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뉴시스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만났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 15분쯤, 청와대 관저에서 나와 헬기로 서울공항(경기도 성남시 소재)으로 이동한 다음 전용기편으로 방북했다. 현재 전 언론 매체는 ‘문재인-김정은 회담’과 각종 행사, 분야별 접촉 등에 대해 보도하고 있다.
만찬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껏 핵·미사일 도발을 강행해 한반도에 ‘핵그늘’을 몰고 왔고, 같은 날 방북한 자신을 환영하기 위해 북한 주민 수십만 명을 ‘동원’하는 등 ‘인권’이라고는 안중에도 없는 김정은과의 ‘신뢰와 우정’을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가 아닌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언급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결의인 만큼 여러 도전과 난관을 만날 수도 있지만, 김정은 위원장과 나에게는 신뢰와 우정이 있다”며 “역지사지의 자세로 서로 이해하고 배려한다면 넘어서지 못할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자리에서 김정은은 “우리는 좋게 출발한 평화번영의 새 역사를 지속해 나가며 북남관계에서 꽃피는 봄날과 풍요한 결실만이 있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은은 이어 “물론 우리의 전진 도상에는 여전히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고, 역풍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북과 남이 서로 손을 맞잡고 뜻과 힘을 합쳐 좌고우면하지 않고 앞으로 나갈 때 길은 열릴 것이며, 우리 스스로 주인이 되는 새로운 시대는 흔들림을 모르고 더욱 힘 있게 전진하게 될 것이다. 우리에게 이것이 소중한 자산”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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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서 이뤄진 소위 ‘남북 정상’의 세 번째 만남에 대한 우리 국민의 관심은 어느 정도일까. 국내 주요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의 시각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통해 살폈다.
앞서 밝혔듯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행 전용기를 타기 위해 서울공항으로 출발한 시각은 오전 8시 15분이다. 당시 검색어 1위는 ‘서울공항’이다. 이와 함께 '3차 문재인-김정은 회담'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검색어는 20위 안에 ‘남북정상회담’ 1개뿐이다. 문 대통령의 방북 동선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기 위한 이들이 ‘YTN 실시간 뉴스(5위)’와 ‘KBS 온에어(7위)’를 찾은 것으로 추정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공항에 도착한 8시 40분 당시 실시간 검색어 1위 역시 ‘서울공항'이다. 문 대통령과 동행한 가수 지코와 에일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같은 시각 각각 3위, 4위, 6위를 기록했다. ‘남북정상회담’은 7위였다. 이 밖에 ‘3차 문재인-김정은 회담’을 중계하는 방송사 관련 검색어가 이전과 달리 20위권 안에 있었다. 문 대통령이 평양으로 떠난 8시 55분에도 그의 방북 관련 검색어가 20위권 안에 다수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후 전용기에서 나와 김정은-이설주 부부와 인사한 환영 행사 당시에는 실시간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김정은과 이설주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대다수 언론 매체가 ‘역사적 만남’이라고 치켜세운 것과 달리 그 이후에는 ‘3차 문재인-김정은 회담’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컸다고 보기는 어렵다. ‘네이버’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따르면 그렇다는 얘기다. 바꿔 말하면, ‘문재인 방북’과 ‘김정은과의 만남’에 대한 온라인상 관심도는 이를 표현한 각종 화려한 ‘수사’와는 달랐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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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문재인-김정은 회담 당일 정오부터 17시까지, 온라인 지표로 확인되는 국민들의 관심은 카라 출신 가수 구하라의 카카오톡 메시지에 있었다. 사진=뉴시스 |
18일 오후부터는 ‘구하라 카톡’과 ‘퓨마’가 관심을 받았다. 남자친구와 일방 또는 쌍방폭행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이는 가수 구하라의 카카오톡 메시지는 정오부터 17시까지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18시부터는 대전광역시 소재 오월드 동물원 우리에서 탈출한 ‘퓨마’가 자정까지 1위를 기록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의 만남은 왜 ‘관심’을 받지 못했을까. 이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북한 측의 ‘연출력’이 부족해서였을까, 아니면 선발대로 평양에 간 탁현민 행정관이 제 ‘실력’을 발휘하지 않아서였을까. 우리 국민들이 매번 같은 형식으로 진행되는 북한과의 만남을 식상하게 여겨서 그랬던 것일까. 국민들이 소위 ‘남북정상회담’을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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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검색어 순위에 따르면, 18일 18시부터 자정까지 검색어 1위는 '퓨마'였다. '검색어 1위' 기준으로 대전 오월드에서 탈출했던 퓨마가 '문재인-김정은 회담'보다 관심을 더 받은 셈이다. '멸종 위기종'이라서 원래 '생포' 대상이었던 퓨마는 '사살'됐다. 사진=뉴시스 |
일각에서 제기하는 ‘음모론’처럼 문재인 정부가 국민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린 다음 북한과 국가 운명을 가를 중차대한 협상을 하기 위해서였을까. 원인이 무엇이든 ‘3차 문재인-김정은 회담’의 개봉 첫날 흥행 성적은 성공적이라고 내세우기엔 부족한 부분이 있다.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