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5일과 26일 이틀에 걸쳐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2024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반인도범죄에 관한 국제모의재판’이 열렸다.
이날 행사는 10년 전인 2014년 2월 7일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북한인권보고서를 발표한 것을 기념해 열렸다. 이번 모의재판은 ‘정치범수용소에서 자행되는 반인도범죄’에 대한 IOC 로마규정(Rome Statute of the International Criminal Court)을 따른 전심 재판(Moot pre-trial)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번 모의재판의 판사, 검사단, 변호인단을 만나 ‘피고인 김정은’에 대한 그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수용소 내 반인도범죄, 김정은이 ‘직접 지시했는지’가 관건
검사단 측 역할을 담당한 자레드 겐서(Jared Genser·52) 변호사를 만났다. 그는 미국 변호사 협회(ABA)가 수여하는 ‘국제인권상’ 수상 경험이 있는 국제·인권법 전문 변호사다. 기자가 “이번 모의재판에서 김정은에게 얼마큼의 형량을 구형할 수 있는지” 묻자 겐서 변호사는 “정치범수용소 문제에 한정해도 최소 20년, 최대 무기징역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탈북민의 정치범수용소 관련 증언이 일관된 점’과 “북한 체제 상 인민들이 정치범수용소로 가는 일련의 과정이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과 무관하다 볼 수 없다”라고 했다. 또 ‘인공위성 등으로 수용소의 규모, 구조를 확인했을 때 매우 조직적이며 국가주도적’이라는 이유도 구형 근거로 들었다. 이어 겐서 변호사는 “이번 모의재판의 가장 큰 의의는 탈북민들의 증언이 채택됐다는 점” 이라며 “실제 재판에서도 활용될 수 있도록 전방위적 증언 수집 및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김정은의 변호를 담당한 변호인단의 브라이언 트로닉(Brian Tronic·53) 변호사는 “정치범수용소 내 인권침해 실태는 인정하나 수용소 내 반인도범죄행위를 김정은이 ‘직접 지시한 것이 아니라면’ 관계가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라고 했다. 또 “수용소 내 인권유린의 책임소재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탈북민들의 증언뿐만 아니라 관련서류[예) 김정은 서명이 있는 정치범수용소 관련 양식 등]가 증빙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김정은 최측근의 정치범수용소 관련 증언’ ‘정치범수용소와 관련된 김정은 육성 녹취록’ 등이 김정은의 반인도범죄를 입증하는데 필요한 증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트로닉 변호사는 “이번 모의재판 간 증언들은 김정은 집권기 이후가 아닌 이전(2011년 전)도 포함되어 있었다”라고 지적하며 실제 재판 간에는 김정은 집권 후 증언을 중심으로 구성할 것을 강조했다.
“김정은도 이번 모의재판 분명 봤을 것”
탈북민 최초로 변호사가 된 이용현(李英賢·41) 변호사가 본 이번 모의재판은 어떨까. 그는 1994년 ‘고난의 행군’ 당시 14살의 나이로 가족과 북한을 탈북해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왔다. 이 변호사는 김정은의 반인도범죄 형량에 ‘최소 무기징역’을 강조했다. 하지만 김정은을 ‘사형’과 같은 법정 최고형에 처하는 것에는 반대했다. 오히려 고통이 짧기 때문에 ‘가벼운’ 형벌이 될 것으로 봤다.
그는 “김정은이 2500만 명의 북한 인민들을 탄압한 죄를 반성하게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김정은 역시 ‘강제노역’, ‘수용소 거주’ 등을 직접 경험케 하여 “인민들에게 저지른 범죄행위를 사죄시켜야 한다”라고 했다. 이어 “이번 모의재판이 다양한 언론사들을 통해 보도되고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된 만큼, 김정은도 이번 재판을 분명히 봤을 것”이라 했다.
이번 모의재판은 실제 재판을 위한 ‘예행연습’
이번 모의재판의 판결을 맡은 실비아 로즈 카트라이트(Silvia Rose Cartwright·81) 판사는 지난 2014년 UN이 북한인권 관련, IOC 재판을 ‘권고’한 이후 모의재판이 열리기까지 10년이 걸렸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렇기에 “이번 재판은 단순 ‘피고인 김정은에게 형량을 부여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닌, 그 과정(재판기록, 채택된 증거 등)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카트라이트 판사는 “이번 재판은 정치범수용소 내 반인도범죄에 ‘국한’된 모의재판이었던 만큼, “(김정은을 대상으로 한) 실제 재판은 더욱 방대하고 복잡할 것” 이라며 “이번 모의재판에 만족하지 않고 실제 재판을 위한 ‘예행연습’으로 바라보길 바란다”라고 했다.
글= 백재호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