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자상 애강산 대표.
재중국 한인회 송교승 사무총장에 따르면, 베이징을 찾는 한국 기업인, 정치인, 고위 공무원들이 중국인을 접대하기 위해 가장 선호하는 곳이 애강산이라고 한다. 鄭夢準(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내내 전 세계 축구협회 관계자들과 올림픽 위원회 관계자들을 이곳으로 초대해 식사를 했다고 한다.
한국인들만 애강산을 찾아서는 이 정도 매출을 올리기 힘들다. 辛子相(신자상·59) 사장의 설명에 의하면 전체 손님 가운데 한국 고객의 비중은 10% 정도에 불과하고 70%는 중국 고객이며, 나머지 약 20%는 중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라고 한다.
송교승 사무총장은 “중국 전역에서 한국 음식점으로 이 정도 매출을 올리는 곳은 ‘애강산’밖에 없다”며 “한국 음식점을 중국에서 기업화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첫 사례”라고 했다.
정자가 있는 한국 시골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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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강산 2호점. |
애강산 1호점이 자리 잡은 곳은 베이징 자오양구(朝陽區) 장타이시로(將台西路) 쓰더(四得)공원 한편이다. 이곳은 베이징의 중심이라는 자오양구에서도 교통의 요지 가운데 하나다. 근처에 한국 대사관이 있어 한국인 유동인구가 많다.
식당 입구에 들어서자, 4인조 악단이 국악을 연주하며 손님을 맞았다. 1·2층 합쳐 약 2400㎡(약 800평)인 1호점에는 빈 자리가 거의 없었다. 음식점 내부는 우리나라 시골 풍경을 고급스럽게 옮겨 놓은 듯했다. 음식점 바닥에는 개울이 흐르고, 개울 안에는 고운 자갈이 깔려 있었다. 개울 위에 걸쳐 있는 여러 개의 방은 과거 양반들이 시를 짓고 술을 마시던 정자를 떠올리게 했다.
신 사장을 따라 음식점 내부 곳곳을 구경하는데, 종업원들이 우리말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했다. 종업원들은 잠시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현재 애강산 1호점에는 주방 포함 종업원이 약 180명, 2호점에는 120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한국 사람 6명과 조선족 3명을 제외하면 모두 한족이다.
― 종업원들이 친절하네요.
“음식점은 직원 관리가 가장 어렵고 중요합니다. 중국에 있는 음식점들 가 보시면 알겠지만, 직원들이 아직 서비스 마인드가 없어요. 애강산은 단지 뭔가를 먹고 가는 곳이 아닙니다. 저희는 중국인과 중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게 한국 음식과 문화, 전통을 느끼게 하는 곳입니다. 때문에 직원들이 고객들에게 제대로 서비스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매일 서비스 교육, 언어 교육을 철저하게 시켰습니다. 어느 종업원이 못한다고 야단을 치는 대신 잘한 종업원을 뽑아서 시상을 하고 상금을 줬습니다.”
― 종업원들 대우도 좋겠네요.
“베이징에 있는 고급 음식점 가운데 가장 임금이 높습니다. 다른 곳의 두 배 정도 됩니다. 저희는 종업원을 뽑을 때, 인턴으로 뽑아서 잘하는 사람을 정식 직원으로 채용합니다. 다른 곳보다 대우가 좋으니 정식 직원이 되기 위해 시키지 않아도 잘하게 됩니다.”
바깥이 훤히 보이는 방 아래로 개울이 흘렀다. 일행이 신발을 벗고 방에 들어서자, 중국인 종업원이 “신발 닦아 드릴까요”라고 우리말로 물어봤다. 신 사장을 쳐다보니 “공짜니까 닦으세요”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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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강산 2호점 내부 모습. 한국 시골 모습을 현대식으로 재현했다. |
중국 상류층이 主 고객
신 사장이 건넨 메뉴판에는 한국 음식이 총출동돼 있었다. 등심, 갈비, 삼겹살 등 육류부터 갈치, 조기, 고등어, 도루묵, 구이 등 생선류는 물론 각종 전요리, 탕요리, 김치 종류만 10가지였다. 음식들은 나물 한 종류까지 모두 컬러 사진으로 돼 있어, 한국요리에 익숙지 않은 중국인들이 고르기 쉬어 보였다. 신 사장은 애강산에서 중국인들에게 인기가 좋은 요리 몇 가지를 골랐다.
‘꽃등심, 양념갈비, 갈치구이, 모둠전, 총각김치, 갓김치, 각종 나물 요리….’
음식 가격이 꽤 비쌌다. 꽃등심(일본 고베産 와규)은 250g이 680위안(약 13만6000원), 생갈비 300g 138위안(약 2만7000원), 갈치구이 두 마리 65위안(1만3000원), 고추전과 해물파전이 각각 78위안(1만5000원), 88위안(약 1만7000원) 등이었다. 모든 음식에는 부가세 15%가 붙는다.
― 가격을 보니 중국에서 잘사는 사람들만 오겠군요.
“저녁에 술 안 마시고 각종 요리를 시키면 대개 1인당 8만~9만원 나옵니다. 술을 조금 마실 경우 한국 강남 고급 일식집 가격이 됩니다. 대개 한국 손님보다 중국 손님의 1인당 단가가 1.5배 이상 높아요. 저희 음식점 뒤에 주차장이 있는데, 중국 고객분들 차 가운데 최하가 아우디입니다.”
― 음식점이 공원 안에 있다는 게 신기합니다.
“중국에서는 전체 공원 용지의 4%를 임차할 수 있습니다. 공원을 관리하는 회사는 여기서 나오는 임차료로 공원을 관리하는 거죠. 현재 베이징 전체에 공원이 200여 개 있어요. 애강산 1호점이 있는 사득공원처럼 외부 사업자에게 임대를 해준 곳보다 아직 임대를 안 해준 곳이 많아요. 그런 측면에서 중국 대도시는 고급 음식점 하기에 금상첨화입니다.”
― 공원에서 부지를 임대해 주지 않았다면 애강산을 열지 못했겠군요.
“2005년에 중국에 놀러 왔다가 공원에 음식점을 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애강산을 오픈했습니다. 한국은 자기 땅이 없으면 고급음식점을 크게 할 수 없어요. 임대료도 너무 비쌀뿐더러, 큰 땅이 나오질 않고, 지주들이 매년 임대료를 올리는 통에 장사를 못해요. 그런데 중국은 주차장도 공원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어 매우 편해요. 수백 대를 주차해도 자리가 남을 정도입니다.”
신 사장은 공원관리를 맡고 있는 국영회사와 20년 임대계약을 맺었다. 임대료는 평당 우리 돈으로 2만원. 애강산 1호점의 바닥면적이 800평이니, 약 1600만원이다. 임대료는 5년마다 5%씩 올려 주기로 되어 있다고 한다.
“한국문화를 중국 主流에 제대로 알리고 싶어”
신 사장은 젊은 시절부터 음식업계에 뛰어들었다. 36세이던 지난 1986년 그는 ‘또순이 순대’라는 브랜드로 전국에 수십 개 체인점을 열었다. 이후 춘천 토속 음식이었던 닭갈비를 전국화한 ‘춘천집’, 1990년대 초중반 대학생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락카페 ‘고구려’도 그가 만든 브랜드였다.
현재는 한국에서 조선갈비집(분당 율동공원과 의정부 장암동)과 대중 샤부샤부 요리집인 ‘정성본 샤부칼국수’를 운영하고 있다. 정성본 샤부칼국수는 한국에 약 70여 개 체인점과 직영점 3개가 있다. 신 사장은 “음식업을 시작한 후 성공하지 못한 적이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한국에서는 고급요리, 대중요리, 서민요리 등 모든 부문에서 성공을 해봤습니다. 이제 더 바랄 게 없다고 생각하던 참에 중국에 왔어요. 중국 음식을 먹다가 질려서 한국음식점에 갔더니, 이건 더 못 먹겠더군요. 완전히 수준 이하였어요. 처음에는 고급 음식점이 아니라서 그런가 보다 하고는 베이징에서 가장 고급이라는 한국음식점을 찾아갔죠. 그러나 현실은 너무 충격이었습니다. 음식 수준과 종업원 수준이 과거 15년 전 중국에 진출할 때의 수준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다른 한국 음식점들이 이 집을 모델로 장사를 하고 있으니, 한국 음식은 엉망이라는 편견이 중국에 퍼진 거죠.”
― 제대로 된 한국음식을 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 겁니까.
“네. 맛도 맛이지만, 중국의 주류사회에 한국문화를 제대로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어요. 한 나라의 문화는 그 나라 음식에 담겨 있고, 그 나라 음식을 파는 음식점에서 온몸으로 느껴볼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해외에 가보세요. 한식집들은 말 그대로 食堂(식당)일 뿐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여유가 없어요. 저는 애강산에 들어오면 한국을 모르는 외국인들이라도, 한국 문화와 전통에 대해 경외심을 갖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신 사장은 지난 2006년 애강산 1호점을 만들 때, 공사비로 1800만 위안을 쏟아부었다. 당시 환율로 약 25억원, 현재 환율로 36억원이다. 건축자재와 인테리어 용품 대부분을 한국에서 공수해 왔다고 한다. 신 사장은 “운 좋게 제 마음을 알아주는 한국 디자이너를 만나서, 그 양반이 하고 싶은 대로 설계와 인테리어를 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중국은 실체가 있으면 인정해 준다”
1호점에서 식사를 마치고 2호점으로 향했다. 2호점은 베이징의 중심인 海淀區(하이뎬구) 正福寺(정복사) 부근에 있다. 2호점도 1호점과 마찬가지로 공원 한편에 있다. 2호점은 연면적이 약 3300㎡(1000평)로 1호점보다 더욱 웅장하고 고급스러웠다.
실내에만 개울이 있던 1호점과 달리, 2호점은 바깥부터 큰 개울이 흘렀다. 나지막한 돌다리를 건너 입구에 들어서면, 고향 마을에 들어선 것처럼 아늑했다. 1, 2층이 트여 있어 한눈에 볼 수 있고, 어느 좌석에서도 개울을 볼 수 있다. 1층 곳곳에는 정자식 방이 있고 2층에 있는 방도 한쪽이 트여 있어 1층에서 흐르는 개울이 내려다보인다.
― 1호점보다 투자를 많이 했겠네요.
“1.5배 정도 더 들었어요.”
― 2호점도 공원에 있는데, 공원땅을 임차하는 데 어렵지 않았나요.
“2호점이 있는 공원 관리국 주임이 1호점을 잘 알고 있어서 어렵지 않게 임차할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2호점 옆에 있는 땅(약 1500㎡·500평)까지 임차해줄 테니 마음대로 쓰라고 했어요. 그것도 공짜로 20년간 임대받았습니다.”
― 과도한 호의 아닙니까.
“중국 사람들은 실체가 있으면 요청을 안 해도 자신들이 먼저 해줍니다. 공원관리국 주임이 저희가 애강산 2호점을 만들 때, ‘1호점의 90% 정도 되겠지’ 했답니다. 그런데 1호점보다 훨씬 고급스럽고 규모도 커졌습니다.”
신 사장은 고심 끝에 무료로 받은 500평의 땅 위에 야외 웨딩시설을 만들었다. 잔디를 깔고 비가 올 때 접을 수 있는 간이 지붕시설을 갖췄다. 2호점 외부에 별도로 피로연장으로 사용하는 대형 식당을 만들었다. 중국에서는 아직 예식장이라는 개념이 없는 탓에, 애강산 2호점의 야외 웨딩시설은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우리 식당 고객들을 대상으로 웨딩 영업을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외부에서 너무 호응이 좋은 겁니다. 특히 2호점 공원관리국에서 2호점 옆에 땅이 약 7000평 있는데, 거기에 뭘 해도 좋으니 2호점이나 웨딩시설만큼만 지으라고 하더군요.”
신 사장은 공권관리국에서 받은 땅에 제대로 된 예식장을 짓기 위해 현재 준비 중이다. 그에 따르면, 아직 중국은 예식장이라는 개념이 없고 결혼 관련 서비스가 미비하다고 한다.
중국인들, 청국장과 젓갈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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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이 흐르는 애산강 2호점 모습. |
2호점은 문을 연 지 아직 얼마 되지 않아 1호점보다 한산한 모습이었다.
― 드라마 ‘대장금’ 등 韓流(한류)의 영향으로 중국에서 한국 음식의 인기가 높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식의 인기가 식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중국뿐만 아니라,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첫째 고급화해야 합니다. 지금 외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음식이 불고기, 비빔밥, 기껏해야 떡볶이 정도예요. 이 정도 음식은 누가 해도 어느 정도는 할 수 있고, 어지간한 사람은 다 먹을 수 있어요. 이런 음식을 취급하는 음식점이 많아지면 한식의 질이 떨어집니다. 그러면 다른 나라 상류층이 한식을 값싸고 그만저만한 음식으로 취급합니다. 어느 사회든 그 나라 상류층이 먹지 않는 음식은 세계화될 수 없어요.”
― 일본의 초밥이나 우동, 중국의 마파두부 등이 고급 요리는 아니지 않습니까.
“지금이야 일본요리나 중국요리가 각 나라에서 대중화됐죠. 하지만 30년 전에 일본요리가 미국에서 대중요리였습니까? 일본이 경제력이 커지면서 미국 맨해튼, 워싱턴 등지에서 기업가, 정치인들이 서투른 젓가락질을 했기에 고급 요리가 된 거죠. 리딩그룹에서 먹던 고급 요리가 점점 대중화되면서 고급 참치뱃살 초밥이 캘리포니아 롤이 되고, 수타 우동이 컵용기에 담긴 인스턴트 우동이 됐습니다.
일본이나 우리나라에서 프랑스 요리, 이탈리아 요리가 처음부터 대중에게 사랑 받았나요? 1960~70년대 李秉喆(이병철) 회장 같은 최상류층이 먹던 이탈리아 요리가 수십 년 흐르면서, 수 많은 파스타집으로 변한 겁니다.”
신 사장은 “모든 음식은 톱 다운(위에서 아래로) 방식으로 퍼지는 것”이라며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한식의 고급화가 절대적”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 한식이 현지화되지 않아 대중화가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요리가 ‘조선밥’이라고 부르는 간단한 한정식이에요. 잡곡밥에 청국장, 무조림, 된장찌개, 각종 젓갈과 나물, 김치 등이 세트로 나오는 겁니다. 중국분들이 요리를 다 드시고 반드시 조선밥을 드세요. 전혀 현지화하지 않은, 우리 본래의 식사 메뉴입니다. 한식은 까다롭기 유명한 우리 민족의 입맛에서 살아남은 ‘역전의 용사’입니다. 이런 음식을 왜 다른 나라 사람들 입맛에 맞춰 바꿉니까. 다른 나라 상류층 입맛이 우리 한식에 길들여지도록 하고, 점차 대중화되면서 현지화하는 게 定石(정석)이라고 봅니다.”
― 애강산 지점을 계속 열 생각입니까.
“이 정도 규모의 음식점은 저 혼자 경영할 수 없습니다. 자본과 인력이 부족해요. 한식은 문화 자체가 한 상 제대로 차리는 겁니다. 이를 위해서는 대형화할 수밖에 없어요. 가장 좋은 방법은 외국의 호텔 체인점처럼 하는 겁니다. 즉 대기업이 자본을 대고, 애강산 경영진이 위탁경영 방식으로 경영을 하는 겁니다. 이익은 물론 자본을 많이 댄 쪽에서 가져가고 위탁 경영진은 수수료를 받는 거죠. 힐튼이나 쉐라톤 호텔 체인점 방식이에요. 이 방법이 우리 한식 세계화를 위해서 좋고, 우리 요식업계에도 돌파구가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