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在昊 충남대 의대 교수
⊙ 1950년 인천 출생.
⊙ 서울대 의학과 졸업, 同 대학원 석·박사.
⊙ 충남대 기획처장·의과대 학장 역임.
⊙ 現 충남대 의과대 소아과 교수, 충남대부속병원 소아과 의사, 첨단의료복합단지 추진
실무위원회 위원장.
⊙ 1950년 인천 출생.
⊙ 서울대 의학과 졸업, 同 대학원 석·박사.
⊙ 충남대 기획처장·의과대 학장 역임.
⊙ 現 충남대 의과대 소아과 교수, 충남대부속병원 소아과 의사, 첨단의료복합단지 추진
실무위원회 위원장.
- 싱가포르의 바이오메디컬 산업 발전을 선도하기 위해 세워진 바이오폴리스 연구단지.
세계경제는 1900년대 전반에는 전동차·화학·전기·항공 산업이, 후반에는 전자·통신 산업이 主流(주류)가 됐다. 21세기 초가 되면서 세계경제 시장에 두 가지 이슈가 등장했다. 첫째 인구구조와 환경 이슈, 둘째 기술 컨버전스 이슈다. 환경오염 및 에너지와 물 부족 현상으로 대체에너지 시장과 친환경제품 시장이 유망해질 것이고, 핵가족화와 인구고령화로 건강과 의료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인간이 건강한 삶을 추구하고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융·복합기술과 연계된 건강, 질병 및 환경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국가의 경제발전과 국민복지 및 건강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BT산업이 IT산업을 능가, 세계경제를 주도할 성장엔진으로 주목받고 있다.
선진국들이 최근 의료산업을 차세대 주요 첨단산업으로 선정하면서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경제를 年(연)평균 10% 발전시킬 수 있고, 국가 산업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어 국민복지와 경제성장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샌디에이고 바이오클러스터]
샌디에이고 지역은 성공한 의료산업 지역이다. 샌디에이고대학과 생명과학 관련 연구기관의 바이오 연구 경쟁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제약기업들이 결집한 이곳은 바이오 벤처창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역동적인 바이오산업 클러스터다. 샌디에이고 바이오클러스터의 발전과정은 곧 바이오클러스터 산업의 興亡盛衰(흥망성쇠)를 그대로 보여준다.
1956년 스크립스(Scripps)연구소가 설립된 후, 1964년 샌디에이고대학이 설립돼 바이오 연구 기반이 구축됐다. 1978년엔 지역 최초로 바이오 벤처기업인 하이브리테크(Hybritech)가 설립됐다. 이후 53개 벤처기업이 창업해 1970~80년대 바이오분야 기초연구 성과의 사업화가 활발히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1985년 샌디에이고대학의 커넥트(CONNECT)가 설립돼 이 프로그램을 통해 변호사, 기술자, 경영자 등이 참여하는 혁신 네트워크가 구축됐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벤처기업의 창업과 다국적 기업이 집적돼 혁신클러스터로 성장, 바이오클러스터로의 역동적인 발전을 이뤘다.
최근 다국적 제약기업들이 샌디에이고대학의 연구성과를 활용하거나 M&A를 위해 샌디에이고 지역으로 밀집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화이자, 릴리, 존슨앤존슨, 머크, 노바티스 등 다국적 제약기업을 포함해 500여 개의 생명과학 기업이 모여들었다. 또 대학과 연구기관들의 기초 연구성과에 대한 사업화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샌디에이고 바이오클러스터의 성공요인
● 우수한 연구기관과 대학의 존재. 솔크(Salk), 스크립스 연구소 등 세계적 수준의 생명과학 기초연구기관과 샌디에이고대학 등 연구중심대학이 자리 잡고 있다.
● 기초연구 성과의 사업화를 추진하는 ‘커넥트’ 프로그램의 활성화.
● 세계적인 석학 연구자를 유치해 생명과학 연구의 리더십을 확보.
● 1970년대 바이오벤처 창업의 성공사례들이 다국적 제약회사들을 유입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
미국 보스턴에는 MIT, 하버드, 보스턴대학 등 전통적으로 유수한 대학과 연구기관들이 집적돼 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하버드 의대, 연구 지향적 병원인 MGH(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를 중심으로 이뤄진 대규모 병원은 미국 전체 병원 가운데 세 번째 규모를 자랑한다. 이를 바탕으로 발전한 의료서비스는 의료기술 확산과 산업화에 큰 공헌을 하고 있다.
연구중심 클러스터의 연구개발 결과물들이 상업화에 성공, 바이오클러스터 내에는 300여 개의 바이오테크 기업과 150여 개의 의료기기 업체들이 입주해 기업 수 기준으로 바이오산업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벤처기업의 창업도 활발하게 이뤄져 1985년부터 2000년까지 152개의 신규 바이오기업이 생겨났다. 2004년엔 MGH 연구결과 중 17개 품목이 제품화돼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데 공헌했다. 그중 대표적 사례가 관절염 치료제인 엔브렐(Enbrel)이다.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의 핵심주체로 1990년대 중반 존 패리시(John A. Parrish)와 론 뉴바우어(Ron Newbower)에 의해 설립된 CIMIT(Center for Integration of Medical and Innovative Technology)다. CIMIT은 보스턴 지역의 주요 연구기관과 의료기관들로 구성된 컨소시엄 형태로, 다양한 연구프로그램을 운영해 보건의료 기술의 이전과 산업화를 돕고 있다.
CIMIT는 바이오클러스터의 혁신을 촉진할 수 있는 네트워킹 환경을 이용해 MGH, MIT, 하버드 의대 등 세계적인 대학, 병원, 연구소, 금융기관 등을 연계하는 중개연구의 촉진자적 역할을 담당한다. 임상의사, 기술자, 기업가, 과학자의 강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임상 중심의 컨소시엄을 구성해 의료기술의 혁신적 아이디어를 실현케 하는 교량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의 성공 요인
● 1811년에 설립된 미국 내 3위 규모의 MGH와 보스턴 지역 내 전통 있는 병원들에 의해 확보된 전통적인 의료서비스 인프라.
● 하버드, MIT, 보스턴대학 등 교육·연구기관들의 우수한 의료인력.
● 의료기술의 사업화 기반 조성. 지역의 풍부한 금융 인프라를 통해 사업자금을 조성할 수 있고, 비영리기관인 CIMIT를 통한 기초연구 성과의 산업화가 용이하다.
[휴스턴 텍사스메디컬센터]
미국 텍사스 휴스턴 지역의 텍사스 메디컬센터는 연구중심 병원과 의과대학을 중심축으로 교육훈련과 국제적인 의료서비스 경쟁력을 확보한 의료서비스 단지다. 단지 내에는 13개의 병원(6300병상)과 11개의 교육기관이 있다. 관련 종사자 수만 6만5300여 명(2004년)으로, 휴스턴 지역경제의 25%를 점유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고 있다.
텍사스메디컬센터 시작은 M.D. 앤더슨이 1936년에 건강, 과학 및 교육분야에 대한 연구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설립한 앤더슨 재단이다. 2년 뒤 그가 기부한 1900만 달러의 유산과 텍사스주 정부가 기증한 토지를 제공 받았다.
재단 설립 60년 후, 320만m² 규모의 공간에 암과 심혈관 질환의 치료와 예방을 위한 핵심 연구기관인 M.D. 앤더슨 암센터와 텍사스심장연구소를 비롯한 43개의 병원, 연구소, 의과대학, 지원기관들이 들어섰고, 의료서비스와 보건의료 연구 교육훈련 기능을 갖춘 ‘의료서비스 교육·연구 복합단지’로서 국제적인 지명도를 갖춘 ‘메디컬 도시’로 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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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텍사스 MD 앤더슨 암센터 전경. |
텍사스메디컬센터의 성공요인
● ‘메디컬 도시(City of Medicine)’란 비전의 공유.
● 의과대학, 의료기관, 병원 등 연관성이 높은 의료 관련 기관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상호협력 시스템을 구축.
● M.D. 앤더슨 재단이 특화전략을 추진할 수 있는 리더십 기관으로 활약. 휴스턴시를 비롯한 주정부, 연방정부, 병원, 대학 등으로부터 지원을 유치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수행.
● 세계적 수준의 연구중심 병원 설립을 통한 외국환자 유치.
● 교육 및 숙박시설과 각종 회의를 위한 컨벤션센터 등을 구축. 국제공항 교통체계, 외국환자를 위한 통역 등의 서비스.
[고베 의료산업도시]
일본 고베(神戶) 의료산업도시는 1995년 大(대)지진 이후 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市(시)가 직접 의료산업 발전을 주도한 결과다. 의료산업을 지역경제 발전의 성장동력 산업으로 지정해 국내외 의료관련 연구기관과 기업들을 집적시켜 제약과 의료기기 산업 및 재생의학 등 첨단 의료기술 산업이 발전했다.
고베 의료산업도시의 설립은 고베시와 후생노동성, 경제산업성 및 문부과학성 등 정부기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추진됐다. 1998년 10월 고베 의료산업도시에 대한 기본구상이 발표됐고, 이듬해 8월 구상을 조기에 구체화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산·학·연의 주요 인사들로 구성된 고베 의료산업도시 구상 연구회가 설립됐다.
오늘날 국내외 70여 개 의료관련 기업체가 참여하고 있어 첨단 의료산업도시 형성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의료산업도시로서의 성공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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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베 의료산업도시. |
고베 첨단 의료산업도시 성공요인
● 정부와 지역사회의 일관된 계획과 추진력.
● 뚜렷한 비전을 가진 선도자의 리더십. 前(전) 교토(京都)대 총장이자 당시 고베시립병원장이었던 히로 이무라(裕夫井村) 박사의 헌신적인 리더십과 의료산업도시에 대한 새로운 비전이 프로젝트 초기 단계에 필요한 원동력의 근원이 됐다.
● 인근지역의 우수한 교육 및 연구기관과의 효율적인 네트워크 구성. 고베시는 고베대학, 교토대학, 오사카대학 등 부근의 연구소와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인근 지역의 바이오산업 단지와 연계했다.
● ‘선택과 집중’이란 목표로 연구분야 선정.
[싱가포르 바이오사이언스 허브]
싱가포르 정부는 ‘아시아의 바이오메디컬 산업의 중심지’와 ‘아시아 최고의 의료서비스 허브’를 목표로 바이오메디컬 사이언스 동력 프로그램을 기획·추진하고 있다. 바이오메디컬 산업 발전을 선도하기 위한 연구단지인 바이오폴리스(Biopolis)와 5개의 핵심거점 연구기관이 설립돼 제약과 의료기기 산업이 발전, 2005년 9.8%의 고도성장을 이룩했다.
아보트, 글락소스미스크라인, 론자, 머크, 노바티스, 화이자, 사노피 아벤티스, 박스터 등 글로벌 제약기업들이 연구시설을 설립했고, 백톤 디킨슨, 바이오센서, 시바 비전, 에실로, 올림포스, 필립 메디컬 등과 같은 글로벌 의료기기업체들이 생산기지를 구축했다. 또 벤처창업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아시아의 의료 허브로 만들려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의료기술 산업을 성장동력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바이오메디컬 사이언스 프로젝트를 1999년부터 5년간 추진했다. 그 결과 의료기술 부문이 국가 총생산액의 9.1%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산업 섹터로 성장했다.
선진국의 의료기술혁신 클러스터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6가지로 요약된다. ▲지역 의료산업 발전에 대한 확실한 비전과 리더십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공감대 형성을 통한 외부 연구·개발자금과 바이오 기업들을 결집 ▲교육·문화·생활 환경이 잘 발달한 대도시에 위치한 의료기술혁신 클러스터 ▲연구개발 기능, 교육훈련 기능, R&D 지원서비스 기능, 중개 임상연구 기능 등의 기술혁신 가치 사슬이 효율적으로 잘 발달한 시스템 ▲‘혁신촉매기관’의 존재 ▲세계적인 혁신클러스터로서의 명성과 브랜드다.
우리나라는 지난 수십 년간 경제환경과 의료기술이 발전하면서 식생활과 생활양식이 나날이 서구화되고 있다. 질병 양상이 변화하고 노인 인구의 증가로 세계 1위의 고령화 속도를 기록하고 있으며, 2030년엔 국민의 25%가 65세 이상인 超(초)고령화 사회에 진입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은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한 새로운 성장동력 산업 창출 ▲삶의 질 향상 ▲선진 복지사회 구현 등을 위한 첨단의료 시스템의 구축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의료산업의 현실은 취약한 수익성과 자본구조, 전후방 산업 간 연계성 부족 등으로 경쟁력이 저하된 상태다. 국내 종합병원 중 연구개발 기능을 수행하는 곳이 14%밖에 되지 않고, 제약사의 연구개발(R&D) 투자는 다국적 제약사의 1%에도 못 미칠 정도로 취약하다.
한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낙후되지 않기 위해선 정부가 첨단의료복합단지를 활성화해 외국 선진국들의 틈새시장을 확보해야 한다. 국내 현실에 적합한 의료산업을 선택해 21세기 성장동력과 국가 전략산업으로 집중 육성 발전시키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 또 의료산업 활성화를 통해 급격하게 증가하는 암, 당뇨, 심·뇌혈관 등 질환과 난치병의 치료법들이 개발돼야 하며, ‘U-Health’와 같은 의료서비스 수준을 향상시켜 의료서비스 시스템을 선진화해야 한다.
의료산업 수준이 미미한 우리나라에서 의료산업이 외국과의 경쟁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냉정한 판단과 엄격한 기준으로 첨단의료복합단지가 조성되는 지역이 선정돼야 한다.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 지역이 정치적이거나 지역적인 이유 등으로 잘못 선정된다면 국가의 경쟁력은 바닥으로 떨어질 것은 물론, 중복투자로 인한 국가재정 파탄까지 불러올 수 있는 위험성이 크다.
의료산업은 기계, 전자, 재료, 표준, 바이오, 통신, 임상 등의 융·복합 과학기술이 요구되는 분야다. ‘대덕R&D특구’는 35년간의 지속적 투자를 통해 시설, 기술, 인적 인프라를 구축해 왔다.
특구본부를 비롯해 KAIST, ETRI, 생명·한의학·화학 등 의료기술 개발을 정부 출연연구소들이 구축됐고, 바이오벤처기업 및 대기업 연구기관들이 집적돼 있다.
차세대 의료기술 개발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의료서비스 수준 향상과 의료산업을 활성화시키는 첩경이다. 대덕R&D특구 내 첨단의료복합단지가 조성되면 특구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
싱가포르 바이오메디컬 허브 프로젝트의 성공요인
● 국가 브랜드 가치를 최대한 활용, 글로벌 제약회사와 의료기기 업체들 적극 유치.
● 글로벌 스탠더드 접근방식을 통해 선진 주요국의 선도 연구기관 연구원과 바이오 분야 석학들을 중심으로 자문위원회를 구성 운영.
● 산업육성 정책과 바이오메디컬 사이언스 정책의 적절한 조화.
● 바이오기술의 분야와 발전단계에 따라 투자펀드와 R&D 보조금 등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