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작곡가 윤상(본명 이윤상·50)씨가 20일 북한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 등과 함께 남측 예술단의 4월 초 평양 공연을 논의한다.
통일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는 남측 예술단 음악감독 윤상을 수석대표로, 박형일 통일부 국장과 박진원 청와대 통일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등이 참석하며 북측에서는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 김순호 행정부단장, 안정호 무대감독 등이 나와 남측 예술단의 평양 공연 일자와 장소, 구성, 방북 경로, 북측의 편의 제공 등을 논의한다는 것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북측 예술단이 방문했을 때 현송월이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것은 그가 북한의 대표 예술인이자 ‘김정은의 애인(愛人)’이었으며 한때 ‘총살당했다’는 소문까지 돌았기 때문이었다. 그게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 현역 북한 인민군 대좌의 행보는 국민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윤상씨는 분명 재능 있는 가수 겸 작곡가지만 그가 왜 돌연 남측 예술단 음악감독이 됐는지 납득하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가 최근 화제가 된 것은 음식마다 설탕을 듬뿍 집어넣는 백종원씨의 음식프로그램 등에 출연해 초보 요리를 배우고 가족과 떨어져 사는 ‘기러기 아빠’라는 이야기 외에는 별로 기억이 없다.
대체 왜 윤상씨가 남측 예술단 음악감독이 됐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과거 자료를 찾다 보니 그가 1992년 5월 아르헨티나 국적을 취득해 병역면제 혜택을 받았지만 곧 국적 취득을 포기하고 현역으로 입대했다는 26년 전 뉴스도 찾을 수 있었다. 때문에, 비록 재능 있는 가수 겸 작곡가 겸 아이돌들이 가장 존경한다는 윤상씨가 문재인 대통령이나 김정숙 여사와 같은 경희대 출신(요업공예과)이기 때문에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는 근거없는 억측이 일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가 ‘실세(實勢) 음악감독’이 아닌 것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윤상이 북측과 만나기도 전에 ‘가수 조용필과 이선희가 4월 초 평양에서 열릴 우리 측 공연에 참가키로 했다. 두 사람 모두 평양 무대에 두 번째 서게 됐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실제로 가수 조용필은 19일 “기획사를 통해 지난 주말 평양 공연을 제안받아 수락했다. 20일 남북 실무 회의에서 출연진을 비롯한 세부 사항이 확정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가수 이선희 소속사 관계자는 역시 “곧 통일부에서 (이선희의 평양 공연 참가 사실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점으로 미뤄 윤상은 속되게 표현하자면 ‘바지 사장’에 불과하며 실제 출연진 인선(人選)이 통일부에 의해 이뤄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남측 예술단의 평양 공연은 몇 가지 점에서 재고돼야 하며 북한 체제를 뒤흔들 ‘K-POP 드림팀’을 몇 가지 근거를 들어 제안하려 한다.
첫째, 조용필은 자타가 공인하는 가왕(歌王)임에 분명하고 이선희 역시 정상급의 연륜 있는 가수지만 평양 공연을 사양해야 옳다고 본다. 무엇보다 조용필의 대표곡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북한에 대한 그리움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선희의 대표곡 ‘J에게’ 역시 김정일, 김정은을 연상시키며 그에게 헌사(獻辭)하는 노래처럼 충분히 ‘둔갑’시킬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게 공산당들이다.
둘째, 예술감독 윤상씨가 허울뿐인 타이틀을 벗어나 평양 공연을 통일의 초석으로 만들려면 출연진 전원을 아이돌 위주로 구성하는 것이 마땅하다. K-pop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이 땅에는 수많은 아이돌 그룹이 있는데 그 선정 방법은 그다지 어렵지않다. 내 나름대로의 선정법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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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 사진=뉴시스 |
<1>빅뱅
관객 동원 수 445만 명을 기록한 영화 ‘강철비’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정우성이 특수임무를 앞두고 가족과 저녁식사를 하는데 딸 ‘인영’이 갑자기 ‘빅뱅’의 지드래곤 이야기를 꺼내며 “중국이나 러시아도 듣는 세계적 음악가”라고 말하자 정우성이 기겁을 하는 장면이다.
만일 평양 공연이 이뤄진다면 1순위로 빅뱅을 넣어야 하는데 때마침 ‘빅뱅’의 지드래곤(본명 권지용)은 지난달 백골부대로 입소했다. 6·25 때 북한군에게 공포의 대상이 됐던 부대로 지드래곤이 백골부대 복장으로 공연한다면 더욱 멋질 것이다. 비슷한 시기 ‘빅뱅’의 또 다른 멤버 대성도 ‘이기자 부대’에 입소했으니 그도 포함시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노래는 반드시 ‘삐딱하게’와 ‘Missing You’를 불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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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 사진=뉴시스 |
<2>소녀시대
2017년 북한을 탈출하다 총상을 입은 귀순 병사 오청성씨가 대수술을 끝낸 후 처음 언급한 말이 ‘소녀시대’의 노래 ‘GEE’를 듣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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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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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신기.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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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엔블루.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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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북한 사람들이 좋아하는 아이돌-엑소, 동방신기, 씨엔블루, 2AM, 2PM, 걸스데이, 에일리
한 탈북여성은 공개적인 블로그에서 북한의 젊은이들이 영화 오리지널 사운드트랙(OST)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엑소, 동방신기, 씨엔블루, 2AM, 2PM, 걸스데이, 에일리 등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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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AM. 사진=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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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PM.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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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스데이. 사진=뉴시스 |
또한 2000년대 후반 탈북 청년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애창곡은 다음과 같다.
윤도현 ‘너를 보내고’, 김범수 ‘보고싶다’, 백지영 ‘총맞은 것처럼’ 등이며 OST로는 ‘가을동화’ ‘천국의 계단’ ‘풀하우스’ ‘야인시대’ ‘아이리스’ ‘수호천사’ ‘제빵왕 김탁구’ 등이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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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사진=뉴시스 |
<4> 방탄소년단 반드시 넣어야
현재 최고의 아이돌 그룹인 방탄(防彈)소년단은 7인조로, 방탄소년단이라는 이름 자체가 사회적 편견과 억압을 받는 것은 막아내고 당당히 자신들의 음악과 가치를 지켜내겠다는 뜻에서 단 이름이다. 방탄소년단은 생지옥이나 다름없는 북한 체제를 뒤흔들 수 있는 핵무기보다 더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어 반드시 평양에 보내야 한다.
<5>연별 탈북자 선정 최고 인기곡
2013년 탈북자 전효진씨는 거북이의 ‘빙고’를 꼽았고 2010년 고 황장엽 노동당 비서는 문연주의 ‘잡지마’, 2009년 탈북자들은 노사연의 ‘만남’과 나훈아의 ‘공’을 꼽았다. 이렇게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선정한 가수와 노래만 선정해도 통일부의 ‘주먹구구식’ 가수 선정보다 훨씬 객관적인 지표가 될 것이다. 안타깝지만 탈북자 가운데 조용필이나 이선희의 노래가 좋아서, 혹은 듣고 싶어서 탈북한 사람은 찾기 어려웠다.
<6>왜 예술공연은 중요한가.
독재체제일수록 무력보다는 예술에 약하다. 그중에서도 노래는 전 세계인이 공유할 수 있어 가장 강력한 문화무기로 분류할 수 있다. 일례로 1969년 10월 17일 영국 가수 클리프 리처드가 이화여대 강당에서 공연했을 때 그를 보고 흥분한 여성들이 속옷을 던졌고 클리프 리처드가 이것을 받아 땀을 닦는 장면이 연출된 바 있다. 1980년 6월14일 레이프 가렛이 내한 공연을 했을 때 공연이 끝난 후 공연장에서 가장 많이 발견된 것이 여성들의 속옷이었다고 한다.
연극인 이윤택은 여성을 농락하면서 배역과 발성법 지도 등 치사한 수법을 사용했고 사망한 한 탤런트는 저질 대화와 농담으로 딸뻘의 여성들을 추행했는데 클리프 리처드와 레이프 가렛 같은 가수는 목소리 하나로 청중을 제압했으니 만일 앞서 열거한 케이 팝 스타들이 평양에 간다면 북한체제는 내부로부터 큰 균열을 일으킬 것이다. 그야말로 이솝 우화에 나오는 진정한 햇볕정책의 기회가 도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