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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

기업 상속세 개혁, 강원도에서 시작하자

상속세 폐지 시 민간 투자 1675억원, GRDP 4조2914억원 증가

글 : 현진권  강원연구원장·前 한국재정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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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자치도’인 강원도에서 먼저 상속세 폐지해 본 후 결과에 따라 전국 확산 가능
⊙ 지방시대위원회, ‘기회발전특구’ 내 정책 수단 중 하나로 상속세 제도 포함
⊙ OECD 국가(38개국) 평균 상속세율은 13%… 26%라는 주장은 상속세 폐지국 14개국을 제외한 ‘가짜 통계’
⊙ 우리나라의 최고 상속세율은 50%… 대주주 할증 20% 포함하면 ‘60%’로 세계 최고
⊙ 형평과 복지 중시하던 스웨덴(2005년), 노르웨이(2014년)도 상속세 폐지

玄鎭權
1959년생. 연세대 건축공학과 졸업, 美 노스캐롤라이나대 대학원 지역계획학 석사, 美 카네기멜론대 대학원 정책분석학 박사 /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 아주대 경제학 전공 교수, 대통령실 시민사회비서관, 한국재정학회장, 자유경제원장, 국회도서관장, 現 강원연구원장
강원연구원은 2월 28일 국회에서 기업 상속세 개혁 관련 세미나를 열었다. 사진=강원연구원
  지난해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상속세(相續稅)를 현재 40%에서 단계적으로 인하하여 폐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유럽의 많은 국가가 상속세를 폐지했지만, 영국은 1796년에 상속세를 도입한 이후 지금까지 상속세 제도의 근간을 유지해왔다. 영국의 이번 상속세 폐지 방안은 개방화 세계에서 경제적 폐단 중 하나로 인식되는 상속세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 변화이다.
 
  형평(衡平)을 중시하는 북유럽 국가에서도 상속세 폐지가 보편화되고 있다. 스웨덴·노르웨이 등도 과거에는 높은 상속세 제도를 가졌으나, 21세기 들어서는 상속세를 폐지했다.
 
  이와 같은 세계적인 추세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상속세율은 할증(割增)을 고려할 때 60%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 OECD 국가들의 단순 평균 상속세율이 13%임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은 4배 이상으로 징벌적(懲罰的)인 수준이다. 이처럼 상속세가 높은 구조의 배경에는 기업 상속을 부정적으로 보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정의의 칼’
 
2018년 5월 16일 국세청은 편법 상속·증여 혐의가 있는 50개 대기업, 대재산가에 대해 전국 동시 세무조사를 착수한다고 밝혔다. 사진=조선DB
  상속세율이 전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에서는 “상속세가 없다면?”이라는 상상을 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상속세는 ‘정의(正義)의 칼’로 인식되고 있다. 부모를 잘 만나, 출발선부터 이미 부자가 되는 세상을 불공평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출발선에서의 형평성이 곧 정의이며, 상속세는 의로운 세금이 된다. 특히, 기업 상속에 대해서는 일반인의 재산 상속보다 더 나쁘다고 생각한다. 기업 상속은 곧 신분 상속이기 때문이다. 일반인은 10년이 지나야 과장이 되는데, 부모를 잘 만난 사람은 바로 사장이 되기에 재산 상속 이상으로 나쁜 것이 기업 상속이다. 그래서 재산 상속보다 더 지독하게 막는 제도가 기업 상속에 대한 세금이다. 결국, 상속세가 세대 간 정의를 달성하는 수단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기에, 높은 상속세율은 우리 국민의 인식을 그대로 반영한 결과로 볼 수 있다. 특히 기업에 대한 적대감이 높은 우리 현실에서 기업 상속은 ‘악(惡)’이라는 인식이 보편화되어 있다.
 
  그러나 국가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대기업일수록 상속세 수준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기업은 언제든 국가 간 이동이 가능하다. 높은 상속세는 곧 기업의 해외 이전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인 조건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로 인해 상속세 폐지가 보편화되며 국제적인 경제 질서로 정착하고 있다. 기업 상속을 막는 것이 정의라는 도식이 깔려 있지만, 세상은 우리의 인식과는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세금 정책은 이념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영역이어서 기업 상속세 개정 방향에 대한 논의도 뜨거울 수밖에 없다. 가치관이 다른 사람 사이의 논쟁에는 결론이 없다. 대중의 공감을 끌어내는 쪽으로 정책 방향이 정해진다. 이 논쟁에서는 통계와 수치가 인용된다. 이러한 자료는 가치 판단 진영에 따라 다른 게 아닌, 하나의 사실만 존재한다. 상속세 논쟁에서 객관적 통계가 중요한 이유다. 그러나 상속세 논쟁의 핵심적인 자료 중에는 사실을 교묘하게 왜곡한 가짜가 있다.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객관적인 수치마저도 왜곡하는 사회적 범죄 행위가 공공연히 이루어지고 있다.
 
 
  OECD 국가 평균 상속세율은 13%
 
  우리나라의 상속세 부담이 적정한 수준인가? 이는 상속세 개편 논쟁에서 우선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출발점이다. 우리나라의 상속세 부담이 적정한가를 판단하는 방법은 국제적인 비교다. 이때 사용하는 대표적인 지표가 ‘OECD 국가들의 평균 상속세율’이다. 이 과정에서 언론이나 관련 전문가들이 많이 인용하는 수치는 ‘26%’다. 하지만 이는 본질을 왜곡하는 가짜 통계다.
 
  전체 38개 OECD 국가의 평균 상속세율은 국가별 최고 상속세율을 합산해 전체 국가 수로 나누면 된다. 그 결과는 ‘13%’다. 이 결과치는 이념이 필요 없는, 서로 인정해야 하는 사실이다. 그러나 26%라는 왜곡된 평균치를 유도한 과정을 보면, 누군지 모르지만, 의도를 가진 교활함을 느낄 수 있다. OECD 국가 중에서 상속세가 없는 국가는 14개국이다. 이 국가들을 제외하고 상속세가 있는 국가들만의 평균 상속세율을 계산하면 26%가 된다.
 
  필자는 처음에 왜 많은 언론에서 26%라는 수치를 사용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졌다. 이후 이 계산 과정을 우연히 발견하고서는 누군가의 의도적 왜곡을 느꼈다. 목표 달성을 위한 가짜 통계치가 바이러스처럼 뿌려졌다. 이 수치가 진실인 양, 아직도 많은 언론과 상속세 개편 토론장에서는 이 가짜 수치가 유통되는 실정이다.
 
  평균치란 전체 집단의 특성을 하나의 숫자로 표현하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평균치 계산은 단순하고 명료하다. 학생들의 개별 점수를 합산해 전체 학생 수로 나누면 그 학급의 평균 성적이 된다. 이것이 ‘평균치’의 수학적 정의다. 0점을 받은 학생을 제외하고 구한 평균치라는 통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OECD 국가의 평균 상속세율은 13%이지, 상속세가 없는 국가를 제외한 수치인 26%는 OECD 국가의 평균 상속세율이 아니다. 구태여 이런 통계를 구할 이유도 없다.
 
  그러나 지금도 26%라는 가짜 평균치가 유통되고 있다. 모든 가짜 통계에는 빠져나갈 논리를 만들어 놓는다. OECD 국가의 평균 상속세율 26%가 가짜 평균치임을 지적하면, 상속세가 존재하는 국가만을 대상으로 구한 평균치라고 부연 설명한다. 평균치는 전체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통계치이지, 일부분만을 떼어내서 구한 ‘부분적 평균치’란 존재하지 않는다. 평균치에 부연 설명하는 꼬리표가 달리면, 더이상 평균치가 아니다.
 

 
  한국, 기업 상속세율 가장 높은 국가
 
   우리나라의 최고 상속세율은 50%이다. 일본이 55%이므로,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상속세율이 높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상속세 제도에는 다른 국가에는 없는 독특한 특징이 있다. 대주주의 경우에 20%를 할증하여 상속세 부담을 더 높인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의 최고 상속세율은 ‘60%’이다. 많은 국가의 상속세 제도는 누진(累進) 구조를 갖는다. 상속액에 따라 계산하는 세율이 다르다. 국가 간 상속세 부담을 비교하는 수치는 상속세율의 최고치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최고 상속세율은 50%가 아니고, 60%이다.
 
  숫자에는 정치와 이념이 필요 없다. 단지 객관적인 진실만 존재할 뿐이다. 이제 이 수치를 가지고 다른 이념을 가진 진영 간에 기업 상속세의 개편 방향에 대해 논쟁해야 한다.
 
  앞서 보았듯 전 세계에서 기업 상속세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바로 대한민국이다. 그리고 우리와 비슷한 문화 배경을 가진 일본이 55%로 두 번째로 높다는 점에서 상속세에 대한 동양권의 인식을 볼 수 있다. 반면 OECD 국가의 평균 상속세율은 13%다.
 
  그런데 동양적 사고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변화가 형평 가치를 대표하는 북유럽 국가들에서 발생했다. 스웨덴은 2005년, 노르웨이는 2014년에 상속세를 폐지했다. 형평과 복지라는 기치를 내건 국가에서 상속세 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상속세를 형평의 관점에서 고집하면, 국가 경제가 퇴보한다는 사실을 깨우쳤기 때문이다.
 
  기업은 국가 경제 발전의 핵심이다. 기업이 잘되면 국가는 자연스럽게 발전한다. 기업 상속에 부과하는 세금은 기업의 자유로운 상속을 어렵게 함으로써 기업 활동의 연속성에 문제를 초래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경제 활동에 전념하기보다 경영권 방어를 위하여 여러 비(非)경제적인 활동에 치우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기업 성장을 저해하며, 결국 국가의 경제 성장에도 손실을 초래한다. 기업 상속을 회피하는 대표적인 전략이 상속세가 낮거나 없는 국가로 기업을 이전하는 것이다. 대기업일수록 기업 상속에 더욱 민감하기에 결국 국가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기업은 세대를 이어 연속적으로 경제 활동을 해야 한다. 한 세대에 잘나가던 기업이 상속으로 인해 기업 경영이 바뀌면, 그 기업은 자칫 실패의 구덩이에 빠질 수도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60%를 세금으로 내면, 그 기업은 다음 세대로 이어질 수 없다. 그래서 큰 기업일수록, 해외로 이전하여 기업 상속 지옥인 나라를 탈출한다. 결국 형평 가치에 매몰된 국가는 소위 잘나가는 기업을 잃는다. 남은 건 정의라는 명분과 경제적 퇴보뿐이다. 스웨덴과 노르웨이가 상속세를 폐지한 이유다.
 
 
  상속세 피해자는 결국 국민
 
  상속세 폐지는 일반 국민들의 지지가 있어야 가능하다. 특히 우리 국민들의 인식 수준을 볼 때, 다수의 지지를 받기는 거의 불가능할 정도이다. 그러나 형평을 강조하던 스웨덴이 상속세를 폐지한 배경은 스웨덴 국민이 이념적 성향과는 관계없이 상속세 폐지를 찬성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이념적 구분을 좌우로 나누는데, 좌파 진영에선 분배와 균형을 강조하므로, 상속세 같은 세목(稅目)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태도를 가진다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스웨덴 국민은 상속세에 대해선 좌파적 이념을 가진 국민도 기꺼이 폐지를 찬성했다는 것에 대해 우리 국민과의 차이를 읽을 수 있다. 기업 상속에 부과하는 세금이 높으면, 기업 소유주로서는 기업의 주식 가치를 낮추는 전략으로 상속세를 절약할 수 있다. 지금은 국민 중 1400만 명이 주식 투자를 할 정도로 주식 투자가 보편적인 자산 활용 수단으로 정착했다. 대표적인 기업인 삼성전자의 전체 주식에서 개인 지분이 10%를 차지한다고 한다. 국민 10명 중 1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소유한 주주인 셈이다. 이는 기업 소유주가 주식 가치를 낮추면 많은 국민이 경제적 손실을 입는다는 의미이다. 결국, 기업 상속세는 기업 소유주만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일반 국민의 경제 자산 가치에도 피해를 초래한다.
 
  결론적으로 기업 상속세가 없으면, 두 가지 측면에서 국가 경제 발전에 유익하다. 하나는 세대 간 상속을 통해 기업 경영의 연속성을 확보함으로써, 기업 성장에 도움이 된다. 다른 하나는 일반 국민이 보유한 주식 가치가 높아짐으로써 개인 소득이 증대되는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지역에서 정책 실험 먼저 한 후 확대한다면
 
중소기업중앙회는 2022년 11월 22일 기업승계 세제개편안 입법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뉴스1
  국가의 경제 성장이 정책 목표라면, 당연히 기업 경쟁력을 옥죄는 기업 상속세를 혁신적으로 바꿔야 한다. 그러나 개혁의 원칙과 실현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이제 원칙보다는 어떻게 실현하느냐에 대한 고심이 필요한 때다.
 
  상속세는 중앙정부가 정책 권한을 가진 모든 지역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국세(國稅)이다. 따라서 이상적(理想的)으로는 중앙정부가 자유로운 상속세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상속세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세계적 동향과는 무관하게 부자에 대한 세금으로 인식하여 폐지 혹은 완화하기 어려운 정치적 환경에 놓여 있다.
 
  기업 상속세는 정치인들에게 비용이 큰 정책이다. ‘기업’과 ‘상속’은 대중이 좋아하는 개념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 정서에서 ‘기업’은 탐욕적으로 이윤만 추구하는 악한 존재이고, ‘상속’은 출발점부터 공평성을 해치는 행위이다. 이러한 국민 정서에 편승하는 것이 정치의 본질이다. 정치인은 유권자의 표에 가장 민감하므로, 북유럽 국가들과 같은 결단을 우리나라가 따르기 쉽지 않다. 상속세 개혁은 정치적 비용이 크므로, 중앙정부에서 모든 지역에 획일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기업 상속세는 모든 지역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정책이기에 실현하기 어렵다.
 
  그러나 방안은 있다. 한 지역에서 먼저 정책 실험을 하는 것이다. 그러고 기업 상속세 개혁을 지역별로 확대하는 형태로 추진해보자. 현실적인 전략은 특정 지역에서 실시하게 함으로써 지역 간 경쟁을 통해 다른 지역으로 확대하고, 궁극적으로 국가 전체의 제도 개혁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
 
 
  상속세 폐지로 기업 유치 가능
 
상속세 폐지는 강원특별자치도의 기업 유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2023년 11월 11일 제3회 강원 경제인 포럼에서 발언하는 김진태 강원지사. 사진=강원특별자치도
  작년 6월에 특별자치도가 된 강원도는 올해 6월부터 실질적인 의미의 ‘특별자치도’가 된다. 이는 강원도 정부가 정책을 펼칠 수 있는 법적 지위를 확보했음을 의미한다. 물론 여전히 강원도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정책의 자유는 극히 제한되어 있지만, 지속적으로 정책 권한을 확대하는 것이 지방시대의 분권(分權) 정책 방향이다.
 
  그러니 강원도에 기업 상속세 정책 권한을 이양하는 정책 분권을 해보자. 국가적으로 기업 상속세를 개편하면, 찬성과 반대가 심각하게 대립하는 구조가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강원도에서 우선적으로 기업 상속세를 개혁하면 강원도민은 환영할 것이다. 정책 개혁에 따른 국민 간 대립이라는 진통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강원도는 관광이 주 수입 산업인 지역으로 가난하다. 하여 특별자치도가 되면서 기업 유치를 정책의 핵심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하나 기업 유치를 위한 정책 아이디어를 내고 있지만, 그 효과에 대해서는 확실한 것이 없다.
 
  마침 윤석열 대통령은 지방시대를 천명하며 지방에 모든 정책 권한을 주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대통령의 이러한 정책 의지를 바탕으로 기업 상속세 폐지를 강원도에서 펼칠 수 있게 해보자. 조세(租稅) 정책 전문가인 필자는 그 어떤 정책보다 기업 상속세 폐지 정책이 기업 유치에 효과적일 것이라 확신한다. 기업이 오면, 강원도는 부자가 된다. 이는 대통령이 원하는 지방시대를 현실적으로 실현하는 것이다.
 
  중앙정부를 대신하여 강원도 정부가 선제적으로 정책 개혁을 한 사례로 ‘재정준칙(財政準則·fiscal rule)’을 들 수 있다.
 
  정부 예산은 정치적 산물이므로, 포퓰리즘 정치가 보편화되면 정부 예산은 적자(赤字) 재정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이를 제도적으로 방지하기 위하여 많은 국가에서 도입한 정책이 적자 재정의 규모를 제한하도록 법제화한 ‘재정준칙’이다. 우리나라도 중앙정부에서 이를 도입하려는 시도가 많았지만, 정치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아직도 제도화되지 못했다.
 
  그러나 강원도는 올해 적자 재정 규모를 일정 규모로 제한하는 강원형 재정규율을 도입했다. 이는 중앙정부도 하지 못하는 정책을 지방정부에서 최초로 도입한 것으로 강원도가 특별자치도라는 법적 지위를 확보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상속은 인간의 본능
 
  강원도가 기업 상속에 대한 정책 자유를 가지면, 기업 상속 정책을 선제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특별자치도인 강원도의 장기 발전 방향은 ‘미래산업 글로벌도시’로,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업 유치가 핵심적 수단이다. 이때 기업 상속에 관한 많은 규제가 존재하는 대한민국에서 강원도의 자유로운 기업 상속 제도 개혁은 강원도로 기업 이동을 촉진하는 효과적인 정책 수단이 될 것이다.
 
  강원연구원에서는 기업 상속세가 폐지될 경우 강원 지역 민간 투자에 미치는 영향, 지역내총생산(GRDP)에 미치는 영향과 기업 유입 효과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상속세 폐지 시 강원 지역의 민간 투자는 1675억원 증가하고, GRDP는 4조2914억원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GRDP 증가액은 2022년 강원 지역 GRDP인 약 52조원의 8.3%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또한 상속세 폐지를 통해 강원 지역에 중견기업 30개 혹은 중소기업(제조업) 613개가 신규 유입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정부는 지방이 성장의 중심이 되는 ‘지방시대위원회’를 발족하며 지역 발전을 위한 여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방시대라는 슬로건과 함께, 지방 발전을 유달리 강조하고 있다.
 

  역대 정부는 지역 균형 발전에 강한 의지를 보이며 정책 수단을 강구했다. 주로 수도권을 억제하고 지방을 지원하겠다는 방향이었다. 지원 정책은 대체로 지방세, 소득세, 법인세 등의 감면이었다. 하지만 균형 발전 문제는 여전해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제 상속세를 정책 수단으로 활용해보자. 지금까지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상속세를 혁신적으로 활용해보자. 기업에는 세금 감면 혜택보다 기업을 상속할 수 있는 정책이 훨씬 효과적이다. 상속 행위는 이윤 추구 행위보다 인간의 본능을 더욱 충족시켜주기 때문이다.
 
 
  기회발전특구
 
  지방시대위원회가 발표한 제1차 지방시대 종합계획(2023~2027년)에 포함된 4대 특구 중 가장 강력한 정책 수단을 가지고 있는 제도로 ‘기회발전특구’를 들 수 있다. 기회발전특구에서 추진하는 정책 수단이 구체화되지 않았으나, 상속세 제도도 선언적으로 포함되었다. 지금까지 여러 정부를 거치며 지방을 위한 정책 수단을 많이 제시했지만, 상속세를 정책 수단으로 활용한 예는 없었다. 따라서 기회발전특구에서 자유롭게 기업 상속이 가능하도록 정책 수단을 채택한다면 그 파급 효과는 기대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 상속은 세금 감면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유인책이다. 지금까지 지방정부에 유인책을 주는 대표적인 정책은 세금 감면이었다. 기회발전특구에도 법인세 감면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세금 감면은 단순히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인 반면, 기업 상속은 인간의 상속 본능을 만족시켜주는 본질적인 개혁이다. 많은 지역에서 기회발전특구 지정을 희망하고 있는 상황에서 강원도도 기회발전특구라는 불확실한 기회를 준비하고 있다.
 
  정부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국민을 더 잘살게 하는 것이다. 상속세 제도가 경제 성장을 결정하는 중요한 정책 변수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과거 논리에 매몰되어 있다. 선진국이 되려면 선진국 국민다운 의식 구조를 가져야 한다. 이제 상속세 정책의 기본 방향도 배 아픔을 해결하는 정책 수단이 아니라 배 부름을 위한 정책 수단으로 패러다임을 바꿀 때가 되었다. 인간 삶의 목적은 생존과 번식이다. 생존을 위하여 생산하고 자손에게 더 물려주기 위하여 더 생산하려는 인간의 본성에 충실한 제도가 국가의 경제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강원도는 정책 자유를 가질 수 있는 특별자치도이므로, 여러 요인으로 국가적으로 추진하기에 어려운 정책을 강원도에서 우선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강원도에서 가시적으로 정책 효과가 나타나면, 지역 간 경쟁으로 인해 다른 지역으로도 파급되는 효과가 나올 것이다. 기업의 연속적인 경제 활동을 위해 꼭 필요한 자유로운 기업 상속을 강원도에서 도입한다면, 강원도는 한국의 기업 상속 제도를 개혁하는 선지자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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