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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Room Exclusive

“한국-인도, ‘항행의 자유’ 위한 협력, 중요하고도 긴요”

세종연구소·주한인도대사관, 국제학술회의 〈미래를 잇는 다리:한-인도 관계의 새로운 지평〉 열어

이경훈  월간조선 기자 libert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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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7일 세종연구소(서울 종로구)에서 〈미래를 잇는 다리:한-인도 관계의 새로운 지평〉을 주제로 국제학술회의가 열렸다. 사진=세종연구소

한국-인도 관계에 대해 논하는 국제학술회의가 지난 2월 28일 세종연구소에서 열렸다. 〈미래를 잇는 다리:한-인도 관계의 새로운 지평〉을 주제로 한 학술회의는 세종연구소‧주한인도대사관이 공동주최하고 아시아재단이 후원했다. 현장에는 정부 관계자, 기업인, 학계, 연구자 등 8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학술회의는 ▲변화하는 글로벌 질서에서 한-인도 관계의 새로운 방향 모색(1세션) ▲함께 구축하는 회복력 있는 공급망(2세션)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해양 안보 협력(3세션) ▲신기술 및 신흥 기술 협력(4세션)으로 주제를 나눠 진행됐다.

 

“한국과 인도는 상호 보완적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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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연구소 이용준 이사장. 사진=조선DB

 

 

세종연구소 이용준 이사장은 환영사에서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 대국 중 하나다. 한국과 인도는 산업 구조 면에서 상호 보완적인 관계다. 다양한 분야에서 미래 지향적인 관계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며 “양국 간 협력은 경제 분야를 넘어, 자유민주주의라는 공통의 가치관과 정치적 비전을 바탕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공동 노력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했다.


이 이사장은 “미국에서 제2기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고 미중 갈등은 더욱 심화해 이 영향으로 한중(韓中) 경제 관계에도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리라 예상된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한-인도 간 실질적 협력을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한-인도 관계는 잠재력도 대단히 크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인도 경제 성장률, 연평균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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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밋 쿠마르(Amit Kumar) 주한 인도대사. 사진=세종연구소

 

 

아밋 쿠마르(Amit Kumar) 주한 인도대사는 축사에서 “현재 우리는 지정학과 지경학의 중대한 변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2025년에는 긴장이 더욱 고조될 것이며 이에 따라 규제가 강화되고 과잉 생산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증가할 것이다. 관세 문제 역시 더욱 심화하리라 전망된다”고 했다.


쿠마르 대사는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국가 간 융합이 진행되고 있음을 목격하고 있다. 인도와 한국이 10년 전 맺은 ‘한·인도 특별 전략적 파트너십’은 양국뿐만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을 포함한 글로벌 도전 과제 해결에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했다.


한국과 인도는 2010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었다. 2015년 모디 인도 총리 방한을 계기로 양국은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Special Strategic Partnership)’로 지위를 격상했다. 한국과 인도는 1973년 외교 관계를 수립했다. 한국은 러시아,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인도와 맺었다.


쿠마르 대사는 지난 10년 동안 양국이 장관급 대화, 국방‧군사 등 여러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해 왔다고 했다. 양국 간 무역 규모가 약 250억 달러에 이르지만 인도는 무역 적자(불균형) 약 110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의 대(對)인도 주요 수출 품목은 기계, 전자 제품 등이지만 인도의 주요 대한(對韓) 수출 품목은 주로 원자재 성격인 석유, 광물, 보석 등이다.


쿠마르 대사는 “코로나19 이후에도 인도의 경제 성장률은 연평균 7%를 유지하고 있으며 글로벌 공급망의 주요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KITA)는 투자하기 가장 적합한 지역으로 인도를 선정했다”고 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인도 시장 진출 사례를 소개하며 소형 모듈 원자로(SMR), 조선, 철강, 해양, 전기차, 수소 분야 등에서 양국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인도와 한국의 협력은 양국 번영의 핵심이자 인도-태평양 지역의 도전 과제를 (해결하는데)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 기업 530개 인도 진출


김희상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은 기조연설에서 한-인도 양국이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는 있지만, 이를 더욱 발전시켜 진정한 의미의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김 조정관은 “미중 패권 전쟁, 보호주의 확대 등 어려운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과 인도는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고 함께 대응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현재 방산 분야를 포함해 530여 개 한국 기업이 인도의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양국은 신흥 기술 협력뿐만 아니라 공급망(서플라이 체인) 분야에서도 지역적, 전략적 동반자로서 변화하는 세계 질서에 함께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 2기, 규범 기반 리더십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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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정책연구원 윤영관 이사장. 사진=조선DB

 

 

1세션에서 아산정책연구원 윤영관(전 외교부 장관) 이사장은 “트럼프 2기 시작과 함께 세계 질서는 대격변기에 들어섰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규범에 기반해 국제 질서를 주도해 온 미국이 리더십을 포기했다”며 “한-인도 간 협력 강화가 왜 중요하고, 어떻게 양국 이익에 기여하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했다.


윤 이사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러‧우 전쟁 종전 협상에 들어갔고 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바이패스(bypass, 우회)’했다. 미국과 유럽 내 나토 가입국 간의 관계가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다. 유럽 나토국은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데 엄두가 안 나는 듯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은 규범 기반 질서 속에서 세계 13위 경제국이자 민주 국가로 성장했다. 국제 정치가 규범이 아닌 힘으로 지배되는 혼돈의 세계로 급격히 추락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문제는 한국과 여타 민주주의 중진국들이 어떠한 태도를 보일 것인가다. 만약 소극적인 자세로 방관하며 눈앞의 개별 국가 이익 추구에만 전념한다면은 국제 관계는 1930년대처럼 빠르게 혼돈 상태로 빠져들어 갈 것이다. 반대로 상호 협력을 강화하면서 모든 국가가 국제 규범을 유지하고 지켜 나가도록 노력한다면 급격한 상황 악화를 막거나 최소한 지체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맥락에서 동아시아와 남아시아에서 상당한 경제력과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한국과 인도가 규범 기반 국제 질서를 지키기 위해 협력한다면 인도-태평양 국제 정세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이다.”

 

“한국-인도, ‘항행의 자유’ 협력 심화 중요하고도 긴요”

 

윤영관 이사장은 “한국과 인도 양국이 해양 안보, 특히 ‘항행의 자유’ 부문에서 협력을 심화하는 것이 중요하고도 긴요하다”고 했다. 이를 바탕으로 양국이 아세안(ASEAN)이나 일본 등과 소다자(少多者) 협력체를 만드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대만 해협, 남중국해, 믈라카 해협, 인도양, 호르무즈 해협, 홍해, 수에즈 운하 등의 해로(海路)가 한-인도 양국 모두에게 중요한 해상교통로(SLOC)이기 때문이다.


윤 이사장은 “최근 국제 질서의 두 번째 특징은 안보와 경제가 서로 맞물려 돌아가고, 그 결과 경제 안보와 글로벌 공급망 문제가 크게 주목받는다는 점”이라며 “필수 원자재나 희귀 광물 수출을 정치, 안보적인 목적 달성 수단으로 삼는 것이 일상적인 관행이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인도는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공유하고 있어 경제 안보 분야의 협력이 초래하는 정치적 부담이 거의 없다. 양국은 무역, 투자, 기술 분야 협력에 더해 경제 안보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윤영관 이사장은 이 같은 사례로 2021년 4월 인도-일본-호주 삼국이 체결한 역내 공급망 협력 강화 협정인 ‘공급망 회복 이니셔티브(SCRI)’를 들었다. 이 협정은 삼국 정부가 합의하면 다른 국가가 추가로 가입할 수 있다. 윤 이사장은 “한국이 이 협력에 추가 가입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이 과정에서 인도 정부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 외교, 활동 영역 넓혀야”


윤 이사장은 “현 국제질서의 세 번째 특징은 미중 간 대결이 더욱 심화하리라는 점”이라며 “미국은 유럽에 안보를 스스로 책임지게 하고, 자국에 가장 중요한 위협으로 간주하는 중국에 대한 압박과 대결에 더욱 집중하리라 전망된다. 중국은 이에 대응하고자 ‘전랑 외교(wolf warrior diplomacy)’ 대신 미국의 동맹국을 자국 영향권으로 끌어들이는 ‘미소 외교(smile diplomacy)’를 추진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한국 외교는 상승한 국력에 걸맞게 적극적인 세계 외교를 펼쳐 더 많은 우방국을 만들어 가며 외교의 공간적 영역을 확장해야 한다. 저는 10년 전부터 한국 외교가 미국과 중국, 일본, 북한과의 외교에만 함몰되지 말고, 공간을 확장해 나갈 것을 주장했다. 미중 대결 프레임(틀)을 넘어 우리의 외교적 시야와 공간을 훨씬 더 넓히는 것이 현재와 같은 어려운 상황에서 중요한 활로 개척의 수단이자 전략적 투자가 될 것이다.”


윤영관 이사장은 “2~3년 후에는 세계 3대 경제 대국이 될 민주주의 국가인 인도는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나라다. 한국은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에 대한 외교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주변 4국 외교에 집중하니 글로벌 사우스 국가에 대한 외교적 노력이 부족했다. 한국이 미국과 동맹이라는 점도 글로벌 사우스에는 거리감을 느끼게 했다. 이러한 심리적 간격을 적극적인 외교로 극복해 가면서 관계를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는 특히 한국의 글로벌 공급망의 탄력성을 강화하는 데에도 중요하다”고 했다.


윤영관 이사장은 한국과 인도가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었지만 실제로는 이에 부합하는 관계가 아니며, 양국은 안보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함에도 경제 교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간극을 줄이기 위해서는 양국 정치 지도자의 결단과 의지, 양국 정치권의 빈번한 교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의회 차원에서는 ‘한일의원연맹’이 한일 관계 개선에 기여했듯, 한-인도 간 의원 교류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미래 한-인도 관계를 이끌 청년 세대 간 상호 이해를 높이기 위해 대학 교류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했다.

 

2000년대 이후 美 대통령 관심사는 인도와의 관계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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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연구소 최윤정 부소장(외교전략센터장 및 인도태평양연구센터장). 사진=세종연구소

 

 

세종연구소 최윤정 부소장은 인도의 지정학적 가치 덕분에 미국과의 협력이 지속되리라 전망하면서도 보호무역주의에 기반한 무역 관세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2000년대 들어 미국과 인도의 협력이 강화돼 호혜적인 관계가 됐다. 이 시기 미국 대통령 5명 모두가 보인 공통점은 ‘인도와의 관계 개선’이었다. 2021년부터 미국은 중국을 제치고 인도의 가장 큰 교역국이 됐다. 양국 간 교역규모는 1900억 달러(2023-2024년)에 이르지만 인도가 상당한 대미 무역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향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무역 관세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럼에도 미국은 중국을 견제해야 하는 상황 때문에 인도를 핵심 파트너 국가로 삼고는 국방과 공급망 협력을 더욱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최 부소장은 한미 관계에 대해서는 “한국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480억 달러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문제는 미국의 확장 억제에 대한 신뢰가 약화할 수 있기에 한국이 경제 성장 동력을 확보함과 동시에 안보 공백을 어떻게 메워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한국과 인도가 서로에게 어떤 전략적 가치를 가질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인도, 동맹보다는 선택적 협력 선호

 

최윤정 부소장은 “2015년 맺은 한-인도 간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새롭게 발전시켜 ‘전략적 협력(strategic alignment)’을 해야 할 시기”라며 “인도는 한미 관계에서처럼 ‘동맹(alliance)’과 같은 방식이 아닌 ‘선택적 협력’을 외교 노선으로 삼고 ‘다자 협력(multi alignment)’에 기초해 주변국과 전략적 협력을 한다. 한국과 인도도 이 같은 모델을 참고해 양국 간 (새로운) 비전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인도는 ‘빅싯 바라시(Viksit Bharat, 선진 인도)’ 비전을 통해 2047년 세계 강국이 되고자 한다. 이를 위해 글로벌 사우스와 G20에서의 외교적 영향력 확대도 추구한다. 인도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잇고, 서구(West)와 반서구(Anti-west)를 있는 ‘비서구(not west)’ 국가다. 외교적 선택 영역이 넓고 확장성이 큰 나라다. 이에 한국도 인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글로벌 중추 국가(Global Pivotal State)’를 외교 노선으로 제시한 바 있다. 양국이 관계를 발전시키려면 양국 공통이 추구하는 가치, 자유민주주의, 법치주의 등과 같은 ‘질서 기반 규범(rule based order)’에 기초해야 한다.”

 

최윤정 부소장은 “인도는 2025년 경제 성장률이 6.5~7%로 예상된다. 미국의 중국 견제로 ‘차이나 플러스 원(China plus one, 중국에 편중된 생산 거점 분산)’의 가장 큰 수혜를 인도와 베트남이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한국과 인도 간의 무역‧투자를 증진하기 위해 맺은 ‘세파(CEPA, 한-인도 자유무역협정, 2010년 발효)’를 발전(개정)시켜 무역 자유화를 더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최 부소장은 한국이 가진 제조업 기술과 제품 상용화 역량을 인도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경제 협력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과 인도가 ‘서플라이 체인(공급망)’의 각 단계에서 어떻게 협력할지 명확하게 다뤄야 한다. 인도는 연구개발(R&D)이나 디자인, 기획, IT 분야에, 한국은 부품을 조립하고 대량 생산해 브랜딩(상품화)하는 데 강점이 있다. 양국이 협업할 땐 (구체적으로 역할을 분담해) 공급망을 전체적 수준에서 발전시키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한국-인도, 서로간 차이 인정하고 공통분모 찾아야”

 

최윤정 부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 경시’에 대해 “사업가 출신이라는 특성상 ‘코스트 앤 베네핏(비용 대비 효과) 분석을 중시해 양자 관계를 강조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소다자 형태이든, 다자 형식이든 한국과 인도가 서로를 챙긴다면 쿼드(Quad)나 한미일 안보 협력 분야에서 상호 이익이 되는 영역이 많다”고 했다.


최 부소장은 “한국과 인도는 전략적으로 지향점이 비슷하지만, 지정학적 위치, 동맹의 개념 등 다른 점도 많다”며 “차이를 인정하고 공통분모를 찾아 이를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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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경훈 월간조선 기자

입력 : 2025.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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