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19일 국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날이었다.
한 여성지는 한상훈 전 청와대 조리장을 인터뷰했다.
'관저에 전문 운동 기구가 많이 들어갔다는 보도가 있었다'는 질문에 한 전 조리장은 이렇게 답했다.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열흘가량 관저 인테리어 공사를 했다. 그때 슬쩍 보니 지난 정부까지 안방으로 사용했던 공간을 사방이 거울로 된 방으로 바꾸고 실내 체육관처럼 만드는 것 같았다."
그렇게 처음 제기됐다. 박근혜 거울 방은.
2017년 1월 18일 한 방송은 관저 내부를 취재했다며 <[사실은] 靑 관저 보니 그냥 '사적 공간'…'거울 방' 용도는?>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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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송의 박근혜 거울 방 보도 캡쳐. |
당시 앵커는 공교롭게도 지하철역에서 휴대전화 카메라로 여성을 불법 촬영한 혐의를 받는 전직 앵커였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은 이 사람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어쨌든 당시 리포트 내용을 보자.
<기자: (중략) 서재 바로 옆에는 이른바 '거울 방'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사방에 거울을 붙여놨다고 해서 그렇게 불리는데, 역대 다른 대통령들이 거실로 썼던 공간인데 박 대통령이 들어온 뒤 거울을 사방에 붙여놨다고 합니다.
앵커: 사방에 거울 있는 방에서 뭘 하는 거죠?
기자: 윤전추 행정관이 트레이너 출신이라 박 대통령의 운동을 도와주지 않았을까 추정됩니다. 윤전추 행정관이 평소 대기하는 곳도 거울방과 가깝습니다.>
당시 이 보도에 대한 댓글을 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마치 정신병자인 것처럼 표현하고 있다. "도대체 거울방에서 먼짓거리를 한거지?" "거울방 비아그라……." 등이 그것이다.
이후 정치권에선 박 전 대통령의 관저 거실에 거울이 사방에 붙어있다는 이야기가 계속 흘러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 입성한 직후인 2017년 5월 15일 한 일간지에서 익명의 민주당 관계자 입을 빌려 이렇게 보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바로 다음 날에 청와대 관저에 들어갈 수 없었던 이유는 '박근혜 거울 방' 때문이었다. 실무진이 관저를 손보려고 들어갔는데 거울이 사방에 붙어 있어서 깜짝 놀랐다. 그 거울을 떼고 벽지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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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종편의 박근혜 거울 방 보도 캡쳐. |
문재인 대통령이 이 때문에 취임 사흘이 지나서야 관저에 입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방으로 대형 거울에 둘러싸인 방에서 지냈다'는 식의 보도는 또 다시 인터넷, 소셜미디어, 종편 방송 등으로 재생 확산됐다.
박 전 대통령의 제부이자 박근령 씨의 남편인 신동욱 공화당 총재는 보도 바로 다음날인 16일 트위터에 ‘거울 방’을 언급하며 “문고리 3인방에 둘러싸여 세상과 불통된 단절의 벽이고 단절의 방”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박근혜 거울방과 관련한 정부 여당 관계자의 주장과 그간 언론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휘종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은 "제일 처음 거울방의 존재를 주장했던 전직 조리장은 '공간을 사방이 거울로 된 방으로 바꾸고 실내 체육관처럼 만드는 것 같았다'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했는데, 그게 사실처럼 알려졌다"며 "실제 대통령의 관저에 들어가 보고해 본 사람으로서 정확히 이야기하면 거울은 한쪽 벽면만 있었다. 사방이 거울로 둘러싸여있다는식의 '박근혜 거울 방' 보도는 가짜뉴스"라고 했다.
그의 이야기다.
"다른 대통령들은 가족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족이 없는 박 전 대통령은 혼자 큰 넓이의 관저(본채 244평)에서 혼자 생활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본인 동선에 맞게 방을 재배치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들이 사용한 큰 침실을 사용하지 않고, 작은 방을 침실로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대통령들이 거실로 사용하던 공간에서 단전호흡 등 운동을 하셨죠. 이 방 한쪽 면에 거울이 붙어있었던 것입니다."
김 전 행정관은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박근혜 전 대통령의 ‘LIKE PP_박대통령처럼'(https://www.youtube.com/user/pgh545)에서도 이렇게 주장했다.
청와대 관저에서 살림살이를 해온 김막업씨도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분이 거처한 방에는 큰 거울이 없다. 화장대의 둥그런 거울과 세면장에 붙어 있는 거울밖에 없다. 외부 일정이 없으면 머리 손질이나 화장을 안 한다. 내실에서는 머리를 뒤로 묶고 두건을 쓰고 있다. 외부 일정이 있을 때만 미용사를 불러 미용실에서 손질 받았다. 관저 안에 큰 거울이 있다면 운동실이 유일하다. 한쪽 벽면만 거울로 돼 있었다. 이 운동실은 원래 대통령 내실에 딸린 접견실을 개조한 것이다."
진실은 언젠가 밝혀지기 마련이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