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를 상징하는 아이콘 중에서 단연 으뜸은 리더십이다. 낙타 젖이나 짜고 아라비아海에서 물고기나 낚던 베두인族의 후예들이 똑똑한 지도자를 만나 태평성대를 누리고 있다. 그것도 아버지(셰이크 라시드)에 이어 現 국왕에 이르기까지 父子 세습으로 賢君(현군)을 만났으니 두바이 국민들은 복이 터졌다.
이쯤 되면 누가 두바이를 「절차적 민주주의가 완성되지 않은 王政국가」라 손가락질할 것인가. 두바이는 역설적으로 「민주주의가 만병통치약인가?」, 「독재와 父子 세습은 반드시 나쁜 것인가?」 이런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질풍노도나 다름없던 근대화·산업화의 40여 년 대장정을 몸으로 부대끼며 살아온 韓民族(한민족)이기에 어지간한 카리스마를 가진 인물로는 성이 차지 않는 것일까. 그래서 지도자 잘 만나 화끈하게 발전 가도를 질주하는 두바이가 우리에게 오아시스처럼 다가온 것인지도 모른다.
두바이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정부의 고용창출 능력 때문이다. 두바이 고용창출의 동력은 外資(외자·FDI: Foreign Direct Investment)다. 그들은 적당한 투자처를 찾아 떠도는 해외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천지개벽이나 다름없는 공사판을 벌이고 있다.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정부가 인프라를 깔아 주고 先行(선행)사업을 통해 거대한 잔치판을 벌인다. 이것을 보고 구미가 당긴 해외 자본이 베팅을 하도록 유도한다.
해외 자본을 잔치판으로 유혹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모든 규제는 혁파한다. 영어는 공용어가 된 지 오래고 종교적 인습의 일부도 바꿔 버린다. 勞組(노조)나 분규는 허용되지 않는다. 두바이는 해외 자본의 놀이터가 되기 위한 모든 것을 철저히 갖춤으로써 돈 놓고 돈 먹기 식의 「기업 天國(천국)」을 만드는 데 일단 성공했다.
月刊朝鮮이 삼성전자의 후원을 받아 전국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20대 1의 경쟁 끝에 71명을 선발하여 1월26일부터 31일까지 두바이로 보낸 이유는 지도자들의 비전과 리더십이 한 나라의 운명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체험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막상 두바이는 한국의 유사상표라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었다. 그들이 자랑하는 제벨알리 자유무역지대는 이미 우리가 1960년대 마산 수출자유지역을 운영한 사례가 있다. 사흘에 한 층씩 올라간다는 버즈 두바이를 내세우며 그들의 장기로 선전되는 「속도전」은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와 비교하면 口尙乳臭(구상유취)다.
두바이의 「기업 天國」 프로젝트는, 한국을 찾는 외국인 투자자에 막대한 프리미엄과 國賓(국빈) 대우를 해 주었고, 수출업에 종사하는 기업과 직업인들에게 「수출 戰士(전사)」라 하여 사회적 예우와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 것의 복사판이다.
인공섬 프로젝트인 팜 아일랜드나 디즈니랜드의 8배 규모가 될 것이라는 두바이랜드는 경부고속도로, 포항제철 프로젝트와 성격이 유사하다. 1960년대 한국의 국력이나 시장규모로 볼 때 고속도로와 세계적 규모의 철강공장은 「꿈에서나 가능할 법한」 허황된 계획이었다. 그 시절 세계은행 총재이던 유진 블랙은 세계은행과 IMF 연차총회 석상에서 『개발도상국에는 세 가지 신화가 있으니 고속도로 건설, 종합제철 건설, 그리고 국가원수 기념비 건립』이라며 『세계은행은 이런 사업에 지원하지 않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산술 평균에 의하면 두바이의 1인당 GDP는 한국을 앞선다. 그러나 그들의 국가 인프라와 경제 규모, 산업 역량, 국민교육의 질과 양은 한국을 따라오려면 아직 멀었다. 「두바이 기적」은 이미 우리가 성취한 「한강의 기적」에 비하면 鳥足之血(조족지혈)이다.
「두바이 기적」이 지도자의 리더십이 핵심 동력이었다면 「한강의 기적」도 마찬가지라는 논리적 추론이 가능하다. 「한강의 기적」이 가져다 준 한국의 국가적 역량이 세계 12위권이라는 세계 전문기관의 순위발표가 허위가 아니라면 우리는 분명 셰이크 모하메드의 리더십을 능가하는 지도자를 이미 여러 명 만난 것이 분명하다. 다만 대다수 우리 국민들이 색안경을 끼고 그런 사실 자체를 억지로 부정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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