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04년 8월 이라크로 투입되기 위해 오산기지에서 비행기에 오르는 주한미군 2사단 2여단 병사들. 주한미군이 감축되거나 철수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 사진=조선DB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독미군 9500명을 9월까지 감축하라고 미 국방부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메르켈 독일 총리와는 의논조차 없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독미군 감축을 지시한 것은 1차적으로 ‘분담금’문제 때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독일에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방위비 지출을 늘리고, 주독비군 분담금도 늘리라고 요구해왔다. 하지만 독일은 방위비를 평균 국내총생산의 1.3%으로 유지한다는 입장을 고집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거절 해 왔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면서 한국에 대해 급격한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를 해 온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한미군도 감축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 브레인 중 하나였던 이수훈 전 주일대사는 6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주한미군 감축은 머잖아 불가피한 현실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수훈 전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을 중시하지 않는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 분딤금 협상에서 예사로 주한미군 감축을 꺼내들었다”고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이 전 대사는 “트럼프가 재선이 되건 민주당 후보가 되건 주한미군 감축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수훈 전 대사는 그 이유로 미국의 재정형편과 코로나19사태를 꼽았다. 그는 “일단 미국의 재정이 구조적으로 좋지 않다. 돈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이번 코로나위기를 거치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가 바로 미국의 행동에 의해 크게 훼손되었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사는 “이제 망가진 자유주의 국제질서는 위력이 없고 미국이 자신의 돈으로 전 세계에 미군을 주둔시킬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라면서 “중기적 과제로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에 미국 내 안보전문가들 중에는 바로 그 ‘재정적 이유’ 때문에 주한미군을 섣불리 감축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미 육군 특수작전사령부 대령 출신의 데이비드 맥스웰 미국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6월 8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주독미군 철수 지시 보도를 보면서 생각났던 질문은 국방부가 이 많은 미군과 장비, 그 가족들을 미국에서 수용할 준비가 돼 있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기에 주한미군까지 감축하면 그들을 어디에 수용하나? 이건 다 미국 납세자의 부담”이라고 주장했다. 한 마디로 미국 본토 내에 독일 및 한국에서 철수시킨 미군과 그 가족들을 수용할 시설이 부족하다는 이유 때문에라도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은 낮다는 얘기였다.
미국 랜드연구소 군사전문가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도 6월 8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9500명의 주독미군을 철수하면 이들을 수용하기 위한 새로운 시설을 미국에 건설해야 한다”며 “현재 국방예산으로 이것이 가능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방위비 분담금 문제로 주한미군까지 감축하면 이들까지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국 국방부는 현재로서는 주한미군 감축까지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제문제 전문가인 이춘근 박사도 《월간조선》 2019년 3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트럼프는 ‘한국에 군대를 주둔시키는 것은 대단히 비싼 일’이라지만, 미국에 군대를 주둔시키는 건 더 비싼 일”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미국의 안보전문가들도 주한미군 철수에 대해 부정적이다. 존 틸럴리 전 주한미군 사령관은 6월 8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주독미군 감축 지시가 주한미군 감축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한미동맹은 한반도 뿐 아니라 전 지구적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주한미군이 감축되길 바라지 않는다. 주한미군을 통해 북한의 위협을 억지해서 한반도의 전쟁을 방지하는 것은 미국의 이익이다”라고 답변했다.
맥스웰 미국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도 “주한미군이 감축 혹은 철수하면 북한은 이를 기회로 여겨 도발할 수 있기 때문에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군은 미국의 이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미 베라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아태소위원장(민주, 캘리포니아)은 지난 5월 28일 미국 퀸시 인스티튜트와 한국의 동아시아재단이 공동 주최한 화상 토론회에서 “주한미군 감축은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는 미국이 더 이상 역내에 충분히 관여하지 않는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주독·주한미군 및 그 가족들을 미국 내에 수용하는데 따르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미국 국방부의 현실적인 문제에 구애받지 않고 전격적으로 (감축)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고 말했다.
월러스 그렉슨 전 국방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도 6월 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서 “한국과의 방위비 문제로 백악관에서 나오는 불만을 보면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