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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년 7월호

지역구 의원의 기고

豊·和·格을 갖춘 품격 높은 나눔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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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惠薰 국회의원(서초갑)
⊙ 1964년 부산 출생.
⊙ 마산제일여고·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美 UCLA 경제학 박사.
⊙ 미국 LAND연구소 연구위원, 영국 레스터大 교수, KDI 연구위원, 한나라당 원내 부대표 역임.
⊙ 現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간사, 국제의원연맹 이사.
예술의전당 음악 분수.
  요즘 ‘명품’이란 단어만큼 그 본질적 의미가 왜곡된 단어도 드문 것 같다. 마치 품격과 품질은 담보되지 않고 값만 비싼 것, 저급한 속물주의의 대명사처럼 마구 오용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서초 곳곳에 걸려 있는 ‘일류 명품도시 서초’라는 문구를 볼 때마다 혹 이러한 속물주의 느낌이 묻어나지 않을까 노파심을 갖곤 한다.
 
  왜곡되지 않은 진정한 의미의 ‘명품도시’는 어떤 것일까? 명품도시란 단순히 최첨단 주택이나 고가 아파트를 일컫는 것이 아니라, 삶을 결정하는 총체적 만족도가 높은 곳을 의미한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어떤 특성을 갖춘 곳을 명품도시라고 일컬을 수 있을까? 어떤 이들은 명품도시의 DNA는 풍요, 화합, 품격이라고 정의한다(최은수, <이것이 명품도시다>). 즉 살고 싶은 풍요로운 도시(豊·Wealth), 더불어 행복한 도시(和·Harmony), 내가 좀 더 품격 있게 살 수 있는 도시(格·Premium)를 가리킨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정의를 다음과 같이 재해석하고 싶다. 우선, 豊(풍·Wealth)은 물질적 풍요에 그치지 않고 공동체 속에서 이웃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정신적인 풍요로움까지 갖추는 것이다.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전국 으뜸인 서초는 물질적 풍요는 이미 갖추었다. 나만의 풍요, 우리 가족만의 물질적 풍요에 安住(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내 이웃, 내가 속한 공동체의 구성원들과 작은 것 하나라도 함께 나누는 정신적 풍요로움를 갖춰 나가는 것이 앞으로 남은 서초의 과제일 것이다.
 
  다음은 和(화·Harmony)다. 조화롭다는 것은 다양한 생각과 방식이 따로 겉돌지 않고 서로 잘 어울린다는 뜻이다. ‘난 옳아. 넌 틀렸어’라고 예단하지 않고, ‘듣고 싶지 않아’라고 담을 쌓지도 않고, 네 편 내 편을 가르지도 않는 것이다.
 
  나와 다른 생각도 들어주고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 서로의 차이를 좁혀 나가는 서초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다름’은 불편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존중받는 그런 곳 말이다.
 
  남한과 북한, 영남과 호남으로 나눠진 것도 모자라 최근엔 강남과 강북까지 나누려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나누어진 것을 하나로 다시 묶어내는 역할을 서초가 담당할 때 서초는 진정 조화로운 ‘화의 도시’가 될 것이다.
 
  세계적으로 ‘화의 도시’로 잘 알려진 싱가포르의 경우, 도시 안팎의 조화, 글로벌 사회와의 융화를 통해 성장을 이끌어낸 것으로 유명하다. 도시 안에서의 시민 간의 조화를 위해서는 복지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도시 바깥과의 조화를 위해서는 글로벌 사회와의 호흡을 함께하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세계적인 格의 도시들
 
  우선 서초 안에서의 조화와 서초 바깥과의 융화로 나누어 보자. 서초 안에서의 조화는 먼저 서초 안에서 고통받고 있는 소외계층을 품는 것이다. 단순히 소득 격차뿐 아니라 교육격차, 문화격차로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이 더불어 살 수 있는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다음으로 서초 바깥과의 융화를 위해서는 세계를 향해 열린 서초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서초의 경우, ‘서래마을’이라 불리는 프랑스인 마을이 있다. 새해가 되면 프랑스의 명절 ‘主顯節(주현절)’과 우리 설날을 퓨전식으로 결합해 연날리기, 떡메치기, ‘갈레뜨 데후아(Galette Des Rois: 둥근 파이 속에 작은 인형을 넣어 놓고 시식하다 인형을 맨 먼저 발견한 사람에게 왕관을 씌워 주고 그날 하루 왕으로 모시는 놀이)’ 놀이를 하며 인종의 차이를 잊는다.
 
  5월이 되면 서초구민의 날 행사에 프랑스 팀이 프랑스 전통복장으로 출전해 줄다리기, 기마전, 족구 등 우리들과 함께 뒤엉켜 프랑스 사람 한국 사람이 아닌 한동네 사람임을, 모두가 서초 사람임을 확인한다.
 
  이제는 프랑스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향해 열린 서초가 될 때 비로소 세계 속의 서초, 화의 도시 서초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格(격·Premium)이다. 품격이란 다른 것들과 확연히 돋보이는 기품과 위엄을 의미한다. 세계적인 ‘격의 도시’들은 ‘지구에서 환경적으로 가장 올바른 도시’, ‘가장 현명한 도시’, ‘꿈의 희망도시’로도 불린다. 즉 ‘격의 도시’란 단순히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가치지향적인 도시, 모두가 지향해야 할 목표점과 같은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도시에 디자인, 녹색, 환경, 역사, 문화, 예술 등의 콘텐츠를 입혀 도시의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도시를 의미한다. 세계적인 ‘격의 도시’들을 보자. 도시 경관 디자인 1위 미국 뉴욕, 유럽의 환경 수도로 불리는 독일의 프라이부르크, 물의 도시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세계 3대 축제 도시 가운데 하나인 일본 삿포로, 예술도시의 대명사인 오스트리아의 빈 등을 보면 분명히 알 수 있다.
 
  시민들은 가장 먼저 경제적 풍요를 추구하고(豊), 일단 경제적 풍요로움을 만족시키면 더불어 살고 싶어한다(和). 두 가지가 충족되면 시민들은 품격을 지키려 한다(格).
 
서초구는 지역주민과 직장인 3000여 명이 자발적으로 참여, 교육, 문화, 공연, 의료, 보건, 외국어, 재난재해 등 10개 분야에서 67개 팀이 자원 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품격 높은 나눔 공동체
 
  그러면 ‘격의 도시’를 어떻게 만들어 갈 수 있을까? 필자는 ‘격의 도시’를 만들어 가는 작은 단초들을 이미 서초에서 발견하고 있다. 자원봉사 활동이 그것이다.
 
  2006년 서초의 한 해 기부금은 27억9000만원에서 2007년 34억6000만원, 2008년 118억8000만원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07년 3월에 발족한 ‘서초전문자원봉사단’은 4000여 명의 전문 자원봉사자들이 총 1만여 회의 자원봉사를 펼쳤다. 이러한 기부와 자원봉사 활동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나눔과 봉사의 시민정신이 경제적인 여유에서 자동적으로 파생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다른 지역에 비해 전문직 종사자가 많고, 학력도 높고, 소득도 높기 때문에 배려, 희생, 협조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여지가 더 많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단순히 소득과 교육수준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엄청난 자원봉사 열기가 서초에서 가능한 것은 더 높은 단계의 욕구를 실현하기 위해 나눔과 봉사의 시민정신을 서초구민들이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철학자 퍼트남은 “건강한 공동체는 시민공동체이기 때문에 풍요롭고, 시민참여의 규범과 네트워크로 표상되는 사회자본은 효과적인 정부뿐 아니라 경제발전의 선행조건”이라고 했다. 즉 나눔과 봉사의 시민정신은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도시의 기본 욕구인 경제적 자산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서초구민들은 이미 마음의 담장을 허물고 욕구실현의 가장 높은 단계인 자기실현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서초는 품격 있는 나눔 공동체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화와 지방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세방화(Glocalization) 시대에 도시는 끊임없는 변화를 요구받는다. 행복의 조건 또한 고도화되기 마련이다. 서초는 부단한 자기변신을 통해 세계 속의 명품도시로 도약하겠다는 명확한 비전과 전략을 가져야 한다. 세계적인 명품도시와 견주어볼 때 서초는 아직 걸어온 길보다 갈 길이 많이 남아 있는 것이 분명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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