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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選 때 방송사 ‘불공정 보도’ 감시한 KBS PD 최철호

“5개 공영방송, 98일 동안 ‘불공정 보도’ 1300회”

글 :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thegood@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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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최대 규모 ‘언론+시민단체’ 연대 ‘공정언론국민연대’ 출범
⊙ “狂的 권력욕에 휩싸인 이들의 방송 장악 방치할 수 없어”
⊙ “문재인 5년 동안 5개 공영방송은 종일 노골적인 편파 방송”
⊙ “‘이재명 의혹’은 축소하거나 ‘해명’ 기회 제공… ‘윤석열’ 의혹엔 ‘확성기’ 역할”
⊙ “‘김건희 녹취록’은 보도하고, ‘이재명 상욕’은 왜 비공개했나?”
⊙ ▲편파 보도 ▲쟁점 왜곡 ▲정권 시각 방송 ▲자의적 해석 ▲비중 불균형 등
⊙ 왜 야당은 ‘25인 운영위원회’를 내놨고, 언론노조는 지지하나?
사진=월간조선
  국내 공영방송사의 편파 방송 행태를 바로잡겠다는 취지로 결성된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연)’가 6월 10일 창립총회를 열었다. 공언연에는 각 방송사 노조와 시민사회단체 등 27개 조직이 참여한다. 공언연은 ‘창립선언문’을 통해 “특정 정치 세력에 과도하게 편향된 언론은 불신과 외면을 조장하고, 정치와 이념에 오염된 보도는 우리 사회의 상식, 정의, 진실과 같은 보편적 가치를 뿌리째 흔들어놓고 있다”고 지적하며, “공정언론의 퇴보는 불신과 갈등 이외에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위협이라는 중요한 문제를 던지고 있다”고 규정했다.
 
  이어 “문재인 정권 출범 후 지금까지 5개 공영언론은 노골적인 편파 방송으로 하루를 시작해 편파 방송으로 하루를 마감해왔다”고 비판하면서 “모순, 부도덕, 광적 권력욕에 휩싸인 세력을 더는 방치할 수 없으며, 이들에게 점령당한 대한민국 언론을 정상화하는 일은 우리 시대가 직면한 매우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가 됐다”고 진단했다.
 
  이제 첫발을 뗀 공언연은 창립 전에 ‘불공정방송 국민감시단(2021년 11월 20일 발족)’이란 이름으로 이미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기간 공영방송사의 ‘불공정 보도’ 행태를 집중적으로 감시한 이력이 있다. 대선이 끝나고 나서 해당 단체가 내놓은 《제20대 대통령 선거 불공정방송 국민감시단 활동 백서》에 따르면 국내 5개 공영방송사는 2021년 12월 1일부터 2022년 3월 8일까지 약 1300건에 달하는 ‘불공정 보도’를 했다. 하루 평균 13건인 셈이다. 과연 이런 일이 정말 가능했을까.
 
  공언연 공동대표인 최철호 KBS PD를 만나 대선 기간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린 각종 ‘불공정 보도’ 백태와 방송계 현실에 대해 물었다. 1990년에 입사한 최 PD는 KBS의 간판 시사 고발 프로그램인 〈추적 60분〉을 제작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노조 사무처장으로 활동하면서 KBS의 ‘친(親)정권 편향 방송’에 항의하고, 이를 주도했다는 비판을 받는 정연주 당시 KBS 사장에게 반기를 들었다. 지난해 9월에는 ‘친정권’ 성향 사측을 견제·감시하기 위해 ‘KBS 직원연대’란 단체를 만들어 사내 쇄신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무자격 방송 진행자들 탓에 모멸감 느껴”
 
공정언론국민연대의 전신인 ‘불공정방송 국민감시단’은 백서를 통해 국내 5개 공영방송은 대선 당시 1300건에 달하는 ‘불공정 보도’를 했다고 지적했다.
  — KBS 안에 노조가 다수 있는데, ‘직원연대’란 임의단체를 만든 까닭은 무엇입니까.
 
  “KBS 안에 공식적으로는 3개 노조가 있습니다. KBS노조, 언론노조 KBS본부, KBS공영노조가 있습니다. KBS노조는 엔지니어 직종이 많습니다. KBS공영노조는 초창기에 활동을 좀 했지만, 얼마 안 가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어요. 언론노조 KBS본부가 문재인 정부 들어서 가장 커졌는데, ‘어용노조’란 비판을 많이 듣고 있잖아요. ‘회사를 제대로 견제하자’ ‘불공정 방송이란 오명을 벗자’는 취지에서 만들게 됐습니다.”
 
  — KBS 안에서 직원연대 설립 취지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습니까.
 
  “처음에는 8명으로 출발했는데, 지금은 99명입니다. 노조는 아무리 조합원 수가 많아도 사실 소수의 노조 집행부가 노조 간판으로 활동하잖아요. 우리는 그와 달리 다 개인 명의로 합니다. 자기가 노출되는 걸 감수하는 구성원이 100명이라는 얘기입니다.”
 
  — KBS뿐 아니라 소위 공영방송을 자처하는 국내 매체들의 경우 문재인 정권 들어서 ‘정권의 대변인’ ‘정권의 선전 부대’란 비판을 들었고, 이제는 아예 무관심의 대상이 됐지 않습니까.
 
  “무관심보다는 지탄의 대상이 된 거죠. 그런 평가를 자초한 겁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5개 공영방송사의 경영진이 어떻게 다 바뀌었습니까. 문재인 정부를 사실상 지지했던 언론노조 조합원들이 경영진이 됐습니다. 지금 KBS, MBC, YTN, 연합뉴스 TV, TBS 교통방송의 경영진을 보세요. 전부 언론노조 출신이거나 친(親)언론노조 인사라고 분류할 수 있는 이들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방송은 똑바로 해야 할 것 아닙니까. 그런데 자질이 없는, 검증도 안 된 부적절한 사람들을 ‘친민주당’ 성향이란 이유만으로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로 앉히고, 주요 출연자로 내세웠잖아요.”
 
  — 소위 우파 정권 때도 친정권 인사들이 돌연 방송에 자주 등장하지 않았습니까.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는 맞습니다만, 제 기억에 적어도 보수 정권 때는 이런 식으로 ‘아무나’ 쓰지는 않았습니다. 또 언론노조가 특정인에 대해 ‘정치적 배경’이 있다고 주장을 세게 할 경우에는 그 어떤 사람이든지 진입을 못 했어요. 지금은 그런 사람은 안 된다고 견제해도 먹히질 않아요. 주진우(KBS, TBS 프로그램 진행), 변상욱(YTN 뉴스 진행), 김종배(MBC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씨 같은 사람들이 자질을 갖췄다고 여기는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입니다.”
 
  — 문재인 정권 시기에 방송 프로그램을 맡은 이들의 행태를 보면 시청자들이 편견을 가질 만한 평가, 규정을 즐겨 하면서 자기 주관을 지속적으로 강요하는 듯한 방식으로 진행한다는 비판을 많이 받지 않습니까.
 
  “제대로 훈련받은 시사평론가 또는 진행자는 그런 짓을 못 합니다. 보수·진보를 떠나서 적절한 소양을 가진, 기본 덕목을 갖춘 사람은 그렇게 ‘선(線)’을 넘지 않죠.”
 
  — KBS의 경우 소위 ‘한국인의 중심 채널’을 자처하는데, ‘무자격자’라고 생각되는 이들이 들어와서 시사 프로그램을 맡는 걸 보면 정말 심한 모멸감을 느끼겠네요.
 
  “내부 직원들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불쾌하고, 모욕감을 많이 느끼죠. 편향성을 지닌 직원은 다수가 아니거든요. 많은 직원은 내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데, 일부 인사들 때문에 그 회사가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은 모욕적이죠.”
 
 
  ‘불공정 방송’은 국민 참정권 침해 행위
 
  — 방송사의 ‘친정권 성향’, 문재인 정권 이후 방송계에 진입한 이들의 불공정 방송 행태가 선거 때 더 기승을 부린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제20대 대통령 선거 불공정방송 국민감시단 활동 백서》를 만든 겁니까.
 
  “선거 때 편파 보도를 견제하자는 취지였어요. 백서를 만들어서 기록을 남기면 그런 행태에 제동이 걸리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백서를 만들게 된 거죠.”
 
  — 공영방송을 자처하는 매체들이 ‘편파 보도’를 했다면, 그것도 선거 기간에 그런 짓을 자행했다면, 이는 국민 권리에 대한 중대 침해 아닙니까.
 
  “그렇죠. 아침에 눈을 떠서 출근할 때 라디오에서부터 밤에 잠들 때까지 편파 방송이 진행되는 거예요. 종일 그런 식으로 세뇌시키는 행태는 헌법상 국민 참정권을 침해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거죠. 민주주의의 기본은 바른 참정권의 행사입니다. 국민의 표가 제대로 행사될 때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 아닙니까. 참정권을 바르게 행사하기 위해서는 내가 가진 정보가 정확해야 하는데, 편파 방송은 국민의 권리 행사에 필요한 기본 정보를 왜곡하잖아요.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기본권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행태입니다.”
 

  — 국민 주권을 침해하는 거죠.
 
  “결과적으로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거예요. 관련 규정이 애매하고, 편파 방송에 대한 처벌이 약한데요, 굉장히 세게 처벌해야 해요.”
 
  — 백서를 보면 국내 5개 공영방송사가 98일 동안 1300건에 달하는 ‘불공정 보도’를 했다고 지적했는데요.
 
  “그게 전부가 아닙니다. 모든 프로그램을 관찰한 게 아니잖아요. 관찰 대상에서 빠진 프로그램들이 많습니다.”
 
  — 백서에 따르면 98일 동안의 편파 보도 1300건 중 KBS가 1171건을 차지하는데요, 그 원인을 뭐라고 추정합니까.
 
  “KBS는 TV 채널이 2개, 라디오 채널이 7개입니다. 프로그램이 압도적으로 많고요. 심각한 정도를 따지면 MBC, YTN, TBS가 노골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KBS 라디오도 편파 방송 정도에 있어서는 MBC 못지않습니다.”
 
 
  “특정 당 위주로 원고 고쳐도 감봉 1개월”
 
  — 대선 때는 아니지만, KBS 라디오의 경우 김모 아나운서가 정권에 유리한 식으로 원고를 수정하거나, 불리한 내용을 멋대로 삭제하고 방송한 게 드러나서 논란이 된 적도 있지 않았습니까.
 
  “수십 건의 원고를 마음대로 고쳤어요. 본인 영역이 아닌데도 특정 당(기자 주: 더불어민주당) 위주로 고쳤어요.”
 
  — 그 사람은 무슨 징계를 받았습니까.
 
  “징계 내용이 ‘감봉 1개월’이에요. 제가 알기에는 그 정도라면, 한 달에 8만~10만원 정도 덜 받는 거예요. 사실상 징계를 했다고 할 수 없는 거죠. 국민을 상대로 한 방송에서 특정 당 위주로 원고를 고치는 건 중징계 사안인데도 이렇게 한다는 얘기입니다.”
 
  — ‘문재인 5년’ 동안 KBS에서 발생한 ‘불공정 보도 참사’를 꼽는다면요.
 
  “2020년이죠? 한동훈 현 법무부 장관과 채널A 기자의 소위 ‘검언유착’ 의혹이 있었지 않습니까. 그때 KBS가 ‘검언유착’을 보여주는 녹취록이 있다고 하면서 그 내용을 보도했다가, 나중에 그 근거가 불확실하다고 해서 한 발 빼는 일(기자 주: KBS는 보도본부 입장문을 통해 공식 사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법정제재 의결)이 있었어요. 그런 건 데스크에서 보통 걸러야 하는 건데. 녹취록 출처가 명확해야 하는데, 그것도 확인 안 한 거예요. 그러니까 고의적이라고 볼 수 있는 거죠.”
 
  — 이른바 ‘검언유착’이란 폭발적인 사안에 대해서 근거가 부족한 일방적인 주장만 갖고 보도를 하는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그러니까 특정 당과 짰다는 의혹을 받는 거죠. 이 외에 작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오세훈 시장과 관련해서 소위 ‘생태탕 의혹’이 있었잖아요. 그것도 특정 당에서 흘려주는 얘기를 그대로 확대 재생산한 것 아닙니까. 언론은 그게 맞는지 검증해야죠. 데스크가 왜 있습니까. 그러려면 기자는 아무나 시키지, 왜 시험 봐서 뽑고, 훈련을 시킵니까.”
 
 
  ‘이재명 상욕’ 외면한 방송사
 
‘불공정방송 국민감시단’은 대선 기간 공영방송들이 이재명 후보 주장은 긍정적 용어로 표현하고, 그와 관련된 의혹은 소홀하게 다뤘다고 비판했다. 사진=뉴시스
  공언연의 전신인 ‘불공정방송국민감시단’이 발간한 백서에 따르면 대선 기간 공영방송의 불공정 보도 유형은 ▲편파 보도 ▲쟁점 왜곡 ▲무비판적 정권 시각 방송 ▲주관적 편견과 자의적 해석 ▲비중 불균형 ▲기타 등이다.
 
  백서에 기술된 불공정 보도 행태를 요약하면 각 방송사는 여당 후보(이재명)의 주장은 긍정적 용어로 표현하고, 야당 후보(윤석열)의 주장은 부정적 용어로 서술했다. 야당 후보의 무속 논란,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증거가 없는데도 적극적으로 취재하고, 여당 후보의 대장동 의혹은 소홀하게 다뤘다. 이어지는 최철호 PD와의 문답이다.
 
  — 감시 과정에서 드러난 공영방송사의 대선 관련 보도 행태는 어땠습니까.
 
  “백서에 다 담겼는데요, 대장동 사건, 이재명씨 부인 법인카드 사용 의혹들은 축소하거나 ‘해명’ 기회를 주는 식으로 다뤘고요, 그와 달리 야당 후보(윤석열 현 대통령) 같은 경우에는 본인 문제도 아닌 부인이나 장모와 관련된 ‘의혹’ 수준의 것들을 엄청나게 키워서 방송했다고 볼 수 있죠.”
 
  — 지난 대선 기간 중 가장 심각했던 ‘불공정 보도’는 뭐라고 할 수 있습니까.
 
  “1월 6일에 김종배씨(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진행자)가 방송을 하면서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해체’ 결정에 대해 ‘독재 정권 시절의 비상계엄령’ ‘김종인·이준석·윤석열 삼두체제가 아닌 황제체제로 가기 위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것’이라고 비난했어요. ‘김건희 녹취록’ 역시 굉장히 심각한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사 프로그램(MBC)이 어떻게 그런 식으로 할 수 있는지, 정말 놀랐어요.”
 
MBC가 소위 ‘김건희 녹취록’을 주제로 한 방송을 강행하려고 하자, 김기현 당시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MBC를 찾아 항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김건희 녹취록’ 내용을 보면, 사실 별 내용이 없지 않습니까.
 
  “흠집 내기에 좋을 거라고 생각했겠지만, 기사가 안 됐잖아요.”
 
  — 별 내용이 없는데도 소위 ‘국민의 알 권리’를 앞세워서 결국 그 녹음을 틀었다면, 이른바 ‘이재명 형수 욕설’ 녹음도 방송사들이 공개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래야 균형감, 일관성이 있는 거죠. 그건 MBC뿐만 아니라 다른 방송사도 마찬가지예요.”
 
  — 욕설은 묵음 처리를 하더라도 이재명이란 사람의 인성, 본성을 국민에게 알려야 할 의무가 있지 않습니까.
 
  “자질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되는 거죠. 그걸 균형 있게 했다면, 5개 방송사가 특정 당에 편향됐다는 비판을 안 받았겠죠.”
 
 
  이재명 부하 자살은 전혀 안 다뤄
 
대선 기간, 공영방송들은 현재 대통령인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 대해서는 부정적 용어로 서술하고, 객관적인 증거가 없는 의혹을 적극적으로 취재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사진=뉴시스
  다음은 앞서 언급한 공영방송사의 대선 기간 불공정 보도 행태에 대해 공언연의 전신인 ‘불공정방송국민감시단’이 백서에 기술한 내용 중 일부다.
 
  〈김건희씨의 ‘쥴리’ 논란이 한 여성의 사생활을 공격하는 행위로 절대 다루지 말아야 할 소재라고 한다면, 반대로 한 여성을 모멸적인 언사로 공격했던 자가 중요한 공직선거에 출마한다면, 그것이 언론이 반드시 다루고 검증해야만 하는 소재라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으리라 봅니다. 이재명 후보가 자신의 형수에게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비하하면서 찢어버리겠다고 협박했던 행위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것은 그가 ‘KBS 뉴스 9’에 출연하는 순간 피할 수 없는 일이 됐어야 합니다. (중략) 불과 9개월 전, 16년 전의 누군가의 희미한 기억을 근거로 야당의 서울시장 후보(오세훈)를 공격했던 KBS 뉴스는 이재명 후보를 인터뷰하면서 갑자기 ‘대한민국의 내일을 묻다’라는 타이틀을 달고 “정쟁적 사안보다는 정책에 집중해보려 한다”는 방향을 제시합니다. 이런 주제를 던짐으로써 이재명 후보가 형수에게 패륜적인 욕설을 한 행위의 적절성에 대한 질문은 할 이유가 없는 일이 돼버렸습니다. 참 쉽죠? 물론 형수와의 대화뿐 아니라 대장동 특혜 의혹과 그에 따른 과거 이재명 후보의 부하들이 잇따라 자살한 사건 등 중요한 이슈들은 전혀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뜬금없이 ‘국민의힘 혼란’을 보는 시각이 어떤지에 대한 질문을 끼워 넣어 상대 당을 공격할 기회를 주는 꼼꼼함도 보입니다.〉
 
 
  ‘親정권 편파 왜곡 방송인’ 46명
 
2016년 12월, 소위 ‘박근혜 탄핵 광풍’이 불던 당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언론노동조합은 ‘박근혜 정권 언론 장악 적폐 청산을 위한 부역자 명단’을 발표했다. 출처=전국언론노동조합
  — 98일 동안 정리한 결과를 담은 책이 배포됐습니다. 관련 기사들도 보도됐습니다. ‘불공정 보도’를 지속적으로 했다고 지적받은 방송사들은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혔습니까.
 
  “그냥 논란을 키우기 싫으니까 대체로 무시하는 것 같습니다.”
 
  — 지금 각 방송사의 경영진과 데스크들은 5년 전 정권 교체기에 그렇게도 ‘방송의 독립’ ‘공정한 방송’을 외쳤던 언론노조 출신들 아닙니까. 그런데 왜 ‘불공정 보도’를 했다는 오명을 들으면서도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요.
 
  “백서에는 육하원칙에 따른 근거들이 다 있거든요. 현직 기자, PD들이 작업하고, 대학생이 한 부분은 다시 현직에 있는 사람들이 검수했어요. 없는 사실을 얘기한 게 아닌데, 그 사람들이 어떻게 반론을 제기합니까.”
 
  — 백서를 보면, ‘친정권 편파 왜곡 방송인’을 1, 2차에 걸쳐서 총 46명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대한 항의도 없었습니까.
 
  “빼달라는 얘기는 들었지만, 항의는 아직 없었습니다.”
 
  — 당장 법적 대응에 나설 법한데요.
 
  “못 할 겁니다. 2017년 당시 언론노조가 보수 정권 시절에 편파 방송을 했다고 한 사람들에 대해서 훨씬 더 심한 표현을 써가면서 실명과 사진을 다 공개했어요.”
 
  — ‘박근혜 정권 언론 장악 부역자’라고 비난했었죠.
 
  “‘부역’은 국가반역을 했다는 얘기잖아요. 당시 관련된 분들이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제기했는데요, 판결은 그렇지 않다고 나왔어요. 판결문을 보면 그 표현이 다소 과장됐다고 하더라도, 견제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 거예요. 우리는 ‘부역’이란 용어를 쓰지 않았습니다. 내용도 훨씬 덜 자극적이에요. 사실과 다른 부분도 없습니다. 자기들은 굉장히 자극적이고, 과장된 용어를 썼는데도 무죄를 받았으면서 어떻게 지금 여기에 대해서 소를 제기할 수 있겠습니까.”
 

  — 정권이 바뀌고 나서 방송사 고위직들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조심하는 분위기지만, 본질적으로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고 봐야 합니다. 당시 편파 방송을 했던 인적 구조가 그대로 남아 있잖아요. 특정 당과 친분이 있는 인물들이 그대로 주도하잖아요. 그러니까 정권 교체 이후 지방선거를 봐도 여전히 비슷한 행태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번 지방선거 때 대상을 줄여서 보도 행태를 관찰했는데도 적발된 ‘불공정 보도’가 180건이에요.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 ‘불공정 보도’를 하는 거예요.”
 
  — 그럼 그들이 외쳤던 ‘공정한 방송’은 뭡니까.
 
  “결과적으로 보면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 문제는 그러니까 일반인들을 현혹하기 위한 수사에 불과했던 거죠. 실제로는 승진이나 출세 같은 자기들의 사적 이익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봐야죠.”
 
 
  ‘25인 운영위원회 설치법’의 ‘속셈’은?
 
  더불어민주당 역시 정권을 잃고 나서도 공영방송사를 자신들 영향력 아래 두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의심을 자초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대선 패배 후 공영방송 이사회를 해산하고, 25인 운영위원회를 신설하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KBS 내부의 ‘적폐청산위원회’ 격인 ‘진실과 미래위원회’ 위원장 노릇을 했고, 그 뒤에는 부사장을 하다가 퇴임한 지 34일 만에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를 배정받아 국회의원 배지를 단 정필모 의원이 4월 27일 대표 발의한 해당 법안에는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원이 공동발의자로 나섰다. ‘문재인 5년’ 또는 ‘거여(巨與) 출범 2년’ 동안 뭘 하다가 지금 와서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을 우려하는지 공감하기 어려운 제안 이유를 내세우는데, 그 주장은 다음과 같다.
 
  “한국방송공사, 한국교육방송공사 및 방송문화진흥회(기자 주: MBC 대주주)의 이사와 사장 선임 과정이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할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정치적 종속성에 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임. 이에 한국방송공사, 한국교육방송공사 및 문화방송이 공적 책임을 구현할 수 있도록 독립성, 정치적 중립성 및 합리적 운영을 보장하기 위하여 이사회를 각 분야의 전문가 및 사회 각 분야의 대표성을 보다 충실히 반영한 운영위원회로 확대하려는 것임.”
 
  이들은 기존 11명이던 KBS 이사, 9명이던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의 규모를 사별로 25명까지 늘려 더 많은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면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언론노조는 이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나섰지만, 여기엔 더불어민주당과 언론노조의 다른 속셈이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25인 운영위원회를 골자로 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구조적으로 언론노조가 방송사 경영을 좌지우지하는 체계가 완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이와 관련해 현재 국회 언론·미디어제도개선특별위원회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최철호 PD와 나눈 문답이다.
 
 
  “민주당·언론노조가 15~17명 추천 가능”
 
2017년 9월, KBS와 MBC의 언론노조 지부는 박근혜 정부 때 임명된 방송사 이사회의 퇴진을 요구하는 공동 파업을 강행했다. 이에 따라 언론노조 출신 친정권 성향 인사 다수가 각 방송사를 좌우하는 직위를 차지하게 됐다. 사진=뉴시스
  — 지금 더불어민주당이 ‘공영방송 지배 구조 개선’이란 명목으로 기존 이사회를 없애는 법안을 내놨는데요.
 
  “저는 정상적인 법안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방송법은 1980년대에 언론 통폐합을 하면서 개정한 내용이 근간을 이루고 있습니다. 지금 미디어 환경은 그때와 너무 다르죠. 플랫폼, 단말기, 미디어 소비 행태도 다 바뀌었습니다. 법 개정을 해야 하는데, 이런 건 다 제쳐놓고 사장 선임안만 취급하고 있어요. 그게 뭐냐? 야당으로 전락한 더불어민주당이 공영방송 사장 선임 의결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법이에요. 이게 말이 되는 법입니까.”
 
  — 어떤 식으로 우위를 차지합니까.
 
  “그 법안에 따르면 지금의 이사회인 공영방송 운영위원회를 25명으로 구성하는데, 여기에 여당인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가 추천할 수 있는 인원은 많아야 5명에 불과합니다. 그런 반면에 단순하게 계산해도 더불어민주당·언론노조는 15~17명을 추천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언론노조가 동의하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공영방송사 사장을 뽑을 수 없는 구조예요. 이게 무슨 법입니까. 국민 다수가 선택한 이 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전혀 없는 거예요. 기존에 편파 방송, 경영 적자, 조직 문화 황폐화를 자행한 세력들이 여전히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이런 법안을 만든 거예요. 윤석열 정부가 언론 관련 공약을 내걸었고, 국민은 그 정부를 선택한 거예요. 그럼 이 정부가 자기 공약을 논의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야 하는데, 오로지 야당과 언론노조가 주도하는 거예요.”
 
  —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하고, 언론노조가 환영하는 ‘25인 운영위원회’ 체제로 법 개정이 안 될 경우에는 또 ‘방송의 독립’을 외치면서 파업에 나설 수도 있겠네요.
 
  “과거 사례를 봤을 때 빌미만 생기면 그럴 가능성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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