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자유한국당이 추천한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위원 3명 가운데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와 권태오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에 대한 임명을 거부하고 국회에 재추천을 요구했다.
임명 거부 이유는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이하 ‘5·18진상규명법’ )이 정한 자격 요건 미달이다. 문 대통령은 3명 중 차기환 변호사(전 수원지방법원 판사)에 대해서는 재추천 요청을 하지 않았다.
이 법이 정한 위원의 자격 요건은 총 5가지로 이 중 한가지를 충족하면 된다. ▲판사·검사·군법무관 또는 변호사의 직에 5년 이상 재직한 사람 ▲대학에서 역사고증·군사안보 관련 분야, 정치·행정·법 관련 분야, 또는 물리학·탄도학 등 자연과학 관련 분야 등의 교수·부교수 또는 조교수의 직에 5년 이상 재직한 사람 ▲법의학 전공자로서 관련 업무에 5년 이상 종사한 사람 ▲역사고증·사료편찬 등의 연구 활동에 5년 이상 종사한 사람 ▲국내외 인권분야 민간단체에서 5년 이상 종사한 사람 등이다.
![]() |
권태오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왼쪽)과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 사진=한국당 제공 |
한국당이 추천한 이 전 기자와 권 전 처장은 이 자격 요건 중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이같은 내용의 공문을 국회로 보냈다고 전했다.
그러나 범여권이 추천한 인물 역시 제척사유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같은날 청와대가 '적격'으로 판단한 인물은 국회의장이 추천한 안종철 한국현대사회연구소 박사를 비롯해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송선태 전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민병로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윤정 오월민주여성회 회장·이성춘 송원대 교수, 바른미래당이 추천한 오승용 전남대 5·18연구소 연구교수다.
이들 가운데 제척·기피·회피 사유에 해당할 소지가 있는 인물은 안종철 전 단장, 송선태 전 5·18기념재단 상임이사, 이윤정 회장, 오승용 교수다.
법조계에서는 진상규명위원장으로 유력시되는 안종철 5·18기록물 유네스코세계기록유산등재추진단장의 경우, 특별법 제14조 1항이 규정하고 있는 제척사유 중 하나인 ‘위원이 위원회 진상규명사건에 관하여 증언이나 감정을 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변호사는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록추진단장이란 직책은 5.18 피해자 전체를 대리하여 이 건 관련 업무를 대리하였으므로 역시 제척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선태 전 5·18기념재단 상임이사, 이윤정 5월민주여성회 회장은 5‧18 당시 구속됐던 인물로 특별법 제14조 1항이 규정하고 있는 제척사유 중 하나인 ‘위원 또는 그 배우자나 배우자였던 사람이 위원회 진상규명사건의 가해자 또는 희생자ㆍ피해자인 경우’에 해당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오승용 전남대 5.18연구소 연구교수도 제14조 3항 '위원이 위원회 진상규명사건에 관한 수사 또는 재판에 관여하였던 경우'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앞서 국회는 지난해 2월 본회의에서 5·18진상규명법을 의결했다. 5·18진상규명법은 일정한 자격 요건을 갖추고 있고 국회가 추천하는 9명의 위원(국회의장 1명, 더불어민주당 4명, 자유한국당 3명, 바른미래당 1명)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은 진상조사위원 추천권을 반납하라"고 주장했다. 강병원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한국당은 5·18 특별법이 정하는 자격요건조차 충족하지 못하는 후보들을 억지 추천해 군사독재정권과의 대척점인 5·18 민주화운동 진상조사를 시작부터 가로막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당은 지금이라도 진상조사위 추천권을 반납해 5·18 진상조사위 출범에 즉각 협조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글=월간조선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