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반도의 운명을 국제여건에만 맡기면 통일 가능성은 희박해질 것
⊙ 중국이 북한 붕괴가 자신의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인식하면, 중국의 적극개입을 통해
북한은 개혁·개방과 붕괴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어
金錫友 21세기국가발전연구원 원장
⊙ 1945년 충북 논산 출생.
⊙ 서울대 행정학과 졸업. 서울대 대학원 국제법 석사.
⊙ 외무부 아주국장, 대통령비서실 의전비서관, 同 의전수석비서관, 통일원 차관,
국회의장 비서실장 역임.
⊙ 중국이 북한 붕괴가 자신의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인식하면, 중국의 적극개입을 통해
북한은 개혁·개방과 붕괴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어
金錫友 21세기국가발전연구원 원장
⊙ 1945년 충북 논산 출생.
⊙ 서울대 행정학과 졸업. 서울대 대학원 국제법 석사.
⊙ 외무부 아주국장, 대통령비서실 의전비서관, 同 의전수석비서관, 통일원 차관,
국회의장 비서실장 역임.
- 1990년 10월 3일 분단의 상징이었던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 독일 국기를 흔드는 독일인들. 분단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통일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서독의 통일외교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
한국 경제는 1972년을 전후한 시기부터 북한을 추월하기 시작, 이제는 GDP에서 북한의 40배에 달하고 있다. 남북한의 체제 경쟁은 끝났다. 한국은 대청해전에서 보듯 첨단기술과 경제력의 뒷받침 아래 국방력에서도 북한을 압도하고 있다. 여기에 韓美(한미)동맹까지 더하면 북한의 재래식 전력은 더 이상 큰 위협이 되지 못한다.
북한 정권은 1990년대 동구권 붕괴와 냉전체제 해체에도 불구하고 세습독재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개혁개방을 거부해 왔다. 그 결과 더 곤경에 빠지게 된 북한은 마지막 생존수단으로 핵무기 개발을 추구하고 있다.
오늘날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개발을 제어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주체로 행동하지 않는 북한이 핵무기를 갖는 것을 어느 주변국이 용납하겠는가? 오로지 북한과의 관계를 脣齒(순치)관계로 보는 중국만이 북한 정권이 붕괴하지 않도록 도움을 주고 있을 뿐이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도 불구하고, 그것만으로 남북 간의 균형이 뒤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과 같은 상태가 지속되면 ‘남북관계’가 한국의 1인당 GDP 4만 달러를 달성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金正日(김정일)의 건강 악화로 父子(부자)세습 이행에 차질이 생기고 급변사태가 일어날 경우다. 대량살상무기의 확산, 북한사회의 치안 악화, 대규모 餓死(아사)사태나 탈북자의 대량 발생과 같은 격변이 일어나고, 이런 사태가 東北亞(동북아) 정세의 불안정으로 이어질 경우, 과연 1인당 GDP 4만 달러 달성이라는 꿈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일부에서는 북한이 붕괴되면 그 충격으로 남한도 곤경에 빠지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햇볕정책을 추진했던 金大中-盧武鉉(김대중-노무현) 정권의 논리였다. 이들은 북한 주민의 고통은 외면한 채, 북한 정권이 넘어지지 않도록 지원했다.
여기에는 선동적 요인이 많이 작용했다. 북한 붕괴 시에 부담해야 하는 통일비용이 막대하기 때문에 분단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낫다는 논리가 그 대표적인 것이다.
분단관리비용보다 싼 통일비용
경제학적으로 분석해 보면 통일비용은 분단으로 인해 장기적으로 부담하는 비용보다는 훨씬 적게 든다. 다만 갑자기 북한 정권이 붕괴됐을 때, 심리적 공황상태나 혼란을 단기간 내에 극복하고 초기 소요비용을 신속하게 조달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지난 10년간의 햇볕정책은 성과가 없었다는 것이 판명됐다. 개혁·개방을 거부하는 북한이 붕괴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것은 기적을 기대하는 것과 같다. 주민들을 굶어 죽게 하고 인권을 유린하는 북한 정권을 끝도 없이 지원하려는 시도야말로 우리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이 될 것이다.
때문에 남북관계가 1인당 GDP 4만 달러 달성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북한 급변사태에 철저히 대비하는 한편, 주변국을 대상으로 한 통일외교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첫째, 북한 급변사태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정부의 적극성이다. 우수한 인력과 자원을 투입해 급변사태에 대한 체계적인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20년 전 독일통일은 우리에게 좋은 先例(선례)가 된다. 예컨대 兩獨(양독) 간 통화 교환비율, 분단 전 토지소유권 인정, 분계선의 개방 문제 등을 한반도 실정에 맞게 조정할 경우, 우리는 독일보다 훨씬 경제적으로 사태를 수습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 주민의 긴급 비상식량이나 의약품을 지원하는 데는 연간 수억 달러면 충분하다. 한국 GDP의 1%로 북한 GDP의 40%에 해당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아울러 북한 급변사태 해결과 통일 후의 사회적 통합을 위해서는 탈북자 문제와 북한인권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2만명에도 못 미치는 탈북자들을 우리 사회에 통합시키지 못하면서, 통일을 얘기하는 것은 위선이다. 탈북자들은 북한 급변사태와 통일 과정에서 남과 북을 연결시키는 교량 역할을 해 줄 귀중한 人的(인적) 자원이다.
둘째, 우리 사회 내의 이념 갈등을 극복해야 한다. 지난 두 정권 10년간 남북 화해와 민족공조라는 명분 아래 親北(친북)세력이 확산됐다. 이들은 통일비용에 대한 공포감을 증폭시켜 젊은 세대의 통일 의욕에 찬물을 끼얹었고, ‘우리 민족끼리’를 외치면서 미국산 쇠고기 파동과 같은 反美(반미)데모를 벌였다.
이들은 북한 정권의 수명이 다해 가기 때문에 더욱 기승을 부리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북한 정권이 붕괴되면 그와 연계됐던 친북세력은 한순간에 사라질 것이다.
북한 급변을 통일기회로 만들어야
셋째, 정부 당국은 북한 급변사태가 분단 고착화로 끝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지정학적으로 한반도 통일은 주변 강국의 협조 없이는 어렵다. 주변국들은 말로는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을 환영한다”고 하지만, 속으로는 自國(자국)의 이익계산 때문에 분단의 현상유지를 선호한다고 보아야 한다. 한반도의 운명을 국제여건에만 맡기면 통일 가능성은 희박해질 수밖에 없다.
한반도 통일에 호의적인 미국은 中東(중동)문제나 경제위기를 해결해야 하는 부담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만 중국의 협조를 얻어 제거한다면, 한반도 통일문제는 우선 과제로 삼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주변 여건을 고려하면, 한국이 자신의 장래에 대해 소극적일 경우 통일의 기회는 사라질 수도 있다. 정부는 주변 정세를 냉정하게 파악하고, 통일에 대비한 적극적 외교를 전개해야 한다.
넷째, 동북아 지역은 역사적·지리적 이질성 때문에 유럽과 같은 多者(다자)안보체제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지역 내 안보와 평화는 주요국 간의 力學(역학)관계를 중심으로 풀어갈 수밖에 없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 협의는 북한 급변사태에 대응하는 유용한 협의 경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이를 지역 내 다자안보기구로 발전시켜 兩者(양자)적 안보체제를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섯째, 현재의 세계질서는 엄연히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경제력이 상대적으로 퇴조한다고 하지만 미국은 아직도 전 세계 GDP의 25%를 생산하고 있다. 최상의 교육과 첨단기술을 선도하고 있고, 민주주의와 법치와 같은 보편적 가치를 구현하고 있다.
예측 가능한 미래에 중국이 미국의 주도적 지위를 대체할 가능성은 적다. 이제 한국은 지난 정권 10년간 훼손됐던 한미 동맹관계를 복원하고 강화해야 한다. 미국이 한국 방위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한국으로서도 테러방지, ODA(공적개발원조), PKO(평화유지활동) 참여와 같은 분야에서 능력에 상응하는 국제적 책임을 분담함으로써 한미 간 신뢰를 확고하게 해야 한다. 그러한 신뢰를 기초로 해야만 북한 급변사태 시 한미 간의 협력을 완벽하게 하고, 주요국에 대한 설득도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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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과정에서 한반도의 통일이 중국의 안보에 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중국에 납득시켜야 한다. 2009년 11월 북한을 방문한 량광례 중국 국방부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환영객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
주변국 통일외교 펼쳐야
여섯째, 1992년 8월 韓中(한·중) 수교 후 한중 관계는 모든 분야에서 급격하게 발전했다. 경제면에서 중국은 한국의 압도적 1위 교역대상국이 됐다. 인적 교류 면에서도 한국인이 연간 400만명으로 중국 입국여행자의 첫 번째가 됐다. 양국 경제 관계는 상호보완적 요소가 크기 때문에 더욱 확대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의 붕괴가 자신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생각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한국으로서도 양적으로 확대되는 한중 관계에 걸맞게 양국 간 대화를 더욱 긴밀하게 발전시켜야 한다. 그래서 개혁·개방을 거부하는 북한이 붕괴하더라도, 그것이 중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설득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이라는 완충지대를 잃는다는 중국의 불안감을 해소시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예컨대 북한 급변사태 처리 후 미군이 압록강·두만강 국경선으로 올라가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을 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한미 간에 긴밀한 전략협의를 거쳐 미국이 중국을 함께 안심시켜야 한다. 2005년 이후 지난 7월 말까지 여덟 번 열렸던 미·중 전략대화는 그런 문제 해결을 위한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중국이 북한 붕괴가 자신의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인식하게 되면, 중국의 적극개입을 통해 북한은 개혁·개방을 하든가, 아니면 붕괴하든가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일곱째, 북한 급변사태가 한반도 통일로 귀결되도록 일본과 러시아의 협력을 확보해야 한다. 일본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이념을 공유하는 한·미·일 공조체제의 중요한 축으로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나 외국인 납치에 대해 엄격한 입장을 취해 왔다. 통일과정에서 우리는 막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게 될 텐데, 이때 일본이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도록 조율해 나가야 한다.
러시아는 냉전 종결 이후 동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이 크게 떨어졌으나, 地政學(지정학)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나라다. 러시아도 한반도 통일에 많은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시베리아 횡단철도나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의 한반도 통과는 한반도가 통일되어야 효율적으로 실현할 수 있고, 인구가 적은 극동 시베리아 개발에도 한국의 참여가 절실하다.
서독 통일외교의 교훈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 붕괴 후 서독은 미국과 소련의 지원을 얻어 영국·프랑스의 반대를 극복하고 통일을 달성했다. 서독 정부의 주도면밀한 주변국 외교는 우리에게 값진 교훈이 될 것이다. 북한 급변사태의 한가운데서 현상 유지를 선호하는 주변국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서독 정부가 민족자결권을 주장하여 통일을 달성한 지혜를 우리도 발휘해야 한다.
북한 급변사태를 우리의 능동적인 대비와 주요국의 협력으로 잘 수습하면, 한반도의 분단해소와 통일실현은 장기적으로 남·북한의 경제통합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를 낳게 되고, 이는 한국경제의 제2의 도약시대를 열게 될 것이다.
북한의 인적자원과 자연자원이 남한의 자본·기술과 제대로 합쳐진다면, 골드만삭스의 보고서에서 예측한 대로 한국은 1인당 GDP 4만 달러 시대를 뛰어넘어 21세기 중반에는 전 세계 G7 안에 들어가는 强國(강국)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