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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년 4월호

두바이의 실사구시 정신 - 實利를 위해 종교까지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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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의 지도자 셰이크 모하메드는 「실리를 위해서는 종교까지 포기할」 實事求是형 정치를 추구한다. 두바이에 머무는 동안 사막 이외의 장소에서는 이슬람 국가에 와 있음을 거의 느낄 수 없었다.

금종민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카이스트 신문사 편집장(2005년 9월~2007년 2월).
  두바이는 역시 특별했다. 바다 위에 세운 도시, 최고급 호텔, 사막 위의 스키장,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도 믿어지지 않을 만큼 두바이는 인간이 펼쳐놓은 기적 그 자체였다.
 
  나는 그 특별함의 근원을 조금 추상적인 면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바로 두바이 특유의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다.
 
  어떤 種(종)의 생물이든 가능한 다양한 유전자를 존속시키는 것이 유리하다. 주위 환경의 갑작스런 변화로 인해 種 전체의 생존이 위험해진 경우 다양한 형태의 면역을 가진 개체가 있어야만, 환경 변화를 이기지 못한 개체가 생존에 실패하더라도 다른 개체는 살아남아 번식을 계속할 수 있다.
 
  좀더 시야를 확장해 보면 사회나 집단을 유지하는 데 있어 다양성은 곧 변화에 대한 적응력과 직결된다.
 
  두바이 여행을 마치고 왔을 때, 많은 사람들로부터 『두바이 어땠어?』라는 질문을 받았다. 하지만 현지에서 많은 프로젝트를 눈으로 보고 돌아왔음에도 막상 해줄 이야기가 많지 않았다.
 
  『미국이나 영국에 온 것 같았어』
 
  5박 6일간의 두바이 여행 과정에서 많은 현지인들을 만났지만 두바이 원주민은 단 한 명도 볼 수 없었다. 혹시 있었다 해도 구별해 낼 방법은 없다.
 
  사람들은 모두 영어를 사용했고, 옷차림이 다양했으며 인종도 다양했다. 체류 인구 중 내국인의 비율이 20% 정도로 극히 적은 것이 크게 작용했겠지만, 두바이에 있으면서 이슬람 국가에 와 있다는 느낌조차 가질 때가 많지 않았던 것은 그만큼 두바이가 이미 脫지역화된 도시국가라는 것을 보여 준다.
 
 
  두바이의 다양성
 
「두바이의 國父」로 추앙받는 셰이크 라시드 前 국왕과 어린 시절의 셰이크 모하메드(오른쪽). 두 사람의 리더십이 오늘날의 두바이를 일구었다.

  두바이의 지도자 셰이크 모하메드는 「실리를 위해서는 종교까지 포기할」 實事求是(실사구시)형 정치를 추구한다고 한다. 실제로 두바이에 머무는 동안 우리나라 동네 박물관 수준으로 보잘 것 없던 전통 박물관과 먼 길을 달려 찾아간 사막 이외의 장소에서는 내가 中東에 와 있음을, 이슬람 국가에 와 있음을 거의 느낄 수 없었다.
 
  7星 호텔을 비롯한 고급 호텔은 서양의 여느 고급 관광지의 모습과 다를 바 없었고, 모래 위를 걷는 낙타보다는 쭉 뻗은 고가도로를 달리는 고급 승용차가 흔한 도시였다. 술·여자·도박을 금기시 하는 이슬람 교리에도 불구하고 어렵지 않게 호텔에서 음주가 가능했다. 어두운 면이지만 매매춘도 암묵적으로 행해지고 있었으며, 머지않아 카지노마저 들어올 것이라는 현지인들의 예측을 접할 수 있었다.
 
  어떤 사회든 이미 자리 잡고 있는 틀이 외부의 것을 받아들이는 데 장애물로 작용한다. 그리고 그 틀을 혁신적으로 깨는 것이 세계화 시대에 앞서가는 길이다. 두바이는 종교라는 틀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全세계인이 동경하는 도시가 됐다. 세계화라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에서 이런 흡수력은 국제 경쟁력의 필수적인 요소다.
 
 
  외국인에 배타적인 우리 문화
 
두바이의 國王 셰이크 모하메드. 그는 아버지(셰이크 라시드)와 큰형(셰이크 막툼)의 원대한 비전을 더 세련되고 구체적으로 실천하여 두바이를「사막 속의 신데렐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우리나라는 나와 다른 것에 대해, 특히 외국에 대해 매우 배타적이다. 「단일민족」이라는 말로 집약되는 순혈주의는 우리나라 국민 정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우리는 한 국가에 하나의 인종이 모여 사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全세계적으로 볼 때 한 국가에 하나의 인종만이 있는 것은 매우 드물다. 오히려 다양한 인종,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이 모여들도록 노력한다. 꼭 체류 국가의 국적을 갖지 않았다 해도 외국인이나 외국 기업이 어려움 없이 일할 수 있다면 세계로부터 다양한 사람들이 몰려들고, 이는 해당 지역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대표적인 모범 사례가 두바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외국인이나 외국인에 대해 우리와는 다른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외국 기업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돈을 벌어 나가면 손해 보는 것같이 생각한다. 또 외국인과 일상에서, 혹은 일을 위해 만났을 때 우리나라 사람보다 거리감을 둔다. 나와 다른 생김새를 한 사람들에 대한 거부감이 은연중에 남아 있는 것이다. 이는 외국 기업이 우리나라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데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외국인뿐만 아니라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한 적대감도 문제가 된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모난 돌이 정 맞는」 사회다. 때문에 특출한 재주를 가지고 있는 사람보다는 평균에 비슷한 사람이 될 것을 요구받는다. 특정 집단이 앞서가거나 혜택을 받으면 특혜라며 똑같은 대우를 요구하다 보니 전체적으로 성장이 더딜 수밖에 없다.
 
  이는 근시안적인 발상이다. 두바이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성공사례를 보면 특정 분야에서 먼저 세계적 수준을 인정받으면 나머지는 자연히 뒤따라 발전함을 알 수 있다. 창의적인 발상과 이에 대한 과감한 수용을 통해 다채로운 색을 가진 나라를 만드는 것이 국가 경쟁력의 발판이 될 것이다.
 
  두바이가 지금 비약적인 발전을 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세계의 수많은 자본을 끌어들일 준비를 차근차근 해나가고 있다. 그렇다고 「두바이만이 답이다」 하는 식으로 맹목적으로 따라가서는 안 된다. 우리는 두바이가 걸어온 길을 이미 지나왔다. 논·밭에서 농사를 지어 먹고사는 마을이 대부분이었던 한반도를 불과 20~30년 사이에 세계 10위권을 내다보는 경제대국으로 탈바꿈시켰다.
 
  당시의 초고속 성장은 지금 두바이의 혁신적인 변화에 뒤질 것이 없는 엄청난 성과였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초고속 성장의 부작용이 하나씩 나타나고 있다. 경제 발전이라는 큰 목표 아래 묵인되어 왔던 부정부패와 그로 인한 불신, 빈부격차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로 인해 그동안의 성장이 정체에 빠진 것이다.
 
 
  두바이는 모범답안이 아닌 참고자료
 
  두바이도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고속 성장의 부작용에 곧 직면할 것이다. 지나치다싶을 정도의 건설 붐, 그로 인한 부동산 가격과 물가 상승 등 이상 징후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금의 성공을 위해 끌어들인 이른바 검은돈들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이 많았다. 때문에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해 세계의 도시가 된 두바이를 이미 많은 것이 갖춰진 우리가 맹목적으로 따라갈 이유는 없다.
 
  하지만 세계화의 시대에 가장 적합한 도시를 건설해 낸 두바이는 세계화가 좀더 가속될 미래 사회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훌륭한 성공의 예시자료를 제공한다. 더 이상 국경선을 그어놓고 땅을 빼앗고 빼앗기는 데 國運(국운)을 거는 시대가 아니다. 국경에 얽매이기보다 세계를 향해 문을 열고 타인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넓은 안목이 필요한 때다. 많은 사람들이 찾고 싶은 도시, 찾고 싶은 나라를 만드는 것이 곧 성공의 지름길이다.
 
  21세기에는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의 정체성을 흔들기보다는 면역력을 강하게 해줄 것이다. 이것이 두바이로부터 얻은 가장 중요한 메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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