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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년 1월호

4만 달러 시대의 정부와 행정

민간, 시장에 넘길 것은 모두 넘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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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부터 작아져야 한다. 정부가 큼으로써 오는 낭비는 이루 말할 수 없어
⊙ 전체부터 보고 부분을 고려해야 하는데도 部處들은 부분만 내세우기를 떡 먹듯이 한다

金光雄 서울대 명예교수
⊙ 1940년 서울 출생.
⊙ 배재고·서울대 법과대학 졸업, 同대학원 행정학 석사, 미국 하와이 대학교 정치학 박사.
⊙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행정대학원장, 한국행정학회장, 한국공공정책학회장,
    한국사회과학협의회회장, 중앙인사위원회 위원장 역임. 現 서울대 공공리더십 센터 상임고문.
  2009년 11월 말 현재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1만7000달러다. 2만 달러를 넘은 때도 있었다. 현재의 배가 되는 4만 달러를 달성하려면 적어도 10년 내지 15년 이상은 걸릴 것이라는 예측을 한다.
 
  한국의 경제성장은 대개 정부가 주도하는 유형에 해당한다. 4만 달러 달성까지는 기업과 더불어 정부의 몫이 매우 클 것이다. 그렇다면 4만 달러가 되었을 때도 정부가 지금과 같은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
 
  한국의 경제성장에서 신기한 것 중의 하나가 수혜국이 원조국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국가의 경쟁력이나 정부의 효율성 등이 다른 나라에 비해 그리 뚜렷하게 더 나은 것으로 보이지 않는데도 말이다. 세계은행이나 국제경영개발원(IMD) 같은 기관들이 평가하는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2009년 9월 현재 27위다. 2006년에 38위, 2007년에 31위에 비해 많이 올라갔으나 OECD 국가 중에서는 여전히 낮은 순위다. 그런데 이들 순위는 평가기관마다 달라, 세계경제포럼(WEF)은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19위로 평가하기도 했다.
 
  정부 행정효율성은 47위(2007년)이고, 기업경영 효율성도 45위(2007년) 수준이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나라는 ▲제도(28→53), 인프라(15→17), 거시경제(4→11) 등 ‘기본요인’(16→23), ▲초등교육(26→27) 고등교육(12→16), 상품시장(22→36), 노동시장(41→84), 금융시장 성숙도(37→58) 등 ‘효율성 증진’(15→20) ▲기업활동 성숙도(16→21), 기업혁신(9→11) 등 ‘기업혁신·성숙도’(10→16) 등 3대 분야의 12개 세부 부문에서 시장규모(13→12)만 빼고는 순위가 모두 내려갔다. 특히 아직도 공공 부문의 부패지수는 180개국 중 39위(5.5점)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세계경제 불황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경제성장은 꾸준하다. 문제는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성장하면서 내일로 나아가도 되는가, 하는 의문이 앞선다는 점이다.
 
  대부분 OECD 국가들의 정부는 줄어드는데 우리는 여전히 정부가 크다. 정부를 줄이는 일부터 하는 것이 내일을 대비하는 바른 자세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정부부터 작아져야
 
  정부가 작아져야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先進(선진) 국가라는 것은 정부의 간섭과 통제가 최소화되고 많은 것을 민간부문에 맡기는 국가라는 뜻이다.
 
  한국은 아직도 公共(공공)재정 지출이 국민총생산 대비 37.9%이다. 정부가 OECD에 보고하기에는 28%라고 해서 작은 정부인 듯 강변하지만, 공기업 65개를 포함해 계산하면 적지 않은 비중이다.
 
  전형적인 관료국가인 한국 정부가 4만 달러 시대에 어떻게 변신해야 하는가는 많은 논의가 따라야 한다. 정부가 큼으로써 오는 낭비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정부는 국민의 세금을 물쓰듯한다. 힘들게 번 돈이 아니니 예산을 마구 쓴다. 현란하게 보이면 문화적인 줄 알고 돈을 퍼붓는다. 아직도 정부 고위직들은 업무추진비나 특별활동비를 쓸데없이 쓴다. 지방자치단체의 청사를 보면 기가 막힌다.
 
  4만 달러가 넘는 선진국들의 정부 규모를 잠시 들여다보자. 현재 4만 달러가 넘는 국가는 20개국이다. 실제로는 25개국이지만 통계 자료를 제시하지 않은 국가가 있다.
 
  정부의 규모는 나라마다 다르다. 부처나 명칭도 그 나라의 특성에 맞게 갖추었다. 노르웨이 17개 부처, 스웨덴 16개 부처, 네덜란드 17개 부처, 덴마크 19개 부처, 룩셈부르크 19개 부처, 독일 14개 부처, 스위스 8개 부처, 캐나다 23개 부처, 그리고 미국 15개 부처이다.
 
  일본은 행정개혁 후 부처 수를 11개로 줄였다. 내각부(경찰과 방위), 총무성, 법무성, 외무성, 재무성, 문부과학성, 후생노동성, 농림수산성, 경제산업성, 국토교통성, 환경성 등이 일본의 현 정부 편제다. 하지만 이런 정부 편제가 미래정부형 편제는 아니다.
 
  다양한 부처 수에서 알 수 있듯이 선진국은 부처 수에 그리 민감하지 않다. 필요한 일을 민주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관료국가는 부처 수를 줄이는 것이 국가를 위하는 길이라고 누누이 강조한다.
 
  한국 정부도 지금까지 정부 개혁이라는 미명하에 부처 수를 줄이는 일에 급급했다. 하지만 정부가 자리를 잡으면 다시 부처가 늘어나는 일이 반복됐다. 그런 방식은 옳지 않다. 앞으로는 정작 정부가 어떤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가려서 없앨 조직은 민간부문에 이양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
 
  예를 들면 관광・체육 같은 업무를 정부가 관장하는 선진국은 없다. 반면에 우리도 노동·고용과 연관된 이민과 노인 관련 부처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식량과 에너지 등을 관장하는 부처는 더 강화돼야 할 것이다.
 
  미래형 정부 조직에서 반드시 바뀌어야 할 부문은 정부의 소프트웨어 부문이다. 미래는 복잡계(수많은 구성요소의 상호작용을 통해 구성요소 하나하나의 특성과는 사뭇 다른 새로운 현상과 질서가 나타나는 시스템) 과학과 융합학문 시대인데도 정부를 이끄는 사람들의 의식과 생각은 하나도 바뀌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세종시 건만 하더라도 기업이나 대학 유치라는 것은 20세기적 발상이다. 미래융합학문의 중심에는 디지그노(Designo·심미안과 지혜)가 자리한다.
 
  과거부터 학문의 세계는 기억의 축(역사), 이성의 축(철학), 상상의 축(시학)이 있었는데 미래에는 상상의 축이 훨씬 더 영향력을 발휘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인문·디자인·디지털(Humanity Design Digital·HDD)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여러 분야의 지식을 연계하고 보다 아름답게 꾸미고자 하는 노력의 반영인 것이다. 그게 디지그노다.
 
  사람들은 NT, BT, IT 등은 강조하면서 RT의 중요성은 모른다. 관계기술(Relations Technology·RT)은 기초기술의 가치를 배가시킨다. 관계들을 엮어 승수효과(경제 현상에서, 어떤 경제 요인의 변화가 다른 경제 요인의 변화를 유발하여 파급적 효과를 낳고 최종적으로는 처음의 몇 배의 증가 또는 감소로 나타나는 총효과)를 극대화시키는 것이다. 세종시 건설은 일본 게이오 대학이 후지사와 캠퍼스를 구축하면서 12명의 유능한 컴퓨터 전문가들부터 보낸 것을 하나의 귀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렇게 현실은 놀라운 속도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데도 정부는 아직도 公私(공사) 부문을 나누는 등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엘리너 오스트롬처럼 공공재는 제3 섹터에서 관리해야 자원이 고갈되지 않는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없어질지도 모른다
 
정부가 큼으로써 오는 낭비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정부는 국민의 세금을 물쓰듯한다. 힘들게 번 돈이 아니니 예산을 마구 쓴다. 사진은 과천 정부종합청사 내 각 부처 안내표지판.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 폴러시>가 향후 30년에는 공공부문이 ‘소아마비’와 ‘공산당’ 등과 더불어 없어지는 것 중의 하나라는 예측을 한 적이 있다.
 
  미래에 정부 내지는 공공부문의 위상은 분명히 변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지금 같은 위상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때가 되면 정부는 사회에 존재하는 여러 기관 중의 하나일 뿐이지, 지금처럼 중심에 자리를 잡고 한껏 뽐내는 기관은 아닐 것이다.
 
  지금 정부 모습을 몸에 비유해 표현하자면, 머리는 크고 손발 등 몸통은 작아 운신을 잘 못하거나, 아니면 심장은 튼튼해 잘 달리는데 머리가 모자라 의미 있는 일을 가리지 못하는 사람과 비슷하지 않을까? 더욱이 체내 혈관에는 혈전이 잔뜩 껴 혈관이 막혀 건강하지 않다면 그 몸은 어떻게 될까?
 
  계급의식이 차곡차곡 쌓여 계급 간, 부서 간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상태를 말하려는 것이다. 이런 정부를 그대로 두어야 할까? 학문 쪽도 마찬가지여서 관료의식과 감정을 인지행정학이나 감정행정학의 이름으로 규명해 볼 생각을 조금도 하지 않는다.
 
  無(무) 정부까지는 안되더라도 정부가 지금 같아서는 안될 것이다. 더욱이 세상이 변하고 패러다임이 바뀌는데 미래정부는 지금 정부의 원리와 규칙대로 상정하면 안될 것이다.
 
  패러다임이 바뀌면 정부조직이 지금과 같을 수는 없다. 효율성을 기하는 길도 다르다. 무엇보다도 정부는 민간 시장에 떠넘길 것은 모두 다 넘겨야 한다. 그땐 자율과 자정 기능이 정부보다 시장과 NGO가 훨씬 나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앞에서 관광과 체육 등을 말했지만, 산업부의 성격이 정부에 남을 이유가 없다. 대신 에너지 같은 것은 정부가 관장해야 할 것이다.
 
  효율성을 높이는 길은 결국 관료들의 인식과 의식의 대전환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온갖 경영기법을 동원해 자로 재고 또 재봤자 낭비를 줄이기는커녕 비효율이 눈덩이처럼 쌓인다. 患部(환부)를 방사선으로 지져서 될 일이 아니고, 도려내야 사람이고 정부고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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