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祕話

안헌식 (사)한국유엔봉사단 이사장의 증언

노무현 정부 때 비무장지대에 ‘중립국가’ 만들려 했다는데…

글 : 박지현  월간조선 기자  talkto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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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MZ 위아래 50km 면적에 제3국 건설 구상… 점진적 통일 목적
⊙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논의… “北 장성택과도 합의” 주장
⊙ DJ, 중립국 대통령으로 李某 전 국무총리 추천
⊙ 北, “에이즈 진단 키트 설비 통째로 넘겨달라” 요구도
⊙ 다음 정권 들어 무산… MB 국정원 “결국 기술만 빼앗길 것”

안헌식
1957년생. 前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보고바이오 창립, 現 사단법인 한국유엔봉사단 이사장
  노무현 정부 당시 비무장지대(DMZ)에 중립 국가를 세우려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남북 40~50km에 해당하는 15개 시군 지역 중 평지는 기업도시로, 산(山)은 생태관광단지로 꾸민다는 내용이다. 경남 김해 출신인 안헌식(65) (사)한국유엔봉사단 이사장((주)보고바이오 창립자)은 “당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물론 베이징에서 세 차례 북한 고위 관계자를 만나 합의까지 도출한 사안”이라면서 “참여정부 때 처음 구상한 내용인데 MB 정권이 들어서면서 무산됐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 4일 서울 성수동 그의 사무실에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집무실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이 보낸 난(蘭)이 놓여 있었다.
 
 
  삼성市와 LG市
 
안 이사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 DMZ에 중립국 설립을 계획했다고 했다. 사진은 그가 만든 중립국 구상도.
  비무장지대 활용은 역대 정부에서 늘 시도했던 일이다. 노태우 정부의 ‘DMZ 내 평화시(市) 건설 구상’에서부터 김영삼 정부의 ‘자연공원’, 노무현 정부의 ‘평화생태공원’, 이명박 정부의 ‘나들섬 구상과 생태공원’, 박근혜 정부의 ‘세계평화공원’까지 등장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남북공동경비구역 비무장화, DMZ 내 GP 시범철수 등이 진행됐다. GP 시범철수 사업 외에는 모두 이행이 안 됐다.
 
  그저 선언 수준에 그쳤다. 이처럼 ‘평화적 이용 방안’은 늘 제기됐지만, 그 지역에 ‘국가’를 세우겠다는 얘기는 한 번도 없었다. 안 이사장은 “중립국 설립을 통해 점진적으로 평화통일에 이른다는 복안이었다”면서 “이는 남북 간 비무장지대 군 해체를 의미하기도 해 철저히 극비에 부쳐졌다”고 했다.
 
  “비무장지대 4km에 더해 위아래로 남북한이 각각 후퇴해 북측 30km, 남측 10km에 이르는 약 50km 너비 벨트에 제3국을 세운다는 계획이었습니다. 이 중 평지는 지뢰 제거 후 기업도시로, 산은 세계적인 생태관광지로 만든다는 게 골자였죠.”
 
  그는 “기업도시라고 하면 개성공단을 떠올릴 텐데 중소기업을 위주로 한 66㎢(약 1900만 평) 면적의 조그마한 공단과는 차원이 다르다”면서 “글로벌 대기업들을 대거 유치해 ‘삼성시(市)’ ‘LG시’ ‘GM시’ 등 약 500개 이상의 기업도시를 만들겠다는 게 큰 그림이었다”고 했다.
 
  “그곳 땅은 국가 소유이니 경지 조성 사업에는 3.3㎡(1평)당 10만~20만원만 들이면 됩니다. 그 후 (기업들에) 평당 70만~80만원에 분양하면 50만원의 이익이 남잖아요. 예컨대 각 그룹사에 1000만 평씩 분양한다고 하면, 삼성의 경우 삼성전자, 물산 등 여러 계열사 및 협력 업체가 들어오겠지요. 그게 삼성시가 되는 것이고, 1000만 평이니 총 5조원의 이익금이 남겠죠. 파주 쪽에는 LG단지가 형성돼 있는 만큼 그 지역은 LG시로 하고요. 그렇게 500개 글로벌 그룹을 유치하면 총 2500조가 조성된다는 계산이었어요. 통일 자금에 3000조가 든다 하지 않습니까. 이를 충당할 수 있다고 본 거죠.”
 
 
  공단 아닌 ‘국가’ 구상의 이유
 
  안 이사장은 “이렇게 마련된 재원은 그 국가에 도로, 항만, 철도, 공항 같은 SOC에 재투자한다는 구상이었다”면서 “양양국제공항과 금강산의 원산항 등 기존 인프라 또한 수출항로 등으로 활용 가능하다고 봤다”고 했다. 공단이 아니라 ‘국가’를 계획한 이유도 설명했다.
 
  “개성공단은 북한 경제에 약간 기여할 뿐이었어요. 그 규모로는 북에 개방을 요구할 수 없습니다. 통일을 이룩하려면 국가 단위의 거대한 조직이 필요합니다. 자금 흐름의 규모가 더 커야 한다고요. 왜 거대한 공단이 아니라, 국가냐. 이곳에서 생산하는 모든 제품에 면세를 적용하기 위해서였어요. 그래야 수출 활성화에도 더욱 기여하게 되니까요. 더욱이 이곳 제품들은 중국, 러시아, 유럽까지 육로 수송도 가능하니 단가가 낮아져 경쟁력도 있게 되죠. 유엔에 반기문 총장이 있을 때니, 미국과 협의 후 개발도상국으로 인정을 받고, 이곳에서 생산하는 모든 제품을 면세한다고 가결하는 것이 가능하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렇게 각각의 기업도시가 활성화되면 땅값은 절로 오를 것이니 기업들에도 이익이 될 것이라 본 거죠.”
 

  그는 “중립국에 투자한 원금은 6자 회담과 세계은행, 유엔에서 보장해주는 구조였다”고 부연했다.
 
  “자기 돈에 안전성과 수익성이 보장되면 지옥이라도 가는 게 자본주의의 특성입니다. 두바이 보세요. 기온이 50도인 사막에 풀 한 포기 안 나는데 빌딩이 촘촘하죠. 하물며 비무장지대 인근은 금수강산이에요. 원금을 보장해준다는데 안 들어올 이유가 없죠. 여기에 300만 북한군 등 북측 인력을 투입해 원부자재 납품을 시키면 북한 1가구 1인 취업 보장이 되고 가구당 월(月) 소득 100만원까지 가능하겠다고 계산했어요. 그래도 부족한 인력은 우리나라 300만 청년 실업자를 쓰고요. 산술적으로 노인 일자리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겠다고 내다봤습니다.”
 
 
  에이즈 진단 키트에 관심 보인 北
 
안헌식 이사장(가운데)이 박철수(오른쪽에서 두 번째) 대풍국제투자그룹 총재와 찍은 사진. 사진=안헌식 제공
  그가 이사장을 맡은 사단법인 한국유엔봉사단은 빈곤감소, 환경, 인권, 평화유지, 인도적 지원 및 경제재건, 에이즈 등 범지구적 문제 해결을 위한 전 세계 정부기관 및 비정부기관(NGO)의 활동을 지원하는 단체다. 안호상 초대 문교부 장관을 1대 총재로 이수성 전 국무총리, 백선엽 장군, 이인제 전 의원이 총재를 맡았으며, 지금은 김성재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 이사장이 총재다.
 
  안 이사장은 동식물 세포 및 미생물, 각종 균사체의 배양 관련 여러 특허를 가진 바이오 회사인 ㈜보고바이오의 창립자이기도 하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로도 활동한 그는 “각종 난치병을 극복하는 천연물 신약 사업을 하는 것이 오랜 꿈이었다”고 했다. 평화통일은 ‘기본값’으로 자리한 염원이었다.
 
  지난 2004년에는 에이즈 진단 키트를 개발,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와 5년간 독점 공급 계약도 체결했다. 이때 개발한 에이즈 진단 키트가 북한과 경협의 물꼬를 텄다고 했다.
 
  “지금은 코로나19지만 당시에는 에이즈 근절이 세계적 화두였습니다. 특히 코트디부아르는 아프리카 지역에서 발병률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였어요.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유엔지침에 따라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진단 키트 공급 경쟁에 들어갔고, 네오바이오(보고바이오의 전신)의 정밀도가 가장 높았습니다.”
 
  안 이사장은 “중립국 건립 구상의 윤곽이 어느 정도 나온 뒤 북측에 제안을 해야 하는데 마땅한 구실이 없던 중 에이즈 진단 키트가 의외의 역할을 하게 됐다”면서 “적합한 북한 라인을 물색하고, 구실을 갖추는 데 시간이 소요돼 북측과의 접선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9년 3월에야 이뤄졌다”고 했다.
 
  참고로 북한 정부는 그간 북한이 ‘에이즈 청정 지역’이라고 자신해왔다. 지난 2018년 12월 1일 세계에이즈날에도 세계보건기구(WHO) 관계자들을 모아놓고 ‘에이즈 청정국’이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지난 2019년 미국과 북한 공동연구진의 논문을 근거로 ‘2018년 북한의 에이즈 양성 환자는 8362명’이라고 밝혔다. 안 이사장 또한 “2009년 당시에도 북한에 에이즈 환자는 있었다”면서 “그해 초 베이징에서 박철수 대풍국제투자그룹 총재를 만나 ‘에이즈 진단 키트 관련 제조설비를 북으로 이전하겠다’는 의향을 비쳤고, 이를 계기로 두 차례 더 북측 고위 관계자를 만나며 중립국 설립에 관한 합의를 끌어낼 수 있었다”고 했다.
 
 
  대풍투자그룹과 계약
 
2009년 3월 16일 대풍국제투자그룹과 안 이사장이 맺은 의향서. 에이즈 진단 키트 설비를 넘기고, DMZ 일대에 평화리조트를 건립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안 이사장은 2009년 3월 16일 대풍국제투자그룹과 체결한 ‘의향서’를 보여줬다. 평양에 본부를 둔 대풍국제투자그룹은 북한의 모든 대외투자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안 이사장에 따르면 박철수 총재는 총 5개의 이름을 쓰는데, 의향서상에 쓰인 ‘박성철’이라는 이름도 그중 하나라고 했다.
 
  의향서에서 ‘갑’은 박성철, ‘을’은 네오바이오(보고바이오의 전신)다. “북한 인민의 건강은 물론 인류의 건강을 위하여 ‘을’이 보유 중인 에이즈 진단 키트 관련 설비를 (북으로) 이전하며, 이전 비용은 50만 달러(당시 환율로 약 5억원)로 합의한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총 6가지 사업 내용이 적혀 있다. 안 이사장과 박성철의 친필 사인도 있다.
 
  “당시 개발한 진단 키트의 원가는 개당 500원이었습니다. 판매가는 3750원이었어요. 개당 3250원이 남는 거죠. 감염 검사를 인당 몇 번씩 하니까, 1억 개만 생산해도 3250억원이 남는 장사예요. 그 설비를 단돈 5억원에 이전하겠다고 합의한 건데, 이는 계약서상의 내용일 뿐 사실은 무상으로 넘기기로 한 겁니다.”
 
  주식회사의 이익을 무상으로 제공하면 업무상 배임·횡령이므로 표면적으로 5억원을 기재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업무상 배임·횡령의) 공소시효가 지나 공개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의향서에는 “비무장지대(DMZ)에 가칭 ‘평화 리조트’ 프로젝트 사업 및 대동강 두루섬 개발 사업”이라는 항목도 있다. ‘갑’은 ‘을’이 DMZ 일대에 기획하는 ‘평화리조트’를 건설함에 합의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중립국’이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었다.
 
  “중립국에 대한 세부 사항은 베이징에서 북측 서기(書記)가 작성해서 북에서 가지고 있습니다. 북측에서 사실상 군을 해체한다는 의미인 ‘중립국 건설’에 합의했다는 내용이 새어나가는 것을 원천 차단한 거죠. 박 총재는 ‘국가가 전복될 수도 있는 사안인 만큼, 극비에 부쳐야 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고안해낸 게 ‘평화리조트’라는 단어예요. 의향서에 쓰인 ‘평화리조트’가 실은 ‘중립국’을 대체하는 명칭이라고 보면 됩니다.”
 
 
  베이징에서 장성택과 통화
 
  그는 이후 두 차례 더 베이징을 방문했고, 장성택과도 통화를 했다고 했다.
 
  “결국 최종 결재는 김정일이 하는 것이니 박 총재뿐만 아니라 또 다른 고위 관계자들과도 접선을 해야 했습니다. 그중에는 35호실장도 있었어요. 장성택과 수시로 통화를 하더군요. 그가 가만히 이 계획을 살펴보더니 본인은 장성택을 설득할 수가 없겠다고 하더군요. 그도 그럴 것이 북한은 고려연방제를 못 버리니까요.”
 
  35호실장은 안 이사장에게 “장성택과 전화 연결을 할 테니 세부사항을 직접 설명하시라”고 했다고 한다.
 
  “(장성택과) 전화 연결이 된 뒤, 제 입장에서는 김정일의 비위를 맞춰주기 위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남북 인구를 합하면 8000만 명입니다. 동북삼성(지린성·랴오닝성·헤이룽장성)에 더해 연해주까지 합치면 2억5000만~3억 명입니다. 중국, 러시아, 유럽까지 광활한 대륙이, 나아가 결국 전 세계가 장군님 손 아래 들어가게 되는 겁니다. 전쟁을 끝내고 중립국을 세우면 육로 수송도 가능하니 이 인구들이 모두 거대한 한류 상권이 되는데, 이러한 업적을 경애하신 지도자 동지인 김정일 위원장이 남겼다고 역사가 기록해야 할 것 아니냐’고요. 가만히 듣고 있던 장성택은 짧게 ‘오케이’라고 한마디 하더군요.”
 
 
  MB 국정원의 만류
 
  그렇게 전화를 끊었고 얼마 후 북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고 했다.
 
  “내일 아침 당장 평양으로 들어오라는 겁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돈을 받는 게 목적일 텐데, 말로만 띄워준다고 느꼈겠죠. ‘평양에 오면 공항에 지도자 동지가 친히 나오셔서 안 선생에게 인민영웅의 칭호를 하사하실 것’이라고 하더군요.”
 

  안 이사장은 평양에 가기 위해 이를 국정원에 보고했다고 한다.
 
  “평양에 가겠다고 했더니, MB 정부 당시 이모 국정원 비서실장이 ‘농담으로라도 그런 소리 하지 말라’고 딱 잘라 말하더군요. 북한의 속셈은 안 회장의 식물복제 기술을 이용해 생물학전에 쓰겠다는 것이라면서요. 식물복제 기술은 유산균 한 마리를 단기간 내 1억 마리로 배양할 수도 있지만, 악용하자면 콜레라균을 대폭 증식시킬 수도 있습니다. 핵보다 위험한 게 생물학전이고요. 이 실장은 ‘가는 순간 기술만 털리고 스파이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했어요. ‘목에 칼이 들어온대도 그 기술은 넘겨주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했더니, ‘주사 한 방만 맞아도 입이 열리게 돼 있다. 안 회장은 그쪽 세계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며 극구 만류하더군요.”
 
  결국 평양에 가지 못했고 이 일은 흐지부지됐다고 한다. 안 이사장은 박철수 총재와 찍은 사진과 그에게 받은 이메일을 증거물로 남겨뒀다. 의향서를 체결하고 몇 개월 뒤인 2009년 9월 26일 16시52분44초에 ‘co*****’라는 아이디로 발송된 메일은 ‘지난번 북측 문건이 대통령(MB)에게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에는 다른 루트로 전달하고자 한다. 래일(내일) NK 밀사로 서울에 들어가는데, 만일 국정원 라인이 있다면 알려달라’는 내용이었다. 안 이사장은 “해당 문건에는 남북정상회담과 이산가족 만남의 정례화, 국군포로·납북자 송환 추진 이후 비핵화·종전선언 등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 북측의 요구사항이 담겨 있었다”고 했다.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과 논의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방문 후 노 전 대통령 내외와 찍은 사진. 사진=안헌식 제공
  그는 이러한 중립국 구상을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도 논의했다고 말했다. 안 이사장은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에 대해 “김해에서도 같은 동네(진영읍) 출신으로 시골 형 같은 존재였다”면서 “사회생활을 한 뒤에는 김해 진영 향우회를 통해 연을 이어갔고 IMF 무렵에는 ‘차기 출마를 준비 중’이라는 말에 물심양면 도움을 주기도 했다”고도 했다. 이 대목에서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인 노건평씨에게 전화를 걸어 보이기도 했다. 가까운 사이인 듯 안부를 주고받았고 노씨의 ‘내려오면 꼭 연락하라’는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안 이사장은 “정계 인맥은 선친 때부터 이어져 온 것”이라면서 “아버지가 흔히 말하는 천석꾼 갑부로, 과거 김해군(郡)이던 당시 지역구 국회의원을 지낸 인사의 후원인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노무현 정부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 자택에 방문, 김 전 대통령 내외와 찍은 사진. 사진=안헌식 제공
  “노 전 대통령께 중립국 계획을 말씀드렸더니, ‘그래, 한번 해봅시다’라고 했어요. 그보다 앞서 가장 먼저 찾아간 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었습니다. 북한에 관한 정세 판단이 아주 정확한 분이었으니까요. 전임 대통령으로 동교동 자택에 계실 때 찾아뵙고 설명을 드렸어요. ‘될지 안 될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가고자 한다’고요. 그렇게 김 전 대통령에게도 여러 가지 자문을 얻었습니다.”
 
 
  DJ, 중립국 대통령으로 李某 전 총리 추천
 
  그중에는 ‘중립국 대통령으로 누구를 앉힐지’에 대한 자문도 있었다고 했다.
 
  “적합한 인물이 없겠습니까, 했더니 DJ께서 망설임 없이 이모(李某) 전 국무총리를 추천하더군요. 북측에서도 받아들일 거라면서요. 그래서 제가 ‘지금 바로 이 전 총리의 자택에 가서 말씀드리겠다’고 했고 당시 이 전 총리도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이후 북측에서도 ‘남조선에 믿을 만한 사람이 없는데 그라면 믿을 만하다’는 의견을 전해왔고요.”
 
  이 전 총리는 안 이사장의 ‘중립국 건립 구상’에 대한 증언을 확인해줄 사실상 유일한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언론과 일절 접촉하지 않는다’는 그에게 이와 관련한 이야기는 들을 수 없었다. 다만 오랫동안 이 전 총리를 수행한 비서로부터 “안 이사장의 말은 모두 사실”이라는 메시지를 전달받을 수 있었다.
 
  안 이사장은 지금도 평화통일을 하는 데 이 계획이 유효하다고 믿는다. 그는 “남북 간 영토 통일은 무의미하다. 중립국 설립 후 10년만 지나면 북한 경제가 안정이 될 것이고, 남북의 수준이 비슷해지면 통일은 절로 된다”면서 “6자 회담과 정치 논리만으로는 결코 통일을 이룰 수 없다”고 했다. 안 이사장은 이어 “1998년도에 정주영 전 현대 명예회장이 북한을 다녀온 뒤 남포 앞바다가 석유 바다라고 했다. 한데 북한은 그러한 지하자원을 담보로 맡기거나 개발권을 넘겨주곤 했다”면서 “이러한 민족 자원을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서, 이산가족과 국군포로·납북자를 위해서라도 통일은 꼭 이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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