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긴급점검

12·3 사태 이후의 한국 외교

“외교에서 ‘대행 정상 외교’란 없다”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
  • 스크랩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 여야 모두 외교적 修辭의 미숙함을 全 세계에 드러내
⊙ 美 국방부 장관 한국 패싱, 스웨덴 총리 방한 무기한 연기, 핵 협의그룹 회의 취소
⊙ “국제사회, 국회의 대응도 예의 주시하고 있어”
⊙ “하루아침에 불안정성이 증폭된 국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11월 15일(현지시각), 페루 리마 컨벤션센터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한·미·일 정상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 바이든 정부의 로이드 오스틴(Lloyd Austin) 국방부 장관은 2024년 마지막 아시아 순방에서 일본만 방문(2024년 12월 11일)하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애초 오스틴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미국과 동맹국의 안정적인 관계 확인을 위해 우리나라와 일본을 방문키로 했고, 우리나라에서는 김용현 전(前) 국방장관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었다. 앞서 2024년 12월 5~7일까지 예정된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의 방한(訪韓) 역시 전격 취소됐다. 윤석열(尹錫悅)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양국 간 실질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12월 4~5일에 미국 워싱턴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핵 협의그룹(NCG) 회의는 열리지 않았고, 국무부 청사에서 12월 12~13일에 열릴 예정이었던 ‘3국(國) 여성 경제 역량 강화 콘퍼런스’도 무기한 연기됐다. 행사에는 한·미·일 3국 정부 당국자, 재계 인사, 비정부기구 관계자 등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미 국무부는 연기 사유에 대해 “예측하지 못한 상황(unforeseen circumstances) 때문에 회의가 미뤄졌음을 알리게 되어 유감스럽다”고 했다.
 
  12·3 사태 이후 한국 외교에 경고등이 켜졌다.
 
  한국을 찾을 예정이었던 해외 정상들이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우리나라 주요 관계자가 참석해 해외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각종 행사도 취소됐다. 한국의 국격(國格)은 훼손됐다.
 
  이재묵 한국외국어대 사회과학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얘기다.
 
  “한국은 정치가 안정되고, 민주주의가 상당히 안정되고 공고화된 국가라는 것이 지금까지의 일반적 대외 인식이었습니다. 이번 계엄 사태를 계기로 대외적으로 그간 높아졌던 한국의 국격이 많이 하락하였을 것이고, 또 대외적으로 정치 불안정 요인이 드러났을 것입니다. 특히 미국의 입장에서 민주주의의 가치를 상당히 중요하게 여기는데, 이런 점에서 본다면 한미(韓美) 동맹이나 한미 관계 측면에서도 미국의 한국에 대한 외교적 신뢰에 상당한 악(惡)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계엄령 사태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한국 시장의 안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켰을 가능성이 있기에 국내 투자 시장에 미칠 악영향도 절대 작지 않을 것입니다.”
 
  서정건(徐正健) 경희대 정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겸 한국정당학회 회장은 “그동안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을 동시에 이룬 몇 안 되는 모범 국가였다. 특히 과학 기술 분야와 문화예술 부문이 모두 활발한 선진국 이미지가 생성 중이었는데 갑자기 대통령의 계엄령 발동으로 인해 하룻밤 사이에 불안정성이 증폭된 국가로 전락했다”며 “우리 국민이 충격에 빠진 것 이상으로 국제사회 역시 당혹해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국 외교는 프로페셔널하지 못하다”
 
고민희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고민희(高旼希) 이화여대 사회과학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를 이렇게 분석했다.
 
  “미국, 일본과 같은 우방국들이 심각한 우려를 표했고, 계엄령 자체와 이후에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한국 정세의 불확실성이 증가했습니다. 외교적 수사(修辭)의 전반적인 미숙함을 전(全) 세계에 드러냈습니다.”
 
  ― 어떤 점이 그랬습니까.
 
  “계엄령 선포 당시 북한을 언급하며 반(反)국가 세력이라고 통칭한 점, 12월 12일 대통령 담화에서 나타난 반중국적 언사, 군(軍) 기밀을 누설하고 통수권 체계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점 등입니다.
 
  대통령뿐 아니라 조국혁신당의 김준형 의원은 외교통상위원회에서 골드버그 주한(駐韓) 미(美) 대사가 계엄 당일에 조태열 외교부 장관 등이 연락이 닿지 않자 ‘윤석열 정부 사람들하고는 상종을 못 하겠다는 취지로 본국에 보고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의원의 발언에 대해 주한미국 대사관 측은 즉각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의중은 확인하지 않고 추측에 근거해 발표한 것으로 보입니다.”
 

  ― 외교적인 측면에서 부정적인 폭탄급 발언들을 한 거군요.
 
  “우방국들이 국내의 정치적 사정에 대해 언급을 자제하고 있습니다만, 이렇게 공개적으로 다른 국가를 언급하며 계엄령을 정당화하려는 일련의 언사들을 볼 때 한국 외교가 프로페셔널하지 못하다고 생각할 겁니다. 일관성을 잃고 정권 교체에 따라 심하게 좌우된다는 점에서 신뢰 수준이 매우 하락했다고 생각합니다. 계엄령으로 인해 지금까지 쌓아 올린 민주주의라는 자산(資産)마저 휘발되어 가는 상황입니다.”
 
 
  “최종 결정권자 지위 불안, 단기적으로 國益에 악영향”
 
우정무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우정무 동국대 사회과학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스웨덴 총리 방한 취소와 한미 핵 NCG 회의 취소처럼 대중에게 중요하게 인식되지는 않지만, 대한민국 국익(國益)에 밀접하게 연결되고 있는 외교적 일정이 지금부터 앞으로 수개월 동안 차질을 빚는 악영향이 존재할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다는 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한·미·일과 북·중·미 대립구도가 더 선명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외교의 최종 결정권자 지위가 불안하다는 점은 단기적으로 대한민국 국익에 큰 문제가 발생할 것 같습니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라 외교 및 통상 전략의 조정이 필요한 시점에서 이를 책임질 대통령과 장관 모두 일에 책임을 질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은 앞으로 2~3년간 대미(對美) 관계 및 이와 관련한 여러 현안에서 대한민국의 대응이 적기에 이루어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입니다.”
 
  ― 총체적 난국이네요.
 
  “단기적으로 현재 대한민국에 닥친 현안 관리와 대응, 예정된 외교 일정 수행 차질로 인해 외교를 통한 국익 확대 시도 불가(不可), 최종 결정권자의 부재(不在)로 인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 조만간 국제사회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는 여러 현안에 대한 대응책 마련의 어려움 등이 예상됩니다. 또 비(非)민주적 정치 행위를 대통령이 시도했다는 점에서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심을 조금이나마 발생시켰다는 점도 외교에 대한 악영향으로 볼 수 있습니다.”
 
  ― 장기적으로도 타격이 클까요?
 
  “장기적인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사회 내에서 국가들은 단기적인 한두 사건으로 다른 국가에 대한 신뢰를 판단하지 않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절차가 큰 문제 없이 마무리되고, 민주적인 대선을 통해 다음 정권이 수립되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10년 이상 다시 안정적으로 운영된다면 지금의 계엄 사태는 큰 영향이 없는 이벤트로 끝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특히 이번 사태 이후에 시민이 보여주는 모습들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공고화를 입증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제 외교에서의 ‘신뢰’란 무엇인가
 
이재묵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정치외교학과 교수들이 보는 국제 외교에서의 ‘신뢰’란 무엇일까를 물었다.
 
  고민희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신뢰는 신호(signal)이자 약속(commitment)이다. 일단 신호를 보내면 약속을 통한 실현이 따라오는 일련의 과정이 신뢰 구축의 중요한 사이클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앞서 말한 일련의 언사들을 볼 때 현(現) 정부는 국제사회에 불확실한 신호를 다발적으로 보내고 있을 뿐 아니라, 약속을 지킬 수 있는지에 대한 믿음도 떨어뜨렸다”고 말했다.
 
  이재묵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제 외교에서 신뢰는 단순히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요소가 아니라, 정책·제도·역사적 관계·상호 이익 등 다양한 요소에 기반을 둔다. 신뢰는 협력을 촉진하고 갈등을 억제하며, 국제 질서를 안정시키는 데 필수적인 핵심 요소다. 결국 국제 관계에서 신뢰는 국가 간 약속과 행동이 일관성과 투명성을 바탕으로 전개되어 국가 간 상호 이익과 협력을 지속할 수 있다는 믿음”이라고 설명했다.
 
  우정무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제 외교에서의 신뢰’라는 질문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마크 크레센치(Mark Crescenzi)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자 합니다. 크레센치의 책은 ‘평판(reputation)’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는데, 사실상 질문한 ‘신뢰’와 같은 의미입니다. 국제 외교에서 신뢰는 장기간 국가 사이 상호작용을 통해서 만들어집니다. 신뢰는 상대 국가의 과거 행동을 통해 현 상황에서 상대 국가를 어떻게 예측하는지와 관련 있습니다.”
 
  ― 좀 더 쉽게 설명해 주신다면요.
 
  “어떤 국가가 장기간 안정적인 정치 체제를 갖고 있고 비준한 조약을 잘 이행하고 있다면 그 국가는 신뢰할 수 있는 국가라고 다른 국가들이 인지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포인트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국제 외교에서 신뢰는 장기간 국가가 어떤 행동을 해왔는지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입니다. 단기간의 특정 이벤트가 국가의 신뢰도를 다소 감소시킬 수는 있으나 국가의 신뢰도를 감소시키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하지 않는 이상 그 국가의 신뢰도가 많이 감소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또 어떤 국가들은 A 국가의 특정 행위를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다른 국가들은 이 행위를 부정적이지 않다 평가할 수도 있습니다.”
 
  ― 이번 계엄 사태는 어떻게 평가받을까요.
 
  “어떤 국가들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위헌적 계엄을 시도한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다른 국가들은 이런 계엄을 실패하게 한 대한민국의 정치 제도 및 문화를 더 높게 평가할 수도 있고, 이 사태에 별로 관심이 없는 국가도 존재할 수 있습니다. 또 대한민국이 1987년 민주화 이후 이번 계엄 사태만큼 비정상적인 정치 상황을 거의 겪지 않았고, 박근혜(朴槿惠) 대통령 탄핵처럼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방식으로 국민이 민주주의 체제를 지킬 능력이 있음을 보여준 사례도 존재한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이번 계엄 사태가 국제사회 내 대한민국 신뢰도를 크게 훼손시킬 만했는가는 고민해 볼 지점이 있습니다.”
 
 
  신뢰도 하락과 국익 감소
 
2024년 12월 11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여당과 정부 측이 불참했다. 사진=뉴시스
  ― 계엄 자체뿐 아니라 후속 대처도 중요하다는 소리군요.
 
  “네. 둘째, 외교에서의 신뢰는 상대국의 외교 기대수익 계산에 영향을 주는 것입니다. 신뢰할 수 없는 상대와의 외교 관계를 고려하는 국가의 경우, 상대국이 큰 이익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 이상 그 상대국과 외교 관계를 맺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반대로 신뢰할 수 있는 상대국이 있다면, 그 상대국과의 외교 관계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적어도 그 상대국과 외교 관계를 맺을 때 작지만 확실한 이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상대국과 외교 관계를 맺으려고 할 것입니다.
 
  이 부분을 계엄 사태와 연결해 본다면 계엄 사태로 인해 손상된 국제사회 내 대한민국의 신뢰도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우리가 외교 관계를 맺고 이익을 도모할 수 있었던 상황들이 감소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입니다. 스웨덴 총리 방한 취소, 한미 NCG 회의 취소 등의 사례는 일시적인 대한민국 신뢰도 하락으로 대한민국이 맺을 수 있었던 외교적 상호작용을 더는 하지 못하게 된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결국 계엄 자체뿐 아니라 이번 계엄 사태 수습이 난항을 겪는 기간이 길어진다면, 대한민국 신인도 하락이 장기화하고 국제무대에서의 대한민국 신뢰도 하락으로 인해 대한민국이 외교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국익은 많이 감소하게 될 것입니다.”
 
 
  중국, 尹 담화에 불쾌하다는 뜻 밝혀
 
조태열(왼쪽) 외교부 장관이 2024년 7월 26일(현지시각), 라오스 비엔티안의 내셔널컨벤션센터(NCC)에서 열린 한중 양자회담에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이번 계엄 사태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우리나라를 공식적으로 비난한 곳은 중국이다.
 
  중국 정부는 12월 12일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중국인이 연루된 간첩 사건 등을 언급한 것에 대해 불쾌하다는 뜻을 밝혔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한국 측이 내정 문제를 중국과 연관시키고, 근거 없는 ‘중국 간첩설’을 부각하며 정상적인 경제무역 협력을 폄훼하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이는 중한(한중)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에 이롭지 않다”고 경고했다. 12·3 사태 이후에 중국은 ‘한국의 내정이므로 논평하지 않겠다’는 기조를 유지했는데, 윤 대통령이 담화를 통해 중국을 직접 거명하자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12월 12일에 대국민 담화를 하며, 이같이 언급했다.
 
  〈거대 야당은 국가안보와 사회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6월 중국인 3명이 드론을 띄워 부산에 정박 중이던 미국 항공모함을 촬영하다 적발된 사건이 있었다. 이들의 스마트폰과 노트북에서는 최소 2년 이상 한국의 군사 시설들을 촬영한 사진들이 발견됐다. 지난달에는 40대(代) 중국인이 드론으로 국정원을 촬영하다 붙잡혔다. 이 사람은 중국에서 입국하자마자 곧장 국정원으로 가서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현행 법률로는 외국인의 간첩 행위를 간첩죄로 처벌할 길이 없다.〉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우정무 동국대 교수는 “외교의 기본은 다른 나라와의 관계가 지금은 좋지 않아도, 같이 국익을 추구할 수 있다면 발전시킬 가능성을 남겨두는 것이 기본이다. 외교관들이 직설적으로 ‘좋다’ ‘싫다’라는 말을 자제하는 것을 ‘외교적 수사’라고 하는데, 상대국에 대해 늘 조심스럽게 대처하는 것이 외교의 기본자세다”며 “이런 차원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은 적절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여행 경보 발령
 
  이번 사태에 대해 주요 국가들은 한국에 거주하거나 방문하는 자국민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주한 미 대사관은 12월 4일에 영문 웹사이트에 적색 배너로 ‘경보’를 띄우고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해제 후에도 상황은 여전히 유동적이다. 시위 현장을 피하고, 대규모 군중, 집회, 시위 장소 부근에서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영국 외무부는 12월 3일 국가별 여행 권고사항 중 한국 페이지에서 ‘현지 당국의 조언을 따르고 대형 정치적 집회 장소를 피하라’고 했다. 주한 프랑스 대사관은 12월 4일에 홈페이지에 ‘군중이 모이는 국회에 접근하지 말고 모든 정치 시위에 참여하지 마라’고 권고했다. 이스라엘은 한국에 대한 ‘여행 경고’를 발령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계엄 사태로 인해 해외 여러 국가가 한국 방문 경고를 상향 조정한 것은 한국 내(內) 정치적 혼란과 안전에 대한 우려가 국제적으로 확산하였음을 의미한다. 이는 한국의 국가 신뢰도와 안정성에 대한 부정적 신호로 작용하며, 외교적 이미지와 경제적 이해관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민주적이고 안전한 국가로 인식되기 위해 조속히 이 사태를 정치적으로 정리하고 앞으로 신속한 국내 정치 안정을 기반으로 한 국제사회의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민희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상적인 수준의 경고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경고 조치는 자국민 보호를 위해 필수적이다. 북한의 도발이나 대한민국 군의 쿠데타 가능성 등 여러 통제 불가능한 시나리오도 고려할 것이기 때문에 방문 자제를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해외에서 군의 도발은 매우 심각한 사안으로 받아들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얘기다.
 
  “이러한 상황은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국가 간 거리를 이전보다 훨씬 좁혀 놓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틱톡·유튜브·트위터 등 소셜미디어가 순식간에 퍼 나르는 이미지들로 인해 다른 나라의 긴박한 상황에 대해 시각적 이해가 가능해진 것이 현실입니다. 실제로 우리 국민이 계엄에 대해 인식하는 것보다 국제사회가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소셜미디어가 보여주는 이미지들의 극적 효과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국제사회, 국회의 대응도 예의 주시”
 
  우정무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가 한일(韓日) 관계보다는 한미(韓美) 관계, 또 나아가 한미일(韓美日) 삼각 공조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일 관계는 흔히 말하는 ‘가치 외교’라기보다 일본이 원하는 바를 들어주면서 우리의 실익(實益)도 얻는 방향이었습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바탕으로 동맹국과의 협조 체제를 만드는 데 주력했는데, 윤석열 정부가 스스로 민주주의의 가치에 위반되는 방식으로 권력 유지를 시도했기에 미국 입장에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인가’라는 질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이번 사태에 대해 부정적 시그널을 주는 이유입니다. 다만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바이든 행정부보다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통한 동맹국 협조 체제를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앞으로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이번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 국제 외교가 정상화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포퓰리즘이 득세하는 것은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반헌법적인 상황을 어떻게 헌법적 질서로 복구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경제 선진국 중 대통령제를 채택하여 운영하는 나라는 미국과 한국이 거의 유일합니다. 그런데 대통령제는 본질적으로 1인 정치 제도(one-man institution)입니다. 다시 말해 불법 계엄을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명령하는 것 자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대통령 정치가 운용되는 제도입니다. 즉 대통령의 위헌적인 행동에 대해 국회·사법부·정당·언론·여론·사회단체 등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행위자들이 어떻게 이를 제어하고 균형을 회복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앞으로 이번 사태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한다면 국제사회는 한국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인식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대통령의 행동 못지않게 국회의 대응을 국제사회가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외교적 위기 타개에 상당한 시간 걸릴 것”
 
  고민희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얘기다.
 
  “전방위로 리스크가 증가한 상황에서 외교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현 상황에 대해 외국과의 당파성에 치우치지 않고 외교적 경험이 풍부한 인사가 점진적으로,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외교 정책을 추진해야겠습니다. 우리나라는 강대국 미국과 달리 당파성 있는 외교 정책을 펼칠 수 있는 상황이 안 됩니다. 실리 외교, 가치 외교와 같은 언어적 수사에 매몰되지 않고 정무적인 판단에 근거해 지속성 있는 외교를 추진해야겠습니다. 제가 국제 관계 전공이 아니라 이런 일반론밖에 말씀드리지 못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우정무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외교 사령탑의 부재(不在)가 길어지는 상황을 우려했다.
 
  “한미 관계가 장기적으로 어려워질 것으로 보지 않지만, 당장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눈앞에 있습니다. 만일 트럼프 행정부가 통상 압박 등으로 우리나라를 압박할 경우에 외교 사령탑이 없기 때문에 어려움이 커질 겁니다. 대통령이나 외교부 장관 등 정상이 방향성을 제시해야 하는데,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공무원이 알아서 대처하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외교에서 ‘대행 정상 외교’란 없습니다. 외교를 어떻게 끌고 갈지 전략을 세우지 못하면 국익 손실이 많이 발생할 것입니다. 계엄 사태 그 자체보다는 이번 계엄 사태의 해결이 민주적인 방법으로 잘 진행되는지에 따라 대한민국의 안보 관계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댓글달기 0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

Lo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