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차 화성공장.
정답은 국내 최대 규모의 현대자동차 공장이 있는 경남 울산이 아니다.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이 만드는 자동차에 한정하면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울산이다. 2007년 한 해 현대차 울산 공장은 144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했다. 계열사인 기아차는 경기도 소하리와 화성공장에서 93만대를 생산했다.
하지만 다른 자동차 회사의 생산량을 감안하면 답은 달라진다. 지난해 쌍용차는 평택공장에서 25만대를 생산했고, GM대우차는 부평공장에서 44만대를 생산했다. 이들의 물량과 기아차 소하리와 화성공장 생산량을 합치면 경기도에서 지난해 생산된 완성차는 162만대로 경남 울산의 144만대보다 18만대가 더 많다.
경기도청 통계에 따르면 2007년 말 현재 국내 15개 완성차 공장 가운데 4개 공장이 경기도에 자리 잡고 있다. 이들 공장이 생산하는 자동차는 국내 전체 자동차 생산 물량의 약 40%를 차지한다.
경기도청 李在律(이재율) 경제투자관리실장은 “경기도의 자동차 산업이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공장과 하이닉스 이천 반도체 공장 등에 가려져 있어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도의 대표 산업으로 반도체를 꼽지만, 자동차 부품 업체까지 포함하면 자동차 산업의 비중이 만만치 않다”고 덧붙였다.
자동차 부품회사 24%가 경기도에 위치
이재율 실장에 따르면, 2006년 말 경기도에 있는 자동차 부품 업체는 모두 213개로 전국 자동차 관련 업체의 약 24%를 차지하고 있다. 2위인 경남(146개), 3위인 부산(87개)을 훌쩍 뛰어넘는다. 자동차 부품회사의 규모나 명성도 다른 지자체와 비교할 수 없다. 국내 자동차 부품 매출액 대비 상위 20개 업체 가운데 현대모비스(기흥), 만도(기흥), 위아(화성) 등 8곳이 경기도에 있다.
또 보쉬(독일·용인), 지멘스(독일·이천), 델파이(미국·기흥) 등 해외 유수의 자동차 부품 업체들도 경기도에 진출해있다. 경기도청 자료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상위 50개 유럽 업체 가운데 11개 업체가 경기도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는 産學硏(산학연) 연계지원을 통해 경기도의 자동차 클러스터를 지원하고 있다. 이재율 실장에게 “경기도가 국내 최대 자동차 생산지라는 건 다소 의외”라는 질문을 던지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울산이 자동차를 가장 많이 생산하고 있는 줄 알지요. 하지만 국내 완성차 40%의 고향이 경기도입니다. 공장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규모의 현대-기아 남양연구소, 주요 부품회사 연구소와 공장 등이 경기도에 있어요. 전국 자동차 주행 시험장 6개 가운데 세 곳(현대 남양연구소, 기아 조암연구소, 교통안전공단 화성연구소)이 들어와 있습니다 특히 현대-기아 남양연구소는 100만평이 넘는 규모로, 세계적인 연구소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처럼 수도권에 있는 우수 인력, 각종 연구소, 공장 등이 가까운 곳에 몰려 있어 자동차 클러스터가 형성됐습니다.”
―완성차 업체뿐만 아니라, 부품 업체들의 상당수가 경기도에 있더군요.
“완성차 공장 주변에 자연스럽게 부품업체들이 모여 들었기 때문입니다. ‘반월·시화 국가산업단지’의 중추 역할을 하는 산업이 자동차 부품업입니다. 산업단지가 있는 안산, 시흥, 화성 3개시에 경기도 자동차 부품 업체의 60%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경기 서남부 지역은 자동차 산업의 메카라고 할 만해요. 경기도의 자동차 클러스터는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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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자동차 10대 가운데, 4대는 경기도에서 생산된다. 자동차 부품 업체도 전체의 24%가 경기도에 몰려 있다. |
자동차부품산업을 핵심전략사업으로
이 실장은 경기도의 자동차 클러스터가 커질 수밖에 없는 요인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국내 완성차 공장과 부품업체들이 모여 있는 효과 때문이죠. 이들 업체들이 가까이 있어 연구, 생산 등이 원활하게 이뤄집니다. 각종 자동차 연구소들이 공장 주변에 자리를 잡아서 생산·연구 활동의 연계가 다른 지역보다 더 잘되고 있죠.
게다가 자동차 산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각종 전자장비, IT산업이 경기도에 집적돼 있습니다. 현재 자동차 부품의 30% 이상이 전자·IT 관련 제품들입니다. 이런 점들 때문에 완성차 업체나 부품 업체, 연구소 등이 점점 더 경기도로 몰려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경기도는 자동차 부품 산업을 핵심전략사업 가운데 하나로 정했다. 현재 경기도는 테크노파크(안산 소재)를 통해 기술개발을 지원한다. 테크노파크란 일종의 산업기술단지로, 기업·대학연구소·정부·지자체 등이 공동으로 인적·물적 자원을 투자해 기업 및 대학의 각종 기술, 생산을 지원하는 단체다. 경기도는 올해 약 20억원의 예산을 배정해 道內(도내) 자동차부품 기업의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또 지난 7월 경기공업대학을 주관 기관으로 해서 자동차부품산업혁신 클러스터협의회를 구성했다. 협의회는 대학(한양대, 성균관대 등), 연구기관(자동차부품연구원, 전기연구원 등)과 함께 도내 자동차 부품 회사들의 혁신 활동을 이끌어내고 있다.
올해 5회째인 자동차 부품 전시회도 경기도의 자동차 산업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경기도는 지식경제부와 함께 10월 22일부터 25일까지 4일간 한국국제전시장(KINTEX)에서 제 5회 한국 자동차 부품 및 연관 산업 전시회(KOAA show 2008)를 개최한다. EU 상공회의소, 한국자동차부품 연구원, 미국자동차부품공급자협회(OESA), 在美(재미) 한인 자동차산업인 협회(KPAi) 등이 협력 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다.
경기도청에 따르면 이번에 열리는 한국 자동차부품 및 연관산업 전시회에는 각종 자동차부품, 시스템과 모듈, 자동차부품 제작 설비 및 기계류, 자동차용품, 액세서리 및 튜닝 제품 등의 제조 업체와 함께 정비·보수 등 관련 서비스 업체들이 총출동한다고 한다.
경기도가 자동차부품산업을 핵심전략사업으로 육성하고 있지만 상당한 부문에서 ‘수도권 규제’라는 족쇄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金文洙(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최근 지난 수십년간 경기도를 억눌러왔던 수도권 규제를 풀기 위해,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김 지사는 “저놈 묶어 놓고 뺏어 먹자는 식의 수도권 규제는 공산주의가 아니고 무엇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는 2008년 月刊朝鮮 9월호에 실린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중국 칭다오(靑島) 등지에 가보면 경기도에 있다가 옮겨가거나 경기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우리 기업이 4000여 개나 됩니다. 수도권 규제를 하면, 그 기업들이 지방으로 가는 게 아니라 중국으로 갑니다. 그렇게 해서 일자리가 날아갈 때, 경기도 사람 일자리만 날아가는 겁니까? 그런데도 ‘수도권 규제를 해서 10개 기업이 경기도를 떠날 경우, 그중 9개가 중국으로 가더라도 나머지 1개가 우리에게 오면 그걸로 된다’는 식의 좁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공장 한 개 규제 완화로 연간 4760억원 매출 증가
김문수 지사가 경기도 입주 기업들의 경영활동을 방해하는 각종 수도권 규제 법안의 개정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경기도 광명 기아차 공장 증축 문제다. 광명에 있는 기아차 공장은 지난 1970년 8월 공장설립 허가를 받았지만 1971년 7월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됐다. 이 공장은 처음 공장설립 허가를 받았을 때, 면적이 약 5만2800㎡(약 1만4000평)이었다. 이후 공장 증설이 필요했지만, 개발제한 구역에 묶여 있어 증설이 어려웠다. 이때마다 정권의 힘을 빌려 대통령령으로 공장을 증설했다.
지난 2000년에는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시행됐다. 관련법은 기존 개발제한법에 비해 다소 완화됐지만, 여전히 기아차 광명공장이 원하는 만큼의 공장 증설은 어려웠다. 김문수 지사는 기아차의 민원을 듣고 나서, 국토해양부를 상대로 이 법의 시행령을 개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 지사가 시행령을 개정해 달라고 한 이유는 이렇다.
“기아차 광명공장은 1971년 개발제한구역 지정 이전에 공장이 설립됐습니다. 이는 정부가 현장 확인 없이 멀쩡히 허가를 내준 공장에 개발제한구역 딱지를 붙인 겁니다. 이는 전형적이 탁상행정 아닙니까? 또 공장증설로 인해 환경훼손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일자리 확보와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해 기업활동을 지원해줘야 합니다.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확보해 계속 성장해서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해야 대한민국 전체가 살 수 있는 겁니다.”
김문수 지사가 끊임 없이 관련 법안의 시행령 개정을 요구하자, 국토해양부는 2008년 9월 18일 관련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입법예고된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기아차 광명공장의 증설 가능한 면적은 기존 5만2800㎡(1만4000평)에서 약 10만㎡(3만2000평)으로 두배 이상 늘어났다. 기아차는 이번에 공장이 증축되면, 약 440명의 고용창출과 연간 약 4760억원의 매출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기아차 홍보실측의 설명이다.
“이번에 개정안이 입법예고되면서, 부족했던 생산라인과 出荷場(출하장)을 증설할 수 있습니다. 공장이 좁아서 밀렸던 대기 물량을 해소할 수 있고, 출하장을 넓힐 수 있어 쓸데 없는 물류 비용을 아낄 수 있어요. 이 정도 규제만 풀어도, 기업 입장에서는 엄청난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경기도에 있는 자동차 클러스터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번 시행령 개정안처럼 규제를 현실에 맞게 바꾸고 없애야 합니다.”⊙
[자동차 관련 나들이 명소]
용인 삼성 자동차 박물관과 자동차 경주장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 인근에 있는 용인 삼성자동차 박물관은 지난 1984년 4월에 개관했다. 이 박물관은 부지 6만6000㎡(2만여 평)에 지상 2층 연면적 9900㎡(3000평) 규모이다. 박물관에는 어린이 교통안전 체험 학습장 등 각종 자동차 체험 시설이 있고, 세계 각국의 명차 70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또 자동차와 선박의 발달사 등이 정리돼 있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입장은 오후 5시까지). 관람 요금은 대인 4000원, 소인(18세 이하) 3000원, 만 3세 미만 및 만 65세 이상 무료다.
또 용인 자동차 경주장 ‘스피드 웨이’는 지난 1995년에 개장한 국내 최초의 온로드 서킷(포장도로 경주장)이다. 용인 경주장은 전체 길이 2125m, 폭 11m로 각종 레이스가 가능하다. ‘스피드 웨이’에서는 카레이스 외에 야외 공연, 신차 발표회, 신차 시범운행 등이 이뤄지고 있다. 일반 관람객들을 위해, 경주코스 체험 프로그램이 있다. 체험 프로그램은 하루 4차례 30분씩 운영되는데, 스포츠 주행(3만5000원)과 일반 스포츠 주행(2만5000원) 두 가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