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진정 원한다면, 무엇보다 평화를 구실로 전쟁대비를 소홀히 하는 잘못된 안보·국방觀부터 불식시켜야 한다.
朴庸玉 前 국방부 차관·現 한림국제대학원大 부총장
1942년 평양 출생. 陸士21기 졸업. 美 하와이大 정치학 박사. 국방부 군비통제관, 駐美대사관 무관, 국방부 정책실장, 국방부 장관 정책보좌관, 국가안보회의 사무차장, 국방부 차관 역임, 現 한림국제대학원大 부총장.
朴庸玉 前 국방부 차관·現 한림국제대학원大 부총장
1942년 평양 출생. 陸士21기 졸업. 美 하와이大 정치학 박사. 국방부 군비통제관, 駐美대사관 무관, 국방부 정책실장, 국방부 장관 정책보좌관, 국가안보회의 사무차장, 국방부 차관 역임, 現 한림국제대학원大 부총장.
「햇볕정책」 신봉자나 左派들에게는 지난 10년은 분명히 「되찾은 10년」일 것이다. 그간 남북 사이에 頂上회담·총리회담·국방장관회담 등 고위급 대화채널이 열렸고, 금강산관광·개성공단 등 남북관계에 괄목할 만한 가시적 변화가 있었다. 반면 남한사회 내에서는 과거 국가보안법으로 엄격히 다스려지던 북한체제 찬양, 연방제 통일 주장 등 親北(친북)성향의 활동들이 공공연하게 표출되는 일종의 체제 변화적 징후마저 나타났다.
이런 현상을 남북화해와 평화의 전조로 보며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의 도래를 꿈꾸는 左派들이 그동안 우리의 안보·국방정책을 좌지우지해 온 결과, 오늘의 안보 및 국방의 난맥상이 초래된 것이다.
盧武鉉(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는, 마치 안보·국방의 無風(무풍)지대에 살기라도 하듯, 북한의 對南(대남)군사태세나 주변국 군사동향에는 눈을 감은 채, 북한의 對南 선전선동 구호인 「우리민족끼리」의 환상에 젖어 평화지상주의적 對北(대북) 유화정책을 밀어붙였고, 안보·국방정책을 이에 종속시켰다.
그 결과가 「북한 核(핵)실험」과 「韓美(한미)연합사 해체」이며, 지금은 북한의 NLL 폐기 및 再설정 주장에 시달리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우리의 안보·국방환경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는 지난 5년 참여정부의 행적이 말해 준다.
첫째, 참여정부의 안보·국방 흔들기는 盧대통령 자신의 脫美(탈미)성향의 안보관과 국방관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취임 첫 해인 2003년 광복 58주년 기념사에서 우리 국군의 자주국방 역량을 내세우면서, 『우리 안보를 언제나 駐韓美軍(주한미군)에 의존할 수 없고, 능력이 있음에도 독자적인 작전수행 권한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은 非(비)현실적이다』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韓美연합사령부(CFC) 해체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결국 韓·美 국방당국은 2006년 10월 제38차 韓美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CFC를 해체하기로 공식 합의했다. 1978년 창설 이후, 한반도 전쟁억제와 평화의 버팀목으로 기능해온 CFC는 2012년 4월17일부로 해체될 예정이다. 盧정권의 집요한 요구에 미국 부시 정부는 차라리 잘됐다는 듯이 CFC 해체에 동의한 결과다.
예산 뒷받침 안 되는 「국방개혁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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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선 철책선을 순찰하는 국군 장병들. |
둘째, 참여정부는 CFC 해체에 따른 방위태세상의 취약부분을 「국방개혁 2020」으로 보완하면서 對美 협력관계를 변함없이 유지해 나간다는 「협력적 자주국방」을 표방했다. 그러나 「국방개혁 2020」의 향후 진로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한 예로서, 「국방개혁 2020」 목표달성을 위한 국방예산이 장기 지속적으로 보장될 것이냐는 문제가 있다. 이 같은 우려는 벌써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국방예산 확보에 이미 차질을 빚고 있다. 국방예산으로 뒷받침되지 않는 문서상의 국방개혁은 오히려 국방환경을 훼손할 수 있다.
셋째, 지난 10년의 평화지상주의 안보 및 對北 유화정책이 결국 북한 核무장을 촉진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盧武鉉 정부는, 2005년 2월10일 북한의 核보유 선언과 그 후 北核 6者회담의 장기 교착상태에도 불구하고, 2006년 2월17일 대통령 주재로 열린 그해 첫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2006년도 안보정책 목표를 「한반도 평화의 제도화」로 설정하는 느긋함을 보였다. 마치 한반도 평화의 제도화를 통해 北核문제도 해결한다는 자세다. 北核관련 韓美共助(한미공조)를 어렵게 하는 부분이다.
넷째, 盧대통령은 2007년도 첫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주재하면서, 이번에는 2007년도 안보정책 목표를 「한반도 평화정착 가시화」로 설정함으로써 남북관계의 가시적 변화 촉진에 더 열을 올리는 모습을 드러냈다. 2007년 10월 남북頂上회담이 내놓은 평양공동선언 내용이나 11월 남북총리회담 합의 내용이 그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盧武鉉의 「평화지상주의」 안보觀 폐기해야
지난 5년, 北核 완전제거를 위해 「올인」하는 모습은 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오직 북한 측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기 위해 급급해하는 모습뿐이었다. 때로는 단 한 줄 또는 한 용어에 대한 합의가 어려운 것이 북한과의 협상인데, 盧정권은 수많은 항목에 걸친 방대한 내용의 합의문서를 하룻밤 사이에 합의하고 북한 측 대표와 함께 「옥동자」를 낳았다고 自畵自讚(자화자찬)하는 모습에 섬뜩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지난 5년 盧武鉉 정부에 만연한 평화지상주의 안보·국방관은 우리의 전반적인 안보·국방태세를 현저하게 훼손시켰다. 평화는 전쟁을 두려워하고 피하는 자에게 결코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인류역사의 교훈이다. 평화를 진정 원한다면, 무엇보다 평화를 구실로 전쟁대비를 소홀히 하는 잘못된 안보·국방관부터 불식시켜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다음의 몇 가지는 새 정부 체제하에서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첫째, 현재는 물론 앞으로 상당기간 동안 우리 안보·국방정책의 제1차적 목표를 「北核 완전제거」에 두고, 이의 실현을 위한 정책과제들을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북한이 核을 보유하고 있는 한, 우리의 자주적 군사태세는 성립될 수 없다. 따라서 北核제거는 미국 부시 정부가 초기에 설정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의 폐기」(CVID)를 목표로 하고, 이와 관련한 對美공조관계를 강화해야 한다.
둘째, 韓美동맹 및 연합(공동)방위 의지와 체제를 시급히 복원, 강화해야 한다. 이미 합의한 CFC 체제의 원상회복은 기대할 수 없다. 미국 국방당국이 이제는 더 이상 한반도에 묶이는 주한미군과 韓美군사관계를 원치 않을 것이다.
그 대신, 戰作權(전작권) 이양 및 CFC 해체에 따른 한국군의 취약점을 면밀히 재검토하고 이를 보강하기 위한 동맹국으로서의 협력 및 지원관계를 구체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앞으로, 연합방위든 공동방위든, 한국군이 스스로 담당해야 할 「한국 몫」이 대폭 증대될 수 있다. 우리가 우리 몫을 담당하지 않거나 못 하는 경우 아무도 그 몫을 대신해 주지 않는다. 예를 들어서, 미사일방어체제(MD)와 관련하여 한국이 한국 몫을 담당하지 않는 경우 「확장된 억제」도 그만큼 보장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적극 동참하지 않으면, 유사시 PSI 참가국들의 적극적인 협력과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
남북 군축협상에는 신중 기해야
셋째, 「국방개혁 2020」 목표달성과 관련하여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 표명이 필요하다. 특히 적정 국방예산의 장기 안정적 지원이 보장되지 않고서는 국방개혁 목표달성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한편, 국방개혁 목표달성 없이는 최근 한반도 주변강국들의 민족주의와 연계된 군사력 증강동향에 대비할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국방개혁 목표달성은 매우 중요한 국가전략적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지난 5년처럼 남북 평화관계를 구축해 군사부담 소요를 줄이겠다는 착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넷째, 남북 군사대화는 계속 적극 추진해야 하되, 두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하나는, 북한체제의 진정한 개혁·개방 없이는 대화와 협상을 통한 상호 군사신뢰관계, 군비통제, 군비제한, 군비축소 등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남북합의에 의한 군축은 오히려 우리의 軍현대화 계획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북한과의 군축관련 협상에는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군축을 한다면, 「국방개혁 2020」처럼, 軍현대화 계획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필요에 따라 일방적으로 단행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다섯째, 한국군을 고도의 전문적 군사집단으로 육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對內外的(대내외적)으로 유사시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고도의 군사작전 역량과 함께 對民(대민)지원 역량을 구비할 필요가 있다. 對外的(대외적)으로는 유엔평화유지군 또는 필요시 다국적군의 일원으로 활약하고, 對內的으로는 대규모 자연재난·재해 발생時 군사작전 차원에서 對民지원을 적극 제공할 수 있는 전문 군사집단으로서의 위상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軍의 위상과 역할은 또한 우리 사회에 상호 존중과 배려의 民軍관계를 뿌리 내리게 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