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펀드를 운용하는 이지스자산운용이 건물 세입자에게 수십 억대의 소송을 제기해 눈총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지스 측이 운용하는 국내외 부동산 상품 중 일부에서 EOD(기한이익상실)이 우려되는 등 채무불이행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지스자산운용은 약 9000억원에 매입했던 독일 트리아논 빌딩이 대주단의 대출 만기 연장 불가 선언으로 기한이익상실(EOD) 처리됐으며, 서울 광진구 몰오브케이도 내년 EOD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은 CGV 건대점이 입점한 ‘몰오브케이 부동산 펀드’ 투자자들에게 “내년 2월 7일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최근 안내했다. 지난 2018년 설정된 해당 펀드는 같은 해 몰오브케이 건물을 561억원에 매입했는데 최근 몇 년간 계속된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최근 1년 기준으로는 –15%, 2년 기준으로는 –27%의 손실을 기록했다. 올 초에도 채무불이행 경고등이 켜졌는데 세입자들에게서 임대료 수개월 치를 선납받으면서 위기를 모면했다.
이지스 측은 해당 건물 매각을 추진해왔으나 대형 건물의 공실이 늘어나는 등 부동산 시장 상황이 녹록치 않아 매각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해당 건물이 매각되더라도 재평가 금액 이하로 팔릴 수 있어 투자자들의 손실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처럼 부동산 펀드에서 일부 문제가 발생하는 가운데 이지스자산운용이 최근에는 임차인 부부를 상대로 소송전도 벌이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서울 중구 명동2가 33-1번지에 위치한 청휘빌딩(이지스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135호) 102호와 103호의 임차인을 상대로 명도소송 2건과 부당이득청구소송 1건 등 총 3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청구 금액이 41억원에 달한다. 이지스자산운용이 해당 임차인 부부를 상대로 소를 제기한 것은 해당 임차인 부부가 낮은 임대료로 2호실을 이용하면서 매달 3억7000만원이 넘는 부당이익을 챙겼다는 이유다.
하지만 문제의 발단은 이지스자산운용 측에서 비롯된다. 코로나19 유행이 이어지던 2021년 이지스자산운용 P과장(청휘빌딩 운용 담당)은 해당 임차인에게 청휘빌딩 103호의 입점 제안을 했다. 코로나19로 임차인을 구하기 어렵게 되자 이전 다른 건물에서 이지스자산운용과 임대차계약을 몇 차례 진행한 적이 있던 임차인 부부에게 ‘구애’를 한 것이다.
P씨는 코로나 기간인 탓에 기존 월세 1억2610만원에서 보증금 1500만원에 임대료 월 매출의 10% 조건으로 임대차 계약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임차인 부부는 계약을 진행했고 18개월간 문제없이 임대차를 진행했다.
이후 P과장은 당시 공실이던 해당 건물의 102호를 103호와 같은 조건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해주겠다며 또 다시 입점을 제안했고 P과장의 끊임없는 설득에 102호도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P과장은 해당 임차인 부부에게 2개월 공사기간 부여와 2개월 렌트프리 조건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 때 발생했다. 102호는 그간 공실이었던 탓에 기초공사와 인테리어 공사가 필요했고 임차인 부부는 자비로 2억원 가까이 부담해 기초공사를 진행했다. 6개월 임대차 단기계약을 체결했지만, 103호와 같이 장기계약을 해주겠다는 P과장의 구두약속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사가 마무리되던 끝나던 2022년 8월경 이지스자산운용은 돌연 “102호와 103호에 대한 계약 연장이 더 이상 불가하다”고 해당 임차인에게 통보했다. 또 계약 연장을 하려면 회사가 책정한 임대료(102호 월 2억4850만원, 103호 월 1억2610만원)를 내라고 제시했다. 앞서 임차인과 계약한 P과장은 이 사건 뒤 회사를 그만뒀지만 이지스자산운용 펀드 손실을 임차인을 통해 메꾸려 하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해당 임차인을 대상으로 명도 및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또 법정 공방이 시작되자마자 임차인 통장에 가압류를 걸고 카드 매출 입금도 받지 못하도록 했다.
40억원이 넘는 부당이익 책정은 이지스자산운용이 따로 진행한 N감정평가법인에서 나왔다. 임차인이 의뢰한 감평액과 약 25배에 차이를 보였으며, 이지스자산운용이 고용한 감정평가법인이 책정한 금액은 2019년 코로나 이전 시기 명동 시세가 가장 높았던 시기보다 임대료가 높게 책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명도소송은 현재 이지스자산운용으로 기우는 모양새지만 업계 시선은 사뭇 다르다. 공실을 채우기 위해 임차인을 속인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 법조계 일각에선 “구두로 이뤄진 계약 또한 법적으로 인정된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 누적자산운용 액수만 65조에 달하는 이지스자산운용이 자사 직원 관리 미흡 등에 대해 도의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청휘빌딩의 소유주인 모건스탠리와 SK D&D도 이번 사건에 대해 이지스자산운용의 대처가 과하다는 식의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 투자 업계의 한 전문가는 “상업용 부동산 침체와 자영업자 몰락, 코로나 이후 증가한 재택근무 등이 결합되면서 임차인이 줄어들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임차인과의 담당 직원의 구두약정도 이행하지 않고 오히려 임차인을 수십억 빚더미에 앉게 한다면 어느 예비 임차인이 이지스자산운용을 선택할까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 관련 감평액은 양 당사자가 법원이 참고할 수 있도록 각자 제출한 참고자료"라며 "이에 대한 적정성은 법원이 제3의 감정평가를 재산정 및 참고해 판단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글=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