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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년 8월호

梁在完 북경 주황부동산 사장

“중국 부동산 개발은 제2의 영토확장”

金南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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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분양 중인 아파트 모형 앞에 서 있는 양재완 사장.
  베이징에 위치한 부동산 개발·분양업체 住皇(주황)부동산 직원들은 주말에 더욱 바쁘다. 주말이면 아파트 모델 하우스를 구경하기 위해 중국인 고객들이 몰려 오기 때문이다. 이 회사 김진학 본부장과 전용운 이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에 교대로 쉰다. 梁在完(양재완·55) 사장은 하루도 쉬지 못한다.
 
  지난 6월 27일 왕징(望京)에 있는 주황부동산 모델 하우스에서 만난 양재완 사장은 아파트 1차 분양 114세대 판매를 독려하고 있었다. 양 사장에 따르면, 현재 90% 이상 판매가 끝났다. 현재 남은 물량은 10세대.
 
  지난해 말부터 분양을 시작한 주황부동산의 왕징신청(望京新城)단지 아파트는 세계적인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높다. 양 사장이 아파트 내부에 삼성전자의 고급 가전제품과 시스템 에어컨을 설치하고 한국식으로 고급스럽게 인테리어를 했기 때문이다. 양 사장은 “이렇게 분양회사에서 인테리어까지 마감을 해 주는 방식은 중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시스템이라 높은 분양가에도 불구하고 빨리 분양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중국에서는 아파트를 분양할 때, 대개 내부 인테리어를 하지 않습니다. 이런 방을 ‘모피방’이라고 합니다. 입주자가 분양받은 모피방에 내부 구조와 인테리어 시공을 하는 거죠. 하지만 입주자들이 고급스러운 내부 구조와 인테리어로 시공하기가 어렵습니다. 돈을 많이 줘도 만족스럽지 않죠. 저희 회사는 중국 고급 아파트의 이런 단점을 파고든 겁니다. 중국 상류층이 저희 아파트 분양 사무소를 찾아오면, 입을 ‘떡’ 벌리고 두말없이 계약을 합니다.”
 
 
  3.3㎡(1평)당 1200만~1500만원
 
베이징 왕징 거리에 있는 주황부동산 모델 하우스.

  양재완 사장과 함께 모델 하우스 2층에 있는 전시실을 둘러봤다. 그가 분양하고 있는 아파트는 173㎡(52평), 203㎡(62평) 두 가지 형태다. 분양가는 3.3㎡(1평)당 1200만~1500만원으로 한 채당 평균 7억~8억원이다. 3년 전 가격은 약 2억~3억원이었다. 3년 새 두세 배가 오른 셈이다. 양 사장의 설명.
 
  “중국 경제도 세계 경제 불황 여파로 주춤하고 있지만 중국 상류층은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 없이 두껍습니다. 이들이 자식들에게 물려주기 위해서 왕징처럼 생활환경이 좋은 곳의 아파트를 구입하기 때문에 계속 가격이 오릅니다. 한국의 강남처럼 베이징의 강남인 왕징 아파트 가격도 계속 오를 겁니다.”
 
  주황부동산 직원들은 가족 단위로 몰려 온 중국 고객들에게 전시실을 안내하느라 부산했다. 전시실을 들른 여성 고객들은 대개 명품 핸드백을 들고 있었다. 모델 하우스 주차장에는 아우디, 벤츠 등 고급 승용차들이 쉴 새 없이 들락거렸다.
 
  ― 주로 어떤 사람들이 아파트를 삽니까.
 
  “기업인들, 지방의 돈 많은 사업가들, 국영기업체 간부 등입니다. 또 왕징이라는 지역의 특성상 한국기업인들이 많기 때문에 이들과 사업을 하는 조선족 기업인들이 꽤 있습니다. 베이징의 공식적인 통계에 의하면 1인당 GDP는 약 7000달러 정도지만, 중국은 지하자금이 많습니다. 중국의 중상류층이 묻어 둔 돈이 상당합니다.”
 
  ― 돈 많은 사람들이 많아도, 지금처럼 분양가가 계속 오르면 분양이 어려워지지 않겠습니까.
 
  “저희 아파트를 건설한 중국 건설업체가 분양가를 계속 올리라고 요구합니다. 각종 자재, 인건비가 오르기 때문이죠. 그게 여의치 않으면 분양회사가 가져갈 이익금을 줄입니다. 이 때문에 저희도 애를 먹고 있어요.”
 
  주황부동산은 중국 아파트 시공사인 城建集團(성건집단·베이징 올림픽 스타디움을 건설한 회사)과 1600세대를 시공해 분양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성건집단에서 계속 분양가를 높이는 바람에 1차 114세대 분양이 끝나면 왕징 아파트 분양사업은 접을 계획이라고 한다.
 
 
  명품 쇼핑몰 사업에 뛰어들어
 
  주황부동산 모델 하우스를 둘러 본 후, 양재완 사장의 차를 타고 베이징시 순위구 호사위진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양 사장은 중국 국영회사인 순신집단과 합작으로 명품 쇼핑물 사업을 준비 중이다. 호사위진은 우리나라로 치면 과천 정도에 해당하는 지역으로, 현재 고급 아파트와 상가 건설이 진행 중이다.
 
  일행은 새로 뚫린 京承(경승) 고속도로를 타고 20여 분 달려 호사위진에 도착했다. 호사위진 톨게이트에서 약 5분쯤 들어가자,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대형 실내체육관 규모의 건물이 눈에 띄었다. 공사장 한쪽에는 ‘제7회 국제 꽃 박람회 개최’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 쇼핑몰에서 꽃 박람회를 개최하는 이유가 있나요.
 
  “이 건물은 처음부터 쇼핑몰로 사용하는 게 아닙니다. 순신집단이 오는 9월 25일부터 10월 10일까지 세계 꽃 박람회를 개최합니다. 순신집단이 꽃박람회를 열고 나서 남은 건물을 활용해야 하는 숙제가 생겼어요. 순신집단 총재가 고민하다 제게 연락을 했더군요. 지난해부터 제가 컨설팅을 한 결과 명품 쇼핑몰 사업을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 왜 고급 쇼핑몰 사업입니까.
 
  “이곳은 서우두(首都) 공항에서 5분 거리고, 인근에 지하철이 들어 옵니다. 하지만 아직 외진 곳이에요. 여기다 오피스나 일반 상가를 분양해 봐야 기업들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현재 이 건물은 66만㎡ 부지에 연건평이 17만5000㎡, 지하 1층, 지상 6층에 철골로 되어 있습니다. 이 정도 규모면 아웃렛을 해야 하고, 현재 중국 주요 도시에 명품 아웃렛이 별로 없으니 명품 아웃렛이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저는 순신집단에 단순한 명품 아웃렛 외에 명품 정품을 파는 매장을 함께 하자고 제안해 놓았습니다.”
 
  순신집단은 베이징시 토박이 국영회사로, 선전(深 )의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다. 농산물 회사로 시작해 건설회사, 부동산 회사 등 모두 6개 회사로 이뤄져 있고 지난해 매출액이 인민폐로 약 62억 위안(약 1조2000억원)이었다.
 
  순신집단의 주력 사업은 농축산업으로 지난해 돼지 800만 두를 도축해 시장에 공급했다. 순신집단은 몇 년 전부터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면서, 부동산 전문가인 양재완 사장에게 부동산 컨설팅을 의뢰했다.
 
양 사장이 중국 국영회사와 함께 운영할 명품 아웃렛 조감도.

 
  중국 국영회사와 돈독한 신뢰 쌓아
 
  ― 양 사장께서 순신집단의 신뢰를 얻은 비결은 무엇입니까.
 
  “중국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으려면 실체가 있어야 합니다. 이들은 아무리 좋은 말로 포장해도 눈에 보이는 게 없으면 마음을 열지 않아요. 저는 왕징에서 부동산 분양사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희가 건설 중인 아파트와 모델 하우스를 보고 나서 ‘아, 이 사람이 부동산 관련 전문가구나’라고 인정을 한 겁니다. 저는 4년 전부터 저희 회사 비용으로 만든 용역보고서 등을 보여 주면서 순신집단의 주력사업을 부동산 개발업, 건설업 등으로 전환하라고 조언했어요. 그 당시만 해도 ‘부동산 거품이 꺼진다. 부동산 개발 붐은 지났다’라고 했는데, 시간이 지나서 제 예측이 맞았습니다.”
 
  ― 순신집단과 합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2004년부터 부동산 규제가 생기기 시작해서 지금은 외자 기업이 돈이 있더라도 함부로 중국 부동산을 매입할 수 없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4~5년 전부터 순신집단 임원들과 꾸준히 접촉을 했습니다. 순신집단이 국영회사고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곳곳에 땅이 많았기 때문이에요. 부동산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땅이 많은 중국 기업과 손을 잡아야 하는데, 중국 민간기업과 손 잡으면 100전 100패예요. 처음에는 믿음을 주는 척하지만 막판에 가면 교묘한 방법으로 배신을 합니다. 아무리 중국에서 오래 활동한 한국 기업가라도 중국 민간기업의 교묘함에는 못 당합니다.”
 
  양 사장은 앞으로 명품 쇼핑몰 사업에 40%를 투자하고, 쇼핑몰 운영권을 가져올 생각이다. 순신집단에서도 양 사장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한다. 양 사장은 쇼핑몰 사업에 투자할 자금을 모으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 그는 “모든 조건을 갖춰도 자금을 동원하지 못해서 마지막에 엎어지는 게 부동산 개발업”이라며 “한국 은행들이 중국 부동산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지 않아 놓치는 물건이 너무 많았다”고 했다.
 
 
  달아오르는 중국 부동산 시장
 
명품 아울렛으로 사용할 건물 공사 현장 모습.

  양재완 사장은 1996년 중국에 진출한 이래, 자금력 부족으로 여러 번 사업을 중도 포기했다. 그는 2001년 성건집단과 합작으로 아파트를 건설하려 했지만 계약했던 땅값을 지불하지 못해 중국민항에 부지를 넘겼다.
 
  1996년에는 다롄(大連)에서 최고급 빌라 60채를 건설했다. 당시 다롄에 진출한 한국과 외국 기업들이 구매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가 터져 한국 기업들이 모두 다롄에서 철수했다.
 
  분양이 어려워져 자금이 상황이 악화되자 그는 중국에 있던 모 한국계 은행에 자금 요청을 했다. 돌아오는 답은 “모 건설회사에 5000만 달러를 대출해서 여력이 없다”는 것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중국은행에서 당시 10억원을 대출해 줘 빌라를 완공할 수 있었다. 양 사장은 “한국 대기업과 은행이 중국 부동산 개발업에 소극적인 게 너무 안타깝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2001년 성건집단과 합작이 깨지고 나서 몇 년이 지났는데 한국 대형 건설업체 두 곳에서 ‘그 땅 아직도 가지고 있느냐’고 문의를 해왔습니다. 당시 제가 부지 계약서와 구체적인 분양 계획까지 보여주면서 투자를 하라고 할 때는 모른 척한 기업들이었어요.”
 
  ― 우리 은행이나 기업에서 왜 중국 부동산 투자를 꺼리는 겁니까.
 
  “건설회사들은 지난 1997년에 크게 손해를 보고 나서 겁을 먹었습니다. 그 당시가 중국 부동산 1차 붐이었어요. 당시에 손해를 보고 나니 지난 몇 년간 2차 부동산 붐을 제대로 타지 못한 겁니다. 머뭇머뭇 거리다 2005년 무렵부터 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했지만 2004년부터 부동산 규제가 강화돼 베이징이나 상하이에서 좋은 땅을 구하기가 거의 불가능해졌습니다. 한국의 은행들은 대기업에만 대출을 해 주는 바람에 중소기업인 우리 같은 회사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거죠.”
 
  ― 좋은 땅을 가지고 있어도 한국의 은행들은 투자를 하지 않나요.
 
  “저희 같은 중소 부동산 개발회사들은 아무리 좋은 땅이 있어도 한국계 은행들로부터 대출을 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나 마찬가지입니다. 한국계 은행들은 ‘중국 부동산은 담보성이 없다’고 판단한 모양이에요. 홍콩 대만 싱가포르 기업들은 중국 부동산 개발에 뛰어들어 엄청난 돈을 벌어 가고 있어요. 부동산 개발은 과거 중동에서 오일 달러를 버는 것만큼 중요한 외화 획득 수단인데, 우리나라는 중국의 엄청난 부동산 시장에서 손을 놓고 있어요. 신라시대에도 중국에 신라방이 있었는데 베이징에 한국 기업이 운영하는 호텔 하나 상가 하나 없는 게 현실입니다.”
 
  ― 중국 부동산 시장에 한국 기업이 진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한국계 은행들이 투자 가치를 보고 적극적으로 대출을 해 줘야 합니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 부동산 개발 기업을 살려줘야 해요. 오죽했으면 현재 베이징에서 활동하고 있는 부동산 개발 기업이 저희밖에 없겠습니까.
 
  또 중국은 이제 외자 기업들이 알짜배기 땅을 살 수 있는 기회가 드물어요. 따라서 순신집단처럼 제대로 된 국영기업과 오랫동안 인연을 잘 맺어야 해요. 저는 중국에 진출한 이후 7년 동안 설과 추석을 모두 중국에서 보냈어요. 중국 합작 파트너의 고위 관계자들 고향에 따라가서 가족에게 선물을 주고 가족으로 인정을 받았습니다. 그런 장기적인 관시(關係)가 이제야 도움이 되는 게 중국의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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