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상주 국회의원 시절 이상배. 농민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여파로 대한민국의 버팀목이던 공직사회가 흔들리고 있다.
이상배(李相培) 전 정부공직자윤리위원장이 최근 새롭게 펴낸 《목민심서는 읽었지만 : 정치보다 행정이다》(조선뉴스프레스 간)를 읽으며 공직의 기강을 다잡으면 좋겠다.
이 책은 지난 2019년 12월 초판 1쇄를 찍은 후 4판이나 나올 정도로 스테디셀러다. 그 사이 문장을 손질했고 새로운 에피소드도 추가했다. 반(半)세기 50년간 직업 관료로 공직에 몸담았으니 이야기 거리가 오죽 많을까.
《목민심서는 읽었지만 : 정치보다 행정이다》(조선뉴스프레스 간)
이상배 전 위원장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치며 ‘일하는 해’ ‘더 일하는 해’를 살았고, ‘밤낮 없이 쉬는 날 없이 일만 했던 세대’로 기억한다.
그는 “번듯한 솟을대문 위를 부러워하며 쳐다보지 않았고, 묵묵히 내 발끝만 보고 소처럼 걸어왔다”고 고백한다. 소처럼 걸어왔는데도 그의 족적을 돌아보면 화려하기 그지없다. 경북도지사, 환경청장, 총무처장관, 서울특별시장을 거쳤고 15~17대 국회의원(3선)으로 봉사했다.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장과 정부공직자윤리위원장까지 거쳤으니 이만한 이력의 공직자를 기자는 거의 보지 못했다.
“직업 관료는 무엇보다 정직하고 경우에 밝아야 합니다. 그리고 천직관과 열정을 갖추어야 합니다.”
“공직자는 그야말로 모범이 되어야 합니다. 고위 공직자는 더더욱 그러합니다.”
“공직자는 무대 위에 벌거벗은 모습으로 서 있는 것과 같습니다. 늘 객석을 의식해야 합니다.”
20대 울진군수 시절, 박정희 대통령이 울진을 찾았다. 이상배 군수가 박 대통령을 군청사로 안내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신독(愼獨)’이란 말을 제일 좋아 한다. 홀로 있을 때도 도리에 어그러짐이 없다는 뜻이다.
공직자 주변에는 적대적인 관찰자가 많다. 거짓 소문이 진실인양 둔갑하기도 한다. 열 마디 말에 아홉이 옳아도 남들이 칭찬하지 않지만, 한 마디만 틀리면 꼬집어 허물이라 들고 나오는 세태다.
“누가 알아주거나 알아주지 않거나 맡은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은 공직자의 본분인데…….”
이상배 전 위원장은 “깊은 산속에 있는 난(蘭)의 향은 바람이 불어서 알려지듯, 세상엔 소문의 바람도 있다. 공직자를 지켜보고 있는 국민의 눈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평생을 긴장하며 올바르게 살려고 애 썼지만 그래도 더러 후회는 남는다.
“‘무, 배추와 사람은 산지(産地)에서는 제값을 못 받는다’고 해서 바깥세상을 한바퀴 돌며 무던히도 애를 썼습니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보니 ‘동네 처녀 예쁜 줄 모른다’는 말대로 언제나 쉽고 편안 대상이라고 생각했던 가족과 이웃이 소중하고 그것이 나의 중심이란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죠.”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권말(卷末)에 있다. 이 전 위원장이 평생을 모은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문장들만 따로 모았다. 그가 즐겨 쓰던 명언, 명문이나 정겨운 격언들. 이 전 위원장은 “배추 고갱이 같이 알차고 맛있는 표현들”이라고 말한다. 몇 마디만 소개한다.
# 정치지도자들이 헌법을 준수한다고 선서하는데 헌법을 한번이라도 읽어보았을까.
# 정상이 비정상이 되었다. 다시 정상으로 돌려놓는 일이 정상적인 일이 되었다.
# 우리가 한 결정이 바로 우리 자신이다.
# 행정은 정직이 생명인데, 정치판의 거짓말이 전이(轉移) 되어 행정에도 나타나고 있다.
# 모든 공직자는 정부라는 기계의 한 부속품이다. 너트 하나라도 제자리를 지키지 않으면 그 기계는 못 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