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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년 1월호

[대한민국 2030] 20년 후 한국의 외교정책

美·日 해양세력과의 동맹으로 중국의 위협에 대응해야

李春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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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春根 미래연구원 연구처장
⊙ 1952년 서울 출생.
⊙ 연세大 정외과·同 대학원 졸업. 美 텍사스주립大 정치학 박사.
⊙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해양전략연구소 연구실장, 자유기업원 국제문제연구실장, 同 부원장 역임.
⊙ 現 이화여대 겸임교수.
⊙ 저서: <현실주의 국제정치학> 등.
2030년에도 미국은 여전히 패전국가로 남을 것이다. 사진은 2006년 6월 태평양상에서 실시된 美해군의 <용감한 방패> 훈련.
  1980년대 후반 미국 沒落論(몰락론) 이 유행했다. 미국은 더 이상 세계 제1의 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 1980년대 후반의 압도적 多數說(다수설)이었다. 정치가·학자·일반인들이 모두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믿었다. 1980년대 말, 미국의 뒤를 이어 세계1위가 될 것으로 점쳐졌던 나라는 일본이었다.
 
  풀 케네디 교수의 <강대국의 흥망>은 미국 몰락론을 확산시켰던 대표적인 책이었다. 1987년 나온 이 책의 초판본 표지에는 지구의 頂上(정상)에서 성조기를 어깨에 걸고 아래로 막 내려가려는 미국을 상징하는 엉클 샘(Uncle Sam)의 모습이 그려져 있고, 그의 앞에는 이미 아래로 내려가 있는, 유니언 잭(영국 국기)을 어깨에 메고 있는 영국인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미국의 뒤를 이어 지구의 정상으로 막 오르려 하고 있는 사람은 일장기를 든 일본 사람이었다.
 
  케네디의 책은 발간 3년 만에 여지없이 틀린 책이 되어버렸다. 우선 케네디가 거의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소련제국의 급격한 붕괴였다. 케네디만 소련의 붕괴를 예측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당대의 초일류 소련 전문가들 중에서 소련의 붕괴를 예언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지식인들로부터 바보 취급을 받은 레이건 대통령이 오히려 소련의 몰락을 가장 정확하게 예측한 사람이었다.
 
  소련이 몰락한 이후 1990년대로부터 2000년대 초반에 이르는 10여 년 동안 미국은 타의 추종을 압도하는 유일 초강대국의 지위를 누렸다. 1999년 간행된 <미국은 외교정책이 필요한가?>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책에서 헨리 키신저 前(전) 국무장관은 “새로운 천년을 맞는 이 시점에서 미국은 역사상 어떤 위대한 강대국도 누릴 수 없었던 압도적인 힘의 우위를 향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21세기를 맞이하는 시점의 미국은 지구 역사에 나타났던 어떤 강대국보다 막강했다. 1990년대 이후의 미국은 수퍼 파워(Superpower, 초강대국)라고 부르기에도 부족하여 하이퍼 파워(Hyper Power) 혹은 위버파워(Uberpower), 즉 極(극)초강대국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나타났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몰락론은 1990년대 이후에도 지속됐다. 그런데 재미있는 현상이 나타났다. 1990년대 이후 거론되기 시작한, 미국의 몰락을 초래할 도전국은 일본이 아니라 중국이었다. 2008년 9월 중순 미국發(발) 금융위기가 시작되고, 그 여파로 세계 경제가 급속히 침체된 상황에서 미국 몰락론은 더욱 위세를 떨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2009년을 맞이하며 2030년의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과 외교 정책을 분석해 보는 것은 의미 있는 知的(지적) 작업이다. 과연 2030년 한반도 주변의 국제정세와 강대국의 力學(역학)구조는 어떻게 바뀌게 될 것인가? 한반도 주변의 국제정세와 강대국의 역학구조 분석은 언제라도 대한민국 외교정책을 위한 기초 지식이 되어야 한다.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의 권력구조 변화는 한국 외교를 규정하는 틀이 되기 때문이다.
 
 
  ◈ 국민국가와 민족주의의 지속
 
<강대국의 흥망>의 저자 폴 케네디 교수.

  世界化(세계화)의 진행에도 불구하고 민족국가들은 2030년에도 가장 막강한 정치조직으로 남아 있을 것이며, 국제정치는 20세기의 세계와 마찬가지로 無(무)정부 상태로 남아 있을 것이다. 국가들에게 강제적인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국가보다 권위가 더 높은 上位(상위)의 국제적인 조직은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세계 각국의 국민들은 2030년에도 자신의 국가를 위해 최대의 충성을 바칠 것이며 국가들은 모두 주권국가(sovereign state)로 남아 있을 것이다. 2030년에도 한국인·일본인·중국인들은 지금처럼 스스로를 한국 국민·일본 국민·중국 국민이라고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민족주의가 강력하게 남아있을 것이며 아시아 국가들의 국민은 2030년에도 자신을 아시아인·세계인으로 자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국민국가는 2030년에도 세계정치에서 가장 막강한 행위자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당연히 외교정책과 국제분쟁은 국가들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로 남아 있을 것이다.
 
  東北亞(동북아) 국가들은 2030년 지금보다는 훨씬 더 부유한 상태에 있을 것이다. 2008년 세계 2위, 4위, 13위의 경제력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중국·한국은 2030년에는 모두 세계10위 이내에 들어가는 나라가 될 것이다.
 
  중국은 미국을 앞서지는 못할 것이지만 방대한 인구 덕택에 경제력에서 세계2~3위가 될 것이다. 일본 역시 세계2~3위의 자리를 놓고 중국과 경쟁할 것이다. 한국은 2008년 이후 자유민주주의 우파 정권이 계속 집권한다면, 시장친화적인 정책을 통해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李明博(이명박) 정부가 말한 747, 즉 ‘10년 동안 계속 7 % 성장을 이룩하여 국민소득 4만 달러를 달성하고 세계 7대 강국이 되자’는 구호는 예정보다 늦춰지기는 해도 2030년에는 거의 확실하게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즉 2030년의 동북아 5개국(한국·중국·일본·러시아·미국)은 모두 세계 10대 경제大國(대국)에 들어가는 나라가 될 것이다.
 
  2030년의 한반도는 아마 정치적으로 통일을 이룬 상태에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神政政治(신정정치) 의 주역인 金正日(김정일) 정권이 그때까지는 종말을 고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神(신)으로 승격된 金日成(김일성)의 권위를 빌려 김정일이 통치하는 나라다. 북한은 이미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없는 나라가 되었으며, 김정일은 각종 질병으로 인해 생물학적 생명이 종말에 가까워졌다.
 
  2030년의 시점에서 북한은 존재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김정일 정권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혹자는 “북한에 ‘강경한’ 軍部(군부)정권이 출현하는 것은 우려스런 일”이라며, 김정일의 존속을 내심 바라는 언급을 한다. 하지만 ‘강경한 군부’는 김정일이 도저히 할 수 없는 북한의 개혁개방을 추진할 수 있는 집단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군부는 신정정치의 기초가 되는 주체사상을 역사의 휴지통 속에 집어던질 수 있는 집단이다.
 
  북한이 주체사상을 포기하면 남북한은 자본주의 체제로 收斂(수렴)될 것이다. 2030년 남북한은 정치적으로 통일을 이룩하지는 못하더라도 오늘의 유럽연합 이상으로 경제 통합을 이룩한 나라가 되어 있을 것이다.
 
 
  ◈ 미국은 중국의 대두를 방치하지 않을 것
 
  많은 사람들이 21세기에는 중국이 미국을 앞서 세계 초강대국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2030년 미국은 아직도 세계의 초강대국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경제학 혹은 경영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중국이 미국을 곧 앞설 것이라고 예측하는 반면, 전략론 및 국제정치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중국이 미국을 앞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 특히 미국의 大(대)전략을 연구하는 전략가들은 중국이 미국을 앞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2008년 현재 중국보다 군사력에서 10배 이상 강하고 경제력에서 5배 이상 강한 미국이 중국의 추월을 방치할 리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중국이 미국을 아무 일 없이 평화적으로 추월한 후, 앞으로 더욱 치고 나갈 수 있도록 미국이 방치할 것이라는 논리 자체가 전략론의 영역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일이다. 중국은 和平?起(화평굴기), 즉 ‘평화로운 강대국화’를 말하지만 미국이 중국의 굴기를 평화스럽게 맞이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역사에 나타났던 세계대전급의 대규모 전쟁들은 모두 覇權國(패권국)의 권력이 교체되는 시점에 야기된 전쟁들이다. 국제패권 전쟁에 대해 그 어느 나라보다 방대한 연구가 축적된 미국이 중국의 패권 도전을 강 건너 불 보듯이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시카고 대학의 존 F 미어셰이머 교수는 “미국은 중국의 도전을 不許(불허)할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에 대한 도전국이 될 수 없다”는 주장도 많다. 카터 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교수는 2004년의 저서에서 “일본은 미국과의 경쟁에서 뒤처졌고, 유럽이 미국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정치적으로 통일을 이룩해야 하며, 중국이 미국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우선 두 세대 동안 빈곤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 필적할 국가가 앞으로 두 세대 동안은 나오기 힘들다는 말이다.
 
  브레진스키의 분석을 받아들인다면 2030년 동북아의 힘의 구조는 패권국 미국, 막강한 중국, 막강한 일본, 지금보다 상당히 강해진 대한민국에 의해 형성될 것이다. 러시아는 석유 및 천연가스 등 자원 수출에 힘입어 1990년대의 비참함에서 벗어나겠지만 일본·중국을 앞서지는 못할 것이다. 러시아의 경제력은 한국보다 뒤처질 것이지만, 막강한 군사력 때문에 2030년에도 동북아 지역에서 상당한 전략적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
 
중국의 대두는 美·中간의 新냉전을 초래할 수도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서 인민무장경찰이 五星紅旗를 게양하고 있다.

 
  ◈ 美·中간 새로운 冷戰 가능성
 
  2030년 미국과 중국의 국력 격차는 2008년의 그것보다 훨씬 줄어들어 있을 것이다. 오건스키 교수가 제시했던 ‘힘의 轉移(전이)이론’에 의하면 패권경쟁을 벌이는 강대국들 사이에 힘의 격차가 줄어들 때 두 나라는 전쟁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급속히 힘이 증가하고 있는 도전국은 패권국과의 힘의 격차가 어느 정도 줄어들었다고 생각할 때 先制(선제)공격을 가함으로써 패권전쟁을 야기하는 것이 역사의 패턴이었다.
 
  2030년의 중국은 미국에 선제공격을 감행할 만큼 국력이 막강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과 미국 사이에 긴장과 갈등이 야기될 가능성은 당연히 높아진다. 중국이 민주주의 국가로 변신하는 경우라도 미국과 중국의 긴장 관계는 해소되기 어렵다. 두 나라는 이미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는 막강한 제국들이기 때문이다.
 
  冷戰(냉전)시대에 미국과 소련이 충돌했던 것은 두 나라의 이념이 달랐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두 나라는 너무나 막강한 초강대국이었기 때문에 그들의 이익은 세계 방방곡곡에서 충돌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2030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냉전시대의 美蘇(미소)관계와 비슷한 현상이 야기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을 것이다.
 
  아시아와 유럽 대륙에서 유일 패권국의 출현을 막는 것을 국가 대전략으로 삼고 있는 미국은 중국의 아시아 패권을 제압하기 위해 일본과 인도를 동원할 것이다. 그럼으로써 일본·인도·중국 등 3대 세력이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21세기版(판) 아시아 삼국지가 형성될 것이다. 2000년대 초반 이미 시작된 미국의 중국패권 저지 전략은 2030년에는 제도화된 동맹구조를 형성하고 있을 것이다.
 
 
  ◈ 가장 큰 위협은 중국
 
2030년 韓日관계는 準동맹수준으로 격상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은 2007년 6월 공동수색 및 구조훈련을 하고 있는 韓日 해군.

  대한민국은 2030년의 동북아 국제정치구조 속에서 국가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힘겨운 노력을 하고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국력이 세계 7위 수준으로 상승해도 우리가 상대해야 할 국가들이 우리보다 더욱 강한 나라들이기 때문이다. 북한으로부터 오는 안보상의 위협은 거의 없을 것이다. 적어도 경제통합을 이룬 상태가 되었을 것이라고 예측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러시아·일본 등 주변국에서 야기되는 잠재적 위협은 그대로 존재할 것이다. 地政學的(지정학적) 운명은 세월이 지난다고 해소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에 가장 큰 위협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일 수밖에 없다. 러시아도 잠재적인 위협이 될 것이다. 바다를 통해 한반도와 떨어져 있는 일본의 경우, 육지로 연결된 중국·러시아보다는 그 위협의 정도가 작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국가이익인 국가안보의 확보, 국력의 증가, 명예의 확보를 위해 한국은 2030년에도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다. 미국은 2030년에도 가장 막강한 나라로 남아 있을 것이며, 중국으로부터 한반도를 향해 밀려오는 무거운 힘을 상쇄해줄 수 있는 유일한 외부적인 힘이다.
 
  대한민국은 2030년의 일본과는 準(준)동맹 수준으로 외교관계가 격상될 수 있을 것이다. 더욱 막강해진 중국으로부터 공통적으로 당면하게 될 위협이 있는 한국과 일본의 국가안보 이익에서 일치하는 부분이 지금보다 더욱 많아지게 될 것이다.
 
  물론 우리는 중국과 우호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다만 국제정치의 원리상 한국에 대한 본질적인 안보 위협은 잠재적이든 현재적이든 중국일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2030년 대한민국의 국가전략과 외교정책을 규정할 또 다른 요소인 地政學(지정학)은 보다 분명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준다. 우리는 2030년에도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을 것이다. 미국은 한국의 영토에 대해 관심이 없는 유일한 이웃 나라다. 반면 중국·일본·러시아는 모두 한반도에 대해 ‘영토적인 이익(territorial interest)’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안심하고 동맹을 맺을 수 있는 강대국은 미국뿐이다.
 
  국제정치적 위협이란 주로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웃 국가로부터 오는 것이다. 국가들은 이웃 국가로부터 오는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멀리 떨어진 나라들과 동맹을 맺기 마련이다. 이것이 바로 遠交近攻策(원교근공책)이다. 古代(고대) 중국의 국제정치에서 도출된 이 책략은 오늘날에도 유효한 국제정치의 전략 원칙이다.
 
 
  ◈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는 날
 
  만약 중국의 힘이 미국을 압도하는 상황이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중국이 미국을 앞서는 날 우리는 미국과 동맹을 유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경우 대한민국이 택해야 할 전략은 ‘편승(bandwagon) 전략’이어야 한다. 미국·일본과 연계해서 중국과 균형을 도모하는(balancing) 방식이 있겠지만 그것은 대한민국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위험하다. 그때는 중국에 달라붙는 편이 최선책이다. 조선시대 우리의 전략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러나 2030년의 대한민국이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전략적인 선택을 고민해야 할 정도는 되지 않을 것이다. 미국과 일본으로 구성된 지구적 해양동맹은 그 시점에서도 군사 및 경제에서 중국을 압도할 것이며, 우리는 해양동맹에 속함으로써 안전과 번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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