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孫珍鎬 서울 와인 스쿨 교육팀장
눈으로는 와인의 특성과 건강상태, 품질을 파악하고, 코로는 향기를 느낀다. 입으로는 맛을 느낀다와인 試飮(시음)은 생각처럼 복잡하지는 않다. 어차피 마시는 와인이니 보다 큰 기쁨을 누리며 마시자는 것이지 시음 행위를 神聖化(신성화)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각 단계의 동작은 나름대로의 합리성을 가지고 있고, 또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와인 試飮은 시각, 후각 그리고 미각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먼저 깨끗하게 닦은 와인 잔에 와인을 3분의 1 정도만 따른다. 나머지 3분의 2의 공간은 술잔을 기울여 색상을 관찰하고, 잔을 흔들어 향을 맡아보기 위해 필요한 여유 공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와인 잔은 잔 받침 부분을 잡는 것이 좋다. 우선 잔을 더럽힐 염려가 적고 손의 체온으로 인해 와인의 온도가 변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배려이다.
시각적 관찰
시각적 관찰에서 우리는 와인의 특성과 건강상태, 나이 그리고 품질을 파악할 수 있다. 마치 사람을 판단할 때 그의 외관을 잘 관찰하는 것과 같다. 먼저 와인의 색깔을 관찰해 보자. 숙성된 지 얼마 안되는 신선한 적포도주는 제비꽃이나 체리색, 작약 혹은 루비색을 띤다. 나이가 들면서 갸닛색(암홍색), 벽돌색, 갈색, 호박색(황갈색)으로 변해 간다. 색상이 진한 와인은 일반적으로 튼튼하고 힘세며 타닌이 풍부하고 향이 진한 숙성용 와인이라 볼 수 있다.
다음엔 와인의 투명도를 보기 위해 와인 잔 뒤에 아무 책이나 놓고 잔을 통해 읽어보자. 와인이 뿌옇거나 탁하면 좋은 와인이 아니다. 이어 와인 잔을 눈높이 정도로 들고 밝은 불빛 쪽을 보아 와인의 선명도를 보자. 역시 와인은 맑고 깨끗하며 불순물이 없어야 한다. 잔을 천천히 돌려서 잔가에 와인이 젖게 한 후 잠시 기다려보면 와인이 잔을 타고 「눈물」처럼 흐르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로써 우리는 이 와인의 점도와 알콜 농도를 알 수 있다.
샴페인의 경우는 거품의 모양과 기포의 굵기 등을 관찰하면 된다. 기포가 미세할수록, 잔 바닥의 중심에서 곧게 끊임없이 솟아 올라올수록 좋은 샴페인이다.
후각적 관찰
초보자들은 어디서 들었는지 바로 잔을 흔들어 향기를 맡는데, 사실은 잔을 흔들기 전에 조용한 상태에서 은은히 풍겨나는 향기가 아주 중요하다. 따라서 시각적 관찰이 끝난 후 잠시 잔을 쉬게 한 후 조심스레 코로 가져가 천천히 깊이 숨을 들이쉬며 맡아 본다. 이 첫번째 향기는 아주 중요한데 여기서 고급 와인과 저급 와인의 품질이 드러난다.
일단 잔을 흔들면 웬만한 와인이라면 꽃 향기나 과일 향기 등 자기가 가지고 있는 온갖 장기를 다 내보인다. 그러나 흔들기 前단계에서는 장점은 드러내기 힘든 반면 단점은 쉽게 노출된다. 강하고 힘센 품질 높은 와인만이 이 단계에서 수면의 표면장력을 뚫고 나오는 것이다. 후각검사에서는 향기의 종류와 질이 중요하며 또한 이 향기가 얼마나 오래 지속하느냐는 강도와 지속력은 기품 있는 와인의 절대적 특징이다.
한편, 각 포도 품종에 따라서 특유의 향기를 골라내는 것도 재미있는 와인 시음 방법이다. 피노 누아르는 산딸기향, 가메는 바나나향, 게뷔르츠트라미너는 리치향, 리슬링은 장미향, 카베르네 소비뇽은 피망이나 후추, 블랙커런트향, 메를로는 자두향 등 주 향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미각적 관찰
이제 마지막 단계이면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와인을 한 모금 입안에 넣고 조심스레 씹어 보자. 입안 곳곳을 적셔 보자. 그리고는 휘파람을 불듯이 입술을 오므리고 한 모금 공기를 호흡해 향을 느껴 보자. 이 단계에서는 와인의 맛과 향취 그리고 조직과 질감을 파악할 수 있다. 알콜과 글리세롤 그리고 잔여 당분에 의해 단맛을 느끼며 부드럽다는 느낌을 동반한다. 신맛은 혀 양 옆부분에서 느껴지며, 와인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가장 중요한 맛이다. 산도가 없는 와인은 밋밋하며 무겁고 오래 보관할 수 없다. 쓴맛과 떫은 맛은 주로 와인 속에 있는 타닌 성분에 의해 느껴지는데, 입안의 점막이 움츠러들며 꺼칠꺼칠해지는 느낌이다. 떫은 감을 먹을 때나 양치질한 직후의 입안의 느낌을 연상하면 된다. 또한 입안에서 따뜻하게 데워진 와인은 향을 더욱 잘 발산하게 되어 후각 검사에서 파악하지 못했던 향들도 느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가벼운 와인은 가벼운 대로 묵직한 와인은 묵직한 대로 「균형」과 「조화」를 이루었느냐 하는 것이다. 알콜, 산도, 농도, 타닌의 4개 요소가 조화와 균형을 이루었을 때 비로소 「좋은 와인」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와인을 삼키고 난 후에도 그 여운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를 초 단위로 세어 보자. 이 뒷맛이 길게 느껴지는 와인이야말로 「정말 좋은 와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