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뉴시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민의힘 당적을 유지한 상태로 '신당 창당'을 주장하고, 관련 언행을 스스럼 없이 하고 있는 이준석씨에 대해 "우리 정치에 매우 드문 인재"라고 평가하면서 "시기가 되면 만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준석씨는 국민의힘 당원으로서 그 당적을 계속 보유한 상태로 '국민의힘'을 대체할, '신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석열의 변화' 운운하며 '조건부 신당 창당'을 줄기차게 얘기하고 다닌다.
이와 동시에 이준석씨와 함께 한때 '유승민계'로 분류됐던 국민의힘 인사는 "이준석을 끌어안지 못하면 국민의힘은 망한다"는 식으로 강변한다. 또 '이준석 포용론' '이준석 중임론' 등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준석 독자세력화'의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객관적 지표는 찾기 어렵다.
국민의힘 당내에 소위 '비윤' 중 '이준석 신당'에 합류할 인사는 현재까지 없다. 이씨가 '신당 창당 가능성 OO%'를 운운하면서 '신당' 얘기를 꺼낸 지 오래 됐지만 그렇다. '영남권 최소 30석' '총선 전 원내교섭단체 구성'과 같은 이씨의 '바람'이 실현될 수도 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그 어떤 움직임도 포착되지 않는다.
심지어 이준석씨와 '정치 운명 공동체'인 소위 '천아용인(이준석이 지난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시 내세웠던 천하람, 허은아, 김용태, 이기인)' 중 어느 누구도 명시적으로 '이준석 신당' 합류를 선언한 이는 없다.
물론 '신당 창당'을 운운한 이씨 역시 자신 표현에 따르면 '미친 X'들이 모인, '혁신'으로 고칠 단계를 이미 지난 국민의힘에 그대로 남아 '신당 창당 가능성 OO%'를 지금까지 되풀이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과연 그 누가 출현 가능성도 불분명한 '이준석 신당'에 참여하려고 할까.
이준석씨는 신당 창당 가능성과 그 확장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자, 소위 '제3지대'를 표방하는 인사들과 만나 이른바 '빅텐트'를 구성하려고 하지만, 애초 이씨가 만난 이들의 정치적 영향력과 파급력을 고려하면 큰 의미를 부여하기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이준석씨는 돌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연일 날을 세우며 '신당 창당 가능성'을 흘리는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구애성 발언을 했다. 이씨는 지난 6일, '문재인과의 차별화'를 조건으로 내걸면서 "이낙연 대표가 (문재인과) 생각이 좀 다르다면 그런 걸 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당시 이낙연 전 대표는 '이준석과의 만남'에 대해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며 '이준석의 접근'을 차단했다.
그랬던 이낙연 전 대표가 불과 이틀 뒤에는 이준석씨에 대해 “우리 정치에 매우 드문 인재다. 그분이 가진 장점도 있다”며 “시기가 되면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신당 창당설'을 흘리고 있지만, 현실적인 조건들이 뒷받침되지 않는 이 전 대표의 '한계' 때문에 '이준석과의 만남'을 얘기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낙연 전 대표는 '호남 출신'이지만, 호남 지역 표심을 좌지우지하지는 못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같은 지역 맹주가 아니란 얘기다. 심지어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서도 광주·전남에서 근소한 차이로 이재명 대표를 앞섰을 뿐, 전북에서는 패배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호남에서 '이재명 지지세'는 확실하게 존재하지만 '이낙연 지지세'는 확인하기 쉽지 않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이낙연은 '지역 기반'이 없다. 이재명의 자칭 '개딸'과 같은 강력한 지지세력도 없다.
또 이낙연 전 대표의 경우에는 그를 따르는 현역 의원들이 많지 않다. 극소수에 불과하다. 더불어민주당 안에서 '비명'을 자처하는 현역 의원은 30명 안팎으로 추정되지만, 그 중 '이낙연계'로 분류되는 소위 '친낙계'는 10명 미만이다. '비명계'라고 해서 전부 다 '친낙계'는 아니란 얘기다.
이를 고려하면 '이낙연 신당'은 이낙연 전 대표의 '독자세력'으로는 성립 불가능하다. 세를 여기저기서 끌어모아야 한다. 그런 입장에서 '배제 대상'을 특정하고, 이를 명시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자충수일 수밖에 없다. 그런 차원에서 '이준석과의 회동 가능성'을 흘린 것은 지극히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에 불과할 수 있다.
이낙연 전 대표의 최종 목표가 '신당'이 아니라 '민주당 당권'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국민의힘을 공격하며 연일 언론 지면에 등장하는 '이준석'을 이용해 자신에 대한 관심도를 제고하는 것은 물론 '신당 창당'을 실행할 수도 있다는 '엄포용'으로 '이준석'을 언급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 목적이 무엇이든지, 이낙연 전 대표가 밝힌 '이준석과의 회동'은 패착일 가능성이 크다. 자신의 '정치적 배경'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꼴이기 때문이다.
이낙연 전 대표가 그나마 지금과 같은 정치적 위상을 갖게 된 이유는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란 배경 때문이다. 총리직을 맡기 전까지 우리 국민 중 '이낙연'이란 인물을 대선주자로 떨올린 이는 전체의 1%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렇다. 또 그는 그 배경을 발판으로 거대 집권여당의 대표를 맡기도 했다.
이낙연 전 대표가 아무리 호남에 가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강조해도 그는 '문재인 사람'일 수밖에 없다. 그런 그가 '문재인과의 차별화'를 할 수 있을까.
또 이준석씨의 전력을 고려했을 때 '이낙연+이준석'의 조합은 그 결말이 좋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지역 기반이 없고, 조직이 없고, 지지세도 적은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정치적 목표를 안고 같은 당에 있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이낙연 전 대표 입장에서 한 가지 더 감안해야 할 점은 바로 '이준석의 과거'다. ▲바른미래당 시절 '손학규 퇴진'을 주장하면서 보는 이를 진절머리나게 한 당권 투쟁을 전개하다가 결국 당을 깨고 나온 일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과 통합을 추진할 당시 '황핵관' 운운하며 "보수 통합 판을 깨려 한다"고 주장한 사실 ▲2021년 대선 경선 과정에서 지금의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인 언행 ▲2021년~2022년 대선 당시 '윤핵관'을 운운하며 두 차례 가출한 이력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윤 대통령을 향한 '양두구육' '신군부' '엄석대' '미친X들의 수장' '서울에 있는 환자'와 같은 조롱들을 다 알면서도 '이준석의 맛'을 보겠다고 하는 것인가.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