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우디 압둘라 국왕, 美 하버드大 보유기금과 맞먹는 200억 달러 기금 출연해 세계적 수준의
KAUST(킹압둘라과학기술대학) 설립
⊙ ‘두뇌전쟁’ 이끌 과학기술 인력 양성이 국가의 흥망성쇠 좌우
白聖基 포스텍 총장
⊙ 1949년 경기 수원 출생.
⊙ 경기고, 서울대 금속공학과 졸업. 美 코넬대 재료공학 박사.
⊙ 美 오크리지 국립연구소 연구원, 포항공대 신소재공학과 교수, 포항공대 포항가속기연구소장 역임,
現 포스텍 신소재공학과 교수.
2009년 9월 사우디아라비아의 KAUST(킹압둘라과학기술대학) 개교 행사에 초청받아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불과 이틀간의 짧은 여정에도 필자가 받은 인상은 매우 강렬했고, 우리나라의 미래를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KAUST(킹압둘라과학기술대학) 설립
⊙ ‘두뇌전쟁’ 이끌 과학기술 인력 양성이 국가의 흥망성쇠 좌우
白聖基 포스텍 총장
⊙ 1949년 경기 수원 출생.
⊙ 경기고, 서울대 금속공학과 졸업. 美 코넬대 재료공학 박사.
⊙ 美 오크리지 국립연구소 연구원, 포항공대 신소재공학과 교수, 포항공대 포항가속기연구소장 역임,
現 포스텍 신소재공학과 교수.
개교 행사 예산만 1억 달러가 들었다는 KAUST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국왕이 세계 수준의 과학기술대학 설립을 통해 과학기술의 획기적인 발전을 꾀하고, 이를 경제 성장의 동력으로 삼고자 설립한 석·박사 과정의 연구중심대학이다.
국왕이 국영 정유회사인 사우디 아람코에 총 200억 달러의 기금(이는 미 하버드대 보유기금과 맞먹는 수준이다)을 출연해 설립했다. 현재 이학·공학분야 11개 학과를 개설하고 2020년까지 교수 250명, 학생 2000명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표면적으로 내세운 설립취지는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서 지구온난화의 主犯(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석유경제가 유발한 기후 변화의 인류문제를 해결하고자 석유로 벌어들인 재원을 투자하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석유경제 이후를 내다본 사우디아라비아의 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임이 분명해 보인다.
지식산업사회에서의 국가 경쟁력은 대학의 경쟁력에서 나오고, 특히 과학기술이 국가 산업발전의 핵심 원동력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KAUST의 개교를 통해 볼 수 있듯이 세계 각국은 앞다퉈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이공계 대학을 집중 육성해 국가 미래전략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세계는 지금 치열한 ‘두뇌전쟁’ 중이다. 과학 선진국들이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앞다퉈 미래 과학기술을 위한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미국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과학기술의 위상 회복’이란 기치를 내걸고,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2009년 추경예산에 미국과학재단과 미국국립보건원 지원 등 과학기술분야 예산을 대폭 증액 편성했다.
일본은 2007년 과학분야 노벨상을 휩쓸었음에도 불구하고, 2009년 ‘기초과학강화 추진본부’를 설치하고, 범정부적 차원의 기초과학 역량 강화 전략 수립과 과감한 재정적 투자에 나서고 있다.
최근 우리 정부도 기초과학에 뿌리를 둔 창조형 국가 건설을 위해 기초원천 분야의 연구개발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리고 다양한 기초과학 육성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초과학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과 탄탄한 기초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선진 일류국가가 되기 위한 확고한 기반을 닦아 나가겠다는 것이다.
과학이 주도하는 新산업 창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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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주도하는 新산업을 창출해야 4만 달러가 가능해진다. 사진은 포스텍 생명공학연구센터에서 연구원들이 단백질 분석필름을 검토하고 있는 장면. |
그러나 기초과학 연구 역량을 선진국과 대등한 수준으로 발전시키기에는 재정적 투자도 중요하나, 무엇보다 선진국 수준의 창의적인 人的(인적)자원 육성을 위한 전략적 투자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최근의 경제위기로 2009년 우리나라의 1인당 GDP가 4년 전인 2005년 수준으로 퇴보할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1970년 250달러에서 고속성장을 해 10년 만인 1980년에는 1000달러를 돌파했다. 건국 40년 만인 1988년에 3000달러를 넘어섰고, 1994년에 1만 달러, 2007년에 2만 달러를 기록했지만, 세계 경제 침체와 함께 마이너스 성장과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4만 달러 시대를 전망하고 있고, 또 이에 다가서기 위해서는 치밀한 전략수립과 혁신이 끊임없이 이어져야 한다.
우리나라가 총체적 의미의 선진사회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기초과학 연구 역량 강화를 통한 산업기반을 창출하고, 우수인재 한 명이 1만~10만 명을 먹여살리는 지식기반사회를 선도할 창의적 인재를 집중 육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
다음으로는 산업구조의 체질적 개선이 시급하다. 지난 반세기 우리나라의 경제성장 동력은 인력과 자본, 토지를 바탕으로 한 양적 생산력 확대의 굴뚝형 산업 중심이었다.
지금까지 한국 경제는 남다른 역동성과 세계 경제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여 성장세를 이어왔지만, 모방과 양적 투입에 기반한 굴뚝형 산업구조는 더 이상의 성장을 담보하지 못하고 한계에 직면하게 될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면 중국, 인도, 브라질 등 후발공업국들의 부상과 도전으로 위기적 상황에 내몰리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 국민소득 4만 달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가기 위해서는 기초과학의 저변 확대와 원천기술 개발을 통해 과학이 주도하는 신산업을 창출해야 한다.
21세기의 산업혁신은 과학이 주도할 것이 명약관화하다. 과학기술이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무한경쟁시대인 것이다.
삼성전자+포스코<구글
최근 창립 40주년을 맞은 삼성전자나 세계적 기업으로 우뚝 선 포스코가 우리나라의 대표기업이라 할 수 있지만, 40여 년 역사의 이 둘을 합친 것보다 1998년 창업하여 불과 11년 남짓 된 구글이 더 큰 기업 가치를 일구어냈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 스탠퍼드대 두 대학원생의 흥미와 아이디어가 수십, 수백만 명을 먹여살리는 초거대 글로벌기업을 만들어 낸 것이다.
각종 재화의 생산력 확대를 통한 양적 팽창으로는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21세기는 정보통신기술을 바탕으로 한 과학이 주도하는 신산업을 어떻게 형성하고 창출하느냐가 국가 발전의 패러다임이다.
지식은 창의성에 기초한 무한한 가치 창출의 원천이다. 신산업 창출은 창의적인 연구를 권장하고, 이를 선도 육성하는 사회 기반이 우선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또 이를 뒷받침할 시스템 정비와 정책들이 시급히 수립돼야 한다.
따라서 세계 기술혁신을 선도할 원천기술 개발을 위해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가 강화돼야 한다. 생명공학, 정보통신, 나노기술 등의 신기술에서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하면 세계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이런 원천기술은 기초과학 기반이 탄탄하지 않고서는 불가능에 가깝다. 21세기의 우리나라 경제를 책임질 신성장동력을 발굴, 육성하는 것과 병행해 현재의 주력산업들의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과학기술의 질적 발전을 이뤄내야 한다.
아울러 대학 연구실이나 각종 연구기관에서 배출되는 각종 연구 성과를 사업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서둘러 정립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과학기술분야 연구가 선진국과 여전히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고는 하나 새로운 기술 개발과 기업 창출이 가능한 것들이 엄청나게 많다. 이를 활성화할 시스템의 미비로 기껏해야 지식재산권 출연에 그칠 뿐 연구실 내에서 사장되고 만다.
창업에 의해 수반되는 위험 부담을 줄이고 각종 지원책을 늘려주는 정책이 확립되면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과 선진화를 크게 촉진시킬 것이다.
우수한 人的자원이 우리 미래의 자산
1인당 GDP 4만 달러 진입의 관건은 원천기술 개발을 주도해 나갈 창조적 인재를 어떻게 양성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는 결국 교육 문제로 귀결된다. 고도의 지식 창출과 글로벌 핵심인재 양성을 대학이 책임질 수 있도록 대학의 연구와 교육기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야 한다.
학생과 학부모는 공교육을 믿지 못한 채 소위 일류대학 입학에만 급급하여 사교육시장만 기형적으로 팽창해져 있고, 급기야 해외 유학이 만연한 상황에서 우수한 인재를 길러낼 수 없다.
과학기술이 중시되는 사회적 풍토를 하루빨리 조성해야 하며, 과학기술인으로서의 꿈과 비전을 갖고 미래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질적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인 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해야 한다.
대학이 이러한 인재를 길러내는 데 앞장서야 한다. 과학기술과 산업을 선도하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대학을 육성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우수한 인적자원만이 우리의 미래를 담보할 유일한 자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