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명한 TV쇼중에 오프라 윈프리 쇼가 있습니다. 한 방청객의 얼굴이 너무도 동안(童顔)인 이유를 묻자 그녀는 ‘치질연고’ 라고 답했습니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 일 것이라 생각하지만 약간의 의학적 지식만 있으면 가능성이 있는 대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흔한 질환이자 가장 숨기고 싶은 질환인 치질은 상태나 원인에 따라 다양한 이름(치핵, 치루, 치열, 치질)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자세한 분류는 논외로 하고 모두다 항문에 발생하게 되는 질환입니다. 항문이랑 부분은 해부학적으로 대장과 외부를 연결해 주는 부분의 입구를 뜻합니다. 중국어로는 강먼이라 부르는데 더러울 ‘강’ 자에 문 ‘먼’ 자가 더해진 글자이기도 합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일반적으로 대변이 나오는 통로이기 때문에 더럽고 세균도 많이 살고 있습니다. 또한 필요할 때에는 닫혀 있고 필요시에는 넓어져야 하므로 미세한 신경들과 혈관, 섬세한 괄약근이 모여 있는 기관입니다.
따라서 한번 상처가 생기면 쉽게 감염이 되기 쉽고, 상처가 나지 않더라도 염증과 가려움증은 자주 일어나기도 합니다. 그리고 내부 장기와 신경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자극이 일어나면 집단경련 증상이 일어나 전체적인 복통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즉, 이러한 부위는 사람의 표피보다 예민하다고 볼 수 있고 약을 쓸 때에도 피부 상처보다는 좀 더 신경을 써서 치료하여야 합니다.
치질연고의 구성성분을 잘 살펴보면 클로로헥시딘, 테트라히드로졸린, 알란토인, 리도카인, 멘솔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클로로헥시딘은 항생제로 감염균을 죽이고, 테트라히드로졸린은 혈관을 수축시켜 출혈을 예방하고 가려움증완화와 동시에 붓기를 줄입니다. 알란토인은 피부보습효과로 상처의 회복을 돕고, 리도카인은 마취제로 통증 전달을 차단합니다. 멘솔 또한 시원함 효과(통증붓기완화)를 담당합니다.
정리하자면 항생제, 붓기 완화, 가려움예방, 통증완화, 보습 효과가 있는 연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판매되는 상처연고는 크게 항생제연고와 새살촉진연고(일부는 항생제 포함)으로 나뉘게 되는데 이런 연고들보다 확실히 기능적인 면에서 우수하고 다양한 작용을 합니다. 특히 일반적인 상처연고에는 통증을 줄여주는 기능이 빠져있습니다.
일례로 한 정형외과 의사는 등산 중에 발목이 삐었을때 응급처치로 치질연고를 발라 내려오는 동안 통증을 완화했다고 합니다. 물론 연고의 성분마다 적용하는 부위는 확실히 차이가 있을지라도 기능적인 면만 살펴보자면 더 복합적인 기능을 하는 것은 확실합니다.
보톡스를 아십니까? 피부미용으로 많이 사용 됩니다. 보톡스는 근육주사를 통해 근육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킴으로 인해서 수축효과를 보는 주사제 입니다. ‘마비’ 기능을 통해 주름을 없애고, 동안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런 측면으로 보자면 리도카인이나 알란토인과 같은 치질연고의 성분은 보습을 도우며 주름을 개선할 수 있는 효과를 가진 것은 분명합니다.
방송의 이슈에 힘입어 치질연고를 미용목적으로 쓰려고 미국에선 붐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상처에 이용하는 연고이다 보니 바셀린과 같은 지용성 기제로 의해 지나친 유분을 얼굴에 바름에 따라 모낭 속에 피지가 쌓여 낭포성 여드름이 생기는 부작용 때문에 방송이후 회사측에서는 미용목적으로는 사용하지 말라는 권고를 했었습니다. 약물 오용의 부작용 사례이지요.
즉, 모든 약은 적용하는 부위와 용도에 맞게 개발되었습니다. 그러나 치질연고는 작용하는 부위의 특성상 일반인들이 단순히 치질을 없애는 연고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물론 이것도 성분이나 설명서에 관심이 없는 환자의 문제입니다. 또한 판매한 약사의 설명이 부족한 탓이기도 합니다.
야간에 약국에 피부 대상포진 환자가 약국에 들렀던 일이 있습니다. 병원에서 준 항바이러스 연고, 조제한 약들을 먹어도 아파서 잠을 잘 수 가 없는데 밤이라 병원에 다시 갈수가 없다고 방문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일단 급한 대로 치질약드리고, 피부에 발라 통증을 예방하고 다음날 오전에 다시 내원하실 것을 당부 드렸습니다. 다음날 환자분께서 덕분에 너무 편히 잘 잤다고 연락이 오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약이라는 것을 구입할때 단순이 ‘어디 쓰는 것’ 이라기보다,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지 알고 구매하시거나 복용하시는 습관을 추천드립니다.
이러한 습관이 약물오용으로 이루어 질 수도 있지만 또 다른 오용을 예방하는 효과가 상회한다고 생각합니다. 가끔 저도 손에 상처가 나고 많이 아플 때에는 치질연고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약물을 똑바로 알고 쓰는 습관을 길러야 할 것입니다.
자, 그렇다면 마데카솔과 후시딘은 어떤 역할을 하는 연고인지 찾아보세요.
글 = 황윤찬 약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