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소위 '제3지대 빅텐트'를 주장하며, 소위 '개혁신당'의 이준석 정강정책위원장에게 저자세 접근을 하고 있다.
'대통령 지지율' 올리는 건 '식은 죽 먹기'라는 식으로 '최고 전략가'를 자처하던 이준석 위원장은 지난 대선 당시 지금의 윤석열 대통령에게 '연습문제'를 냈듯이 이 전 총리에게도 여러 숙제를 던지고 있다.
이준석 위원장이 과거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 그리고 지금의 윤석열 대통령이 2년 넘게 경험한 '이준석의 맛'을 이낙연 전 총리에게 보여주기 시작한 셈이다. 이 전 총리 입장에서 보면, '이준석의 맛'을 시식하게 됐다고 할 수 있다.
이준석 위원장은 현재 '이낙연 길들이기' '이낙연 기선제압'이란 인상을 주는 언행을 이어가고 있다. 일단, 자신의 '연습문제'를 먼저 풀어보라고 하는 듯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이준석 위원장은 지난 11일, 이낙연 전 총리에게 '엄중 낙연'을 버리라고 요구했다. '엄중 낙연'은 이 전 총리에게 현안 관련 질문을 받을 때마다 구체적인 언급 없이 "엄중하게 본다"는 말만 되풀이해 붙은 '이낙연 별명'이다. 이는 이 전 총리를 비판하는 측에서는 그의 '우유부단'함을 조롱하는 의미로 사용한다.
이준석 위원장은 또 이낙연 전 총리에게 '기존 정치 문법'을 버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나 이준석이 미친 소리는 많이 하지만 새로운 것 역시 많이 하니 그것을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며 "본인 기득권부터 내려놓아야 한다"고 했다.
이낙연 전 총리는 ▲국회의원 5선 ▲광역자치단체장 초선 ▲국무총리 ▲집권여당 대표를 지낸 정치인이다. 이런 이에게 소위 '마이너스 삼선 중진'으로 불리는 이준석 위원장이 '기존 정치 문법'을 버리라고 한 '속셈'은 무엇일까. 또 '기득권을 내려놓으라'고 요구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러면서 '이준석을 신뢰하라'고 주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준석 위원장이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에게 했던 언행을 고려하면, 지금 그가 이낙연 전 총리에게 내놓는 말들의 '저의'를 추정할 수 있다.
즉, "이낙연의 '경험'은 낡은 '기존 정치문법'이므로 내세울 필요가 없고, 이낙연의 '정치 이력'과 그 '위상'은 '기득권'이므로 스스로 내려놔야 하며, 이준석이 내는 '연습문제' '숙제'만 잘 풀면 된다"는 얘기를 했다고 해석될 여지도 충분히 있다.
이 같은 이준석 위원장의 요구에 대해 이낙연 전 총리는 "좋은 충고다. 잘 안 떨어져서 그렇지, 나도 걷어내고 싶다"라고 말하며 "젊은 분들의 그런 충고를 언제든지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에서 나와 '배신자'란 소리를 듣는 이낙연 전 총리가 세력화를 위해 지금처럼 이준석 위원장에게 '저자제 접근'을 하는 것은 그나마 존재할 수도 있는 '호남 지지세'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결과를 자초할 수도 있다.
"호남을 대표하겠다. 호남 정치를 복원하겠다"는 정치인이 소위 '마삼중' 이준석 위원장의 '지도'를 받는 모습을 연출하는 것은 호남에 잔존하는 전통적인 '김대중당' 지지층의 '동정 여론'마저 스스로 걷어차는 '악수'일 가능성이 있다.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