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부품 제조에서 레저·스포츠·테마파크 분야로 업종 다각화
중국인들의 소득증대에 발맞춰 아로마골프장 건설
중국인들의 소득증대에 발맞춰 아로마골프장 건설
- 한삼수 아로마골프 회장.
사무실로 들어서자 鄭玹稙(정현직) 한국인회 사무국장이 반겼다. 몸집이 큰 30대 젊은이였다. 그는 “한국인회는 교민들의 안전과 편의에 관한 사무와 함께 베이징주재 한국대사관의 위탁을 받아 여권 영사 업무도 처리한다. 한국상회는 이곳에 진출한 기업들의 노사 세무 기업 회계 등에 관한 일을 돕는다”고 말했다.
필자가 취재하러 온 韓三洙(한삼수·51) 천진아로마골프유한공사 董事長(동사장)은 톈진한국인회 회장과 톈진한국상회 회장, 톈진한국국제학교 재단이사장을 겸하고 있다. 정 국장에게 아로마골프에 대해 묻자 그는 웃으면서 “아로마 골프는 정 회장님의 사업 중에서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이하 한삼수 동사장은 한삼수 회장으로 호칭).
그의 말처럼 한 회장은 아로마골프유한공사 외에도 한성엘컴텍(렌큐)유한공사, 한성엘컴펙(톈진)유한공사, 천진한성엘컴텍광전자유한공사 동사장을 겸하고 있다.
이들 회사들이 속해 있는 한성그룹(회장 韓玩洙)은 한성엘컴텍㈜을 주력기업으로 하는 연 매출 4000억원 규모의 중견 그룹이다. 1982년 콘덴서를 생산하는 한성전자로 출범한 한성엘컴텍은 휴대폰용 카메라 모듈(CCM·Compact Camera Module)과 키패드 등 첨단 IT 부품과 차세대 조명기구인 LED(발광다이오드) 등을 생산 수출한다.
한완수 한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한삼수 회장이 중국에서 사업을 시작한 것은 1994년. 하지만 그가 중국에 첫 발을 디딘 것은 1992년이었다. 한완수 회장이 “앞으로 우리 회사는 중국으로 나가야 한다”면서 영업관리 담당 상무로 있던 그를 중국으로 내보낸 것이다.
2년의 사전준비 끝에 중국 진출
한삼수 회장은 “당시 우리 회사는 전자레인지용 고압콘덴서(HVC)를 생산하고 있었는데 內需(내수)와 수출의 비중이 반반이었다. 노동집약적 제품인 HVC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중국 진출이 필수적이었다”고 말했다. 중국으로 건너온 그는 중국어를 공부하는 한편, 중국 전역을 돌면서 공장입지조사를 했다.
1992년 당시 한성전자는 연간 매출액 100억원 정도의 회사에 불과했다. 이듬해 한성전자는 대우그룹 계열사이던 대우전자부품㈜ 안성공장을 인수하면서 파란을 일으켰다. 한삼수 회장에 의하면, 재계에서는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면서 놀라워했다고 한다.
1994년 4월 한성전자는 톈진에 톈진한성전자유한공사를 설립했다. 한삼수 회장은 70명의 직원들을 데리고 사업을 시작했다. 그의 나이 36세 때였다. 톈진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한삼수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중국의 수도 베이징(北京)의 위성도시인 톈진은 성장할 수밖에 없고, 톈진의 성장 없이는 베이징의 성장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선전(深)이나 상하이(上海) 등이 먼저 발전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톈진이 중국 북방의 생산기지가 될 것이라고 본 것입니다.”
그가 톈진을 택하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톈진시 공무원들의 열의였다.
“톈진에 오던 날 공항에 마중 나와서 호텔까지 데려다 주는 것을 시작으로 톈진을 떠나는 날까지 성의를 다해서 서비스를 하더군요. 사실 그것 자체가 다른 지역보다 대단한 것은 아니었어요. 선전이나 상하이에서는 그런 서비스를 받아도 비즈니스 때문에 그러는 것이려니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다른 지역보다 보수적인 것으로 알려진 톈진에서는 참 순수하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1995년 톈진한성전자에서 첫 제품이 나와 20만 달러어치를 수출한 이래 한성전자는 세계 HVC 시장의 강자로 뛰어올랐다. 1994, 1995년 세계 HVC 시장의 38%를 점유했던 한성전자는 2000년에는 시장점유율을 52%까지 올렸다.
한 회장은 HVC 시장을 석권할 수 있었던 이유로 “중국으로 일찍 진출해 양질의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중국 진출 초기에 품질관리상의 문제점은 없었습니까?
“처음에는 다소 품질이 떨어지더라도 우리가 조금만 품질관리를 해 주면 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초기에는 한국에서 부품을 들여다 중국에서 조립하는 수준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기술력 있는 현지기업들을 눈여겨봐뒀다가 그들에게 점차 일을 넘기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1년 정도 지나니까 따라오더군요.”
하지만 한성전자는 HVC 시장에 안주할 수 없었다. 시장 자체가 회사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해 주기에는 너무 작았기 때문이다. 한삼수 회장의 말이다.
“전 세계 전자레인지 시장이 5500만 대 규모이고, HVC 시장은 우리 돈으로 450억~550억원 규모입니다. 과거 우리나라의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전자 등이 전 세계 전자레인지 시장의 70%를 점하던 시절에는 우리 회사 제품을 많이 선호했는데, 지금은 중국 업체들이 6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자연히 중국 현지기업들의 제품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때문에 우리 회사의 시장 점유율은 48%로 조금 떨어졌습니다.”
한국 본사의 끊임없는 변신을 뒷받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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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있는 한성그룹 계열사들은 본사의 변신을 뒷받침하는 생산기지 역할을 한다. |
한성전자는 2000년 한성엘컴텍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이와 함께 성장에 한계가 있는 HVC 사업은 중국 톈진공장으로 넘기고 2001년 새로운 디스플레이 소재인 EL(Electro Luminescent·자기발광체)과 LED(Light Emitting Diode·발광다이오드), 휴대폰용 카메라 모듈(CCM)사업 진출을 결정했다.
한성엘컴텍은 2004~2007년 EL을 주력상품으로 해서 매년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2006년 이후 한성엘컴텍의 신성장동력이 된 것은 휴대폰용 카메라 모듈(CCM)이었다. CCM을 중심으로 연간 1500억~16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와중에 한성엘컴텍은 LED로 주력분야를 바꾸었다. 한삼수 회장에 의하면, 한성엘컴텍은 LED를 주력상품으로 해서 올해 매출은 500억원, 내년에는 200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조만간 1조원대의 기업으로 성장을 꿈꾸고 있다고 한다. 한삼수 회장의 말이다.
“한성은 모든 신기술의 주기를 3년으로 봅니다. 그 3년이 다 가기 전에 새로운 분야에 연구개발투자를 하면서 끊임없이 변신을 꾀하는 것이죠. 사업이 잘될 때 다음 사업을 준비하는 것이 우리의 전통입니다. 우리 회사는 처음 출발할 때에는 평범한 콘덴서 제조업체였지만, 그 후 전자레인지용 HVC에서 EL로, 다시 CCM에서 LED로 주력 제품을 바꾸면서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조그만 중소기업이 CCM을 한다고 하니까 다들 웃었죠. 하지만 아무리 대기업이 진출한 분야라고 해도 틈새시장은 있기 마련이고, 우리는 그 틈새시장을 공략했습니다.”
레저 사업에 뛰어들어
한삼수 회장이 이끄는 한성그룹의 중국 계열사들은 본사의 끊임없는 변신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한다. 한 회장의 말이다.
“본사에서 새로운 품목에 투자를 하면 과거에 생산하던 품목은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깁니다. 한국 본사에서 생산하는 품목의 이익률이 5% 이하로 떨어지면 중국으로 옮기는데, 그러면 이익률이 6~7% 정도 납니다. 이런 식으로 새로 투자한 품목이 안정될 때까지 전에 생산하던 품목을 중국에서 생산하면서 본사를 지원합니다.”
지금은 중견 IT기업 그룹인 한성그룹의 차세대 주력사업은 자원개발이다. 몽골에서는 금광개발, 키르기스스탄에서는 자원개발, 농축산물업, 호텔업, 유통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필자와 만난 다음날에도 한삼수 회장은 키르기스스탄으로 출장을 떠났다.
한성그룹 본사의 생산기지 역할을 수행하는 한편으로 한삼수 회장은 2003년 LST사업에 뛰어들었다. 해병대에서 사용하는 LST(Landing Ship Tank)라고 하는 상륙정 조선업에 뛰어든 것이 아니라 레저(Leisure) 스포츠(Sports) 테마파크(Theme Park)를 의미한다. 현재는 중국 톈진에서 아로마 골프장과 승마장을 운영 중인데, 앞으로는 스키장, 놀이동산, 주말농장, 콘도 및 빌라, 쇼핑센터, 물류유통센터 등을 갖출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설립한 회사가 톈진아로마골프클럽유한공사다.
한삼수 회장이 LST사업에 뛰어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지난 15년 동안 톈진에서 사업을 하면서 앞으로 톈진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가 내다보였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2004년부터 토요일 휴무제가 도입됐어요. 가만 생각해 보니 4년 후쯤이면 중국 4대 직할시(베이징, 톈진, 상하이, 충칭)의 1인당 GRP(지역소득)는 4000달러를 넘게 될 것 같더군요. 소득이 늘면 레저활동에 관심을 갖게 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톈진 주위에는 이렇다 할 여가시설이나 관광지가 없어요. 골프장이 몇 군데 있지만, 그나마 시설이 낙후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중국에서는 인구억제정책으로 1자녀 가정이 늘어나면서 어린이들이 ‘小(소)황제’로 떠받들어지고 있어요. 이들을 대상으로 한국식 자연농원이나 골프장을 들여온다면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한 회장은 “톈진시의 인구는 현재 1080만 명이지만 유동인구를 포함할 경우 1280만 명에 달한다. 잘 사는 사람들은 이미 소득이 1만 달러를 넘어섰다. 이들 비중을 전체 인구의 5%로 잡더라도 그 수는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 레저사업을 하기에는 칭다오나 날씨가 좋은 남쪽 지방이 더 좋지 않습니까?
“그런 곳들은 이미 다국적 기업들이 진출해 있습니다. 그런 곳에 자본이 넉넉지 않은 제가 진출해 봤자 1등을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톈진에서는 1등을 할 자신이 있습니다. 지금의 톈진은 춥고 공기가 안 좋지만,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앞으로 더 좋아질 것입니다.”
난관을 극복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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톈진 따강구 官港삼림공원기지처 안에 있는 아로마골프장. |
하지만 LST 사업이 본격화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난관이 닥쳤다. 한 회장의 말이다.
“원래는 한성그룹 본사에서 투자할 계획이었어요. 하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본사에서는 투자를 포기했는데,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포기할 수 없더군요. 결국 제 개인 돈으로 투자하기로 하고 제가 갖고 있던 본사 지분을 팔아 비용을 조달했습니다.”
다음은 중국 공무원들을 설득하는 것이 문제였다. 아직 레저 시설이니 테마파크니 하는 것에 관심이 없었던 그들에게 “더 많은 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라도 이런 시설들은 필요하다”고 설득했다.
2003년 9월 한 회장은 톈진시 따강(大港)구 정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앞으로 3년간에 걸쳐 총 1억 달러(1차 연도 2000만 달러, 2차 연도 3000만 달러, 3차 연도 5000만 달러)를 투자해 골프장 등 각종 스포츠 시설과 테마파크를 건립하고, 韓貨(한화)로 연간 100억원 이상의 흑자가 나면 구정부에 회사 지분의 10%를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사업이 한참 진행되는 와중에 뜻밖의 사태가 터졌다. 한 한국 기업이 더 좋은 조건을 내걸고 나선 것이다. 그 회사는 1차 연도에 5000만 달러 투자, 회사 지분의 20%를 구정부에 주겠다고 제안했다. 구정부에서 회의가 열렸다. 한 회장의 회고다.
“회의석상에서 ‘당신들이 그 사람에게 사업권을 주겠다면 나는 사업을 포기하겠다. 이미 300만 달러가 들어갔지만 보상은 필요 없다. 하지만 나는 이미 가슴 속에 이 사업이라는 아이를 배고 있다. 지금 사업권을 가져가더라도 내게서 이 아이를 떼어 낼 수는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구정부 공무원들은 5분간 정회를 했다가 다시 회의를 열더니, ‘이 사업은 당신이 하라’고 하더군요.”
톈진에서 가장 큰 삼림공원인 탕고구 官港(관항)삼림공원 녹화기지(그린벨트) 안에 위치한 아로마골프장의 총 면적은 338만5200㎡에 달한다. 골프장은 1차로 88만㎡ 규모의 18홀 골프장에 이어 32만㎡ 규모의 9홀 골프장이 개설되면서 27홀 규모로 운영되고 있으며, 앞으로 36홀 규모로 확장될 예정이다. 현재 1일 내장객은 200명 수준으로 한국인 40%, 중국인 30% 정도라고 한다.
▣ 한삼수 회장이 말하는 중국 사업 성공비결
1. 신뢰
CEO로서 직원들을 신뢰하고, 직원들의 신뢰에 보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중요한 것은 투명경영과 信賞必罰(신상필벌)이다. 본사에서 인센티브가 1억원이 나왔을 때, 직원 각각에게 100만원씩 나누어줬다. 내 몫은 700만원이 남았다. 직원들은 여기에 감동받고 더 열심히 일했다.
물품이 海關(해관·세관)에 들어오면, 도착한 순서대로 처리가 된다. 한 번은 공장에서 쓸 부품이 토요일에 해관에 들어왔다. 다음날은 공무원들이 근무를 하지 않는 일요일이었다. 우리 직원들은 해관 공무원들을 설득해서 부품을 그날로 통관시켰다. 이렇게 능동적으로 일한 직원들에게는 그 일에 들어간 비용과 노력을 인정해서 인센티브를 줬다.
회사규정이나 운영이 비합리적이고, 상벌제도가 엄격하지 못하면, CEO는 신뢰를 상실하게 된다.
2. 열정
열정을 가지고 일 자체를 좋아해야 한다. 남이 못하는 일을 하는 데서 희열을 느끼고, 그로 인한 성취를 즐기다 보면, 돈은 자연히 따라붙는다.
3. 치밀한 분석과 규정준수
치밀하게 시장을 분석하고, 일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법규와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법규와 규정을 준수할 때 직원 등 남들 앞에서 떳떳하고 자신감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