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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

農大 교수로 살아온 나날

50년 전 잡초방제를 연구하던 그 시절의 땀방울…

글 : 강병화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명예교수, 무곡 주변약초연구소 초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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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9년을 고대 교수와 명예교수로 봉직하며 5195일간 현장조사 수행
⊙ ‘고려대 야생자원식물 종자은행’ 설립·운영… 노력의 결집체인 종자 8893점 기증
⊙ 농촌 인구의 감소보다 심각한 것은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
⊙ 자생식물 지키기 위해 수시로 종자 확보하고 보존해야

姜炳華
1947년생. 고려대 농학과 졸업, 同 대학원 석사, 독일 호엔하임대 농학박사 / 고려대 자연자원대학원 농학과장·식품가공실험실장·자연자원대학장·환경생태연구소장, 한국잡초학회·한국환경농학회 부회장, (사)야생자원식물소재연구회 이사장 역임. 現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명예교수, 무곡 주변약초연구소 초빙연구원 / 《한국자원식물명총람(2인 공저)》 《우리나라 자원식물》 《자원식물 생태도감》 《한국생약자원생태도감(전 3권)》 《우리주변식물 생태도감》 《한국자원식물총람 ebook》 《약과 먹거리 식물도감》 등 20종
평생 잡초를 연구한 고려대 강병화 명예교수.
  꼭 60년 전인 1962년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향을 떠날 때까지 농촌은 정말 가난했다. ‘사람이 먹기 위하여 사는가? 살기 위하여 먹는가’에 대답조차 하기 어려웠다. 필자는 먹거리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急先務)라고 생각해 1965년 고려대 농과대학에 진학하였다. 독일에서 농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고려대 교수로 부임하여 잡초방제의 생력화(省力化·기계화와 제초제 사용 등을 촉진해 노동력을 줄임)와 농업과 농촌, 자연환경에 대한 연구를 평생 동안 하면서 후학들을 양성하고 10년 전 정년퇴직하였다. 지금도 건강을 위한 먹거리와 약으로 쓰이는 자원식물을 계속 공부하고 있다.
 
 
  배고픔은 해결되었지만 낮은 곡물자급률…
 
야생식물의 종자를 채취하고 있는 강병화 교수.
  50년 전 농촌진흥청에서 잡초방제를 연구할 때의 일이다. 당시 논에서는 2모작으로 보리를 재배했고, 논두렁콩을 권장하며 식량 증산도 독려했다. 잡초를 시험하던 포장(圃場)에 잡초가 많이 자란다는 이유로 감사실에 불려가 경위서를 작성한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온다. 아무튼 그때는 그랬다. 모두가 식량 증산을 목표로 열심히 달렸다. 1977년 녹색혁명으로 불리는 통일벼의 보급으로 4000만 석의 쌀이 생산되면서 배고픔이 해결되기 시작했다.
 
  당시 급격한 산업화로 농촌 노동력이 도시로 대거 유입되었으나, 농학과 농업기술이 발달하며 농기계의 본격적인 이용, 제초제와 살충제, 화학비료 및 비닐 등 농자재의 발달 및 적용으로 농업생산력이 향상되었다. 농민, 농학자, 국가의 노력 아래 농업생산력의 증가와 농학의 발달로 우리의 배고픔이 해결된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쌀은 남아돌고 있지만, 엄청난 양의 식량을 수입하고 있다. 쌀이 남아돌자 가격 하락으로 농민들이 아우성이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45.8%이고 곡물자급률은 20.2%이다. 쌀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곡물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올라가고 경제가 발전하고 있지만, 국가와 국민 모두가 먹거리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당장 식량자급률이 이렇게 낮은 데도 말이다.
 

  통계에 의하면 1960년에는 국민의 58%인 1460만 명이 농가 인구였으나, 55년이 지난 2014년에는 6%에 해당하는 275만 명으로 급감했다.
 
  작년(2021년)에는 221만5000명으로 줄었다. 농촌 인구의 감소보다 심각한 것은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다. 이는 농촌 사회의 기반을 흔들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5년 농업 경영주의 평균 연령이 65.6세다. 그런데 작년에는 68.2세다. 앞으로 노령화는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통계청에 의하면 2047년에는 전국 시·군·구 69%가 소멸 위기에 빠질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2020년 5182만9000명이던 인구가 이듬해 5173만8000명으로 9만1000명이 줄었고, 고령화지수도 높아진 것이다. 수년 전 예측보다 인구감소와 고령화지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농촌의 인구감소율과 고령화지수가 더욱 높아져서 농촌의 소멸시기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젊은이들의 농촌 정착에 가장 큰 걸림돌은 교육이다. 정부나 언론 등에서는 농업이 기계화와 스마트팜, 6차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실제 농촌 현장에서 성공하는 농민은 드물고, 고령의 농민들은 새로운 농업기술에 적응이 어렵다. 한편에서는 치유농업(治癒農業)으로 활로를 모색하지만 한계가 있다.
 
 
  歸農·歸村 노력이 성공하려면…
 
  1960년대까지는 농촌도 인구와 출산율이 높아 마을에 신구(新舊) 세대가 어우러지고, 각 가정에는 형제들이 많아 서로 아끼고, 농촌 소재 학교도 활기가 있었다. 가정과 동네와 학교에서 사회생활을 배우며 건전한 사회인으로 성장하여 도시로 나가 자리 잡은 출향 인사들이 많았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다르다. 경제적으로 성공한 농업인들도 자녀교육 때문에 부인과 자녀는 대도시에서 생활하고, 가장은 농촌에서 홀로 사는 이산가족이 많다.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에서 귀농(歸農)과 귀촌(歸村)을 유도하여 인구감소를 막으려 애를 쓰지만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농업의 특성상 농민은 이웃과 교류하며 협조해야 할 일이 많다. 육체적 노동이 많고 정신적으로 사회생활에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대인관계가 원활하지 않으면 원주민들이 귀농인을 대상으로 텃세를 부린다고 생각하거나, 귀농인들이 자기중심적으로 생활하며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고향의 이웃과 자연환경을 사랑하는 출향 인사나 그 자녀들이 귀농과 귀촌을 하게 된다면,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가 쉬울 것으로 생각된다. 농업이 기반이 되는 지방자치단체의 대부분은 현재 주민 수의 평균 5~6배가 되는 출향 인사들이 도시에서 살고 있다. 좋은 기회가 있어 고향을 떠났거나, 못살아서 고향을 등졌거나 고향에서 출생하여 어린 시절을 보낸 출향 인사들은 나이가 들면 고향을 그리워하게 된다. 늦기 전에 각자 자기 고향의 농촌과 자연환경을 보호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지금까지 많은 것이 변했지만 고향의 풀 한 포기와 나무 한 그루를 포함한 자연은 변하지 않았다.
 
 
  기후와 생활환경의 변화가 낳은 식물 생태계
 
표본으로 추출한 종자를 건조하는 모습(위)과 종자를 밭에서 증식하는 모습이다.
  기후변화가 지구촌 곳곳에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다. 국토의 과도한 개발, 농업환경의 변화 등으로 생물 다양성이 낮아지고 있으며, 특히 식물 생태의 부정적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필자가 2005년과 2010년 탄천에서 과천시환경사업소까지 8.7km 구간의 양재천변을 시기를 달리하여 10회씩 조사한 결과, 재식한 초본식물을 제외하고 자생하는 초본식물은 2005년 429종에서 2010년 318종으로 조사되었다. 그러나 작년 봄과 가을에 1회씩 관찰한 바에 의하면 하천변을 개발한 영향이기도 하지만 합계 약 100종의 초본류가 발견될 정도로 하천변의 식물 발생 상태가 단순화되고 있었다. 우리 자연의 변화와 생물 다양성 소실(消失)이 현실로 다가왔음을 느낀다. 자생하는 자원식물의 종자를 확보하여 보존해야 한다.
 
  필자는 농학자로서 우리나라 농업과 자연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해왔다. 독일 유학 시절 잡초방제를 연구하면서 지도교수님으로부터 어린 식물일 때에 잡초 식별의 중요성과 유전자원 보존이 필요하다고 배웠다. 독일에서 농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사명감을 갖고 1984년부터 고려대에 봉직하면서 39년간 5195일 동안 국내외에서 현장조사를 하면서 식물 식별 연구를 위한 약 4000종의 생태사진 61만 장, 유전자원 보존을 위한 2332종의 종자를 수집했다. 또한 이런 연구를 정리한 20여 권의 책을 집필했다. 그리고 ‘고려대 야생자원식물 종자은행’을 설립·운영하였다. 정년퇴임하면서 노력의 결집체인 종자 8893점을 고려대에 기증했다. 경북 봉화에 위치한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시드볼트’에서도 중복으로 보존하고 있다.
 
  기후변화, 외래식물, 환경파괴로 사라지고 있는 자생식물을 지키기 위해서는 종자를 확보하고 보존해야 한다. 야생식물은 지역마다 다양한 특성을 보이고 확보할 수 있는 양도 많지 않아 수년에 걸쳐 수시로 종자 수집을 해야 한다. 고도로 훈련된 전문가가 필요하다.
 
 
  약 6000종의 식물 생태사진 62만 장 확보
 
강병화 교수가 지난 2007년 국회에서 자신이 직접 사진을 찍은 1300여 종의 식물에 대해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조선일보DB
  많은 야생초본식물은 발생장소와 생육시기에 따라 모양이 다른 경우가 있다. 주변에서 흔히 발생하고 약과 먹거리로 쓰이나 밭잡초로 알려진 냉이[학명: Capsella bursa-pastoris]의 경우 생태사진이 1582장으로 장소와 시기에 따라 모양이 다른 경우가 많다. 장소와 시기에 따라 모양이 달라 전문가들도 현장에서 냉이를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농촌에서 들나물을 채취하는 할머니들은 경험상 잘 구별하신다. 이는 관심과 경험에 의한 관찰력 덕분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잡초를 연구해왔지만 잡초란 이름의 풀은 없고 모두가 고유한 이름을 가진 식물이다. 식물은 자원으로서 지구상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식물 중 우리가 유용한 자원으로 이용하는 것을 자원식물(資源植物)이라 하고 용도별로 보면 식용(食用), 약용(藥用), 유료용(油料用), 기호용(嗜好用), 당료용(糖料用), 향료용(香料用), 염료용(染料用), 사료용(飼料用), 녹비용(綠肥用), 퇴비용(堆肥用), 밀원용(蜜源用), 방풍용(防風用), 관상용(觀賞用), 목재용(木材用), 연료용(燃料用), 공업용(工業用), 사방용(砂防用) 등 많은 부분으로 나누어지기 때문에 거의 모든 식물을 자원식물이라고 볼 수 있다.
 
  혹시 지금까지 이용되지 않은 식물이라 하더라도 향후 인류를 구할 자원이 될 수도 있다. 현재 약 44만 장을 선별하였고, 제자들과 주변 많은 분의 도움으로 정리를 계속하고 있지만 매우 고되고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계속 자료를 정리해 식물 식별과 이용성을 학생과 국민들에게 알리고 싶다.
 
  최근 정말 훌륭하신 식물 전문가이고 꽃구름 블로그(blog.naver.com/pcs5846) 운영자인 박제숙 선생님께서 식물사진 18만 장을 전달해주셔서 약 6000종의 식물 생태사진 62만 장이 확보되어 더욱 할 일이 많이 생겼다. 확보된 생태사진은 학명과 우리명 순으로 정리하였고, 초본자원식물과 야생식물뿐만 아니라 나무, 과수, 농작물, 잡초, 열대작물, 허브, 꽃식물, 다육식물 등이 포함되어 있다. 특성 설명은 우선 강병화의 ‘자원식물총설’과 박제숙의 ‘블로그 comment’를 혼합하여 정리하였다.
 
 
  생태계 교란식물과 덩굴식물의 증가
 
경기 양평의 가시박(위)과 창경궁에서 발견한 냉이(아래).
  기후변화와 교역의 증가는 수많은 외래생물의 침입을 야기하고 있다. 환경부에서는 위해도가 높은 외래생물에 대해 생태계 교란생물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외래식물인 돼지풀, 단풍잎돼지풀, 서양등골나물, 털물참새피, 물참새피, 도깨비가지, 애기수영, 가시박, 서양금혼초, 미국쑥부쟁이, 양미역취, 가시상추, 영국갯끈풀, 갯줄풀 등과 덩굴식물인 칡, 환삼덩굴, 담쟁이덩굴, 하눌타리류, 나팔꽃류, 새삼류 등의 발생이 증가하여 다른 식물들의 생육을 방해하고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다. 들과 생활권 주변에 자라는 많은 야생식물의 생물 다양성을 감소시키고, 심지어 멸종으로 몰아가는 경우도 있다.
 
  그중에서 발생 분포의 확산성과 위해성이 큰 ‘가시박’은 현재 발생 분포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덩굴은 다른 식물들의 생장을 방해하고 열매에 붙어 있는 가시도 동식물과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 돼지풀과 단풍잎돼지풀은 풀밭과 길가에 발생하여 꽃가루병을 유발하고, 사료로 이용할 경우 가축이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종자가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확산 속도는 다소 느리지만 전국의 생활권 주변, 강변, 도로변, 철로변 등에 집단적으로 발생하므로 다른 식물들이 자라지 못하여 생물 다양성을 감소시키고 있다. 서양등골나물은 서울 근교 숲속 그늘지는 장소에 발생하여 우점종으로 되었으며 종자가 바람에 날려 분포가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다. 다른 생태계 교란생물 또한 다양한 위해성으로 생태계의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생태계 교란 야생식물로 지정되진 않았지만 큰김의털, 큰이삭풀, 시리아수수새, 털별꽃아재비 등 많은 외래식물이 의도적으로 도입되거나, 비의도적인 침입으로 우리 주변을 우점하고 있다.
 
  특히 국토부는 신도시 조성, 하천 정비, 도로공사 이후 녹화 과정에서 대부분 외래식물을 녹화용 식물로 이용하고 있으며, 녹화는 신속히 성공하고 있으나, 생태적으로는 큰 실책이라 생각된다. 또한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농경지에 발생하는 잡초의 상당수가 외래식물로 채워지고 있다. 외래생물에 대한 정부 당국의 지속적인 관심을 요구한다.
 
가시박과 냉이의 특성은…
 
  약 6000종에 62만여 장의 생태사진 중 일반인들이 가장 잘 알고 먹거리와 약으로 많이 이용하고 있는 냉이와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생태계 교란식물인 가시박을 소개하고자 한다.
 
  대표적인 생태계 교란식물인 가시박은 제자들과 15년간 같이 연구하면서 1만 장 이상의 사진을 촬영하였지만 2213장을 선별하였다. 가시박의 종자는 강을 따라 상류에서 하류로 분포가 확산되고 종자가 휴면성이 있어서 땅에 떨어진 후 오랫동안 죽지 않는다. 현재 가시박은 하천변과 강변뿐만 아니라 철로변, 도로변, 주택가의 공한지 등에도 많이 발생하여 분포가 확산되고 있다. 열매에 가시가 있는 특성상 사람의 옷이나 짐승의 털에 붙거나 수송 수단이 되는 자동차나 기차와 같은 기구에 붙어서 확산되는 경우가 많다.
 
  국가 표준 식물명 목록에는 냉이류가 Capsella속 1종, Cardamine속 25종, Lepidium속 11종, Rorippa속 5종, Sisymbrium속 6종, Thlaspi속 1종 등 49종이 수록되어 있다. 야생자원식물 중의 하나인 냉이의 경우에는 1582장의 사진을 확보하였지만 꽃과 종자는 같지만 생육기에는 장소와 시기에 따라 모양이 다른 경우가 많아 봄철 야외에서 조사하면 구별하기 어렵다. 어린순과 뿌리는 봄나물로 식용하며, 겨울~이른 봄에 꽃자루가 나오기 전에 채취, 겉절이를 하거나, 데쳐서 죽이나 밥, 된장국을 끓여 먹기도 한다. 나물이나 무침으로도 먹는다. 간 기능 회복, 간질, 근육 위축증, 부은 젖가슴, 신장출혈, 심한 월경, 월경주기 조절, 위출혈, 자궁출혈, 장출혈, 출혈 상처, 출혈성 치질, 코피 등의 증상에 약으로 쓰인다.
 
  힘들었던 나날들…
 
고려대 현역 시절의 강병화 교수. 그는 “내가 잡초학을 전공했지만 세상에 잡초는 없다”고 단언한다.
  현장조사는 자연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는 숙명이다. 하지만 차를 타고 이동하고 들과 산에서 조사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사건·사고가 많았다. 오대산에서 진드기에게 물려서 3개월을 고생하였고, 점봉산에서 말벌에게 쏘여 얼굴이 부어 한눈으로 보고 운전하여 서울로 돌아오니 동료 교수들이 공짜로 벌침을 맞았다고 놀리기도 하였다. 상주의 팔음산에서는 낭떠러지로 굴렀으나 나무 그루터기에 걸려 살아났다. 뒤따라 오던 집사람이 놀라서 다시는 위험한 산에 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였다. 제주도의 바닷가 돌 틈에 걸려 넘어져서 방광뼈를 다쳐 동행한 한태영 한의사가 응급처치를 해주었지만 4개월간 고생하였고, 월악산 골뫼에 위치한 폐교의 담장에서 산토끼꽃의 종자를 수집하다가 뱀에게 물리기도 하였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2019년 혼자 봉화에 배풍등 종자를 수집하러 갔다가 산속에서 차가 전복돼 안전벨트와 에어백으로 인하여 크게 다치지는 않았으나 10일간 통원 치료를 하였고 한의원에서 3개월간 침을 맞아 완치하였다. 그 후로는 겁이 나서 장거리 운전을 하지 못하고, 이제 75세가 되니 운전에 자신이 없다. 이렇게 되고 보니 제자들이 수행하는 연구의 특성상 운전하는 경우가 많아 제자들에게 전화로 안전운전하라고 수시로 당부하지만 항상 걱정이 된다.
 
  나이가 많아지면 수구초심(首丘初心)의 심정으로 고향을 그리워하며, 고향의 풍경과 사람들뿐만 아니라 이름 모르는 풀 한 포기와 나무 한 그루에도 가슴 설레는 일이 많아진다. 앞으로 농촌에서 태어나 학교를 다녀본 애향심이 있는 출향 인사들이 더 늙기 전에 각자의 고향에 대한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그래야 국토의 자연환경이 살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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