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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Room Exclusive

'유엔제재 때문에 교과서 찍을 종이도 없다'던 북한, 무슨 종이로 삐라 1200만장 찍었을까?

펄프 없어 옥수수껍질-갈대로 종이 만들어...유네스코-NGO등에서 교과서 용지 지원하기도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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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탈북자들이 그동안 북한으로 삐라를 날려 보낸 데 대한 ‘보복’으로 1200만 장에 달하는 삐라를 찍어대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6월20일 ‘격앙된 대적의지의 분출 대규모적인 대남삐라 살포 투쟁을 위한 준비 본격적으로 추진’ 제목의 기사에서 "우리 인민의 보복 성전은 죄악의 무리를 단죄하는 대남삐라 살포 투쟁으로 넘어갔다"고 주장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출판기관들에서는 북남합의에 담은 온 겨레의 희망과 기대를 2년 세월 요사스러운 말치레로 우롱해온 남조선 당국자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들씌울 대적 삐라들을 찍어내고 있다"면서 "지금 각급 대학의 청년 학생들은 해당한 절차에 따라 북남접경지대개방과 진출이 승인되면 대규모의 삐라살포 투쟁을 전개할 만단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의 ‘대남 삐라 살포 투쟁’ 보도에 대해 북한인권운동가나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교과서 찍을 종이도 없다더니…”라는 냉소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
북한은 1990년대 이후 종이 부족이 심각해졌다. 목재 펄프의 주요 공급원이었던 소련 및 동구 사회주의권이 붕괴한 데다가 북한의 산림마저 황폐해진 것이 그 주요 원인이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국내에 입수된 북한 교과서들을 보면 1960~70년대 두루말이 화장지로나 썼을 법한 거무튀튀한 저질 종이에 인쇄되어 있었다. 2005년 3월 《연합뉴스》이 입수해 국내에 소개한 북한 교과서는 활자가 제대로 인식되지 않을 정도였다. 이는 펄프가 아니라 옥수수 껍질로 종이를 만들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실들이 알려지면서 국내외 NGO나 국제기구에서는 북한에 교과서 종이 보내기 운동을 펼쳤다. 유네스코는 2007년 유네스코신탁기금을 통해 북한에 200톤의 영어교과서 용지를 보낸 데 이어, 2006년에는 대한교과서(주)에서 사용하던 교과서용 중고 인쇄기를 북한에 지원했다. 전라북도 교육청과 전북겨레하나는 2005년 3월 북한에 교과서용 종이 280톤을 보냈다.

하지만 북한의 종이 사정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북한이 유네스코에 보고한 교과서 보급률은 60%이지만, 국내 전문가들은 실제로는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교과서들은 국정가격으로 공급하지만 초급중학교(한국의 중학교)나 고급중학교(고등학교)에서는 혁명역사교과서, 수학, 영어 교과서만 공급됐고 나머지는 시장에서 구입해야 하는데, 이로 인해 가난한 집안 자녀들은 교과서도 제대로 살 수 없다고 한다.
2014년 4월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과학교육부는 ‘전반적 12년제 의무교육’을 도입하면서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학습장(노트)에 필기하지 않아도 되는 ‘청강필독(聽講必讀)’식 교수법이라는 것을 지시했다. 이는 “학습장에 쓴 내용만 줄줄 외우는 것은 잘못된 교육방법”이라는 김정은의 교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를 극심한 종이 부족 현상에 따른 조치로 받아들였다. “현재 극심한 종이 사정으로 《로동신문》조차 제대로 찍어내지 못하고 있는데, 학생들이 쓸 학습장(노트)이야 더 말해 뭘 하겠냐?”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북한은 이러한 상황도 ‘유엔의 대북제재’탓으로 돌리고 있다. 북한 외무상 이수용은 유엔에서 “유엔 제재 때문에 교과서 찍을 종이도 없다”면서 “이는 아동권·교육권 침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자력갱생’ ‘주체적’ 방식으로 종이 부족 현상을 타개하려는 노력도 있다. 그 중 하나가 펄프 대신 갈대를 종이 원료로 사용하는 것이다.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2019년 9월 3일 ‘종이생산의 돌파구가 확고히 열리고 있다’면서 ‘신의주화학섬유공장에서 비단섬 갈대로 종이를 생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의주화학섬유공장은 압록강 하구에 있는 비단섬에 무성한 갈대를 기본원료로 화학섬유, 종이, 천 등을 생산하는 공장. 이 공장에서 ‘심각한 종이생산의 돌파구를 열기 위해 목재 펄프를 일체 쓰지 않고 안정적이면서도 저렴하게 확보할 수 있는 갈대 100%로 된 종이’ 제조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교과서용 용지도 부족해 옥수수 껍질과 갈대로 종이를 만든다는 북한, 유엔 제재로 교과서 찍을 종이도 없다는 북한이 대남삐라 1200만 장을 살포하겠다고 호언하고 있다. 극심하던 종이 사정이 나아진 것일까? 아니면 ‘주체 종이’인 갈대로 만든 종이 인쇄해서 보내는 것일까? 두고 볼 일이다.

입력 : 2020.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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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영 ‘어제 오늘 내일’

ironheel@chosun.com 어려서부터 독서를 좋아했습니다. 2000년부터 〈월간조선〉기자로 일하면서 주로 한국현대사나 우리 사회의 이념갈등에 대한 기사를 많이 써 왔습니다. 지난 70여 년 동안 대한민국이 이룩한 성취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내용을 어떻게 채워나가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2012년 조국과 자유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45권의 책을 소개하는 〈책으로 세상읽기〉를 펴냈습니다. 공저한 책으로 〈억지와 위선〉 〈이승만깨기; 이승만에 씌워진 7가지 누명〉 〈시간을 달리는 남자〉lt;박정희 바로보기gt;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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