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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추적

17년 동안 440억원 지원했는데도 완성 기약 없는 《겨레말큰사전》

김정은 ‘허락’ 없이는 ‘완료’할 수 없는 《겨레말큰사전》 편찬

글 :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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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김일성이 ‘합의’하고, 김정일이 ‘승인’하고, 김정은이 ‘중단’시켜
⊙ ‘시인’ 고은이 13년간 ‘편찬사업회’ 이사장 맡아… 현 이사장은 ‘문재인 멘토단’ 인사
⊙ 남한에도 숱한 ‘지역별 용례’ 차이를 ‘남북 언어 이질화’로 ‘침소봉대’
⊙ 南과 北의 《표준국어대사전》 《조선말대사전》 놔두고 웬 《겨레말큰사전》?
⊙ 연간 사업비 30억원 중 인건비·사무실 임차료 등 고정비가 80% 이상
⊙ 문재인이 국정과제로 제시하고, 통일부 장관들이 ‘사업 재개’ 제안해도 ‘묵묵부답’인 북한
⊙ 문재인의 집권기에 100억원 이상 지원했는데 진척도 증가는 ‘3%포인트’
⊙ 최근 국회에서 ‘사업 기간’ 6년 늘리는 개정안 통과… 국민 혈세만 계속 투입될 예정
사진=조선DB
  문재인(文在寅) 정부는 2017년 7월 소위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그중 하나로 ‘남북(南北) 교류 활성화를 통한 남북관계 발전’을 내세웠다. 관련 실천과제로 《겨레말큰사전》 편찬 작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겨레말큰사전》 편찬’은 노무현(盧武鉉) 정부 때인 2005년부터 진행된 사업이다. 국회는 남북한의 ‘민족 동질성 회복’이란 거창한 명분 아래 이를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관련 법률을 제정했다. 이에 따라 지난 17년 동안 우리 국민 세금 440억원(예산 편성 기준)이 해당 사업에 들어갔다. 그럼에도 남과 북의 30만~40만 개 어휘를 추려 담겠다는 《겨레말큰사전》이 과연 언제 편찬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업 취지 자체는 긍정할 대목이 있지만, 그 어느 사업이든 세금이 투입된다면,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 ▲사업 추진 시기의 적절성 ▲사업 진행 과정의 투명성과 안정성 등을 자세히 따져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겨레말큰사전》은 후한 점수를 받기 어렵다. 편찬에 들인 시간과 비용을 보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 다수 있다. 편찬 작업 진척도는 사실상 제자리걸음인데, 세금 투입 근거 법률인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법’의 유효기간은 계속 늘고 있다. 애초 2007년 해당 법률 제정 당시 부칙으로 규정한 ‘유효기간’은 7년(2007~2014년)이다. 2013년, 사업 진척도가 60%에 불과하자 법률을 개정해 12년(2007~ 2019년)으로 연장했다. 2018년에 또 유효기간을 15년(2007~2022년)으로 하는 법률 개정을 통해 사업 종료 시점을 2022년으로 늦췄다.
 

  이처럼 두 차례 개정을 통해 사업 기간을 연장했는데도 사전(辭典) 완성 기미가 보이지 않자, 2021년에는 또 김영주(金榮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해당 법률 유효기간을 21년(2007~2028년)으로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고, 같은 해 12월 2일에 개최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해당 개정안은 단순히 유효기간을 연장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개정법에는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이하 편찬사업회)’의 사업에 이른바 ▲남북 언어문화 통합 사업과 관련 교류협력 사업 ▲각종 전문어의 통합·단일화 사업 ▲전자 겨레말큰사전 편찬 사업 등이 추가됐다. 이를 근거로 사업 범위를 확대할 경우 더 많은 세금이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사업 기간이 거듭 연장되고, 막대한 세금을 지원받는 《겨레말큰사전》 편찬 사업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에 《월간조선》은 《겨레말큰사전》이 무엇이며, 얼마나 유용하고 유의미하기에 400억원 이상 거액의 세금을 들였는지, 그럼에도 왜 완성되지 않았는지, 앞으로 사업이 완료될 가능성은 있는지를 살폈다.
 
 
  ‘문익환 추모 단체’가 추진하고, 노무현 정부가 지원
 
《겨레말큰사전》 편찬 사업은 목사 문익환씨가 1989년 무단 방북해 김일성을 만났을 때 소위 ‘통일국어사전’을 만들기로 합의한 데서 시작했다. 사진=조선DB
  《겨레말큰사전》 편찬 사업은 목사 문익환(文益煥)씨가 1989년 무단 방북해 김일성을 만났을 때 소위 ‘통일국어사전’을 만들기로 합의한 데서 시작했다. 문씨가 1994년 사망한 후 그의 유지를 받들어 이른바 ‘통일 관련 연구·기념사업’ 등을 한다고 자처하는 ‘사단법인 통일맞이(이해찬・장영달 등이 이사장 역임, 현재는 고문)’에서 이사로 활동했던 영화배우 문성근씨가 2003년 8월, 모친인 박용길씨가 북한 김정일에게 보내는 편지를 들고 평양에 가서 소위 ‘6·15공동선언실천 북측 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안경호에게 사전 편찬 사업을 다시 제안했다. 이듬해 김정일이 이를 ‘승인’해 사업 논의가 본격화됐다.
 
  ‘통일맞이’는 북한의 민족화해협의회와 2004년에 ‘사전 공동 편찬 의향서’를 체결하고 본격적으로 해당 사업을 추진했다. 북한의 민족화해협의회는 대남(對南) 적화 전략·전술인 통일전선전술을 실행하는 노동당 외곽 단체다. 결국 《겨레말큰사전》 편찬 사업은 ‘통일맞이’란 남한의 한 민간단체와 북한노동당의 외곽 단체가 체결한 계약이었던 셈이다. 2005년 2월 20일, 이들은 북한 금강산에서 공동편찬위원회 결성식을 갖고 ‘공동보도문’을 통해 다음과 같은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남과 북의 언어학자들은 민족어 공동사전을 우리말과 글의 민족적 특성을 높이 발양시키고 통일의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며 오랜 역사를 통하여 창조된 우리 민족어 유산을 총 집대성한 겨레말 총서를 편찬하기로 하였다.
 
  —민족어 공동사전의 이름을 《겨레말큰사전》이라고 하였으며 남과 북의 언어학자들은 《겨레말큰사전》 공동편찬위원회를 구성하고 사전 편찬 사업을 2005년 2월부터 시작하여 빠른 기간에 완성하기로 하였다.
 
  —남과 북의 언어학자들은 《겨레말큰사전》 공동편찬위원회를 분기에 1차씩 합의되는 장소에서 진행하며 여기에서 사전 편찬과 관련한 제반 문제들을 협의 결정하기로 하였다.〉
 
2018년, ‘성추문 의혹’이 제기된 후 공개 행보를 하지 않는 고은태(필명 고은)씨는 13년 동안 소위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 이사장직을 맡았다. 사진=조선DB
  공동편찬위원회 산하의 실무 조직인 편찬사업회 이사장은 시인 고은태(필명 고은)씨가 맡았다. 고씨는 2006년 1월부터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2018년까지 줄곧 해당 단체의 이사장을 했다. 현재 이사장은 ‘문재인 멘토단’으로 활동한 바 있는 ‘문학평론가’ 염홍경(필명 염무웅)씨다.
 
  2005년 9월 당시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은 평양에서 열린 ‘제16차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북한 내각참사 권호웅과 “남과 북은 《겨레말큰사전》 공동 편찬 사업이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이를 적극 지원하기로 하였다”고 합의했다. 같은 해 11월, 장영달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이 사전 편찬에 대한 정부 지원을 규정한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법’을 대표 발의했다. 2007년 3월 30일 국회를 통과한 해당 법률은 4월 27일부터 시행됐다.
 
 
  임종석도 운운한 ‘낙지’ ‘오징어’
 
임종석씨는 2018년 2월 10일,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참석차 방남한 김여정에게 “남북한 말에 어느 정도 차이가 있어도 알아들을 수 있는데 오징어와 낙지는 남북한이 정반대”라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편찬사업회는 《겨레말큰사전》에 대해 “민족의 언어유산을 집대성하고 남북의 언어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 남과 북이 공동으로 편찬하는 최초의 우리말 사전”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또 “6·15 남북 공동 선언 정신에 맞게 민족 공조의 원칙에서 모든 문제를 풀어나간다”는 식의 사전 편찬 원칙을 내걸고 있다. 사전 편찬 과정과 관련해서는 “남북공동편찬위원회의 심의와 합의에 의해서 이뤄지고, 사전 편찬 실무 과정에서 나타나는 여러 논제는 남북공동회의를 통해 남북 합의안이나 공동 작업 지침 등으로 작성되며, 남북의 사전편찬실에서는 이에 따라 일련의 사전 편찬 작업을 진행한다”고 설명한다.
 
  이런 식의 주장을 고려하면, 《겨레말큰사전》 편찬 사업은 ‘사전’을 제작·배포하려는 목적보다는 소위 ‘남북교류’에 더 방점을 두고, ‘실용성’보다는 ‘남북 공동 편찬 최초 국어사전’과 같은 ‘정치적 상징성’을 강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까닭에 그간 우리 사회에서는 《겨레말큰사전》 편찬 사업의 타당성에 의문을 표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민족’이란 단어의 무게에 눌려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웠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분위기를 조장한 게 바로 언론이다. 《겨레말큰사전》을 언급한 기사들은 천편일률적으로 편찬 사업을 옹호하고, 지지하는 입장을 보인다. 《겨레말큰사전》의 당위성을 강조하려는 목적에서 이들 기사에 으레 등장하는 게 바로 남북 간 언어 이질화 사례다. 단골 소재는 바로 ‘오징어’와 ‘낙지’다. 문재인 대통령의 첫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씨도 과거 이런 얘기를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참석차 방남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 간 10일 역사적 만남은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중략) 음식을 놓고 대화가 이어지는 와중에 임종석 비서실장은 “남북한 말에 어느 정도 차이가 있어도 알아들을 수 있는데 오징어와 낙지는 남북한이 정반대더라”라고 했고 김 제1부부장은 “그것부터 통일해야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2018년 2월 10일, 연합뉴스
 
  임씨 발언과는 취지가 다르지만, 대다수 언론 매체들이 우리가 ‘오징어’라고 부르는 두족류 연체동물을 북한에서는 ‘낙지’라고 한다고 소개하며 남과 북의 언어가 다르다고 강조한다. “분단 후 남과 북의 용어가 이렇게 다르다. 민족 동질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말을 통일해야 한다. 그 준비 작업으로 《겨레말큰사전》을 준비해야 한다”는 식의 논리를 전개하기 위한 ‘장치’인데, 이는 근거 불분명한 지엽적인 사례를 들어 침소봉대하는 사실상의 ‘선동’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오징어와 낙지의 경우에는 분단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불확실하다. 과거부터 지역별로 부르는 이름이 달랐을 수도 있다. 지금 남한에서도 방언을 쓸 경우에는 그 뜻이 서로 달라 오해를 살 수 있는 어휘가 수두룩하다. 같은 생선도 지역별로 명칭이 다르다. 예컨대, 광주·전남 일부 지역에서는 ‘고구마’를 ‘감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앞선 기사에서 임종석씨가 운운한 ‘오징어·낙지’는 ‘남북 간 언어 이질화’의 심각성을 대표하는 사례도 아니고, 김여정이 얘기한 것과 달리 ‘통일의 대상’도 될 수 없다.
 
 
  “남북 언어 이질화가 심각하다”는 ‘환상’
 
  “분단 후 남북 언어 이질화가 심각하다”는 주장 역시 설득력이 크지 않다. 다음은 2006년 12월 5일,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법’ 관련 국회 공청회에서 박희태(朴熺太) 당시 한나라당 의원과 조남호 국립국어원 연구관, 이태영 전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최경봉 원광대 한국어문학부 교수의 문답이다.
 
  〈박희태: 지금 남북 간에 이질화된 언어가 약 30%, 그렇습니까?
 
  조남호: 여하튼 정확하게 통계 내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지금 제시되고 있는 자료는 저희가 예전에 남북 언어 이질화 문제에 대해서 이태영 선생님이 참여하셔가지고 사전을 1만 개 중심으로 해서 한 번 비교해본 적이 있는데 그 결과로 나온 수치입니다.
 
  박희태: 우리가 알아들을 수 있는 게 얼마나 됩니까?
 
  조남호: 상당수는 알아들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많이 문제 되는 것이 두음법칙이라든지 또는 사이시옷 때문에, 예컨대 저희는 ‘깃발’ 그러는 것을 저쪽에서는 ‘기발’이라고 한다든지 이런 것들이 있기 때문에 실제로 접촉해서 보면 상당 부분 이해할 수가 있게 됩니다. (중략) 결국은 저희가 한 번 접해보면 ‘아, 우리가 이러는 것을 저쪽에서는 저런다’ 이런 것은 이해가 되는 것이니까…
 
  박희태: 그러니까 순수하게 알아들을 수도 없는, 우리가 완전 외국어처럼 알아들을 수 없는 그런 이질화된 말이 몇 %나 됩니까? 아주 새로 지어내고 정 못 알아듣는 것…
 
  이태영: 저희가 1만 개의 기초어휘를 가지고 통계를 낸 결과 30%가 이질화되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개인적으로 방언을 제외하고 그 정도가 아닐까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박희태: 그러면 30%는 이북 말을 쓰면 우리가 전혀 못 알아듣습니까?
 
  이태영: 예, 그 제도에 따라서 만들어진 어휘들이기 때문에 이쪽에 소개 안 된 것들이 많고요.
 
  박희태: 아니,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가지고 우리 언어하고 다르게 의미를 가진 그런 것인지, 아주 새로운 것으로 우리 쪽에는 없는 말, 그런 것인지?
 
  이태영: 원래 북쪽에 존재했던…
 
  최경봉: 제가 30%라는 것의 실체를 제 나름대로 접한 바에 따르면 어휘 자체가 완전히 다른 것은 의외로 적고요. 많이 다른 것들은 그 단어를 원래 쓰고 있었는데 남한 쪽에서는 그런 의미로 확대되지를 않았고 북한에서는 동일한 뜻을 다른 뜻으로 또한 써요. 그러니까 우리가 기초적으로 같이 쓰고 있는 뜻이 10개라면 북한에서 그 한 어휘에 대해서 다른 의미로 쓰는 것들이 있고 그 의미가 남북한이 처음 만났을 때, 의사소통을 할 때 장애를 주는 것들이 있거든요. 그런 부분들을 전부 포함해서 30%라는 수치가 나온 것 같습니다.〉
 
 
  북한 ‘망언’ 이해 못 하는 사람이 있을까?
 
  “분단 후 남북 언어 이질화가 심각하지 않다”는 주장의 논거는 또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그 밖에 각종 남북 접촉에서 각자의 의사 전달 과정에 문제가 없었고, 북한의 선전 매체가 쏟아내는 억지 주장 내용을 우리가 너무도 명확하게 이해한다는 점이다. 다음은 2019년 8월 15일,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밝힌 소위 ‘평화경제’ 구상에 대해 이튿날 북한의 대남 선전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쏟아낸 비난 성명이다. 이 중 다소 생경할 수 있는 대목은 “하늘을 보며 크게 웃는다”는 뜻을 가진 ‘앙천대소(仰天大笑)’란 한자어뿐이다. 이는 우리 국민 상당수가 ‘고사성어’에 익숙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 문제에 불과하다. ‘남북 언어 이질화’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참고로, 북한 글 독해에 어려움이 없다는 점을 드러내기 위해 ‘원문’을 게재한다.
 
  〈태산명동에 서일필이라는 말이 있다. 바로 남조선 당국자(문재인)의 ‘광복절 경축사’라는 걸을 두고 그렇게 말할 수 있다. (중략) 남조선 당국자의 말대로라면 저들이 대화 분위기를 유지하고 북남협력을 통한 평화경제를 건설하며 조선 강토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소리인데,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할 노릇이다. (중략) 아래 사람들이 써준 것을 그대로 졸졸 내리읽는 남조선 당국자가 웃겨도 세게 웃기는 사람인 것만은 분명하다. 북쪽에서 사냥총 소리만 나도 똥줄을 갈기는 주제에 애써 의연함을 연출하며 북조선이 핵이 아닌 경제와 번영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력설하는 모습을 보면 겁에 잔뜩 질린 것이 력력하다. (중략) 두고보면 알겠지만 우리는 남조선 당국자들과 더이상 할 말도 없으며 다시 마주앉을 생각도 없다.〉
 

  다음은 2020년 3월 16일, 북한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이 내놓은 대남 비난 성명이다. 김여정은 이 글에서 각종 모욕적 표현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했는데, 의미 전달이 어려운 대목은 없다. 아래 등장하는 ‘살다나니’의 경우에도 ‘살다보니’와 같은 뜻을 가진 표현이고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오랜 기간 깊어지는 고민속에 애를 태웠다는 남조선 당국이 8일부터 우리 공화국을 겨냥한 침략적인 전쟁연습을 강행하는 길에 들어섰다는 소식을 들었다. (중략) 태생적인 바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늘 좌고우면하면서 살다나니 판별능력마저 완전히 상실한 떼떼가 되여버린것은 아닌지 어쨌든 다시 보게 된다. (중략) 우리를 적으로 대하는 남조선 당국과는 앞으로 그 어떤 협력이나 교류도 필요없으므로 금강산 국제관광국을 비롯한 관련 기구들도 없애버리는 문제를 검토하고있다. (중략) 남조선 당국이 앞으로 상전의 지시대로 무엇을 어떻게 하든지 그처럼 바라는 3년 전의 따뜻한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가 쉽지 않을것이다.〉
 
 
  北 《로동신문》 글 역시 뜻 안 통하는 대목 없어
 
분단 후 남북한 언어 이질화를 상징하는 수단으로 ‘오징어’와 ‘낙지’가 으레 등장하는 기사들이 수두룩하다. 출처=네이버 뉴스
  아랫글은 2020년 6월 13일, 탈북자 단체의 대북(對北) 전단 보내기에 반발하던 북한 당국이 평양 소재 식당 ‘옥류관’의 주방장 오수봉 명의로 문 대통령을 향해 늘어놓은 대남 비난이다. 이 역시 우리와 다른 표기법 탓에 어색한 부분이 있지만, 의미 전달이 어려운 대목은 없다.
 
  〈평양에 와서 우리의 이름난 옥류관 국수를 처먹을 때는 그 무슨 큰일이나 칠 것처럼 요사를 떨고 돌아가서는 지금까지 전혀 한 일도 없는 주제에 오늘은 또 우리의 심장에 대못을 박았으니 이를 어찌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 나뿐만이 아니라 우리 옥류관의 모든 종업원들이 독사는 열백번 허울을 벗어도 역시 독사라고, 신의도 량심도 없는 쓸개 빠진 자들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무자비한 철추를 내려 그 값을 톡톡히 받아내야 한다며 모두가 치를 떨고 격노해하고 있다. (중략) 족제비도 낯짝이 있다는데 천벌을 받을 대역죄를 저지르고도 안하무인격으로 놀아대는 남조선 당국자들이 어떤 파국적인 후과를 초래하였는가를 뼈아프게 느끼게 가장 혹독하고 몸서리치는 징벌을 안겨야 한다.〉
 
  상기한 북한의 비난 성명이 ‘대남용’이란 점을 들어 북한 내부에서는 우리와 전혀 다른 용어를 쓸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을까 싶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의 최신 글을 무작위로 골라 내용을 살폈다. 다음은 《로동신문》이 2021년 12월 10일, ‘본사 기자’ 명의로 내놓은 “부강조국건설을 위한 헌신의 길에서”란 제목의 글이다. 여기에서도 띄어쓰기가 일부 다른 점만 확인할 수 있을 뿐 ‘남북 언어 이질화’를 체감할 수 있는 대목은 없다.
 
  〈몇해전 8월 어느날 한 기계공장을 찾아주신 경애하는 총비서동지께서는 공장에서 조립하고있는 첨단수준의 기계제품들을 보시고 자체의 힘과 기술로 잘 만들고있는데 대하여 치하해주시였다. 분에 넘친 치하에 몸둘바를 몰라하는 일군들에게 경애하는 총비서동지께서는 공장에서 생산정상화의 불길을 세차게 지펴올려 맡겨진 계획을 어김없이 수행하며 더 높은 생산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준비사업을 착실히 하여야 한다고 말씀하시였다. 그이의 믿음어린 말씀에 일군들의 가슴은 세차게 높뛰였다. 경애하는 총비서동지께서는 공장에 재능있는 기술인재들과 혁명성이 강한 로동계급이 있는것만큼 새 제품개발과 생산에서 지난 시기의 기준과 대담하게 결별하여야 한다고 힘주어 말씀하시였다. 지난 시기의 기준과 대담하게 결별하라. 이 뜻깊은 말씀에는 공장이 현대적인 기계생산에서 일대 비약을 일으킴으로써 당의 경제정책관철에서 앞장서나갈것을 바라시는 절세위인의 크나큰 믿음이 어려있었다.〉
 
  이런 사실을 고려하면, 《겨레말큰사전》의 실용성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미 남한에는 어휘 약 50만 개를 수록한 《표준국어대사전》, 북한에는 44만 개 어휘를 담은 《조선말대사전》이 있는 상황을 봐도 그렇다. 《월간조선》은 과거 이낙연(李洛淵) 전 국무총리 등 현 정권 인사들이 《겨레말큰사전》을 언급할 때마다 이미 남북한이 각각 방대한 분량의 국어사전을 가진 마당에 새로운 사전을 만드는 데 막대한 세금을 들여야 하는지 지속적으로 따진 바 있다. 뜻풀이가 어려운 단어가 있으면 기존의 어휘를 집대성한 사전을 참고하면 충분하다.
 
  분단 이후 우리는 《조선말큰사전》을 비롯한 각종 국어사전을 편찬했다. 1999년에는 국립국어원이 《표준국어대사전》을 발간했고, 2008년에는 개정판을 냈다. 북한도 1992년에 《조선말대사전》을 편찬했고, 2007년과 2017년에 증보판을 발행했다. 즉 남한과 북한의 어휘를 종합하고 신규 어휘를 추가 수록하면 되는데도 왜 이토록 오랜 기간, 많은 세금이 투입돼야 하는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북한 출신 주성하 《동아일보》 기자 역시 2018년 3월 8일, ‘고은과 겨레말큰사전’이란 칼럼에서 “모르는 북한말이 있으면 《조선말대사전》에서 찾고, 한국어(기자 주: 한국어는 한반도와 그 인근 도서 주민, 해외 한인 동포들이 사용하는 언어이므로 ‘남한말’이라고 해야 타당)는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으면 된다. 뭐가 그리 불편해 지금 수백억원 들여 꼭 합쳐야 한단 말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 ‘많은 세금’은 다 어디에 썼나?
 
연도별 《겨레말큰사전》 편찬 사업 지원금(위)과 사업 진척도(아래) 현황이다.
  물론 편찬사업회는 ‘실용성’ ‘타당성’ 관련 지적에 대해 “《겨레말큰사전》에는 남북한 기존 사전 표제어 30만 개 외에 각종 문헌과 구어(口語)에서 발굴한, 새 어휘 10만 개를 더해 약 40만 개의 어휘를 수록한다”는 식으로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또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게시한 것처럼 “단순한 어휘의 통합과 집대성을 넘어 민족문화 공동체의 폭과 깊이를 확장하고 진정한 통일을 준비하는 일”이라고 의미 부여를 하겠지만, 상기 문제 제기는 《겨레말큰사전》의 ‘의의’를 평가 절하하려는 취지가 아니다. 순수 민간단체가 자비로 진행할 때와 달리 국민 세금으로 마련한 ‘남북교류협력기금’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아 추진하는 경우에는 ‘주관적 가치 평가’보다는 ‘객관적 지표’로 사업 추진 타당성을 따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겨레말큰사전》 편찬 사업은 과연 시의적절한 것인가, 지난 17년 동안 우리 국민 세금 440억원(편성 기준)을 투입한 게 과연 타당한 것인가 하는 지적을 피하기 쉽지 않다.
 
  먼저 예산 문제를 살펴보자. 《월간조선》이 통일부로부터 받은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 지원 예산 상세 내역’과 편찬사업회의 재무제표를 보면 우리 정부가 《겨레말큰사전》 편찬 사업에 17년 동안 지원한 세금은 총 437억5418만원이다. 그 ‘품질’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박사 과정 수료’ 이상 국어국문학 전공자 200여 명이 집필·교열에 참여하고, 전문어의 경우 해당 분야 전문가 120여 명에게 감수를 받아 완성한 《표준국어대사전》의 경우 사업비는 총 112억원(국립국어원 92억원, 두산동아 20억원), 제작 기간은 8년이다. 물론 물가 변동과 다른 작업 조건 등을 감안해야 하겠지만, 비용과 시간을 《표준국어대사전》과 단순 비교하면 《겨레말큰사전》 편찬 사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많은 사업비를 쓰면서도 사업 진행은 더디다는 평가를 피하기 쉽지 않다.
 
  《겨레말큰사전》 편찬 사업에 지원된 세금의 연도별 내역은 ▲2005년 6억7300만원(이하 불용액 또는 반환금 포함) ▲2006년 30억8200만원 ▲2007년 28억5800만원 ▲2008년 31억7200만원 ▲2009년 27억8400만원 ▲2010년 18억8500만원 ▲2011년 23억원 ▲2012년 23억2300만원 ▲2013년 18억400만원 ▲2014년 23억4200만원 ▲2015년 32억1300만원 ▲2016년 23억360만원 ▲2017년 27억5370만원 ▲2018년 29억2070만원 ▲2019년 28억205만원 ▲2020년 31억4213만원 ▲2021년 33억4500만원 등이다. 해당 기간이 17년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연평균 25억7400만원가량을 지원한 셈이다.
 
  이 중에는 북한으로 넘어간 돈도 있다. 편찬사업회는 2005년부터 2015년까지 북한 측 인사들과 총 25회 접촉해 소위 ‘남북공동회의’를 했다. 초창기 접촉 때는 ‘편찬사업 보조비’ 명목으로 북한 측에 현금을 제공하기도 했다. 2005~2007년에는 매년 5억~6억원가량을 줬다. 이명박(李明博) 정부가 출범한 2008년 이후에는 현금 대신 현물을 지원하기로 했으나, 북한이 2009년 5월에 2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지원 자체를 중단했다.
 
  북한이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의 대남 도발을 자행한 2010년 역시 대북 금품 제공을 허용하지 않았다. 2011년 들어서는 접촉 재개 노력이 있었으나 그해 연말 김정일이 죽었다. 북한이 《겨레말큰사전》 같은 사안에 신경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이런 분위기는 2012년까지 이어졌다. 2013년에는 북한이 박근혜(朴槿惠) 대통령 취임을 앞둔 2월 12일에 3차 핵실험을 강행한 것을 포함해서 지속적으로 각종 도발을 자행했다. 2014년에는 5년 만에 남북 접촉을 재개해 공동회의를 2회 개최했다. 2015년에는 세 차례 열었다. 그 후 북한의 계속되는 핵실험, 미사일 발사 실험에 따라 한반도는 물론 세계정세가 악화일로로 치달았던 탓에 남북 접촉은 성사되지 않았다.
 
  여기서 드는 또 다른 의문은 사업 진척은 더딘데 왜 돈은 비슷한 규모로 계속 쓰느냐는 것이다. 이 같은 지속적인 비용 지출 원인은 《겨레말큰사전》 편찬 사업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편찬사업회 인건비와 사무실 임차료 등 ‘고정비용’이다. 이와 관련, 국회 예산정책처는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은 남북 집필진 간의 공동회의가 개최되지 못하여 진척도가 부진한 반면 보조금의 8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 및 경상경비 등 고정비 지출이 매년 발생하고 있으므로, 향후 보다 효율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겨레말큰사전》 편찬 사업 핵심 문제는 ‘대북 종속성’
 
공교롭게도 ‘대북 굴종적’이란 비판마저 듣는 문재인 대통령 집권 기간에 사전 편찬 사업 진척도가 제일 낮다. 사진=뉴시스
  앞서 얘기한 것처럼 《겨레말큰사전》 편찬 사업은 진행 속도가 늦다. 세금 투입·집행의 효율성에 대한 지적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해당 사업 진척도는 2009년에 53%다. 사업 시작 5년 만에 50% 이상을 달성한 셈이다. 이 기간 지원금은 125억6900만원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이후 연도별 진척률은 ▲2010년 56.7% ▲2011년 63% ▲2012년 65% ▲2013년 66.2% ▲2014년 69.2% ▲2015년 73.3% ▲2016년 75.1% ▲2017년 78% ▲2018년 78.5% ▲2019년 78.7% ▲2020년 81% 등이다. 이에 따르면 2010년 이후에는 12년 동안 약 311억3400만원에 달하는 지원금에도 추가 진행된 비중이 30% 정도에 불과한 셈이다.
 
  그전보다 기간은 2배 이상, 지원금은 2.5배에 달하는데도 상대적으로 사업 진행이 더뎠던 까닭은 무엇일까. 통일부나 편찬사업회는 “남북관계가 경색된 탓에 남북공동회의를 열지 못해 사업 진척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식으로 주장하지만, 오히려 이들의 ‘해명’은 해당 사업의 가장 큰 문제점을 방증한다고 할 수 있다. 바로 ‘대북 종속성’이다. 이는 북한의 의지에 따라 사업 재개·중단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까닭에 사업을 완료하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을 뜻하는 ‘종속성’이다.
 
  앞서 통일부나 편찬사업회가 얘기한 ‘남북관계 경색’의 원인 제공자는 북한 독재정권이다. 핵을 비롯한 각종 대량살상무기를 개발·보유하고, 대남 적화 노선을 포기하지 않는 북한 독재정권이 각종 도발을 자행하며 우리 안보와 세계 평화를 위협하기 때문에 소위 ‘남북 교류·협력’을 추진할 수 없다. 설사 표면적으로 북한이 이른바 ‘평화공세’를 펼 때도 이는 마찬가지다. 문재인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김정은을 얼싸안고, 평양에 가서 ‘남쪽 대통령’을 자처하며 김정은을 향해 ‘국무위원장’ 운운하며 “여러분의 지도자에게 아낌없는 찬사의 박수를 보낸다”고 칭송한 후에도 《겨레말큰사전》 편찬 관련 남북 접촉은 없었다.
 
  북한이 ‘사대 매국 파쇼 독재’라고 비난했던 박근혜 정부 당시 해당 사업 진행차 이뤄진 접촉이 5회였던 반면, 문재인 정부 5년 동안에는 단 1건도 없다. 바꿔 말하면, 좋게 말해 ‘대북 유화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상당수 국민에게는 ‘대북 굴종적’이란 비판을 받는 문 대통령이 《겨레말큰사전》 편찬 사업을 강조하고, 현 정부 역대 통일부 장관들이 수시로 ‘재개 희망’을 밝혔는데도 북한은 호응하지 않았다. 다음은 2020년 8월 2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 당시 이태규(李泰珪) 국민의당 의원과 서호(徐虎) 당시 통일부 차관의 관련 문답이다.
 
  〈이태규: 북한이 응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그냥 정체되어 있는데, 그러면 인건비나 경상경비는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부분이고 이런 부분을 언제까지 계속할 것이냐? 예산의 어떤 효율적 사용 이런 부분에서 제가 문제 제기를 하는 거거든요. 현재 여기에 대한 북한의 입장이나 이런 것은 확인된 게 있습니까?
 
  서호: 반응이 현재 없습니다.
 
  이태규: 북한하고 무슨 연락 수단을 갖고 계세요? 북한하고 필요한 것 의사 전달하려면 어떻게 해야 됩니까? 기자회견으로 합니까?
 
  서호: 과거에는 중국을 통해서 연락을 했었습니다마는 지금 그 채널이 확보되지 않고 있고요.
 
  이태규: 그냥 다 닫혀버렸어요?
 
  서호: 예.〉
 
  결국 이는 우리가 아무리 의의를 역설하며 애걸해도 ‘북한 최고 존엄’ 김정은이 ‘허락’하지 않으면 《겨레말큰사전》 편찬 사업이 진행될 수 없다는 점을 방증한다. 사전 편찬에 400억원 이상을 지급한 우리 국민은 앞으로 7년 동안 어림잡아 200억원 이상의 비용을 추가 부담하면서도 ‘백년하청(百年河淸)’식으로 김정은의 ‘처분’만 바랄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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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olsuk@hotmail.com    (2021-12-31) 찬성 : 2   반대 : 1
대한민국 국어사전이나 제대로 만들어 봐라. 그림 형제의 노력보다 못한 것을 사전이라고. 한글 창제가 자랑스럽다는 나라의 말광이 고작 그래서야, 어지간히도 자랑스럽겠다. 자뻑이지.

20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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