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자재인 방화장식판 업계의 절대강자로 떠올라 이번 경제위기 회복 국면에서 큰 시장 서게 될 것
- 이석재 청도대신메라민 총경리.
이 사건은 중국 국내 차원의 문제에 그치지 않았다. 멜라민이 들어간 우유 제품이 전 세계의 식품회사에 원료로 공급되면서 전 지구적 차원의 공포로 비화됐다. 결국 중국 당국은 멜라민 분유를 제조·유통시킨 主犯(주범)을 체포하여 사형·무기징역형에 처하는 등 극약처방을 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멜라민은 식품이나 음식에 들어가면 큰 문제가 발생하지만 인류생활에서 없어서는 안될 화학물질이다. 이런 화학물질을 회사명에 새긴 기업이 있다. 이름하여 청도대신메라민산업유한회사(대표 이석재 총경리).
이 회사의 본사는 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대신메라민이다. 한국에서 생산된 제품을 중국에 수출하다가 2000년 3월, 칭다오(靑島)의 청양구(城陽區)에 300만 달러를 투자하여 현지공장을 설립하고 2001년부터 중국 내수시장 공략에 나섰다.
대신메라민의 주력 생산제품은 열경화성수지를 합성한 내장 마감재인 방화장식판. 가로 120×세로 240cm 규격의 합판 모양을 한 제품을 연간 100만 장 정도 생산하는데, 장당 판매가격은 75위안 정도라고 한다.
제품은 주로 나무로 만든 사무용 책상의 겉면에 부착하거나 일반 가구, 주방용 싱크대, 바닥재, 서류함, 실내 인테리어의 겉면을 장식하는 마감재로 쓰인다.
칭다오의 청양구 토림촌에 위치한 회사를 방문했을 때 공장 건물면적은 3000㎡로 넓었지만 작업라인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30여 명에 불과해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모든 과정이 기계화, 자동화된 탓이다. 이 회사의 李汐宰(이석재) 총경리는 “우리 회사는 기술집약적인 분야이기 때문에 인력 의존도가 크게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高新技術 제품에 선정돼
회사 이름에 ‘메라민’이 들어간 이유를 묻자 이 총경리는 “원료를 반응, 배합, 건조하는 과정에 멜라민을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전 작업과정이 자동화, 기계화됐지만 원료를 배합하여 반응을 일으키고, 표면에 멜라민을 입혀 건조시킨 다음 열프레스에 넣고 찌는 과정에서 엄청난 노하우가 필요하기 때문에 아무나 시장에 진입할 수 없는 업종이라고 한다.
대신메라민은 2004년 중국 정부로부터 高新技術(고신기술) 기업 및 고신기술제품으로 선정됐다. 이는 한국으로 치면 첨단기술 제품을 생산하는 유망 중소기업에 해당하는데, 고신기술 기업으로 지정되면 세금 특혜가 있고, 지역에 따라 지방정부에서 토지를 무료로 제공하기도 한단다. 이 총경리는 “고신기술 기업으로 선정되는 과정이 대단히 까다롭고 복잡하지만, 중국 내수시장에 진출하려면 지정을 받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대신메라민은 또 2002년부터 해마다 건축자재업체 녹색건축자재 추천제품으로 선정됐고, 2003년에는 중국 中經産品質量(중경산품질량)보장센터로부터 우량 건축자재로 선정됐다.
이석재 총경리는 2000년 초 현지공장 법인장으로 칭다오에 진출한 후 지금까지 중국에서 기업활동을 지휘하고 있다. 현지공장을 설립하여 생산과 마케팅 활동을 시작하면서 회사는 매년 20~30%씩 성장했다고 한다. 지난해 매출액은 약 5000만 위안. 이 총경리의 설명이다.
“우리는 진출 초기부터 철저히 중국 내수시장 장악을 목표로 공장을 설립했습니다. 생산시설을 확장하면 얼마든지 더 큰 매출을 올릴 수 있지만, 중국은 시장이 워낙 넓어 한 회사가 전 지역을 상권에 넣는다는 것은 불가능해요. 우리 힘 닿는 곳까지 제품을 보급하기 위해 현재 중국 국내 50곳에 대리점을 열고, 6000여 취급점(판매점) 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하이난도(海南島)와 하얼빈에도 대리점을 개설했는데, 거리가 워낙 멀어 물류비 부담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는 “최근의 경제위기를 체험하면서 생산설비를 확장하지 않은 게 오히려 건실한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중국 시장의 특성을 알아야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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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재 총경리가 작업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이 회사는 자동화, 기계화가 이루어져 공장 내부에서는 거의 사람을 구경하기 힘들다. |
중국 시장에서 대신메라민의 경쟁상대는 중국 기업과 미국, 독일, 이탈리아 제품. 품질 면에서 중국 기업들의 제품은 외자기업들보다 뒤지기 때문에 低價(저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며, 대신메라민 제품은 高價(고가) 시장에서 미국, 독일과 동등한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총경리의 설명.
“우리나라의 사례를 연구해 보면 가구문화는 아파트문화가 생기면서 고급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중국의 일반주택에는 가구는 물론 식탁조차 없는 집이 허다했어요. 우리 회사 제품은 특성상 가구나 식탁, 아파트 바닥과 벽면 인테리어 등에 집중적으로 사용됩니다. 때문에 중국에서 아파트 문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우리 회사 제품의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 총경리는 이번 미국發(발) 경제위기가 회복세로 돌아서면 중국에 큰 시장이 서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 총경리는 “중국에서의 비즈니스는 한국과는 그 양상이 크게 다르다”면서 “중국 시장의 특성을 잘 이해해야 낭패를 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파트를 분양할 때 실내장식과 도배 등을 다 해서 수요자에게 넘겨주는 반면 중국은 건물만 지어서 분양을 합니다. 때문에 변기, 싱크대, 하다못해 수도꼭지, 전등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모든 시설을 사용자들이 시설해야 해요. 이런 특성 때문에 중국에서는 샘플을 만들어 실수요자들에게 보여주지 않으면 절대 물건이 팔리질 않습니다. 제품을 선전할 수 있도록 대리점에 실물 샘플을 제작해서 공급해 주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어요. 이런 샘플을 제작하고 나눠주는 마케팅 비용이 엄청나게 많이 든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그는 “한국의 한 건설회사가 중국의 아파트 분양시장의 특성을 역이용하여 한국식으로 마감재까지 건설회사가 시공을 하여 큰 성공을 거둔 사례도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2001년 진출 초기 종업원 1인당 최저임금이 360위안이었는데, 올해 현재 760위안입니다. 우리 회사의 경우 평균임금이 1500위안으로 저렴한 인건비에 의존해 왔던 업종의 기업들은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어요. 과거 중국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 가운데는 저렴한 노동력과 토지비용 등을 기반으로 한탕 벌어서 나가겠다는 업체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런 사고방식으로 중국 시장에 접근한 기업들은 거의 망했습니다. 중국에서 돈을 벌었으면 중국에 재투자를 하고, 중국 시장에 뼈를 묻겠다는 각오가 없으면 중국 내수시장에서 성공할 수가 없어요.”
세금도 못 내면서 주말마다 골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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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메라민 제품(왼쪽)과 짝퉁 제품(오른쪽). 천신이란 가짜 상표가 나돌아 곤욕을 치렀다고 한다. 중국 내수시장에 진출하려면 상표에 신경을 써야 한다. |
이 총경리의 설명에 의하면 초기에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주로 중국에서 생산을 하여 해외로 수출하는 패턴으로 진출했기 때문에 생산 CEO 위주로 인력 풀을 구성하여 중국에서 활동했다고 한다. 기계와 원료를 한국에서 들여다 생산을 하는 생산기지 역할을 하는 와중에 중국 정부도 노동법, 세제 등에서 특혜를 주었고 기업활동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중국 특유의 인간관계(이른바 ‘관시’) 해결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은 임가공 수출에만 급급했을 뿐 중국 내수시장 진출을 위한 브랜드 관리에 소홀했다고 한다. 이석재 총경리의 설명.
“생산형 CEO 중심으로 중국에 진출하다 보니 각종 제도나 세법이 바뀌는 것에 대해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중국 정부에 불만을 늘어놓곤 했어요. 중국 정부 관리들과 대화를 해 보면 ‘한국 기업들은 적자라서 세금도 못 낸다고 우는소리를 하는데, 그렇게 기업경영이 어려우면서도 최고급 승용차 타고, 주말마다 골프 치러 다니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국 기업들은 중국을 위해 할 것은 안 하면서 건의사항은 왜 그렇게 많은지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중국은 무서운 나라입니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외자기업들의 경영상황을 손금 들여다보듯 체크하고 있다가 결정적인 상황이 되면 철저한 자료를 들이대며 세금 추징을 합니다. 때문에 중국 관련법을 준수하고 정당한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이석재 총경리는 중국에 대한 이해를 보다 깊게 하기 위해 주변 지역에 위치해 있는 한국 기업인들과 함께 孔子(공자)를 공부하는 모임인 사단법인 박약회의 칭다오 지부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이 총경리는 “중국 내수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브랜드 관리가 중요하며, 특히 상표등록을 소홀히 했다간 큰 낭패를 당한다”고 설명했다. 대신메라민도 짝퉁 상표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 회사 제품은 초기부터 브랜드 관리에 신경을 써 왔기 때문에 인지도가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이미 중국 진출과 동시에 15건의 상표 등록도 해 놓았어요. 어느 날 시장에 나가 보니 우리 회사(大信) 이름과 비슷한 天信(천신)이란 상표를 단 짝퉁 제품이 나돌고 있더군요. 그래서 곧바로 법적 제재를 가해 짝퉁 제품의 유통을 막은 적이 있어요. 중국에서 내수를 하려면 토지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이 상표등록이란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기업활동이 곧 애국
실제로 몇 년 전 다이어리 제작회사가 중국 진출을 준비하다가 이미 같은 이름으로 누군가가 중국에 상표등록을 해 놓아 포기한 사례가 있다고 한다. 그는 중국 진출을 준비 중인 한국 기업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중국에서 내수시장을 파고들려면 중국 판매 네트워크 사람들과의 파트너십이 중요합니다. 저는 대리점이나 판매점과 거래를 하면서 그들에게 베푼 만큼 돌아온다는 사실을 경험했습니다. 먼저 우리 제품을 현장에서 판매해 주는 사람들이 이익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면 우리에게도 똑같은 이익이 돌아옵니다.”
이 총경리는 “초기 시장진출 단계에서는 먼저 한 도시를 집중 공략하고, 이 도시에서 기반을 잡으면 省(성) 차원으로 확대하여 브랜드 이미지를 확고하게 만드는 단계별 접근전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 산둥성(山東省) 지역에는 1만여 개의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는데, 이 중 70~80% 정도가 칭다오 지역에 위치해 있다고 한다. 칭다오 지역 한인회의 통계에 의하면 칭다오 지역에 진출한 한국인이 8만여 명, 유동인구는 15만여 명으로 거대한 한인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다고 한다. 이석재 총경리의 말이다.
“중국, 그중에서도 칭다오가 위치한 산둥성 지역은 외국이 아니라 한국과 한몸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저희 회사는 진출 초기에 기계설비를 한국에서 가져오고, 원료의 60%는 한국에서 수입해다 썼어요. 때문에 중국 진출기업이 늘면 늘수록, 양산 시스템을 구축하면 할수록 한국의 對中(대중) 수출은 늘어납니다. 우리는 중국에서 기업활동을 하고 있지만 사실은 조국을 위한 애국활동을 하고 있는 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