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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형준 부산광역시장

“부산을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軸으로!”

글 :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ironhee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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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귀가 열려 있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잘 안다는 느낌”
⊙ “국민들이 윤석열 당선인에게 기대하는 키워드(keyword)는 공정·혁신·통합… 이 세 가지를 관통하는 ‘중심 브랜드’를 만들어야”
⊙ “기업 규제해서 수도권 밖으로 나가게 하는 것은 下之下策… 떡을 나누어 주기보다는 떡시루를 만들어 주는 정책 필요”
⊙ “세계적 IP콘텐츠 기업, 블록체인 기업, 퀀텀(양자)컴퓨터센터, 英 명문국제학교 등 유치 진행 중”
⊙ “2030부산엑스포, 부산을 국제허브도시로 발전시키기 위한 기폭제 될 것”
⊙ “가덕도신공항은 국제항공물류 공항… 항구도시 부산의 장점을 살리기도 하는 일이자 대한민국을 위해서도 좋은 일”
사진=부산시 제공
  정권 이양기이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공공기관 인사,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등을 놓고 문재인(文在寅) 정권이 마지막 몽니를 부리고 있는 가운데 TV 뉴스에는 연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활동이 보도되고 있다. 인수위 인사 중에는 과거 이명박(李明博·MB) 정권 시절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한편 TV에서는 정치평론가들이 나와서 정치 현안에 대해서 이런저런 평론들을 하고 있다.
 
  이걸 보면서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박형준(朴亨埈·62) 부산시장이다. 이명박 정권 시절 청와대 홍보기획관, 정무수석비서관, 사회특별보좌관 등으로 MB 곁을 지켰던 사람. TV에 패널 등으로 나와서 날카로운 통찰력과 정연한 논리로 좌파 논객들을 압도했던 사람. 그리고 작년 4·7 재보궐 선거에서 부산시장에 당선되면서 정권 교체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던 사람. 그라면 인수위나 새로 출범하는 윤석열(尹錫悅) 정권을 위해 좋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3월 말 부산행 KTX에 몸을 실었다.
 
 
  “정권심판론+새로운 인물이 大選 승리 요인”
 
  ― 작년 4·7 재보궐 선거 후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 모두 캐릭터가 비슷하다. 둘 다 잘생기고 중도합리적인 느낌을 주면서, 지난 10년간 정치권을 떠나 있어서 보수 정치의 실패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느낌을 준다’는 평이 있더군요.
 
  “하하하. 얼굴은 오세훈 시장이 저보다 조금 더 잘생겼지요. 작년 재보궐 선거 때에도 가장 큰 흐름은 정권심판론이었습니다. 다만 정권심판론이 거세다고 해도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는 인물과 노선을 제시하지 못하면 선거는 뒤집힐 수도 있습니다. 2020년 총선처럼 말이죠. 그런 면에서 말씀하신 점에 대한 호응이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하나 더 말씀드리자면 제가 분열된 보수를 하나로 묶는 작업을 해온 것도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박형준 시장은 2020년 1월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혁신통합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의 통합을 이끈 바 있다. 박형준 시장의 말을 듣고 있다 보니, 과거 종편 및 공중파 TV에서 정치평론을 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 이번 대선(大選)에서 윤석열 당선인이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어디 있다고 봅니까.
 
  “정권심판론에 새로운 인물이 결합되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통합 효과가 있었고요.”
 
 
  “윤석열, 協治 잘 할 것”
 
2021년 12월 4일 윤석열 후보는 북항 재개발 홍보관을 찾아 박형준 부산시장으로부터 북항 재개발과 2030부산엑스포 유치 관련 설명을 들었다. 사진=조선DB
  ― 상상외의 박빙(薄氷) 승부였는데, 왜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요.
 
  “지난 총선 때에도 그랬지만,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정권을 잡은 쪽의 저력(底力)을 무시할 수 없더군요. 1987년 이후 한 집권 세력이 두 번 정권을 잡는다는 ‘10년 주기설(週期說)’이 있었잖아요? 역시 그 관성(慣性)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막판에 젊은 여성들 쪽과 호남에서 역풍(逆風)이 많이 분 것 같고, 그것이 수도권에도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 박빙 승리의 의미를 윤석열 당선인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0.7% 차의 승리라고 하는 상징적 의미는 역시 오만하지 말고 겸손하게 국민들을 섬기라는 국민적 명령, 시대적 명령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소야대(與小野大)라는 상황이 있기도 하지만, 지난 정권하에서 ‘갈라 치기 정치’를 했던 데 대한 국민들의 염증(厭症)이 굉장히 큽니다. 이렇게 박빙의 결과가 나온 것은 서로 끌어안고 통합과 협치(協治) 지향적 국정(國政)을 하라는 것으로 해석하는 게 좋겠습니다.”
 
  ― 윤석열 당선인이 그런 걸 잘 하리라고 생각합니까.
 
  “잘 하시리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몇 번 만났는데, 귀가 열려 있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잘 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만나보면 굉장히 소탈한 분이에요. 어제 기자회견(3월 20일 대통령 집무실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말함)을 하면서 보여준 모습이 윤석열 당선인의 평소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걸 잘 살려 나가면 국민들로부터 공감을 상당히 얻을 거라고 봅니다.”
 
 
  “대통령은 ‘중심 브랜드’를 가져야”
 
  ―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박 시장님을 정말 좋아했다고 하더군요.
 
  “저를 좋아하셨다기보다는 아껴주셨지요.”
 
  ― 정무수석비서관, 사회특별보좌관으로 있으면서 주로 어떤 일을 했습니까.
 
  “저는 권력의 이너 서클은 아니었어요. 제가 인수위 때부터 한 일은 국정의 큰 그림을 그리는 일이었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인수위 때 대통령 임기 5년을 관통하는 중심 브랜드를 만들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입니다.”
 
  ― 중심 브랜드라면 무슨 의미입니까.
 
  “예를 들어서 YS 정부 때는 ‘문민(文民)개혁’을 내세우면서 그거 하나로 금융실명제부터 역사청산 이런 것들을 다 해냈잖아요. IMF 위기 때문에 빛이 바래기는 했지만 그것은 남아 있습니다. DJ 정부 때는 ‘화해 협력’,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반칙과 특권, 기득권 타파’ 그런 걸로 자기 이미지를 형성했잖아요. 어느 정권이나 그런 식으로 통으로 평가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필요합니다. MB 정부와 박근혜(朴槿惠) 정부는 그게 좀 약했어요.”
 
  ― 그렇지요.
 
  “그러다 보니 지나고 나서 역사적으로 평가할 때 ‘무엇을 중심으로 평가할 것인지’가 얼른 보이지 않아요. 사실 MB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등 업적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아는 것도 많고 경험의 폭도 넓은, 굉장히 뛰어난 리더였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일을 실질적으로 해내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대통령직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특성 같은 데에는 좀 약했습니다.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윤석열 당선인도 그런 점을 인식하고 중심 브랜드를 가져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메시지 관리의 중요성
 
박형준 시장은 이명박 정권 시절 홍보기획관, 정무수석비서관, 사회특별보좌관 등을 지내면서 ‘친서민 중도실용 정책’을 주도했다. 사진=조선DB
  ―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7년 대선에서 530여만 표 차이로 압승(壓勝)했음에도 광우병(狂牛病) 사태로 정치적 동력을 일찍 잃었습니다.
 
  “대선이 지나면 크게 이겼건 작게 이겼건 상대방에게는 불복(不服) 심리가 있게 마련입니다. 그게 잠재해 있다가 상대가 실수를 하거나 오만한 모습을 보이면 이를 계기로 해서 표출되는 것이죠. 광우병 사태도 그런 것이었습니다. 광우병에 대해 과장하고 거짓말로 선동한 측면도 있지만, 프로세스 매니지먼트를 잘못한 측면도 큽니다.”
 
  ― 그건 무슨 의미입니까.
 
  “메시지 관리를 잘못했어요. 사실 쇠고기 문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약속한 것이고, 노 전 대통령이 해결하고 갔어야 할 것을 도장 안 찍고 가는 바람에 이명박 대통령이 그걸 넘겨받은 것입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에 가서 부시 대통령과 회담을 한 후 미국 쇠고기 개방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대통령의 메시지가 마치 대통령이 국민 건강을 고려하지 않는 것처럼 비친 것입니다. 이건 참모들의 잘못이 큽니다.”
 
  ― 이명박 정권이 중도실용 운운했던 것은 한국 사회의 이념적 대치를 너무 안이하게 본 것 아닌가요.
 
  “안이하게 봤다기보다는…. 그런데 얘기가 너무 MB 정부 평가로 가는 것 아닌가요?”
 
  ― MB 정부 평가라기보다는 윤석열 정권에 대해서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되지 않을까 해서 여쭈어보는 것입니다.
 
  “저는 오히려 일관되게 중도실용을 했으면 나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게 흔들린 것이죠. 광우병 사태를 겪으면서, 한쪽에서는 ‘세게 하라’는 말이 나왔어요. ‘세게 하라’는 말의 의미가 굉장히 묘한 것입니다. ‘원칙을 가지고 일관되게 하라’는 의미라면 별개지만, MB 시절에는 어중간하게 모든 일이 이루어진 측면이 있어요.”
 
  ― 그건 무슨 말인가요.
 
  “정치적으로 보면 일단 당내(黨內) 통합을 확고하게 하고 난 후, 상대에 대해 끌어들일 것은 끌어들이고 단호하게 할 것은 단호하게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MB는 대선에서 530여만 표로 압승했다고 하지만, 한나라당 안에서는 비주류(非主流)인 상황이었습니다. 워낙 저항들이 거센 상황에서 광우병 사태에 한 번 휘둘리고 나니 정권의 힘이 초기에 너무 빠졌습니다. 광우병 사태 때 20% 이하까지 떨어졌던 지지율을 다시 50%대로 끌어올리는 데 1년이 걸렸어요.”
 
  ― 지지율 회복은 어떻게 가능했습니까.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 유능함을 보인 것도 있었지만 ‘친서민 중도실용’으로 포용한 게 컸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중도실용 정책이 잘못됐다고 보지는 않아요.”
 
  ― 정무수석비서관을 지낸 입장에서 윤석열 당선인에게 드리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국민들이 윤석열 당선인에게 기대하는 키워드(keyword)는 공정·혁신·통합, 이 세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이 세 가지를 관통하는 ‘중심 브랜드’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걸 중심으로 해서 정책들을 편제하고 정치도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려면 여소야대 상황에서 협치도 필요하고요. 저는 어제 기자회견장에서 보여준 당선인의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그런 모습을 계속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에 집 사본 적 없다”
 
  여기까지가 왕년의 ‘정무수석비서관 박형준’ ‘정치평론가 박형준’에 대한 질문이었다. 이제는 ‘2년 차 부산광역시장 박형준’에게 질문을 할 차례다. 과거 TV에서 박형준 시장을 접해본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부산 태생임에도 그의 말투에서는 그 억센 부산 사투리나 어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 그가 부산에서 제17대 총선 때에는 부산 수영구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제17대 국회의원 임기를 마친 후 13년 만인 작년에는 부산시장으로 당선됐다.
 
  ― 서울에서 중앙정치를 했고, 부산 말씨도 거의 없는데, 부산시장으로 당선된 저력은 어디에 있습니까.
 
  “그런 얘기를 들을 때면 조금 억울합니다. 제가 교수 생활을 시작한 게 1991년 부산에서였습니다. 대개 부산에 직장을 갖게 되면 서울에 집을 두고 왔다 갔다 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저는 처음부터 부산으로 완전히 내려왔습니다. 공직에 있을 때에도 부산에 근거지를 두고 서울로 왔다 갔다 했습니다. 저는 한 번도 서울에 집을 사본 적이 없어요. 이건 여담이지만, 저보고 서울시장 나가라는 얘기도 많이 들었습니다. 그때는 시장 선거에 나갈 생각을 하지도 않았지만, 만일 나간다면 부산이 저에게 주어진 소명(召命)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말투가 서울 사람 같고 서울에서 학교를 다녀서 그렇지, 저는 부산 사람입니다.”
 
 
  “‘부산 바뀔 수 있다’는 자신감 얻어”
 
박형준 시장은 작년 4·7재보선에서 부산시장으로 당선됐다. 사진=조선DB
  ― 대학교수, 국회의원, 청와대 참모, 방송 패널 등 주로 현상을 관찰, 연구하고 비평하는 일을 하다가 지난 1년 동안 광역지자체장을 해보니 어떻습니까.
 
  “천직(天職)인 것 같아요. 하하하. 부산시장이라는 자리는 종합행정을 하는 자리입니다. 부산 인구가 350만 명인데 거의 작은 나라에 해당합니다.
 
  도(道)의 경우 시(市)나 특례시(特例市) 등에 권한이 내려가 있고 도는 큰 틀의 조정(調停)을 주로 하지만, 광역시의 경우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전체적인 정책 결정은 시가 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만큼 시장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느냐에 따라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부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 국회사무총장을 지내기는 했지만 종합행정경험은 처음인데, 어려움은 없습니까.
 
  “학자로 있을 때나, 그 전에 시민운동할 때나, 젊어서부터 늘 고민해온 것은 ‘대한민국을, 부산을 어떻게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정책이나 비전 관련 일들을 많이 한 편이어서 시장으로서 접하게 되는 문제들이 낯설지는 않습니다. 그걸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동(驅動)하고 현실로 만들어내느냐는 조금 다른 문제이기는 하지만, 우리 부산시 공무원들을 비롯해 주변에 있는 분들이 많이 도와주고 있습니다. 제가 지난 1년간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자신감입니다.”
 
  ― 자신감이라고 하면….
 
  “제 개인적인 자신감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부산이 확실히 바뀔 수 있다’ ‘부산이 수도권, 서울에 이어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축(成長軸)을 만들 수 있는 국제허브도시로 변모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말합니다.”
 
 
  “協治는 결국 소통과 공감 능력”
 
  박형준 시장은 의욕을 보이지만, 밖에서 볼 때 걱정이 되는 부분이 있다. 부산시 의회의 여소야대 상황이다. 시의회 47석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41석, 국민의힘이 6석을 차지하고 있다. 전체 109석 가운데 민주당 99석, 국민의힘 6석인 서울시보다는 조금 낫다고 해야 할까? 이는 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 직면해야 할 상황이기도 하다.
 
  ― 오세훈 서울시장도 고생 많이 하고 있지만, 시의회에서 민주당이 다수(多數)인데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그 부분에서 저는 오세훈 시장과는 달리 접근하고 있습니다. 작년 재보궐 선거는 무척 치열했지만, 선거가 끝나자마자 다 잊고 민주당과 협치의 틀을 만들었습니다. 부산의 여러 장기(長期) 표류 과제들 가운데 12개를 선정, 여야(與野)가 함께 풀기로 하고, 시의회와 함께 거의 대부분 의사결정을 했습니다. 이견(異見)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공약을 비롯해서 부산에 새로운 ‘혁신(革新)의 파동(波動)’을 일으키고 시민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제가 필요한 일을 하는 데 시의회가 결정적으로 발목을 잡았다든지 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뒤에서도 계속 나오겠지만, 박형준 시장은 ‘혁신의 파동’이라는 말을 무척 즐겨 썼다.
 
  ― 협치의 틀을 만들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했습니까.
 
  “사실 민주당 국회의원들도 옛날부터 다 알던 사람들입니다. 시장에 당선되자마자 박재호 민주당 의원과 만나 2030엑스포 유치나 가덕도공항 건설 같은 지역 이슈에 대해서는 서로 힘을 합치자고 뜻을 모았습니다. 사실 지역 이슈에 대해서는 여야가 근본적인 차이가 없거든요. 시의회와도 그런 논의의 장(場)을 만들었습니다. 우리 공무원들도 시의회의 동의를 얻거나 이해를 구하기 위해 열심히 일해주었습니다. 협치라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우선 틀을 만들고 그 틀 안에서 해나가는 것인데, 결국은 소통과 공감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에 있으면 지역이 안 보인다”
 
  ― 윤석열 당선인이 지방균형발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먼저 아셨으면 하는 것이, 서울에 있으면 지역(박형준 시장은 ‘지방’이라는 말 대신에 ‘지역’이라는 말을 즐겨 썼다)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부산을 왔다 갔다 하면 부산이 피상적(皮相的)으로 보여요. 하지만 부산에 뿌리를 두고 서울을 왔다 갔다 하면 서울과 부산의 근원적인 차이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 그 차이가 무엇입니까.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이미 세계 10대 허브(hub)권 중 하나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 이유는 민간의 혁신 역량이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들이 있고,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인재들이 있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대학들이 있습니다. 이런 민간의 혁신 역량이 혁신의 파동을 다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관(官)은 방해만 안 하면 돼요. 그래서 점점 더 그리로 집중되는 것이죠.
 
  지역에는, 좋은 여건을 가지고 있는 부산조차도, 그런 민간의 혁신 역량이 없어요. 그러다 보니 자꾸 중앙정부가 지원해주기를 바라고, 예산을 따와서 무엇을 해주겠다고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근본적 해결이 안 됩니다.”
 
 
  ‘부산에는 노인과 바다밖에 없다’
 

  ― 동감합니다.
 
  “우선 민간의 혁신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중앙정부 차원에서 방해되는 요소들을 제거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중앙정부도 ‘떡을 나누어 주겠다’는 생각보다는 ‘떡시루를 만들어 주겠다’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균형발전이나 분권(分權) 정책은 다 떡을 나누어 주겠다는 것이었어요. 그걸로는 근원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없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윤석열 당선인도 문제의식이 굉장히 강해서 저희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역이 자생(自生)할 수 있도록, 혁신 역량을 키워낼 수 있도록 과감하게 지역 자율적인 균형발전을 기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부산이 하나의 시금석(試金石)이라고 볼 수 있어요.”
 
  ― 어떤 점에서 그렇습니까.
 
  “지정학적(地政學的) 여건 등으로 보아 부산은 잠재력이 아주 뛰어난 곳입니다. 관광자원도 많고, 대학도 20개가 넘습니다. 그런데도 아직 혁신 역량이 이쪽으로 결집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를 넘을 때까지는 관(官)에서 목적의식적으로 여건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1년 동안 시장을 해보니까 가능성이 무척 많이 보입니다. 처음에 제가 부산시장이 되고 보니 알게 모르게 부산에 대한 비관적인 심리, 정서가 팽배해 있었어요.”
 
  ― 부산에 살거나 부산에 연고(緣故)가 있는 분들이 그런 말씀을 많이 하더군요.
 
  “‘해마다 청년들이 1만 명 이상씩 떠난다’ ‘부산에는 노인과 바다밖에 없다’ ‘부산은 안 된다’…. 시민들이나 상공인들 중에도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분들이 많았는데, 저는 이걸 바꾸어보려는 겁니다. ‘부산이 된다’ ‘할 수 있다’ ‘끌어올 수 있다’ ‘우리 스스로 변화할 수 있다’ ‘혁신 역량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런 자신감을 심어주려고 노력해왔습니다.”
 
  ―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해왔습니까.
 
  “제일 먼저 한 것은 기업 유치였습니다. 그게 1년 임기의 시장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이니까요. 다행히 우리 공무원들이 열심히 해주고 많은 분이 도와주신 덕분에 기업 유치와 투자가 재작년에는 3000억원이었던 것을 작년에는 3조6000억원으로 끌어올렸습니다. 금년에도 그게 이어지고 있어요.”
 
 
  “인재 육성으로 기업 유치”
 
박형준 시장은 지난 3월 24일 글로벌IP 기반 레저클러스터와 MOA 체결식을 가졌다. 사진=부산시 제공
  ― 그런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입니까.
 
  “기업들이 정말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그 부분을 해결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기업이 원하는 것은 사실 땅이나 세제(稅制) 혜택보다 사람, 역량 있는 인재들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부산의 대학들이 다시 살아나야 합니다. 그래서 시정(市政) 1번 과제로 내세운 게 지산학(地産學) 협력입니다. 우리가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는 거죠. 그래서 센터를 만들고 지산학 브랜치도 18개나 만들었습니다. 그러자 땅을 내놓고 혁신파크 산업단지로 만들겠다는 대학도 나왔습니다.”
 
  ― 그동안 어떤 기업들을 유치했습니까.
 
  “우선 베스핀글로벌을 꼽을 수 있습니다. 클라우드 회사로서는 세계적인 중견기업인데, 본사가 오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부산시에서 1년 동안 교육 비용을 대 인력을 양성, 그중 70~80% 이상을 고용하는 조건입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같은 세계적인 바이오 회사들도 그런 조건으로 유치했습니다. 블록체인 특구를 조성하는데, 본사를 포함해서 블록체인 관련 기업 20개가 내려올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블록체인 기업 50~60개를 유치하려고 합니다.”
 
 
  ‘부산 먼저 미래로’
 
지난 3월 22일 공공주거복지정책 관련 브리핑. ‘부산 먼저 미래로’라는 슬로건이 보인다. 사진=부산시 제공
  ― 첨단 산업 중심으로 부산 경제를 바꾸겠다는 것이군요.
 
  “부산이 팔로어(follower)가 아니라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습니다. 그래서 우리 구호가 ‘부산 먼저 미래로’입니다. 이게 헛된 꿈이 아닙니다. 부산은 할 수 있어요. 다만 새 정부가 ‘수도권은 이제 발전축이 되었으니 남부권에도 발전축을 하나 크게 만들겠다’는 생각만 해주면 됩니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한때 ‘S급 인재’를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S급 인재는 서울 지하철 3호선 양재역 이남으로는 안 내려가려 하고, A급 인재는 수원 기흥 아래로는 안 내려가려 한다는 얘기가 있다. 삼성과 LG가 서울 서초구 우면산 아래에 대규모 R&D센터를 지은 것도 그래서라고 한다.
 
  ― 쓸 만한 인재들이 지방으로 내려오려고 할까요.
 
  “그게 현실이죠. 하지만 거기에 안주하면 대한민국도, 지역도 망하는 겁니다. 윤석열 당선인이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의 가치에도 어긋나는 것이고요.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 사는 2500만여 명은 원천적으로 기회의 불공정 속에서 살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부산은 참 살기가 좋은 곳입니다. 부산에도 혁신도시를 조성해서 공공기관이 많이 내려왔는데 부산이 정착률이 가장 높아요. 그런데 이 인터뷰가 실린 《월간조선》이 언제 나오죠?”
 
  ― 4월 17일에 나옵니다.
 
  “그러면 지금 말씀드려도 되겠네요. 퍼스트 무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북항(北港) 부지에 워너브라더스, MGM, 디즈니, 내셔널지오그래픽, 디스커버리 등 세계적인 IP콘텐츠 기업들을 유치하려 추진하고 있습니다. 옛날처럼 놀이시설이 중심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콘텐츠, 새로운 영상, 기술, AI, 메타버스까지도 포함하는 첨단 클러스터를 부산에 유치하는 것입니다. 곧 MOA(memorandum of agreement)를 맺을 예정입니다. 저희가 지금 추진하고 있는 게 또 있습니다.”
 
  ― 뭔가요.
 
  “퀀텀(양자)컴퓨터센터를 부산에 유치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건 지금 세계가 퀀텀컴퓨터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잖아요? 미중(美中) 간 경쟁도 치열하고요. 퀀텀컴퓨터센터가 부산에 내려오면, 이를 중심으로 한 연구교육 생태계(生態系)가 새로 생기게 됩니다. 그러면 최고급 인재들이 몰려들게 될 것입니다.”
 
  ― 퀀텀컴퓨터센터 오는 것은 확정된 건가요.
 
  “긴밀하게 논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내외 인재들을 부산으로 유치하려면 메리트가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부산을 영어공용도시로”
 
  ― 그렇죠.
 
  “2024년부터는 부산에도 국제학교가 생깁니다. 영국 왕실이 후원하는 명문 사립학교인 로열러셀학교 분교를 유치하기로 MOU를 체결했습니다. 저희는 부산 강서구 명지국제신도시 내 외국교육기관용지 2만9547㎡ 규모의 부지를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경제자유구역 내에 그런 국제학교를 몇 개 더 만들려고 합니다.”
 
  ― 외국기업 유치할 때 가장 큰 어려움이 교육문제와 언어문제라고 하더군요.
 
  “앞으로 규제샌드박스 지역을 더 만들어서 내·외국인 모두 다닐 수 있는 국제학교를 설립할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그리고 이건 처음 말씀드리는 건데, 부산을 영어공용도시로 만들려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부산에서 자녀들을 교육해도 서울 못지않다는 것을 보여줘야 고급 인재들과 기업들을 유치할 수 있거든요. 저의 희망은 중앙정부가 방해만 하지 말아 달라는 것입니다.”
 
  ― 그렇죠.
 
  “지금은 교육부가 온갖 정책에 간여하고 있어요. 물에 빠진 지역(지방) 대학들은 지금 광역단체와 함께 머리를 싸매고 스스로 살 방법을 찾아서 자유형도 하고, 평영도 하고, 배영도 해서 살아 나오려고 하고 있어요. 그런데 교육부는 ‘너는 평영을 해라’ ‘너는 자유형을 해라’ 하는 식으로 일일이 간섭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전국에 있는 대학들은 전부 ‘교육부바라기’가 되어 있어요. 그러면 지역의 기업과 대학이 적극적으로 결합해서 혁신의 파동을 일으키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 교육의 경우 정부의 규제도 문제지만 전교조나 전교조 출신 교육감들, 시민단체들이 변화와 혁신을 가로막는 경우도 많지요.
 
  “전교조나 민노총 등은 원래의 순수한 취지에서 벗어나 한편으로는 이익집단화, 다른 한편으로는 이념집단화되어버렸습니다. 그것은 진보(進步)가 아니고 수구(守舊)죠.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필요한 하나는 교육개혁이고, 다른 하나는 노동개혁입니다. 그게 되어야 일자리 문제들도 풀 수 있어요.”
 
 
  “부산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위해서”
 
  박형준 시장은 “부산만 잘되자고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라면서 “대한민국을 위해서, 지금까지 이야기한 이런 노력들을 결합해서 수도권 외에 부산을 중심으로 한 남부권에도 싱가포르나 홍콩 같은 국제적 중심권역을 하나 더 만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2위의 환적항(換積港)이라는 것이 부산의 장점 중 하나입니다. 부산항은 항만 기술이 좋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지정학적 위치가 너무 좋아요. 만일 지구온난화로 북극(北極)항로가 열린다면 부산은 대박이 날 것입니다. 부산을 허브 도시로 만들어서, 서울-부산을 양 축(軸)으로 국가발전전략을 짜는 것은 대한민국을 위해서도 엄청난 힘이 될 것입니다. 물론 호남권이나 충남권에도 발전축을 만들어야겠지요.”
 
  ― 광역지방자치단체장들을 보면 대개 수도권을 규제하고 그로 인해 생기는 떡고물을 가져가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와는 발상이 다른 것 같아 상쾌합니다.
 
  “기업들을 규제해서 수도권 밖으로 나가게 하는 것은 하지하책(下之下策)이에요. 규제샌드박스 지역을 더 많이 만들어서 수도권에 있는 기업들이 지방에 가면 기업상속세를 확 깎아주기만 해도 내려올 기업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몰리는 바람에 설사 좋은 IT기업 같은 곳에 취직하더라도 원룸 생활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이번 팬데믹을 겪으면서 분명해졌지만, 원격근무가 가능한 시대에 뭐 하러 그 집값 비싸고 복작복작하고 살기 어려운 곳에 몰려 삽니까? 교육이나 정주(定住) 요건들을 갖추어주면, 지역에서 대학을 나오고, 지역에 가족이 있는 청년들이 왜 굳이 수도권으로 올라가 기러기가 되겠습니까?”
 
 
  “2030엑스포, 부산 발전의 솔루션”
 
지난 1월 16일 박형준 시장은 두바이엑스포의 ‘한국의 날’ 행사 및 K-POP 콘서트에 참석, 2030부산엑스포를 홍보했다. 사진=부산시 제공
  현재 부산이 성장동력을 되살리기 위해 주력하고 있는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2030엑스포 유치이고, 다른 하나는 가덕도신공항 건설이다. 부산행 KTX나 부산 지하철에서는 배우 이정재씨를 모델로 한 엑스포 유치 광고를 하고 있었다.
 
  ― 엑스포 같은 이벤트를 한다고 해서 지속가능한 지역발전에 도움이 될까요.
 
  “물론 엑스포를 단순한 행사, 메가 이벤트(mega event)로 접근하면 한계가 있습니다. 2030엑스포를 유치하려는 것은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된 것을 세계에 알리는 한편, 부산을 명실상부한 국제허브도시로 확 바꾸는 계기로 삼자는 것입니다. 엑스포를 부산 발전의 기폭제(起爆劑)이자 솔루션으로 삼자는 것입니다. 그런 것이 있어야 도시의 전반적인 지향점과 자신감이 살아날 수 있습니다. 지금 엑스포를 개최하고 있는 두바이를 보면, 10년 전은 물론이고 5년 전과도 완전히 달라졌어요.”
 
  ― 우리나라가 과거에 올림픽, 월드컵, 대전·여수엑스포를 해보았지만, 그때만 반짝하지 않았습니까.
 
  “대전엑스포나 여수엑스포는 인정엑스포(Recognized Exhibition· International Expo, 주제가 제한되어 있는 엑스포)였습니다. 부산이 추진하고 있는 2030엑스포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개최하는 등록엑스포(Registered Exhibition·World's Fair, 주제의 제한이 없고 5년에 한 번 개최하는 엑스포)입니다. 격(格)이나 파급효과가 달라요.”
 
 
  “엑스포 경제 효과, 올림픽의 3배”
 
  ― 돈만 잔뜩 쓰고 난 후에 부산에 두고두고 부담이 되는 일은 없겠습니까.
 
  “올림픽이나 월드컵, 인정엑스포의 경우 우리가 돈을 들여서 시설을 지어야 하지만, 등록엑스포는 개최도시가 부지만 제공하면 됩니다. 비용은 참여하는 나라들이 전부 부담합니다. 이번 두바이엑스포에서도 한국관(韓國館)은 우리나라가 500억원을 들여서 만들었습니다. 스페인, 사우디아라비아, 프랑스 같은 나라는 1000억원 이상을 들여서 만들었어요. 그래서 등록엑스포는 기본적으로 흑자(黑字) 구조입니다.
 
  또 올림픽이나 월드컵은 한 달 정도 개최하지만 등록엑스포는 6개월 동안 계속되기 때문에 경제적 가치가 세 배 정도 높습니다. 개방도시인 두바이는 팬데믹 때문에 경제가 확 꺾였다가 지금 진행 중인 두바이엑스포(2020년 개막 예정이었으나 팬데믹 때문에 1년 늦게 개막) 덕분에 다시 살아났어요. 벌써 2000만 명이 관람했습니다.”
 
  ― 지금 경쟁하고 있는 도시는 어디입니까.
 
  “원래 러시아의 모스크바가 가장 강적이었는데 이번에 전쟁 때문에 어렵게 되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오데사도 신청했지만 역시 어렵게 됐고…. 이탈리아 로마가 뒤늦게 신청을 했는데, 15년 전에 밀라노엑스포를 했기 때문에 명분이 조금 떨어진다고 봅니다.”
 
  ― 부산이 2030엑스포를 유치할 수 있다고 봅니까.
 
  “2023년 11월 말쯤 결정되는데 저희로서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치를 위해서는 외교 역량과 대기업들의 통상 역량이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국가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과거에는 엑스포가 산업 능력과 과학기술을 과시하는 행사였지만, 지금은 국가 비전과 세계 문명사적 가치와 지향성을 보여주는 행사라는 의미가 더 커졌습니다. 그런 면에서 2030년은 부산뿐 아니라 대한민국에도 참 좋은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덕도공항은 물류공항”
 
가덕도신공항 조감도.
  ― 가덕도신공항 문제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습니까.
 
  “가덕도신공항은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처럼 부산을 또 하나의 성장축으로 만들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것입니다. 신산업을 하려면 물류(物類)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특히 경소단박(輕小短薄)의 제품들을 신속하게 실어 나르는 데에는 항공이 중요하고 그 항공이 항만과 연결되면 더 좋습니다. 가덕도신공항을 만들자는 것은 지금 김해공항이 여객공항으로서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물류공항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입니다.”
 
  ― 우리나라처럼 작은 나라에 굳이 지방공항을 또 만들어야겠느냐는 비판도 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 항공 물류의 98%가 인천에 집중되어 있다 보니, 그 이하의 지역에서는 새로운 산업, 새로운 물류산업을 육성하기가 어렵습니다. 부산에서 인천을 통해서 외국으로 보내려면 통관(通關) 절차까지 포함해서 2~3일 이상 걸리는데, 그래서는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일본은 도쿄 근처에 나리타(成田)공항이 있지만 간사이(關西)공항을 만들었잖아요. 그런데 간사이공항 인근 나고야(名古屋)에 물류공항 역할을 주로 하는 주부(中部)공항을 또 만들었어요. ‘고추 말리는 공항’ 하나 더 만드는 것 아니냐는 말은 공항을 앞으로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국가적 비전과 전략이 부족한 상태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박형준 시장은 “신물류, 신에너지, 반도체 등 신산업들이 새롭게 싹터야 부산과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생길 수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공항이나 항만과 연결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국제항공물류 기능을 수행하는 공항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은 좋은 항만을 가지고 있는 부산의 장점을 살리기도 하는 일이지만, 대한민국을 위해서도 좋은 일입니다. 가덕도공항을 만든다고 하니 물류기업들로부터 이미 엄청나게 많은 오퍼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가덕도 일원을 비롯해 김해공항 확장용 부지까지 이용한다면 완전히 새로운 물류신산업단지를 만들 수 있어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당시 부산 유세를 하면서 “가덕도신공항 예타(예비타당성조사)를 화끈하게 면제하겠다”고 약속했다. 기획재정부는 4월 4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산월드엑스포TF에 “가덕도신공항 건설과 관련해 예타 면제 절차는 사실상 끝났고, 발표 시점을 놓고 인수위 경제분과와 조율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민간인 사찰’ 기소는 假說을 바탕으로 한 것”
 
  6·1 지방선거는 ‘3·9 대선의 연장전(延長戰)’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부산의 경우는 결국 국민의힘에서는 박형준 시장과 민주당 변성완 전 부산시장 권한대행의 양자(兩者) 대결로 갈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실제로 4월 7일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광역단체장 후보자 공천 신청을 접수한 결과 부산시장 후보자 공모에는 박 시장이 단독으로 신청했다고 밝혔다. 다만 한 가지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것은 현재 진행 중인 ‘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이다. 이 사건 관련 재판은 ‘선거사범 1심 재판은 기소 후 6개월 내 선고한다’는 공직선거법 규정대로라면 지난 3월 중 선고가 내려졌어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지방선거 전에 선고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공직선거법 위반 건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습니까.
 
  “선거 이후 민주당은 17건(12건)을 고발했는데, 모두 무혐의로 결론 났습니다. 하나 기소된 것이 ‘4대강 사업 민간인 사찰’ 건입니다.”
 
  ‘4대강 사업 민간인 사찰’이란, 박형준 시장이 2009년 이명박 대통령 시절 청와대 홍보기획관 재직 당시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4대강 관련 민간인 불법사찰 문건에 관여했다는 주장을 말한다. 작년 4·7 재보선 때에 민주당이 이 문제를 제기하자 박 시장은 이를 부인했다. 이 때문에 ‘당선 목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 정말 청와대에 있을 때 민간인을 사찰했습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청와대에서 국정원에 정보 보고를 요구한 게 불법사찰이라는 주장인데, 저는 청와대에 근무하는 동안 국정원의 정보 보고가 별 실효성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국정원에 뭘 지시한 적이 없어요. 국정원 보고라는 게 언론에 나온 것들을 정리해서 보고하는 수준인데, 그런 게 국정에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 그런데 왜 ‘민간인 사찰’ 얘기가 나온 겁니까.
 
  “저는 국정원의 공작이라고 봅니다. 선거를 앞두고 국정원이 언론에 정보를 흘리고, 언론 보도가 나가니까 여당이 국회 정보위원회를 통해서 자료를 요구하고, 그걸 가지고 이슈를 만든 거죠. 검찰은 ‘당신이 홍보기획관이었으니까 업무 프로세스상 몰랐을 리도, 지시하지 않았을 리도 없다’는 가설(假說)을 바탕으로 저를 기소했습니다. 증거라는 것도 청와대가 아니라 국정원에서 나온 것이 전부입니다. 공소장을 보면 ‘성명불상(姓名不詳)의 자(者)’가 저에게 보고하고 지시받았다는 것인데, 그게 누구인지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요. 저는 결백하기 때문에 유죄가 나올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부산은 이미 지역주의가 깨진 동네”
 
  ― 이번 대선 결과에서도 지역감정은 여전하더군요.
 
  “이번에는 지역감정이 좀 완화될 줄 알았는데, 그것 참…. 그래도 이번에는 호남이 윤석열 당선인을 과거보다 많이 포용했고, 이재명 후보도 생각보다는 영남에서 표를 많이 얻었습니다. 지역민 간의 이질감이나 배척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남아 있는 지역감정은 사실 정치적인 것입니다.”
 
  ― 부산은 그래도 지역감정의 정도가 호남이나 대구·경북과는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부산은 이미 지역주의가 깨진 동네입니다. 부산시장 자리도 한 번 넘어갔다 오기도 했고,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곳입니다. 장기적으로 지역감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소선거구제나 제왕적 대통령제에 기초한 양당제(兩黨制)를 넘어서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내각제까지는 어렵더라도 분권형(分權型) 대통령제 같은 것을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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