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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년 8월호

李政周 코휘드 사장

농업이 블루오션이다 9억 농민시장을 잡아라

金正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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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앗간에서 출발, 年 매출 1000억원의 사료기업으로 성장
“우리는 위기를 먹고사는 기업. 사스, 멜라민, 곡물 파동 때마다 서너 배씩 성장”
이정주 코휘드 사장.
  중국 지린성(吉林省) 창춘(長春)에서 선양(瀋陽)으로 가는 고속도로 인근엔 ‘행복촌’이란 이름을 가진 마을이 있다. 무너질 듯 위태로운 벽돌집과 거친 비포장길, ‘낙후’란 단어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 ‘깡촌’에 승합차 한 대가 들어섰다.
 
  먼지 자욱한 곳을 뛰노는 아이들과 카드게임을 하는 남자들의 시선이 금세 집중된다. 빨강과 녹색 무늬의 로고를 단 차는 이들의 관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10여 분을 더 달려 한 양돈장에 도착했다.
 
  ‘紅宇(홍우)’란 간판이 보이는 입구에 金吉東(김길동) 박사와 왕리궈(王利國) 연구원이 차에서 내리자, 쉬싱쿤(徐興坤) 농장장이 이들을 반갑게 맞았다. 각종 건강검사 및 진단장비를 갖춘 김 박사팀은 곧바로 양돈장에 들어가 돼지들의 혈액을 채취하고 백신을 주사하는 등 獸醫(수의) 서비스를 시작했다. 쉬 농장장이 우리 안쪽의 한 새끼 돼지를 지목하자, 이들은 곧바로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바이러스 백신을 주사한다.
 
  한 시간 후, 전체 500마리 규모의 양돈장 점검을 마친 김 박사가 농장장에게 별다른 이상이 없다며 체크리스트에 서명을 했다. 검사 내내 걱정스러워하던 쉬 농장장의 표정이 그제야 밝아졌다. 중국에서 유일한 현장 수의 서비스팀인 코베트(COVET)의 검증을 마쳤기 때문이다. 그의 농장은 2년 전부터 서비스를 받기 시작해 약 20%의 생산량 증가를 기록했다.
 
  코베트는 한국인 李政周(이정주) 사장이 세운 사료기업 ‘코휘드(科菲特·Cofeed)’에서 운영하는 수의팀이다. 이들은 주기적으로 회원 농장을 방문해 가축의 건강을 수시로 점검한다. MPT 건강점검 장비를 통해 에너지대사, 간기능 등을 검사하고, 세균성 질병과 전염병에 대한 진단을 시행한다.
 
  이 모든 서비스의 대가는 무료다. 코휘드의 사료를 사용하는 농장은 언제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중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쉽게 도전하기 어려운 차별화 서비스를 통해 시골의 허름한 방앗간을 임차해 시작했던 회사는 6년 만에 年(연) 매출 450억원 규모로 고속 성장했다.
 
 
  방앗간에서 시작한 사료회사
 
코베트팀이 젖소의 건강을 체크하고 있다.

  2003년 2월은 이정주 사장에게 잔혹한 시기였다. 큰 꿈을 품고 시작한 영국계 식품회사의 중국 법인장 자리를 뺐겼기 때문이다. 4년 반 동안 적자 상태에 있던 회사에 부임한 직후부터 1000명에 이르는 직원을 해고하고 공장 3개를 문 닫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회사의 경영상황은 정상화됐지만, 중국 측 파트너들과 사이가 벌어졌다는 이유로 그는 2년 만에 실업자 신세로 전락했다.
 
  “좌절감에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가 봐야 희망이 없었어요. 중국에서 다시 승부를 걸어야 하는데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맨손으로 시작하는 수밖에 없었죠.”
 
  평생 사료업에 종사했던 그가 다시 선택한 돌파구는 역시 사료였다. 전 직장에서 함께 그만둔 부하직원 두 명이 이 사장과 함께하겠다고 나섰다. 세 명은 며칠 동안 밤을 새워 가며 사업구상을 했고, 회사의 기본 구조와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문제는 자금이었다. 빈털터리나 다름없었던 이 사장은 소유하고 있던 아파트를 팔고 친척과 친구들에게 돈을 빌렸다. 그렇게 만들어진 자금은 인민폐 100만 위안, 당시 환율로 약 1억3000만원이었다.
 
코휘드 코베트(COVET)팀이 양돈장을 방문해 새끼돼지의 혈액을 채취하고 있다.

  창춘 외곽지역의 작은 방앗간을 빌려 공장을 차렸다. ‘규모는 작을지언정 품질은 최고가 되자’는 마음으로 고급 사료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첫 달 생산해낸 양돈 사료는 60t, 12명의 직원을 먹여살리기엔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창업과 동시에 위기가 찾아왔다. 사스(SARS·급성호흡기증후군)가 중국 전역에 확산돼 직원들의 이동이 통제됐다. 타 지역 방문이 금지돼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받은 이정주 사장과 직원들은 다시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결론은 간단했다.
 
  ‘가는 데까지 가 보자.’
 
  이동은 주로 감시가 적은 밤에 시행됐다. 차량은 마을 입구에서 모두 막기 때문에, 걸어서 미리 연락해 놓은 장소로 이동해 농민들을 모아 놓고 설명회를 가졌다. 이 사장은 그 시절을 이렇게 회상했다.
 
  “두세 달 동안 특수작전을 방불케 하는 영업을 했습니다. 그렇게라도 안 하면 모두가 죽는다는 각오로 돌아다녔습니다.”
 
 
  위기 때마다 두 배씩 성장
 
코베트팀의 왕옌팡 연구원이 채취한 혈액으로 실험을 하고 있다.

  이들의 노력이 통한 것일까. 한국 기업이 생산한 고급 사료라는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생산량과 매출액이 조금씩 늘기 시작했다. 수개월이 지나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가는가 싶더니, 이번엔 경쟁사들의 악선전과 유언비어가 발목을 잡았다.
 
  “‘이제 할 만하다’고 생각할 무렵, 경쟁 업체에서 ‘무늬만 한국 기업’이라며 ‘공장에 직접 가 보라’고 대리점 주인들을 종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몇몇 대리점에서 직접 찾아왔어요. 상품은 그럴듯했는데, 공장이 너무 초라했죠. 한 번 방문했던 사람들은 며칠 후 어김없이 연락이 끊겼습니다.”
 
  四面楚歌(사면초가)의 이정주 사장은 새로운 전략을 세웠다. 대리점이 아니라 최종소비자(엔드유저·end user)를 공략하는 것. 사료의 최종 고객은 결국 사람이 아니라 가축이었다. 당시 직접 서비스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조차 없었던 중국 농민들은 이정주 사장의 고객관리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당시 직원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가축이 고객이다. 가축과 대화하라’고. 대리점 영업이 불가능하니 거꾸로 했어요. 농가를 일일이 방문해 직접마케팅을 펼쳤습니다. (저희의 정성을) 가축이 알고, 또 농민이 아니까, 대리점은 저절로 따라오더라고요. 소비자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물건 안 가져다줄 업자가 어디 있겠습니까.”
 
  회사는 매년 두 배에 가까운 성장을 했지만, 위기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정주 사장은 코휘드를 ‘위기를 먹고 사는 기업’이라고 표현했다.
 
  “창업하니 사스가 왔고, 조금 자리를 잡을 만하니 세 차례 곡물파동이 닥쳤습니다. 결정적으로 작년엔 멜라민 파동까지 오더군요.”
 
  ― 어떻게 대처했습니까.
 
  “어떻게 하긴요. 위기 때마다 두 배로 성장했죠.”
 
  자료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매출액과 판매량 통계를 보면 코휘드는 곡물파동이 있었던 2004, 2005, 2008년 2~4배에 이르는 고속성장을 했다. 중국인들이 가축을 파는 시기인 春節(춘절·매년 2월)을 제외하고는 월평균 판매량이 끊임없이 증가했다.
 
  “비결은 품질입니다. 처음부터 위기로 시작했기 때문에 품질관리를 철저하게 했죠. 중국 사료업계 중 최초로 미국 품질사료협회(AAFCO)에 가입했고, HACCP(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을 통과했습니다.”
 
 
  멜라민 파동이 성장의 전기
 
2003년 창업 당시의 방앗간 공장.

  2008년 9월 멜라민 파동이 터졌다. 중국산 분유를 비롯한 각종 유제품에서 멜라민이 검출됐다는 보도가 나온 첫날, 이정주 사장은 밤 11시에 야간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이미 HACCP 실험실에서 멜라민을 비롯한 중금속, 조섬유, 조지방 등을 검사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다음날 곧바로 지린성 정부로부터 안전성을 인정받았다. 중국 유제품 관련 기업 중 최초였다. 다른 업체들은 최소 3주일이 걸려서야 기준을 만족할 수 있었다.
 
  곧바로 농가들을 일일이 방문했다. 목장에서 직접 멜라민 수치를 분석하고, ‘코휘드 사료를 먹였는데 멜라민이 검출되면 전액 보상한다’는 내용의 보증서를 나눠줬다. 위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대책을 갖춘 덕에 소 사료 생산이 월 5500t에서 한 달 만에 7500t으로 급증했다.
 
  곳곳에서 사료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멜라민이 검출돼 곤욕을 치른 중국 최대 유제품 업체 멍뉴(蒙牛)유업과 곧바로 사료공급 계약을 맺었다. 2009년 3월엔 멍뉴유업의 파트너 중 제1위 기업으로 선정됐고, 이리(伊利)와 이핀(伊品) 등 중국 대형 유업과 합작을 시작했다.
 
  그 결과 2007년 8323만 위안(한화 약 100억원)이던 매출은 2008년 2억2319만 위안(한화 약 450억원)까지 치솟았다. 코휘드는 이 여파를 계속 이어나가 2009년 상반기에 이미 2008년 매출액을 돌파했고, 연말까지 매출 약 5억 위안(한화 약 1000억원)을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위기 때마다 사업장도 계속 확장됐다. 2005년 11월, 창춘 공업단지에 제1공장을 세웠고, 2008년 양돈·수산사료 전문 공장을 건설했다. 현재 공사 중인 헤이룽장성(黑龍江省) 치치하얼(齊齊哈爾)시 제3공장은 올해 11월 말 완공될 예정이다. 또 동북3성의 풍부한 사료곡물을 한국의 해외자원 기지로 활용하기 위한 ‘해외곡물 공급기지’를 건설해 국내 지역 축협과 협력 운영하고 있다.
 
  사료에서 출발한 사업은 어느새 식품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재 건설 중인 피-팜(P-Farm) 육가공 공장이 완공되면 고급 브랜드 축산물을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할 예정이다.
 
  공장이 증설될수록 서비스도 확대됐다. 코베트 수의서비스센터를 중심으로 임신진단서비스, 농가기술대학, 양돈대학(100명 참여), 낙농대학(200명 참여), 飼養(사양)전시대회, 韓中(한중) 축산 워크숍 개최, 산학협력 등 다각적인 시스템이 도입됐다.
 
 
  고급 브랜드로 승부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한 기술 세미나를 1년 동안 1000회 실시했고, 연간 1000여 명의 고객이 30회에 걸쳐 회사를 방문했다. 초창기 12명에 불과했던 직원은 6년 만에 220명으로 늘어났다.
 
  이정주 사장의 욕심은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는다. 2013년까지 하얼빈(哈爾濱)과 선양(瀋陽)에 생산공장을 증설하는 한편, 허베이성(河北省) 탕산(唐山)에 판매기지를 세워 동북3성은 물론 네이멍구(內蒙古) 지역까지 판매망을 넓혀 나갈 계획이다.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연간 사료 판매량은 30만t, 연 매출액은 한화 3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정주 사장은 중국에서 성공하려면 ‘관시(關係·관계)’보다는 ‘고객관리’가 우선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올해 1월 9일, 400여 개 대리점주들을 모아 사업전진대회를 개최했습니다. 최고급 호텔의 연회장을 빌려 화려하게 파티를 열고, 우수한 성적을 낸 대리점은 크게 시상을 했습니다. 인센티브를 극대화한다고 연 행사인데, 아마 대리점주들 입장에선 평생 처음 겪어 본 일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더 큰 계획을 선언했죠. ‘2009년 목표를 달성할 경우, 전세기를 빌려 하이난섬(海南島)으로 단체여행을 떠난다’고 했어요. 반응이 폭발적이었습니다. 아마 2010년 1월에 함께 떠날 것으로 확신합니다.”
 
  중국의 연간 사료 소요량은 약 1억5000만t이다. 사육되는 돼지가 5억5000만 마리에 이르며, 肉鷄(육계)는 35억 마리, 젖소는 1400만 마리다. 사료공장이 약 2만 개 있지만, 대부분 서비스보다는 단순 판매라는 예전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사장의 설명이다.
 
  “핵심은 차별화된 전략으로 현지에서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것입니다. 현지 경쟁 업체들이 감히 따라올 수 없는 첨단 서비스와 최고급 품질을 제공하는 데 회사의 모든 여력을 재투자하는 것이죠.”
 
  이 사장은 특히 중국 지역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한국인 기업가들에 대해 “조금만 시선을 돌려 더 큰 시장을 보라”며 이렇게 조언했다.
 
  “보통 중국이라 하면 13억명의 거대한 시장을 먼저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사업 구상을 하죠. 자동차, 가전제품, 휴대전화, 금융, 엔터테인먼트 등등….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중국 인구 중 9억명은 농민입니다. 이 넓은 블루오션을 두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실패해 낙담하는 한인들을 보면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 이정주 사장이 제안하는 중국 성공 비결
 
  ㆍ첫째도 사람, 둘째도 사람이다. 인재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마라.
 
  ㆍ13억 시장만 보고 들어오면 망한다. 충분한 기간을 갖고 준비하라.
 
  ㆍ시간이 필요하다. 조급해지면 惡手(악수)를 둔다.
 
  ㆍ위기 때 가장 크게 성장할 수 있다. 미리 준비한 자에게 위기란 곧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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