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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책부록
  1. 2009년 4월호

[머리말] 世方化 시대, 대전의 울림

金容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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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서 지방자치제도가 본격화된 것은 1995년이었다. 이 해에 처음으로 民選(민선) 기초·광역자치단체장 선거가 실시됨으로써 그동안 중앙정부가 임명해 오던 군수, 시장, 구청장, 도지사를 지역 주민이 투표로 선출하고 지방의회도 구성하게 된다.
 
  이제 지방자치 노하우가 15년을 아우르면서 지방이 꿈틀대고 있다. 우리 유권자들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는 특이한 투표 행태를 보이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대학교수나 판검사, 정치꾼들을 주로 택하는 반면 단체장들은 행정 현장에서 계단과 절차를 밟아 커리어를 쌓아온 정통 행정관료 출신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제 지방은 중앙에 예속된 하위 개념이 아니라 지역의 경쟁력을 극대화하여 세계와 경쟁하는 시대 풍경이 전개되고 있다. 서울의 경쟁 상대는 경기도나 제주도가 아니라 도쿄나 베이징, 뉴욕이고, 부산의 경쟁 상대는 대전이나 강원도가 아니라 상하이와 싱가포르다. 이름하여 세계화(Globalization)와 지방화(Localization)가 한몸이 된 世方化(세방화·Glocalization)의 시대가 본격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月刊朝鮮(월간조선)이 창간 29주년 기념 별책부록의 주제로 ‘대전’을 선정한 것은 대전이야말로 ‘세방화’의 본질에 가장 적나라한 주제를 내포하고 있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지난 반세기 국민들의 피와 땀의 결집으로 우리는 인류 역사상 엄두를 내지 못했던 산업화와 민주화의 결실을 이뤄냈다.
 
  우리 시대에 이뤄야 할 절박한 과제는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의 도약인데, 그 도약의 단서를 쥐고 있는 곳이 대전이요, 대전이 품고 있는 대덕연구개발특구다.
 
  6·25 때 도심 대부분이 전란으로 파괴돼 판잣집이 즐비했고, 북에서 흘러온 피란민들이 목척교를 중심으로 한 시장에서 처절한 생존의 몸부림을 하던 곳이 대전이다. 연초제조창과 조폐공사가 有二(유이)한 산업시설이었던 산업 不在(부재), 공장 부재의 도시. 오로지 경부선과 호남선의 분기점이라는 지리적 이점을 매개로 한 도매상권에서 지역 살림의 부가가치가 생성되던 척박한 땅이었다.
 
 
  글로벌 혁신 세계 2위
 
  대전에 약진의 용광로가 펄펄 끓기 시작한 기폭제는 1970년대 중반 대덕연구단지의 출범이었다. 아울러 무속이 판치던 계룡산 자락에 3군 본부가 들어서고, 옛 공군기교단과 활주로 자리에 신시가지와 정부대전청사가 낙점되면서 대전의 위상이 미래를 향해 뛰는 질풍노도의 시대를 맞게 된다.
 
  아직은 흡족함보다는 미흡함을 지적하는 관전평이 지배적이긴 하지만, 대덕특구를 중심으로 한 ‘과학 한국’의 의지와 열정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의 도약에 결정적인 계기였다.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인 미국의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최근 발표한 글로벌 혁신지수에서 한국은 세계 110개국 가운데 싱가포르에 이어 세계 2위에 올랐다. 국내 기업이 활발한 혁신활동으로 신기술 개발과 생산성 증대 등의 성과를 낸 덕이다.
 
  이런 혁신의 기운, 신기술 개발의 진앙지는 대덕특구다. 대덕특구는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는 국책연구기관과 민간기업연구소가 집적되어 있는 국가 R&D 허브요, 대한민국의 ‘상상력 天國(천국)’인 동시에 5만 달러 시대의 견인차다. 대덕에서 자동차는 만들지 못하지만 인공위성은 만들 수 있다. 석유는 생산하지 못하지만 인공태양을 통한 핵융합 발전은 몇 년 뒤면 가능하다.
 
  1인당 국민소득 300달러 시대인 1970년대에 훗날을 내다보고 거국적인 투자를 감행하여 소득 2만 달러라는 성과를 내놓은 기폭제가 된 곳이 대덕이다. 대덕의 바이오벤처기업 연구실에서는 지금도 생면부지의 신약 물질이 창조되고 있고, 고질병 치료제를 비롯하여 IT 신기술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한국의 노벨상 수상자는 대덕의 어느 연구실에서 탄생되리란 것이 중론이다.
 
  이런 의지와 열정이 거대한 다발로 엮여 미래를 선도하는 융·복합 신기술로 승화될 때 우리는 비로소 선배세대가 물려준 대덕특구보다 더 가치 높은 대덕을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전’이라는 도시공간이 창조하는 가치는 크고 넓고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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