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低價 화장품, 생수판매, 실내 인테리어, 선식, 유제품
가정배달사업 등 성공사례들 속속 나타나
이번 경제위기 끝나면 韓中 경제력 역전될 것
가정배달사업 등 성공사례들 속속 나타나
이번 경제위기 끝나면 韓中 경제력 역전될 것
- 최영철 태성무역 동사장.
그는 韓中(한중)수교 2년 전인 1990년 삼양식품 중국법인 총경리로 파견을 나왔다가 회사를 그만두고 청도다산유한회사라는 액세서리 기업을 창업해 운영해 왔다. 현재 이 회사는 딸들에게 물려주고 칭다오 지역으로 진출을 희망하는 한국 기업인들을 위한 조언과 자문 역할을 맡고 있다.
최 고문은 “중국은 남한 면적의 98배, 56개 소수민족이 있고 개혁개방 후 매년 9.9%씩 성장했습니다. 중국 내에 한국 투자기업은 4만~4만7000개 정도로 추산되는데, 이 중 산둥성(山東省)에 2만여 개, 칭다오 지역에는 7000~1만여 개의 기업이 활동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요. 한중 간에는 현재 週(주) 820편의 항공편이 개설되어 있고, 연간 500만명의 한국인이 중국을 다녀갔습니다. 현재 중국 내에서 장기 거주하는 한국인은 약 70만명으로 추산되는데, 청도 한국상회에 정식 등록을 한 회원사는 800여 개로, 대부분이 중소기업입니다. 과거에는 8만여 명이 칭다오 지역에 상주하고 있었는데 최근의 미국發(발) 경기침체 여파로 3만여 명이 한국으로 귀국해 칭다오 지역의 초등학교 학급 수를 줄일 정도입니다.”
최 고문의 설명에 의하면 처음 중국에 진출한 1990년에는 칭다오 지역에 한국인이 10명에 불과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 기업들은 초기에는 저렴한 인건비와 토지비를 기반으로 가공·제조를 하여 해외 수출하는 방식의 비즈니스가 주를 이루었습니다. 그런데 중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종업원 월 평균 임금이 1990년에는 120위안 정도면 충분했으나 현재는 1200위안 정도입니다. 게다가 8시간 근무제, 잔업수당, 퇴직금 제도 등 강력한 노동법이 시행되면서 저렴한 인건비에 의존하던 한국 기업들이 한계상황에 처했어요.”
외자 유치 위한 각종 우대조치 폐지
최 고문은 “1인당 평균 임금이 200달러가 넘어가면 각종 보조금 등의 영향으로 실질 임금은 1인당 300달러가 되기 때문에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버텨내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1990년대만 해도 중국 정부는 업종을 가리지 않고 외자기업들을 유치하느라 각종 특혜나 우대정책이 많았는데, 지금은 대부분의 우대정책이 폐지돼 경영여건이 크게 악화됐다는 점이다. 최 고문의 설명.
“초기에는 8년 정도 소득세 면제혜택을 주었고, 기계설비도 면세로 들여올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토지나 건물도 임대가 가능했기 때문에 중국 진출 과정에서 부담이 크지 않았어요. 지금은 이런 혜택들이 거의 사라졌고, 외자기업들이 많이 진출하면서 노동력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최 고문은 “중국도 심각한 환경오염을 해결하기 위해 이른바 ‘綠猫論(녹묘론)’을 들고 나왔다”고 한다. 과거에는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黑猫白猫論(흑묘백묘론)이 대세였지만, 이제는 환경을 중시한다는 차원에서 녹묘론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칭다오 지역의 경우 액세서리 업체들이 많이 진출해 있는데, 액세서리 제조과정에서 필수적인 도금이 환경오염의 主犯(주범)이라 하여 일절 신규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고 한다.
중국 정부도 이젠 실질적으로 중국에 기여할 수 있는 기업의 진출을 원한다고 한다. 투자금은 500만 달러 이상, 그리고 환경오염 없고, 노동집약산업이 아닌 첨단산업 업종을 가려서 투자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런 여건들이 겹치면서 노동집약적인 업종에서 활동하던 한국 기업들이 수출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한계에 부딪히자 인건비가 중국보다 저렴한 베트남으로 이전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최 고문은 “베트남의 경우 전력, 도로, 용수 등 인프라가 중국보다 미비한 데다가 진출 기업들이 직접 땅을 구입해서 공장을 지어야 하기 때문에 초기 투자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되자 한국 기업들은 해외 수출보다는 중국 내수시장으로, 복잡하고 골치 아픈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서비스업종을 잡아라
최 고문은 “현재 중국의 정책이 제조업 위주에서 유통·서비스 업종을 대대적으로 성장시키는 쪽으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트렌드를 잘 파악해서 대처하면 큰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한국 상인이 한국에서 양념 오징어구이 기계를 가지고 들어와 크게 성공한 사례가 있다고 한다. 또 한국의 中低價(중저가) 화장품을 들여다 중국에서 판매하여 성공을 거둔 브랜드들이 생겨나고 있으며 생수판매, 실내 인테리어, 선식, 유제품 가정배달사업 등 한국에서 이미 성공한 방법론을 중국에 접목하여 성공을 거두고 있는 사례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최근 들어 칭다오 지역에서 경복궁과 흥부 등 한국 레스토랑이 성업 중이다. 이는 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한국 기업인들이 외국 바이어나 중국 사업 파트너들을 한국 식당에 초청하여 식사를 자주 하면서 중국 사회에 韓食(한식)이 널리 알려진 탓이다.
최 고문은 “일부 잘나가는 한국 레스토랑을 제외하면 중소기업이 중국 내수시장을 뚫고 들어가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과거 수출에만 주력할 때는 영어만 할 줄 알면 가능했지만, 중국은 다릅니다. 때문에 내수시장을 뚫고 들어가려면 중국어 의사소통이 필수입니다. 그런데 한국 기업인 중 중국어가 가능한 사람이 많지 않아요. 중국은 또 국토면적이 워낙 넓어 지역마다 적용하고 시행하는 제도와 방법이 각각 다릅니다. 따라서 어떤 지역에 진출할 경우 그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활동하는 한국 기업인들의 조언을 받아 해당 지역의 제도와 방법을 상세히 설명 듣고 해당 지역의 특색에 맞는 기업활동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 고문은 또 중국인들이 한국 기업인들에게 상식에 어긋나는 요구를 많이 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소규모 자본을 투자하여 식당을 개업한 분들은 대부분 건물을 임차하는데, 장사가 잘되면 갑자기 임대료를 몇 배로 올립니다. 칭다오에서 한국식 사우나로 유명한 수정궁 사우나의 경우도 엄청난 시설투자를 해서 오픈을 했는데, 계약기간이 끝나자 ‘나가라’고 요구하는 바람에 낭패를 경험한 사례가 있어요.”
그는 “이번 미국발 경제위기가 끝나면 한중 간의 경제력이 역전되어 있을 것”이라면서 “지난 20여 년은 한국 기업들이 우월적 입장에서 이익을 내면서 투자를 했지만 거대한 공룡처럼 힘이 세진 중국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최 고문은 “그렇지만 중국은 우리에게 엄청난 기회의 땅이기 때문에 중국에서 우리 경제의 희망의 鑛脈(광맥)을 계속 캐내야 한다”면서 “칭다오 지역으로 진출을 원하는 분들을 위해 칭다오 지역의 한인상공회는 투자상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