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올제약연구소 연구원들.
전임 孫鶴圭(손학규) 지사, 金文洙(김문수) 현 지사가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로, ‘한국의 실리콘벨트를 만들겠다’는 포부지만, 미국 캘리포니아의 실리콘 밸리와는 거리가 있다.
미국의 실리콘 밸리는 팔로 알토에서 남쪽의 도시 산 호세까지 이어지는 남북 48km의 광대한 지역이다. 스탠포드대학이 배출한 연구인력이 크고 작은 IT업체를 만들었고, 여기에 연구소와 벤처 투자기업이 차곡차곡 쌓여서 실리콘 밸리가 형성됐다.
광교 테크노 밸리는 경기도의 힘으로만 솟아 오른 작은 빌딩 숲이다. 실리콘 밸리와 비교하면 활기가 크게 모자란다. 광교 테크노 밸리의 가장 중요한 축인 ‘차세대융합연구원’의 이건우 원장(서울대 공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은 “우리 연구원이 지난 2월 개원함으로써 단지 내 5개 연구센터가 완전 가동되고 있다”며 “프랑스의 니스와 스웨덴의 고테보르에 광교 테크노 밸리와 유사한 연구단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15층짜리 경기 바이오센터는 2007년 2월 문을 열었고, 지금까지 28개 업체와 연구소가 입주했다. 2006년 4월 문을 연 나노소자 특화 팹센터에는 45개 업체가 들어와 있다. 경기 R&DB센터는 2007년 4월 개원했다.
경기 바이오센터에 입주해 있는 한올제약 연구소의 박승국 소장에게 광교 테크노 밸리에서 어떤 혜택을 얻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었다. 한올제약 연구소는 2007년 5월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30명의 연구원이 新藥(신약) 연구를 하고 있다. 한올제약의 한 해 매출은 1000억원 규모. 제약업계 20위권에 드는 기업이다.
“막차를 타고 들어왔는데 광교 테크노 밸리에 만족한다. 우수한 연구인력을 얻을 수 있는 남방 한계선이 용인과 기흥이다. 광교는 그 위에 있어 제약인력을 구하기 쉬웠다. 연구소의 성패는 얼마나 뛰어난 인력을 구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임대료가 저렴한가.
“그렇게 싸지는 않지만 경쟁력이 있다. 입주업체들이 공동으로 설비와 연구장비를 이용할 수 있다. 주변에 성균관대 등 좋은 대학들이 있어 공동연구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쉽다.”
─어떤 연구를 진행하고 있나.
“합성의약품 2종을 국내에서 임상 실험하고 있다. 두 가지 약품을 한꺼번에 먹으면 약효가 상쇄되는 경우가 있다. 투약은 동시에 하고, 한 성분은 곧바로, 다른 성분은 두세 시간 뒤에 약효를 내도록 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28개 업체가 한 빌딩에 들어와 있는 것으로는 集積(집적)의 효과를 보기 어려운 것 아닌가.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기업과 연구소 간에 정보교류가 잘 이뤄지지 않는 데는 무조건 숨기려는 기업문화적인 측면이 있다. 또 서로 연구가 취약해서 숨기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자신이 있으면 공개를 하고 경쟁하게 된다. 기술정보실을 함께 운용하고, 외국 유명 저널을 공동 구매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집적이 이뤄지고,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한다.”
─광교 테크노 밸리에서 불편한 점은 없나.
“연구원 상당수가 대학에서 석ㆍ박사를 하고 얻은 첫 직장이다. 수원 인근의 고시원에서 사는 친구들이 있다. 기숙사 시설이 지원된다면 단지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걸로 본다.”
─지방정부인 경기도가 5000억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했다. 입주업체들이 그만한 수익을 경기도에 되돌려 줄 수 있을 걸로 보나.
“새로운 기술로 제품을 만들어 수익을 내는 것도 있지만, 기술을 수출해서 돈을 버는 방법도 있다. 바이오기업, 특히 제약업체는 특허를 얻고 나서도 하나의 신약을 개발하는데 7~8년이 걸린다. 서두를 일이 아니다. 경기도도 단시간 내에 투자를 회수하기 위해 광교 테크노 밸리를 짓지는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