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령도의 해안 철책을 보수하는 군인들. 사진=조선DB
정부가 ‘9·19남북군사분야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 GP(경계초소)를 철수한 데 이어 오는 2021년까지 전국 해안에 설치된 군(軍) 철책과 사용하지 않는 초소 등 군사시설을 없애기로 했다. 앞으로 철거될 해·강안(海·江岸) 철책의 길이만 284km에 이르며, 유휴(遊休)시설은 8,300개소에 달한다.
국방부와 국민권익위원회는 20일 오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유휴 국방·군사시설 관련 국민 불편 해소를 위한 이 같은 개선방안을 공동 보고했다. 권익위는 사용하지 않고 방치된 국방·군사시설로 인한 국민 불편을 해소하고 지역개발 활성화를 위해 국방부에 개선방안을 권고했다. 국방부는 이를 토대로 2021년까지 총 3,522억 원을 투입해 국방·군사시설 철거 등 대대적인 정비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구체적으로 우선 2021년까지 적(敵) 침투를 막기 위해 동·서해안에 설치했던 해·강안 철책과 초소 중 작전수행에 꼭 필요한 시설을 제외하고, 모두 철거하기로 했다. 국방부가 집계하는 전국 해·강안에 설치된 경계 철책의 길이는 413.3km이다. 이 가운데 이미 철거가 승인된 114.62km 외에 169.6km를 추가해 2021년까지 총 284km를 철거할 방침이다.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주요 철거 지역은 ▲충남 서천 춘장대해수욕장~장항항 구간(4.55km) ▲충남 안면도 만리포 해변(1.87km) ▲인천 만석부두~남항입구(3.44km) ▲경기 화성 고온이항 출구~모래부두(6.5km) ▲강원 고성 대진항~화진포 해수욕장(1.57km) ▲경북 영덕 죽변~봉산리 구간(7.1km) 등으로 나타났다.
기존 철책 중 군사적으로 꼭 필요한 129km를 제외하고, 나머지 지역은 주민들에게 개방하는 등 민간의 출입을 자유롭게 허용할 방침이다. 군은 철책을 제거한 지역 중 134km에는 최첨단 감시장비를 설치, 경계작전을 펼칠 방침이다.
국방부는 또 부대 시설 중 낡고 오래돼 안전상의 이유로 사용하지 않는 시설 8,299개소(120만㎡)를 2021년까지 모두 철거하기로 했다. 이 중 부대 내부시설은 6,648개소이고, 부대 외부시설은 1,651개소이다. 해안과 강변에 사용하지 않고 방치한 군 초소 483개소도 포함됐다. 철거되는 시설은 전국 50개 지자체에 분포돼 있다. 지역별로는 강원도 3,199개소, 경기도 2,754개소로 두 지역에 대부분 분포하고 있다.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은 “국방부가 국민 불편 해소를 위해 주택가와 해안 지역의 유휴초소나 경계 철책을 철거하고 주민들에게 개방하는 것은 국민권익 증진과 지역 발전을 위해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빈발민원 분석을 통해 국민들의 불편사항이 해소되도록 각 부처와 협업(協業)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도 “이번 유휴시설 철거는 충분한 작전성 검토를 거쳐 추진되는 것으로, 특별히 경계가 필요한 시설은 장비를 더 강화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른 우려도 제기된다. 북한이 비핵화 준수 의지는 물론, 상응하는 군축(軍縮)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가 자처해 ‘무장해제’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군사전문가는 11월 20일 <월간조선>과의 통화에서 “북한의 비위를 맞추려는 조치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전문가는 “남북군사분야 합의에 따라 GP를 철수한 건 그나마 명분이라도 있는데, 해·강안 철책까지 없애는 건 강도에게 들어오라고 문을 열어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