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뉴시스
6월 23일 정복 차림의 여성 경찰 간부가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경찰 중립성 보장’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그가 들고나온 팻말에는 “경찰 중립성 보장. 권력 종속 NO! 민주통제 YES!”라고 적혀 있었다.
시위를 벌인 사람은 전남자치경찰위원회 자치경찰정책과장인 박송희 총경. 전남 광양 출신으로 경찰대를 10기로 졸업하고, 전남경찰청 여성청소년계장, 여성청소년수사계장 등을 지냈다. 문재인 정권이 밀어붙였던 ‘검찰개혁’의 결과 수사종결권까지 손에 쥘 정도로 힘이 세졌으면서도 별다른 견제를 받지 않고 있는 경찰에 대한 통제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행정안전부가 추진 중인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설치에 반대하는 시위에 총경 이상 간부가 나선 것은 그가 처음이었다. (박 총경은 자신이 경찰국 설치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의견 수렴이나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고 경찰국 설치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데 대해 반대하는 것이라고 알려왔다).
박송희 총경은 이후 경찰 내부 게시판에서 ‘집단 사표라도 내서 항의 표시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면서 경찰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한 것과 관련, “우리에게 적(敵)이 있다면 그들은 분명히 우리가 서로를 탓하고 분열하기를 원할 것”이라며 “한국 경찰은 세계 초일류 경찰이다. 서로 다독이고 위로하며 손에 손을 잡고 작금의 벽을 넘어가자”고 말했다.
박송희 총경의 시위 사실이 알려진 후, 인터넷이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다시 회자되고 있는 사건이 하나 있다. 언론 등을 통해 여러 차례 다루어진 ‘곡성 성폭행 무고 사건’이 그것이다.
사업가 김 모씨는 2015년 사업차 내려간 전남의 한 마을 빌라 1층에서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던 중 성폭행 가해자로 몰렸다. 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사람은 빌라 2층에 살던 18살짜리 지적장애(2급) 여성 정 모씨이었다. 김 모씨는 피해자의 얼굴도 모른다며 결백을 호소했다. 정 모씨는 여러 차례 진술을 번복했고, 진술 가운데 모순이 되는 내용도 많았다. 경찰은 김 모씨가 정 모씨를 성폭행했다는 모텔이 당시 공사 중이었다는 기본적인 사실도 외면했고, CCTV를 확보하려는 노력도 게을리했다. 경찰은 정 모씨의 고모가 김 모씨를 가해자로 지목한 것만 믿고 김 씨를 검찰로 송치했다. 검찰도, 법원도 김 씨의 호소를 외면했다, 1심 재판부는 김 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김 씨의 딸은 아버지의 결백을 밝혀내기 위해 1년 동안 곡성에 내려가 살았다. 그녀의 노력의 결과 하나 둘 진실이 밝혀졌다. 무엇보다도 정 모씨가 진술을 번복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놀랍게도 그녀를 성폭행한 것은 고모부 이 모씨였다. 그녀는 14세 때부터 고모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하지만 고모는 조카를 구해주기는커녕 조카를 학대했다. 이 모씨 부부는 더 나아가 돈을 목적으로 조카를 성폭행했다고 이웃 사람들을 무고하기까지 했다. 김 모씨 역시 그러한 무고의 희생자였던 것이다.
김 모씨는 11개월의 무고한 옥살이 끝에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그와 그의 가족들은 심신이 상하고 경제적으로 곤궁에 처하게 됐다.
그를 무고했던, 정 모씨의 고모는 무고, 무고교사, 강요, 특수강요, 협박, 모해위증, 명예훼손,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7년, 2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고모부 이 모씨는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2019년 3월 5일 KBS ‘제보자들’, 2019년 4월 2일 MBC PD수첩 등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당시 전남경찰청 여성청소년계장이 박송희 총경(당시 경정)이었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박송희 총경은 경찰의 입장을 설명했다.
예컨대 PD수첩 측이 “B모텔의 CCTV는 확보하셨나요?”라고 묻자 박 총경은 “통상적으로 무인텔은 (CCTV) 저장기간이 일주일 정도고 (업주와) 전화 통화를 했을 때 업주가 ‘우리도 CCTV 저장 기간이 일주일’이라고 진술을 했습니다. 그래서 CCTV 자체를 가서 확인하지 않았죠. 이미 (사건 발생 후) 3개월이 지난 시점이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무인텔에 있는 CCTV를 확인하는 것은 별로 실익이 없다고 판단을 한 거죠”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모텔 사장은 “(경찰과 통화한) 기억이 없어요, 받은 기억이. 경찰이랑 통화한 기억이 없다고. 나한테 전화했다고 하는 건 거짓말인 거죠”라면서 “출입구를 포함한 모든 카메라의 저장기간은 119일(4개월) 저장됩니다”라고 주장했다. (박송희 총경은 당시 경찰은 모텔 직원과 통화를 했으며, 모텔 사장도 경찰과 직원이 통화한 사실 등을 인정했으나 방송사가 이러한 사실을 편집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알려왔다).
박송희 총경은 KBS '제보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당초 피해자의 증언을 경찰이 면밀히 살피지 못한 데 대해 “고모부에게 당했던 일을 그대로 제3자에게 대입시켜서 가해자로 얘기할 거라고는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가해자의 변소 내용, 변명 내용을 제가 좀 더 확인해 주지 못한 점은 좀 안타깝게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그 역시 경찰 제 역할을 하지 못했음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어쨌거나 고의는 아니었지만 (경찰이) 억하심정이나 원한관계가 있는 건 아니잖아요?” "진실은 하늘만이 알고 있겠죠?"라고도 했다.
그는 2021년 1월 ‘경찰의 꽃’이라고 하는 총경으로 승진했다.
* 이에 대해 박송희 총경은 자신이 직접 곡성성폭력무고사건을 수사한 바는 없으며,2019년 2월에 전남청 여청수사계장으로 발령을 받고 근무하던 중,기사에서 언급된 2016년 검찰로 송치한 곡성사건이 무죄판결로 이슈화되어, 2016년 당시 수사를 담당한 계장과 수사관을 대신하여 언론인터뷰에 응한 것이라면서 2021년 본 사건의 피해자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결과, 수사기관의 수사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법원의 최종판결을 받아 원고패소한 사건이라고 밝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