 단순한 계획이나 어설픈 방략만으로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험난한 관문이란 점이다.
2008년 말 현재 1인당 국민소득이 4만 달러를 넘는 나라는 미국·영국·독일·프랑스·노르웨이·스위스·덴마크·스웨덴·네덜란드·핀란드·벨기에·쿠웨이트·캐나다·호주·아이슬란드 등 20여 개국에 불과하다. 이들은 하나같이 험난한 과정을 거쳤다.
이 국가들 가운에 인구 5000만명이 넘은 미국과 영국은 수출보다는 內需(내수) 확대를, 호주·네덜란드·캐나다 등 인구 1000만〜5000만명인 국가들은 수출과 내수의 동반성장을 도모했다. 반면, 일본은 1995년과 1996년 두 차례 4만 달러를 돌파한 이후 국내경기 부진으로 다시 4만 달러를 밑돌고 있다. ‘소득 4만 달러’ 진입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우리에게는 수출이 있다. 우리는 1964년 수출 1억 달러를 돌파한 지 42년 만에 3000억 달러를, 다시 2년 뒤 4000억 달러 고지를 돌파했다. 수출 2000억 달러에서 3000억 달러에 도달하는 데 미국·독일 등이 6년, 일본이 12년 걸렸던 것을 불과 2년 만에 해냈다.
2009년은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 수출순위 9위권 진입이 예상된다. 정부는 2010년 수출이 5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교역액 1조 달러 시대’도 멀지 않았다. 우리가 가진 부존자원의 불리함과 수출성공의 노하우를 감안해 ‘무역강국’을 향한 치밀한 계획을 일사불란하게 작동시킨다면 ‘소득 4만 달러 시대’도 남의 얘기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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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로 수출되는 컨테이너를 하역하느라 붐비는 부산 감만부두의 야경. |
시급한 내수 확충작업
우선, 수출에서 30%에 불과한 중소기업의 비중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또 수출이 늘어나면 일본산 부품·소재의 수입 증가로 對日(대일) 무역적자가 자동 확대되는 惡(악)순환을 뿌리 뽑아야 한다.
중소기업 수출비중 확대와 부품·소재산업 육성은 ‘고용 없는 경제성장’을 해소하고 내수를 진작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고용 없는 성장’은 ‘수출호조-투자증대-고용증가-소비증대’의 善(선)순환이 안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중심의 부품·소재 산업이 자리를 잡는다면 수출증대는 곧바로 중소기업의 투자와 매출, 고용 증대와 내수시장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고리를 부활시킬 수 있다.
시장적 관점에서는,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한 중국 내수시장, 대기업 위주로 진출하되 중소기업을 동반하는 전략이 유효한 인도시장, 중소기업 수출비중이 42%로 전체 평균을 훨씬 웃도는 아세안 시장을 주목할 만하다.
수출확대와 함께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무역 불균형 해소다. 경제위기를 초래한 근본 원인 중 하나가 세계적인 무역 불균형임을 상기할 때 重商主義的(중상주의적) 관점에 매몰되지 않는 것이 ‘소득 4만 달러 시대’를 맞는 우리의 또 다른 과제다.
이런 점에서 내수확충 작업이 시급한데, 해결의 단초는 서비스산업 육성에서 찾을 수 있다. 금융·보건의료·교육·컨설팅 등 사업서비스에 대한 지원 강화를 통해 내수기반을 확대하는 동시에 비교역재의 한계를 벗어나 새로운 수출상품으로 육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여는 推動力(추동력)은 주력 산업과 서비스산업 경쟁력 제고, 신제품 개발, 해외 인수·합병(M&A), 해외자원 개발 그리고 인재양성 같은 전통적이면서도 새로운 성장동력의 창출 이외에 발상의 전환을 통한 성장 프런티어 확충을 통해 얻을 수 있다.
高(고)유가로 대표되는 에너지 문제, 온실가스 감축으로 대표되는 지구 온난화, 물 부족과 환경오염, 低(저)출산 고령화 문제 등 글로벌 이슈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굴하는 ‘인류 비즈니스’가 그것이다.
우리 산업을 떠받치고 있는 철강·조선·석유화학·자동차는 高(고)에너지 소비구조를 초래한 1970년대의 중화학공업 육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과거의 성장 엔진이던 에너지 多(다)소비형 산업을 에너지 低(저)소비형 산업 위주로 전환해야 한다. 무늬만 녹색이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녹색기술을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주력 산업을 IT(정보기술)·NT(나노테크) 등 다양한 첨단기술과 융합해 후발국과 기술격차를 유지하고, 에너지 고효율화와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는 녹색기술을 접목시켜 새로운 산업으로 창출해야 한다.
화석연료를 대체할 새로운 청정 에너지원 개발에 핵심 역량을 투입하고, 원자력 에너지 비중을 높여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는 동시에 에너지 가격 급변동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녹색기술의 발전·확산 과정에서 주목받는 신재생 에너지, 이산화탄소 저감, 오·폐수 처리 및 중금속 회수와 물 부족 문제에 대처해 이들을 산업화하고 수출로 연결시킬 수 있는 신속한 대응능력이 필요하다.
저출산으로 인한 성장 잠재력 훼손 문제는 지식과 정보산업으로 인력을 대체하는 동시에 해외인력의 적극 유입을 통해 보충할 수 있다. 고령인구 증가를 헬스케어 서비스나 실버산업 창출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의 호기로 활용함직하다. 이 과정에서 의료와 서비스를 단절적으로 인식하는 벽을 허물고, 헬스나 의료를 하나의 시스템 산업으로 보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무역협회는 2009년 11월 30일 李明博(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46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2010년 주요 공략시장으로 인도·아세안을 지목하고 진출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의료·관광, 컨설팅, 전시컨벤션 등 주요 서비스산업 수출전략도 준비했다.
이에 앞서 2009년 4월에는 중국 내수시장과 일본시장을 집중 공략할 것을 다짐했고, 이후 착실한 실행으로 對(대)중국 수출이 플러스로 돌아서고 對日(대일) 무역적자가 크게 감소하는 성과를 거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